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스티브 배넌과 이 시점에 나눈 인터뷰
스티브 배넌의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가 다시 한번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도 있을까? 우리는 미국의 미래를, 혹은 인류의 미래를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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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사실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거기엔 의문의 여지가 없죠.” 스티브 배넌이 선언하듯 말한다. 내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을 잇는다. “물론 저는 당신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당신이 내게 동의하도록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요. 주류 미디어가 동의하든 말든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아요.”
우리는 폭넓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0년 대선부터 코로나19(배넌의 시각에 따르면 “그건 100% 생물 무기다. 의문의 여지도 없다”), 코비드 백신(배넌은 “천만 년이 지나도 나는 그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며 나에게 백신을 맞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말없이 나의 백신 접종 인증서 파일을 찾아 보여주고, 그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라면 절대…”라고 말하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배넌이 끊임없이 반유대주의 정서가 숨겨진 발언을 하는 것(이건 나의 판단이고, 물론 배넌은 자신의 말들을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가 가장 열광적으로 이야기한 주제 중 하나는 요즘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 대한 것이었다. “혹은 잘못된 정보겠죠”라고 내가 말했다. “넓은 범위의 정보입니다.” 그가 맞받아쳤다. “한 사람의 잘못된 정보는 다른 누군가의 성배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잘못된 정보=누군가의 성배’라는 무시무시한 등식으로 느껴졌다) 아무튼 그는 이미 다른 주제로 넘어간 후다. 7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투손 근교에 있는 그의 집 뒤편에 앉아 있었다. 그의 휴대폰이 울려 잠깐 대화가 끊겼다. 배넌이 어떤 식으로 ‘여보세요’를 말하는 사람인지 여기에 기록한다. “젠장, 넌 시계를 못 보냐? 지금 1시야!” 전화를 건 사람은 트럼프 정권 내내 백악관에서 경제 이슈를 담당했던 피터 나바로다. 나바로는 배넌의 TV 쇼이자 팟캐스트인 <워 룸>의 사전 녹화 에피소드에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배넌은 나바로가 경제 정책에 대한 론 드산티스(플로리다 주지사)의 새 연설을 찢어발기길 기대했다. 배넌의 격앙은 곧 풀어졌지만, 여전히 큰 목소리로 대화를 끌고 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통화가 끝나자 배넌은 곧 대화의 흐름을 되찾았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길 원하느냐고 묻자 그는 마치 용맹한 전사의 선언 같은 답변을 돌려줬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매일 거울을 보며 ‘난 최선을 다할 거야’ ‘난 멈추지 않을 거야’ 하며 다짐해야 하죠. 남들은 좋을 대로 생각하라고 해요. 제가 주류 언론과 좌파로부터도 미움을 받지만, 공화당 기득권층이 오히려 나를 더 미워하고 멸시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미워하고 증오해도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역사가 심판할 거예요. 시간이 흐르면 역사는 아주 다른 판단을 내린다는 걸 기억해봐요. 지금 영웅 대접 받는 사람들 중엔 형편없는 놈으로 치부되던 이들도 있잖아요. 오펜하이머를 봐요.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는 거예요. 그러니 나는 그저 할 일을 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소신을 지켜야 하는 거죠. 제 눈에는 결과가 보여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미국 정치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지 제 눈에는 선명하죠. 우리는 올라가고 있어요. 더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 역사가 당신의 생각이 전부 틀렸다고 판단한다면? “그건 불가능할 겁니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3시간 이상 이어졌다. 아주 중요한 대화 같으면서도 아무 의미가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당신이 과학과 기상학, 에너지 흐름의 변화, 기회와 숫자, 일어날 법하지 않은 사건의 무작위한 작용, 신의 존재 또는 부재, 신의 개입 성향, 운명과 상징과 전조, 우연의 일치에 대해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와 저녁에 나눈 대화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대화의 실제 내용은 이렇다.
