STYLE

유라가<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윤나연, <기상청 사람들의> 채유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혜린에 품은 마음들

늘 봄처럼 밝고 화사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유라는, 이제 새로운 계절들을 그리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 계절들이 하는 일을 이해해보고 싶다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3.07.21
 
재킷 알렉산더왕.

재킷 알렉산더왕.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됐네요. 점심은 먹고 왔어요?
못 먹었는데요. 괜찮아요.
화보 촬영 있는 날 식사를 거르고 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촬영이 예정보다 길어지면 늘 그게 걱정이에요.
아, 저는 원래 잘 먹고 오는 편인데요. 안 먹으면 일할 때 힘들어서. 오늘은 좀 정신이 없어서 못 챙겼어요. 그런데 요즘 자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첫 끼를 되게 늦게 먹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보통 몇 시쯤 자요?
6시, 7시쯤?
네? 아침 7시요?
네.(웃음) 스케줄 있을 때는 좀 일찍 자려고 하는 편인데 없을 때는 보통 그쯤 자요. 그러고 세네 시쯤 일어나서 일고여덟 시쯤 첫 끼를 먹죠.
요즘 같은 계절에는 밖이 완전히 환해지고 나서야 주무시겠네요.
그쵸. 요즘 들어 할 게 많이 생겨서 그렇기도 하고요. 그림도 그리고 영어, 요가, 골프도 배우고, 작품 준비 때문에 해야 하는 것들도 많아서요. 늦게 자는 이유는 사실 제가 새벽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인 게 제일 커요. 초등학생 때부터 늦게 잤어요.
새벽까지 그렇게 안 자고 있으면 엄마한테 혼나잖아요.
저희 외가 쪽이 다 늦게 자요. 지금도 모이면 다 같이 놀다가 6시쯤 자거든요. 그런데 또 친가 쪽은 12시 땡 하면 자는 분위기고. 너무 극명하게 나뉘어서 볼 때마다 웃겨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유라 씨는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제대로 힘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림이나 바이크 같은 취미를 대하는 자세에서나 생활 패턴 측면에서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는 편인 것 같은데요.(웃음) 해도 잘 못할 것 같은 일에는 일찌감치 손을 대지 않는 거죠. 제가 중력과의 싸움은 아예 안 하는 편이거든요. 등산, 달리기  같은 거. 중국어도 해보니까 너무 어려워서 아예 안 하게 됐고. 영어는 자주 접해서 그런지 괜찮아서 계속 공부하고 있고요.
운동은요? 최근에 유라 씨가 살이 빠지면서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고 기사까지 났잖아요.  
(웃음) 아, 그건 그냥 그 사진이 유독 그렇게 보였던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살이 빠져서 못 알아보겠다’고 기사까지 났는데, 사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빠지진 않았거든요. 그 사진 찍을 때 화보 촬영 때문에 화장도 좀 특이하게 해서 유독 다른 느낌으로 나왔나 봐요. 왜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릴 때는 제일 날씬해 보이는 걸 고르잖아요. 그런데 기사가 나니까 주변에서도 너무 빠진 것 아니냐고 걱정까지 하더라고요. 조만간 최대한 부어 보이게 나온 사진을 하나 올려야 할까 봐요.
(웃음) 그랬군요. 저는 최근 촬영한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 때문에 일부러 감량하셨나 했어요.
그런 부분도 맞아요. 촬영 시작 전에도 감량을 좀 했는데, 촬영하면서 보니까 통통한 느낌이 있어서 더 감량을 했거든요. 나연이(극 중 유라의 캐릭터)한테는 좀 더 마르고 예민한 느낌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아마 회차마다 얼굴이 달라질 거예요.(웃음) 1화부터 점점 살이 빠져나갈 겁니다.
블라우스 YCH. 팬츠 잉크. 슈즈 로에베. 링,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라우스 YCH. 팬츠 잉크. 슈즈 로에베. 링,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전 인터뷰들을 보니 연기 이력 초기에는 유라 씨가 스스로와 싱크로율이 높다고 느끼는 캐릭터들을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맡는 캐릭터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아요.  
초기에는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죠. <무작정 패밀리> 경우는 시트콤이어서 그냥 저인 채로 해도 되는 작품이었고, <도도하라> 때는 캐릭터가 저와 비슷한 측면이 있었고요. 그런데 그 뒤로는, 특히 요즘 하고 있는 작품들은 좀 센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긴 해요. <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나연이도 예민한 성격인 데다 다양한 면을 갖고 있는 캐릭터고, <기상청 사람들>의 유진이도 뭐랄까… 진상 같은 측면이 있기도 하고, 또 조용한 성격이었고요. 그 작품 때문에 ‘유라 씨가 원래는 조용한 성격인가 보다’ 했다는 감독님들이 꽤 있었어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혜린도 진상 같은 부분이 있었죠.
아, 그런데 혜린이의 경우는 전 좀 다르게 이해해요. 진상이 아니고 오히려 프로페셔널한 거라고 느꼈거든요. 본인 커리어를 꼼꼼히 챙기고, 그러기 위해서 뭐든 까다롭게 따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한 거예요. 실제로도 혜린이 대사 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어요. “나 팔로우 100만 명 돈 주고 산 거 아니다.” “나는 진상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거다.” 그래서 저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그러네요. 주연 캐릭터들의 관점에서 보면 혜린의 까다로움이 장애물로 작동하지만 혜린이라는 인물의 맥락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을 괜히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본인 커리어에서 작은 것 하나도 대충 넘어갈 수가 없는 거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고요.(웃음) 연기를 하다 보면 결국 그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친구의 좋은 면은 제가 아니까. 저도 모르게 자꾸 팔이 안으로 굽는 거죠. 욕을 먹으면 저도 모르게 방어 논리를 펼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도 있지 않아요?
있죠. 그래서 윤박 오빠의 경우에는 <기상청 사람들> 때 탈모 증세까지 왔었대요. 한기준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캐릭터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요.
채유진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캐릭터였을 듯한데요. 첫 등장부터 주인공과 약혼까지 한 남자와 바람을 피운 상대역으로 제시되는데, 점점 알아갈수록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요. 혼자 끌어안고 앓는 약한 사람이라는 지점도 제시되고, 종국에는 인간적으로 성장하기도 하고요.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유진이가 아예 밝은 친구도 아니고 아예 우울한 친구도 아니잖아요. 다양한 측면이 있죠. 그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했고, 진짜 많은 걸 배웠어요. 유진이를 연기하면서.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형상
  • STYLIST 이경진
  • HAIR 이혜영
  • MAKEUP 수이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