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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가 걸스데이 멤버들을 두고 '살면서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흔치 않은 일인 것 같다'고 한 이유

늘 봄처럼 밝고 화사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유라는, 이제 새로운 계절들을 그리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 계절들이 하는 일을 이해해보고 싶다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3.07.21
 
블라우스 베르사체. 스커트 잉크. 슈즈 로저 비비에.

블라우스 베르사체. 스커트 잉크. 슈즈 로저 비비에.

걸스데이 멤버들과도 연기 이야기를 해요?
네. 사실 이런 질문은 멤버들도 다들 인터뷰할 때마다 받는다고 하던데요. ‘멤버들끼리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아무래도 걸스데이처럼 멤버들 모두 연기자로 잘 자리 잡은 경우가 흔치 않으니까 그렇겠죠.
(웃음) 그런가요. 아무튼 맞아요. 저희는 만나면 거의 머리를 부여잡고 연기 얘기를 하는 편이에요. 서로 뭐가 힘들었고, 이런 부분이 잘 안 됐고, 어떤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고… 연기 토론이 열리면 몇 시간이 그냥 흘러가버리죠. 조언도 많이 해주고, 혼내기도 하고.
혼도 내요?
“이렇게 했어야지” 하고 혼내놓고는 “야 이거 나한테 하는 얘기다. 나한테도 같이 혼내는 거야” 그러죠.(웃음) 또 각자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 따로 있으니까.
유라 씨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혼구녕이 있을까요?
하하하. 혼구녕까지는 아닌데, 방금 얘기한 <기상청 사람들> 때 제일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초반에 스스로의 손발을 묶지 말고 좀 더 자유롭게 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죠. 특정 작품을 준비할 때가 아니라도, 미팅을 할 때도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멤버들 앞에서 몇 가지 방식으로 다르게 읽어보기도 하고 그래요.
오, 스터디 그룹 같네요.
맞아요. 진짜 스터디 그룹처럼 할 때도 있어요. 멋쩍어서 안 하려고 하면 붙잡고 “우리 앞에서 할 줄 알아야 다른 데에서도 할 수 있다”면서 다그치고. 그러면 또 ‘그런가’ 하면서 해보는 거죠. 요즘은 그렇게까지는 안 하지만 예전에는 정말 많이 했어요. 만나면 연기 얘기 반, 사는 얘기 반 하면서 정말 술 한잔 없이 앉은자리에서 10시간은 그냥 보내죠. 다들 새벽까지 안 가요.(웃음)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저한테는 정말 큰 복이에요.
상상만 해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는 나눌 수 없는 실질적인 고민 상담과 조언과 든든함이 있을 테니까.
부모님한테는 고민 이야기를 안 하죠.(웃음) 걱정하니까. 또 아무리 친해도 친구들에게 연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어렵고. 다 함께 한배를 탔던, 함께 숙소 생활도 하면서 24시간 붙어 있었던 사람들과 지금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일이예요. 멤버들을 생각하면 가족이나 친구와는 또 다른 느낌이거든요.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살면서 흔치 않은 일이죠. 인복이라고 생각해요.
걸스데이는 멤버들의 성격 조화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서로의 성격에서 좋은 점만 잘 섞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저도 모르게 삶을 미화해서 보는 측면이 있거든요.(웃음) 그런 부분이 툭 나오면 이제 다른 멤버들이 바로잡아주죠.
연기 활동을 하면서 그림도 계속 그리고 계시죠. 개인전도 열었고, 작년에는 유라 씨 그림들에 나태주 시인의 시를 더한 시화집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이 나오기도 했고요.
네. 감사하게도 나태주 선생님께서 제의해주셨어요. 제가 회화 작업 초반에 계절감이 담긴 그림을 많이 그리기도 했으니, ‘계절’이라는 테마로 같이 협업을 하면 좋겠다고요. 저는 당연히 좋다고 했죠. 나태주 선생님이라면 제가 어릴 때부터 너무너무 좋아했던 작가이니까. 그 책에 담긴 그림들도 지금과는 다르지만 그때의 제 감성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뭘 그려도 제 색깔이 나오는데, 그때만 해도 좀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여러 스타일로 그렸고요. 글이 더해지면서 그림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고, 글도 그림이 붙으면서 좀 다르게 읽히는 부분도 좋았어요.
재킷, 톱, 팬츠, 슈즈 모두 베르사체.

재킷, 톱, 팬츠, 슈즈 모두 베르사체.

예전에 어느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미술 작업을 하는 데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부담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었죠. “나한테는 오히려 연기가 그렇다”고.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를 하는 데에 대한 시선이 부담된다는 뜻 같았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그래야 하는데, 달라져야 하는데 그쵸.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그래도 이번 작품 <이 연애는 불가항력> 촬영 때는 다른 때보다 훨씬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기상청 사람들> 때 많은 걸 배우고 느꼈고, 그 후로 오래 동안 휴식을 가진 덕도 있겠죠. 나중에는 현장이 너무 좋아서 제 촬영이 다 끝났는데도 집에 가기가 싫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저 다 끝났는데 그냥 옆에 있어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작 또 다음 작품 얘기가 나오니까 걱정과 부담이 몰려오기도 하고.(웃음) 어쩔 수 없나 봐요. 부담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으니까 그렇겠죠. 잘하고 싶으니까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고민도 계속하고.
연기가 워낙 ‘최선’이나 ‘완벽’을 규정하기 어려운 분야라 더 그럴 수도 있을 테고요.
맞아요. 점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야 ‘화내는 장면이면 그냥 화내면 되는 것 아냐?’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점점 작은 차이 하나가 캐릭터에 정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걸 알게 되니까 어려워지는 거죠.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영어를 배운다고 치면 그건 제가 정말 열심히 하면 늘잖아요. 그런데 연기는 어려운 게 연습과 꼭 비례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죠.
다른 배우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본인은 원래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준비해서 연기를 하는 스타일인데, 어느 날 선배 배우가 “대본을 대충 보고 와봐”라고 조언했대요.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정말로 더 좋아졌다는 거예요.
공감해요. 준비를 너무 하고 연습을 많이 하면 그 안에 갇힐 때가 있죠. <기상청 사람들> 때 (박)민영 언니도 그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대본을 지금 하는 것의 70%만 보고 나머지 30%는 현장에서 만들어보라고요. 그 말이 그때 저한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맞는 말이었죠. 그런데 또 눈을 돌려보면 연기를 정말 잘하는 선배님들 중에도 대본이 완전히 ‘깜지’가 될 때까지 분석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연기라는 분야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정답이 없으니까.
미술과 비슷한 것 같다고 자주 느껴요. 왜 미술 작품도 어떤 게 더 뛰어나다는 단일 기준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엄청난 노력을 들여 디테일이 뛰어난 그림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맥락에 따라서 선 하나를 그어놓는 것도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연기나 그림이나 백지에서 시작해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죠. 그래서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어렵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거겠지만요.
유라 씨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는 사람이지만, 또 어려운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군요.
그러네요.(웃음) 그래도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연기는 함께하잖아요. 그림은 혼자 그리지만 연기는 다른 배우들, 감독님, 조명, 음향, 정말 많은 사람이 다 함께 만들어가는 거라 어렵기도 하고, 또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작품 촬영하는 동안 저 정말로 행복했거든요. 지금 이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약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형상
  • STYLIST 이경진
  • HAIR 이혜영
  • MAKEUP 수이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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