배넌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하루는 오후 8시쯤, 폭발음 같은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나는 우린 집이 터진 줄 알았어요. 심지어 해군함을 탈 때도 그렇게 직접 타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요.” 배넌 집 정문 바로 앞, 들어오는 곳 바로 왼쪽에(그리고 <워 룸>의 임시 애리조나 스튜디오 바로 위에) 키 12m 정도의 대추야자나무가 서 있었다고 한다. 벼락이 그 나무의 집 지붕 정도 높이 부분을 때린 것이다. 그가 나와봤을 때 불꽃은 잎이 무성한 위쪽과 나무 둥치 아래쪽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저 아름다운 야자나무가 통째로 횃불처럼 불이 붙었죠. 불이 비처럼 쏟아졌어요.” 배넌의 묘사다.

스티브 배넌이 하는 모든 말과 그가 상징하는 모든 것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의 문제는, 그게 정확히 배넌이 원하는 반응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들이 내가 악마라고 말하길 바라요. 그들이 내가 빌어먹을 마귀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거든요. 난 그저 이기고 싶을 뿐이에요.”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딜레마가 더 핵심적인 질문을 가리는 방해 요소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스티브 배넌이라는 인물은 정말로 우리보다 몇 수 위 수준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며 그의 모호한 떠벌림은 더 장대한 마스터플랜을 위해 계산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떠들기 좋아하는 무뢰한이고, 모든 것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사람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마도 가장 무서운 경우일 듯한데) 점점 분열되고 진실이 갈리는 현대사회에서 둘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사라져버린 걸까?
배넌의 과거를 보면 상반된 증거들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은 2016년 8월 당시 엉망진창이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총괄을 맡게 된, 머리가 부스스하고 타협을 모르는 선동가로 처음 이 사람을 알게 되었다. 트럼프가 그해 11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배넌을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앉히자, <타임>은 악명 높았던 커버스토리에서 배넌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사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타임>은 그가 ‘위대한 조작가’라고 했고, 트럼프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6개월 후 배넌은 사라졌다. 그 정황에 대해서는 아직도 견해가 나뉜다. 이후 그는 계속 두 갈래의 중간 정도 거리에서 맴돌았다. 한 렌즈를 통해 보면 그는 급진적 우파의 위대한 사상가, 프로파간다 전문가, 전략가이며 ‘미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정리하기 전에 일단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 되돌려 놓는다’는 글로벌 어젠다를 대놓고 (동시에 은밀하게) 지휘하는 사람이다. 다른 렌즈를 통해 보면,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끝없이 힘겨운 싸움을 치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에게는 사람들이 자신을 꼭 전자의 갈래로 봐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 중 어느 쪽이건 간에, 그는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워 룸>은 보통 일주일에 22시간을 생방송으로 송출한다. 미국이 벼랑 끝에 서 있다고 가차 없이 말하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숨겨져 있는 진실을 깨닫고 조직을 이뤄 저항해야 한다는, 그 내용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가 들어도 섬뜩해할 비전을 전파한다. 외부인이 듣기에는 진실 같지도 않고, 팩트라며 쏟아내는 근거들은 아무리 좋게 들으려 해도 낯선 이야기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유독할 정도로 부정확하다. 외부 사람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그들만의 언어가 존재하는 세계다. 이 거꾸로 된 세계의 메시지와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도록 우선 몇 가지 단어들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더 키블러 엘브스(The Keebler Elves) : 배넌이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하는 후보들을 뭉뚱그려 경멸 섞어 부를 때 쓰는 호칭으로, 본래 성적 취향과 연관된 다소 모욕적인 은어로 쓰이는 표현이다.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배넌은 공화당 경선이 무의미한 경쟁이라고 주장하며, 불필요한 갈라치기이고 방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보기에 결과는 이미 피할 수가 없는데 경선은 자원의 낭비다.
바이든 범죄 가족(The Biden crime family) : 헌터 바이든(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이 국제 비즈니스계에서 맺은 관계들이 거대하고 계산된 부패와 범죄일 뿐 아니라, 민주당과 사법 기득권 세력이 이를 체계적으로 덮었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이외의 가족들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거나 연루되어 있고 많은 돈을 받았다는 주장.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외국 세력들과 협상을 할 때 타협을 많이 했다는 것이 이 세계의 신념이다.
유다 펜스(Judas Pence) :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것은 이 세계의 또 다른 확고한 신념이다. 이렇게 믿는 이들에게 그 뒤에 일어난 모든 일은 진실을 위한 단호한 싸움의 일부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2020년 투표 확정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2021년 1월 6일 그들은 이 싸움에서 배신당했다는 것이다.
