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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미식 '인앤아웃' 지형도 업데이트 로데오 편

누가 뭐라고 해도 강남으로 진출하는 것은 커다란 일이다. 마찬가지로 강남에서 나가는 것도 큰일이다. 밖에서 안으로 진출했거나 안에서 밖으로 확장한 업장들을 3개의 권역별로 모았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11.28
강남에서도 남쪽은 비즈니스 타운이다. 강남역을 향해 달리다보면, 강에서 멀어질수록 건물들이 높아진다. 밤 늦은 시간이면 한 손에 슈트 재킷을 든 사람들이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곳이 바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하는 ‘강남역 강남’이다. 소위 ‘영동’이라 말하는 신사, 압구정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영동도 대중 미식으로 따지자면 두 지역으로 나뉜다. 성수대교 남단에서 이어지는 언주로가 영동의 두 지역을 관통하며 그 양쪽 거리의 분위기를 확연하게 가른다. 편의상 도산대로를 낀 압구정 로데오 권역과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하는 가로수길 권역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대체 뭐가 어떻게 다른지 좀 더 확연하게 느껴보려면 사장님의 입장이 되어보면 쉽다. 만약 우리가 객단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재료는 완전 파인하지만 분위기는 파인다이닝은 아닌 ‘비스트로 와인바’를 꿈꾸고 있는 다이닝 스타트업이라면 어디가 정답일까? 도산공원을 품고 있는 로데오 권역이 정답에 더 근접하지 않을까? 어쩐지 인근에 잔뜩 있는 하이엔드 스시집이나, 프리미엄 한우 코스를 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2차로 찾아와 잔뜩 돈을 쓸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한편 요새 부쩍 늘고 있는 아메리칸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머리가 깨질 듯 시원한 맥주를 팔고 싶다면? 가로수길이 제격일 것이다. 또 만약 한우 등심 하나만 오랫동안 파고든 제대로 된 고기박사라면, 혹은 을지로 노포의 2대째인데 분점 낼 곳을 찾고 있다면 선릉역 근처가 정답일 것이다. 3개의 권역으로 나뉜 이 지도에는 최근 다른 지역에 본점을 두고 강남으로 진출했거나, 이 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장한 식당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들을 선별해 담았다. 전수조사는 아니지만 당신의 미식 탐험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보보식당

광주에 있던 보보식당이 서울로 옮겨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광주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너무 기뻤다. 화교 집안 출신의 장보원 셰프가 가업을 이어 낸 모던 차이니스 퀴진 보보식당으로 광주의 성수동 격인 동명로 일대에서 떨친 명성이 어마어마하다. 광주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보보식당 때문에 다시 광주에 가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로데오로 옮긴 보보식당은 모던함을 더욱 갈았다. 아일랜드 키친을 중심으로 정방형으로 둘러싼 카운터 형식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소수의 4인석 테이블도 배치되어 있지만, 저녁이면 거의 언제나 만석. 테이블의 대부분은 약속이나 한 듯 시그너처 메뉴인 동파육을 스팀 번에 싸 먹고 있다. 단골의 꿀팁이 있다면 잔칼질로 아름답게 손질한 ‘자바라 큐리’(자바라처럼 늘어나는 오이 손질법) 모양의 오이샐러드를 번 사이에 동파육과 함께 껴서 먹으면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74길 30 로빈명품관 1층 103호
 

압구정 진주

스타일리스트에서 외식업체 대표로 변신한 이진규가 압구정에 낸 웨이팅 삼겹살집 압구정 진주. 이 업체는 진출이냐 확장이냐를 고르기가 미묘하다. 이 대표가 을지로보석에서 외식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강남 진출로 볼 수도 있지만, 이후 압구정 진주 브랜드로 한남 직영점을 냈다는 걸 생각하면 확장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지금은 을지로보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더욱 그렇다. 압구정 진주는 미나리로 터졌다. 삼겹살의 단짝이 상추도 깻잎도 아닌 미나리라는 사실은 알 만한 미식가들은 다 알던 비밀. 미나리 제철만 되면 수많은 미식 아저씨들이 등산을 핑계 삼아 미나리 삼겹살집으로 달려갔던 이유다. 압구정 진주에서 돼지기름을 적당히 머금은 솥뚜껑 불판에 구워먹는 제철 미나리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로46길 5-10 B동 101호
 