법률 전쟁(Lawfare) : 한발 더 나아간 신념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로 한 모든 법적 소송은 그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날조된 것이며, 사법기관은 민주당 기득권 세력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법률 수단을 사용한 전쟁 행위나 다름없다며 법률 전쟁이라 부른다.
단일정당(Uniparty) : 배넌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관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도 경멸과 증오를 표출한다. 그가 보기에 두 정당은 현재 상황에서 공동의 이익을 너무나 많이 누리고 있어, 배넌이 보기에 꼭 필요한 급진적 변화들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족속이다. 사실상 그림자 속에서 하나의 통합된 정당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배넌은 작가 고어 비달도 비슷한 내용이 포함된 글을 쓴 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멍청한 사람들을 위한 TV(TV for stupid people) : 배넌은 자신이 증오하는 폭스 뉴스를 가리켜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는 폭스 뉴스가 “보수 운동 안에서 은밀히 퍼져가는 암”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의 일치는 없다(No coincidences) : 배넌의 워싱턴 스튜디오에 있는 간판 ‘음모론은 없지만, 우연의 일치도 없다. -스티븐 K. 배넌’을 언급하며 자주 들먹이는 문구다. 완전히 음모론적 사고 같아 보이는 그의 주장들이 편리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뒷문을 제공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낙원 같은 곳(The sunlit uplands) : 배넌이 자주 내뱉는 말인데, 여기 제시된 다른 용어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때에 별다른 설명을 곁들이지는 않는다. 그가 부추기는, ‘꼭 필요하다’는 혼란이 지나고 나면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다다르게 될 행복한 곳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1940년에 윈스턴 처칠이 히틀러와 맞서 싸우는 영국인들을 독려하기 위해 썼던 유명한 연설에서 가져온 말이다.
<워 룸>에서는 이런 언어를 쓴다. 하지만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부드러운 단어도 많이 사용한다. “지금 트럼프의 상태는 최상입니다.” 배넌이 오늘 오전에 <워 룸> 시청자에게 한 말이다. “저는 알 수 있어요. 2016년부터 대통령과 일하는 명예와 특권을 누린 저는 그를 만나서 사적으로 볼 때 지금의 트럼프가 우리가 가졌던 그 어느 때의 트럼프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죠. 지금의 그는 정확하고, 집중력이 있고, 열정이 있어요. 동시에 가차 없으며, 임무와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요.”
그와 나는 다시 애리조나의 집 뒤편 파티오에 앉아 이야기를 더 나눴다. 우리 뒤에서는 야외 분수가 보글거리고, 벌새들이 날아다녔다. 도마뱀들이 땅 위를 잽싸게 기어갔다. 머리 위로 매 한 마리도 날아갔다. “매가 있으면 쥐들이 얼씬 못 해요. 신이 매들을 축복하시기를.” 배넌은 팟캐스트에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내가 기부자들, 다른 모든 시청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려줄게요. 당신은 요점을 놓치고 있어요. 당신은 트럼프를 증오하는 사람일 수 있어요. 그래도 트럼프는 당신의 대통령이 될 겁니다. 트럼프가 살아 숨 쉬는 한, 그들은 트럼프 아닌 그 누구에게도 투표하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그들이 내가 악마라고 말하길 바라요. 그들이 내가 빌어먹을 마귀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거든요. 난 그저 이기고 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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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같은 사람과 담화하고 글을 쓰는 데는 특별한 어려움이 따른다. 작년 <애틀랜틱>지의 제니퍼 시니어는 배넌이 “미국 민주주의의 입에 불을 붙인 폭탄을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길고 설득력 있는, 포렌식 분석에 가까운 기사를 썼다. 시니어는 배넌의 “엄청난 수준의 헛소리”와 “명백한 과대망상증”을 지적하며 <워 룸>은 “거대한 똥물의 강”이라고 표현했다. 기사에서 취재한 배넌의 옛 동료들은 하나같이 배넌이 “사기꾼”이며 “암적인 존재”라고 지목했다. “돈과 유명세를 얻고 싶어 어쩌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편승한 인물”이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으며, 무섭고 불안한 사람”이라고 했다. 심지어 “우리는 그의 사악함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다”며, 그가 히틀러에 비교되어도 마땅한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기사는 배넌이 세계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까지 담아내며 그의 시각을 존중했지만, 그 기사를 읽은 이들은 분명 충격적인 폭로 기사로 받아들였을 터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전부 그랬던 건 아니었다. 배넌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게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기사였죠.” 그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기란 힘들다. 배넌은 자신을 향한 명백한 공격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격을 즐기고 거기서 힘을 얻는 듯하다. CNN의 제이크 태퍼는 배넌이 속한 이 세계에 대해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이런 거대한 거짓말을 공유할까요? MAGA 미디어입니다. (…) 나는 이 사람들 중 양심을 가진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왜 이 문장들을 이렇게 잘 외우고 있을까? <워 룸>의 모든 에피소드의 서두에 나오는 몽타주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 몽타주에 이어 최근 24시간 안의 매체 보도에서 편집한 짧은 내용들이 나온다. 배넌-트럼프 세계에서 일어난 최신 사건과 트렌드에 대한 주류 매체 보도 내용을 자기들 입맛에 맞춰 모은 것이다. 내가 듣기엔 제법 효과적인 것 같았다. 보통 이런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무시하거나 회피하기 마련이지만, 배넌은 이를 받아들이고 활용한다. 마치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추천사로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8월에는 우파의 사기와 같은 거짓 논리를 낱낱이 분석하는 MSNBC의 토크쇼 진행자인 조 스카보로와 미카 브르제진스키의 대화 일부를 넣었다. “그들은 이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정말 알고 있어요. 이게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 거죠. 그들은 자기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 그들은 절대 그냥 ‘그(트럼프)가 핵에 대한 기밀을 훔친 건 잘못된 일이고,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트럼프)가 대선을 뒤집으려고 했던 건 잘못된 일이다’ 같은 것을 말하지 않을 거예요.” 그 음성이 나오는 동안 화면에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밝은 표정의 배넌이 등장한다. “대단해요. 그들은 지금 완전히 자제력을 잃었어요.” 영악한 전략이든 허풍이든 아무튼 배넌의 접근 방식은 이렇다. 우리 말에 동의하면 우리는 성공할 것이다. 우리를 공격하거나 조롱하거나 경멸하거나 비하하면, 우리는 더욱 잘나갈 것이다.
백악관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가 배넌에게 연락을 했다. 2003년에 배넌은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열린 모리스의 교묘한(그리고 오스카도 수상한) 다큐멘터리 <전쟁의 안개> 상영 첫날에 참석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물러날 때 미국 전 국방장관인 로버트 맥나마라가 했던 역할을 파헤친 다큐멘터리였다. 배넌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제가 언젠가는 꼭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동기 중 하나였어요(배넌이 초기에 시도했던 다양한 커리어 중 하나는 시청자를 우익으로 개종시키려는 야심 찬 다큐멘터리 제작자였다. 그의 그런 초창기 시절을 두고 눈부신 여러 학문을 거친 끊임없는 선지자적 여정이었다고도 하고, 맞는 말만 하는 사람이 연달아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라고도 한다). 비선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에 감탄을 금치 못했죠. 게다가 맥나마라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잖아요.” 후에 배넌은 모리스가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을 다룬 2023년작 <언노운 노운>도 보았다. “럼스펠드에게 재앙 같았어요. 사람들이 럼스펠드에 대해 생각한 걸 다 까발렸으니까요. 그가 맥나마라처럼 얼마나 확신에 가득 찬 인물인지를 보여줬죠. 저는 럼스펠드가 그 다큐멘터리 때문에 곤란해질 것 같았어요.” 배넌의 기억에 따르면 모리스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배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배넌의 답은 이랬다. “내 말을 들어봐요. 로버트 맥나마라와 럼스펠드는 세계 역사 속 인물들이에요. 난 그저 작은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얼간이일 뿐이고요.”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을 맡기 전까지 배넌은 우파 웹사이트인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운영했다. “그리고 백악관에 몇 달 있었을 뿐이고요. 영화를 만들 거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에롤은 ‘그건 내가 판단하게 해줘요’라고 하더군요.”