런던 베이글 뮤지엄

누군가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브랜드인 줄 알지만, ‘런베뮤’는 사실 안국역의 터줏대감인 스콘 맛집 겸 커피 로스터리 ‘카페 레이어드’와 고정 팬층이 두터운 연남동의 ‘카페 하이웨이스트’를 성공시킨 팀레이어드의 역작이다. 안국역 계동 소금집 바로 앞에 가게를 내고 엄청난 웨이팅 인파몰이에 성공한 런베뮤는 제주, 잠실 그리고 마침내 도산에 깃발을 꽂았다. 모든 런베뮤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간을 투자해 그 맛을 보시길. 맛을 보면 완전 납득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8길 33 1, 2층
 

영동포차나

올해 초 툭툭누들타이와 소이연남으로 연남동 일대를 넘어 전국에 타이 푸드 붐을 일으킨 ‘타이이펙트’가 영동에 또 다른 거점을 튼다는 소식이 빛의 속도로 번졌더랬다. 그것도 강남의 노포타운이라 할 만한 한성칼국수 골목 2층에 영동포차나라는 이름의 타이 음식점 겸 와인바를 연다는 소문에, 완벽한 위치 선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적당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아낸 소힘줄과 녹두당면을 곁들여 무친 ‘얌운센느아’, 우럭튀김에 사과 샐러드가 올라간 최애 메뉴 ‘우럭 쁠라텃남쁠라’ 등등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한 건 와인 셀러다. 와인 리스트에는 적혀 있지 않은 만나보기 힘든 주옥같은 와인들이 셀러 안에 가득하니 음식을 고르고 바로 셀러로 달려가보자.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14 나동 2층 208호
 

면서울

언젠가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게 ‘여간해선 놀랄 것 같지 않은 당신을 최근에 가장 놀라게 한 디시’를 물었을 때, 복수의 사람들이 꼽은 식당이 바로 서교동의 윤서울이었고, 이유석 셰프가 극찬했던 메뉴가 생들기름면이었다. 당시에 윤서울을 다녀 온 모든 사람이 하던 말이 ‘생들기름면 좀 양껏 먹고 싶다’는 얘기였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달까. 하여튼 그런 염원이 모여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윤서울이 자리를 옮기며 낸 면 전문 업장이 바로 면서울 by 윤서울이다. 자가 제면한 통밀면에 태안 자염으로 간을 하고 볶지 않은 생들깨를 짜낸 생들기름에 무친 윤서울의 ‘생들기름면’이 면서울의 시그너처가 되었다. 면의 질감과 소금의 단출한 간 그리고 최상급 생들기름의 완벽한 향이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805 1층
 

펄쉘

서익훈 대표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오이스터 바인 펄쉘을 기점으로, 오이스터 그릴에 중점을 둔 더즌 오이스터 브랜드를 성수와 한남에까지 출점하며 ‘오이스터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기 시작한 입지전적의 인물. 성생식을 하는 2배체 굴보다 통통하고 크며, 산란기가 없어 패독을 품지 않은 3배체 굴을 유통하며, 1년 365일 굴먹기 운동에 압장서고 있다. 그러나 그가 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문을 닫은 두레국수 바로 옆에 있는 한식 해단물 주점 ‘수족관’ 역시 그가 경영하는 업장이다. 강남으로 진출하는 업체는 많지만 강남을 기점으로 타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부티크 프랜차이즈가 많지는 않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사례.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55길 45 1층

Credit

  • EDITOR 박세회
  • ILLUSTRATOR MYCDAYS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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