이 영화의 탄생에 대한 배넌의 회상 중 제일 이상한 점은, 3부작의 세 번째 주인공이 되어 모리스가 놀라운 솜씨로 그려낸 맥나마라와 럼스펠드의 초상 옆자리에 자리한다는 것을 그가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 <아메리칸 다르마>의 중추는 모리스가 배넌을 15시간 정도 인터뷰한 것을 편집한 영상이다. 모리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궁극적인 이유는 스티브 배넌에게, 혹은 스티브 배넌의 악한 성격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어려운 캐릭터,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캐릭터에 흥미를 느낀다. 내가 보기에 배넌은 그런 흥미의 범주에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었는지가 너무나 명확했다. “<아메리칸 다르마>는 일종의 경고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쯤이면 영화에 대한 배넌의 반응도 그리 충격적이지 않게 느껴질 테다. “환상적이었어요. 럼스펠드와 맥나마라에 대한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이 어떻게 우리를 패배로 이끌었는지 이해하게 되고,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티븐 K. 배넌은 자신이 어떤 일을 초래하도록 거들었는지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100% 진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걸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평론가가 <아메리칸 다르마>가 배넌에 동조하고 있다는 식으로 반응했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분열과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를 다룬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점점 더 비관용적이 되어가는 걸 보여주는 전조 현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모리스는 영화 홍보를 위해 한 인터뷰에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그는 “배넌의 사디즘”과 “사악할 정도의 파괴성” “헛소리로 친 연막”과 “진정한 심술궂음의 세계”를 이야기했다. 모리스는 배넌이 “얼간이가 아니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개자식이며, 그 누구도 그에게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가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 중 하나”일 거라는 말도 했다. 배넌은 내게 그의 마지막 두 표현은 칭찬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배넌은 자신이 언제나 충직했다고 주장한다. 2021년 1월 6일 이후 대부분의 사람은 트럼프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떨어져 나갔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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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친 다음 날, 배넌은 집 바깥에 서서 피해 상황을 살폈다. 주위에는 나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알아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 지난 밤 6분 만에 소방차가 달려와 불을 껐지만, 나무둥치의 위쪽 절반은 시커멓고 타다 남은 잉걸이 땅 위에 널려 있었다. 이 나무는 죽었고 제거해야 한다고 하자 배넌은 똑같은 높이의 다른 나무를 그 자리에 대신 심을 수 있는지 물었다. “조금 더 작은 것도 괜찮아요?” 남성이 제안했다. 배넌은 그 말에 약간 실망했다. 남성은 시간이 지나면 새 나무도 더 자랄 거라고 했다. “오케이. 하지만 저 정도 높이가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내가 그렇게 오래 있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는 다시 집 뒤의 파티오에 앉았다. 오늘 최고 기온은 39℃까지 치솟을 예정이지만, 배넌은 평소처럼 티셔츠 위에 칼라 달린 셔츠 두 장을 껴입고 있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눴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와 트럼프의 동맹 관계가 약간 복잡해 보이는 때도 있었다. 배넌은 백악관에서 보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거기서 해야 했던 일에 자신이 딱 들어맞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인정한다. “제가 고집이 너무 세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만약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나와 의견이 같다면, 저는 당신이 제 파트너가 되어주길 원해요.” 백악관을 떠난 직후에도 그는 트럼프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배넌이 TV 프로그램 <60 미니츠>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인터뷰를 한 유명한 사건 후 트럼프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배넌의 말에 따르면 그때도 “아주 긍정적”이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진 것이 분명해 보인 시기는 몇 달 뒤인 2018년 1월, 트럼프 집권 초기에 대한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가 나왔을 때였다. 배넌이 이 책의 주요 정보원인 듯했는데, 트럼프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그의 시각은 늘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책이 나오자 트럼프는 배넌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해고당했을 때 그는 직업뿐 아니라 정신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트윗도 올렸다. “엉성한 스티브 배넌. 자신의 해고당했을 때 울면서 자리를 지키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제 엉성한 스티브는 거의 모든 이에게 개처럼 버려졌다. 정말 딱하다!”
내가 ‘해고당했을 때 울면서’라는 대목을 언급하자 배넌은 ‘아주 멋진 대사’라고 말한다. “멋진 대사예요. 나는 형이 있어서, 사람들이 말을 어떻게 하는지 알죠. 만약 오늘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표현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는 그게 상당한 과장이었다고 말할 거예요.” 그래서 진짜로 울었을까? “아뇨, 세상에. 아니에요. 난 사임했어요. 해고된 게 아니라 사임했죠.”
배넌은 자신이 언제나 충직했다고 주장한다. 2021년 1월 6일 이후 대부분의 사람은 트럼프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떨어져 나갔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조언한 사람들이 많았죠. ‘이제 모두 끝났고, 넌 똑똑한 사람이니 이 상황을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려고 노력해보라’고요. 나는 이렇게 말했죠. ‘그건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다. 당신은 그냥 항복하고 있다. 나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게 덤벼보라, 나는 고집 센 아일랜드 놈이다(배넌은 자신의 아이리시 혈통을 회복력, 성급함, 완고함의 맥락으로 자주 들먹인다). 난 이렇게 타고났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버티면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갈 거란 걸 나는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내 면전에서 웃어 제꼈죠.”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해지며 그 웃음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리고 트럼프와의 지금 관계에 대해 배넌은 이렇게 묘사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꽤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쇼에서 일어나는 일, 영상, 여론조사 결과, 유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런 설명과 배넌이 <워 룸>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트럼프와 개인적으로 얼마나 친밀한지 내비치는 행태를 고려해볼 때,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트럼프와 배넌이 얼마나 이상하고 색다른 사람인지에 대한 증거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한다면 그 관계의 성격, 심지어 그 둘 사이 관계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23년 4월 28일, 배넌은 팜비치의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워 룸> 생방송을 촬영했다. 새로 출간되는 허영심 가득한 커피 테이블 북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들>을 홍보하기 위한 특별 에피소드였다. 방송은 배넌과 출판인 세르지오 고르의 대화로 시작했다. 15분 정도 지난 뒤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트럼프가 등장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배넌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가 미소를 짓기 시작했죠. ‘나의 스티브!’” 배넌이 회상한다. 광고가 나왔고, 방송이 다시 시작됐을 때 트럼프는 인터뷰이 자리에 앉아 배넌의 질문에 답했다. 대수로울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배넌의 말에 따르면, 배넌이 거의 6년 전인 2017년 8월에 백악관을 떠난 이래 그와 트럼프가 직접 만난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날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배넌이 들려줬다. 트럼프는 배넌에게 저녁 식사를 하고 가라고 했고, 배넌은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트럼프가 계속 권했다. 식사 자리에는 멜라니아도 합석했다. 트럼프는 두 사람을 다시 한번 소개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스티브, 멜라니아야’라고 했어요. 나는 ‘영부인, 다시 뵈어 정말 기쁩니다. 오랫동안 못 뵈었군요’라고 답했고요. 그녀는 ‘난 언제나 당신이 좋았어요, 스티브’라고 했죠. ‘알고 있어요, 멜라니아. 당신과 나는 똑같은 사람들을 싫어하니까요.’ 그녀는 내 말에 웃었어요.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요.” 아마도 배넌이 회피해갈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멜라니아와 배넌의 그 ‘공통의 적’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완전히 회피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저레드(트럼프의 사위인 저레드 쿠슈너)와 이방카(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그리고 그 밖의 몇몇 인물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나요?”
저녁 식사 중에는 모두가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었고, 식탁에서 트럼프가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자기가 선곡을 하면 멜라니아가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 배넌이 덧붙인다. 7월 19일에 뉴저지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의 골프 클럽에서 영화 <자유의 소리> 상영회 전에 배넌과 트럼프는 다시 만났다. 배넌은 사전에 트럼프와 20분 정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저레드 쿠슈너와도 긴 대화를 나눴는데, 화해의 대화였다고 한다.

하루는 집 바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스티브 배넌이 커리어 초기에 경험했던 다양한 일들은 기록이 잘 남아 있음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구석이 많다. 그중 하나는 현재 우리가 있는 곳에서 3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나온다. 바이오스피어 2는 1991년에 완성되었다. 자급자족하는 독립된 생태계로,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두고 사람들이 들어가 연구하며 안에서 생존을 유지하는 프로젝트였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괴상한 미래주의 실험 같은 이 프로젝트는 당시 미디어의 큰 주목을 받았고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1993년에 운영의 일부를 합리화하기 위해 투자 은행가가 투입되었다. 그것이 스티브 배넌으로, 자신의 남동생 크리스가 포함된 팀과 함께 2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꾸려나갔다.
크리스는 아직도 이 일에 발을 담그고 있고, 오늘은 나까지 세 명이 함께 바이오스피어 2로 향하는 중이었다. 스티브가 안경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운전은 크리스가 맡았다. 앞자리에 앉은 그들은 어릴 때 살던 리치몬드의 집에서 침실을 함께 쓴 이야기를 하고, 정말 좋아해서 자주 보러 갔던 로컬 밴드 ‘스틸 밀’을 추억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프롬에서 연주했죠.” 배넌이 말한다. 스틸 밀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음반사와 계약하기 전에 하던 밴드였다. (앞뒤가 맞는 말이다. 스프링스틴은 자서전 <본 투 런>에서 리치몬드가 스틸 밀의 두 번째 고향이 되었고, 팬층이 생겼으며, 심지어 ‘학교 행사에 섭외되기도 했다’고 썼다. ‘우리가 한 푼이라도 벌 수 있는 두 곳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리고 배넌의 이야기는 다른 길로 새어, 1973년에 그레이트풀 데드의 공연을 봤다거나, 뉴 라이더스 오브 더 퍼플 세이지를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로 흐른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우리는 스티브 배넌이 1990년대에 2년 동안 거주했던 랜치 하우스부터 찾아갔다. 배넌은 그 안에 에어컨이 없었다고 했다. 연구 시설이자 관광지인 바이오스피어는 이제 애리조나대학교가 운영한다. 그는 바이오스피어 2를 둘러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배넌에게 마이클 울프의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화염과 분노)>(2018), <포위>(2019), <너무 유명한>(2021), 그리고 <산사태)>(2021)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하고 싶었다. 울프는 스티브 배넌의 행적을 아주 잘 기록한 사람이지만, 사실 지금 배넌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주목하기를 바라는 인물은 아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화는 시작부터 알쏭달쏭했다. 배넌에게 울프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 묻자 그는 “백악관을 떠나고 나서? 기억이 안 나네요” 하며 대충 대답했다. 내가 그전부터 울프는 당신 주변에 있었다고 밀어붙이자, 배넌은 이번에 아주 구체적인 날짜를 말했다. 울프와 켈리앤 콘웨이가 트럼프 정권의 첫 100일간에 대해 무대에서 인터뷰했던 2017년 4월 12일이라고 한다. 당황스럽지만, 일단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울프가 배넌과의 교류를 요약 기록한 내용을 읽어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우리는 트럼프 타워, 백악관, 그가 지내던 캐피톨 힐의 미니멀한 거처, 뉴욕에 있을 때 선호했던 럭셔리 스위트, 함께 유럽으로 떠난 출장길, 그리니치 빌리지의 내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수백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배넌은 그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한테는 수백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전처들도 있어요(배넌은 세 번 결혼했다. 장녀 모린은 <워 룸>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며, 요즘 배넌은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나는 내 기운을 다른 방향으로 쏟고 있어요. 나는 곧 일흔이 돼요. 내가 어딘가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거죠.” 그런 점에서, 그가 했던 한 마디가 나는 잊히지 않는다. 그는 자기 회사를 운영하며 채용 면접을 직접 보던 때에도 두 번째나 세 번째 질문으로 꼭 개인 생활에 대한 것을 던졌다고 한다. 대답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60초 이상 대답하는 사람은 뽑지 않았다고 한다.
배넌이 울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하기에, 나는 관련 있는 대목을 그에게 읊어줬다. 2023년의 배넌이 울프가 배넌의 입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말들을 확인해줄 것 같아서는 아니었다. 그가 지금 맡은 역할이나 트럼프와의 관계가 어떻게 울프의 책을 뛰어넘는지(혹은 뛰어넘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포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배넌은 당신이 트럼프의 역겨운 캐릭터, 지적 부족함, 확연한 정신 건강 이슈를 넘길 수 있다면 트럼프가 거친 공격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실세들은 그를 백악관에서 밀어내려 했다. 당시에 트럼프가 하던 일들은 바로 그가 당선된 이유였다. 그런 것들을 하라고 뽑아준 것이었다. ‘트럼피즘’은 사실상 기능하고 있었다.”
“들어본 적 없어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건 난센스라는 걸 깨닫기 때문이겠죠. 울프가 책을 팔려고 지어낸 것뿐이에요. 지금 매체에, 공화당에, 그 어디에라도 트럼프를 좋아하든 증오하든, 내가 트럼프의 최측근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나요?” 배넌의 답이다. 배넌이 “트럼프와 그의 가족의 멍청함, 탐욕, 무능력, 부패에 대해 극도로 흥미로운 독백을 늘어놓았다”고 울프가 2021년에 요약한 내용을 내가 읽어주자, 배넌은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면 “왜 트럼프와 내가 지금 가까운 사이겠는가?” 하며 항의했다. 정말이지 궁금한 부분이다.
가장 노골적인 비난은 최근에 나온 책들에 등장하지만, 트럼프가 ‘엉성한 스티브’라며 반발한 책은 <화염과 분노>였으니, 트럼프가 내용을 좀 아는 책은 아마 그것일 것이다. 그 책의 한 대목도 배넌에게 읽어주었다. 내게는 이게 유독 중요하게 느껴졌는데, 트럼프의 능력에 대한 내용 때문이 아니라(여기에 대해서는 세상에서 별도의 논의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자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을지 궁금해서였다. “스티브 배넌은 뮐러 수사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33.3%라고 생각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대통령이 무능력할 경우 내각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조항)로 위협해 트럼프가 물러날 가능성이 33.3%라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빌빌거릴 가능성도 33.3%로 봤다. 어찌 됐든, 재선은 분명 불가능할 것이고 도전조차 못 할 수도 있었다. 배넌은 브라이트바트 엠버시에서 ‘그는 못 해낼 것이다,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대목에 대한 배넌의 대답은 이랬다. “아뇨. 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어요.”
내가 찾아낸, 배넌이 했다는 이와 비슷한 어조의 다른 말들을 언급해봤다. <60 미니츠> 프로듀서 아이라 로센이 자기가 쓴 책을 홍보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배넌이 자신에게 트럼프가 초기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 때문에 트럼프가 수정헌법 25조에 의해 백악관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넌은 로센의 말을 듣고 “난센스입니다” 하고 반응했다. “완전히 난센스예요. 나는 <60 미니츠> 인터뷰 때 말고는 로센과 대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배넌은 <60 미니츠> 인터뷰 당시 뭐든 답하겠다고 동의했는데, 만약 프로듀서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왜 인터뷰에서 묻지 않았겠느냐고도 주장했다. “난 절대로 그런 의견을 낸 적이 없어요. 그런 말을 입에 올린 기억도 전혀 없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얼마나 예리한지 보세요. 그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누구도 의문을 제기한 기억이 없어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들이 나돌아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묻었다. “그건 상관없어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요. 트럼프는 그게 헛소리라는 걸 알죠. 난 그가 책을 썼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어요? 누군가 책을 팔기로 하고, 배넌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거죠. 그래서 내가 그걸 하나하나 다 추적해야 한다면… 내가 반유대주의자, 백인 민족주의자라는 걸 기억하세요.” 일단은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는 내가 더 확인해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현재에 맞게 기억 속의 과거를 정말로 새로 썼을까? 진심으로 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
배넌이 트럼프에 대해 어떤 말을 했든 안 했든 간에, 그가 트럼프나 트럼프의 사상과 가까워서 법적인 문제가 일었던 건 사실이다. 배넌은 2021년 1월 6일(의사당 폭동)에 일어난 사건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는 그 며칠 전에 워싱턴의 호텔에서 열린 전략 논의에 참여했고, 1월 6일 오전과 저녁에 트럼프와 이야기했다. 하지만 배넌은 그 이상은 자세히 밝히길 거부한다. 추상적 원칙, 다른 사람들의 말과의 모순,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든 배넌은 1월 6일 사건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의 증언 영장에 불복했다. 그래서 국회 모욕죄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고, 4개월 징역형을 받은 후 항소 중이다.
그가 겪고 있는 법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8월, 배넌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사적으로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비용을 조달하려고 설립한 비영리단체 ‘위빌드더월’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네 사람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다. 당시 배넌이 재선을 위해 무진 애를 쓰던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했는지는 모르지만, 전혀 도움을 얻지 못했다. 배넌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트럼프는 “나는 그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냥 과시를 위해 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넌은 당시 트럼프의 반응을 다른 사람들의 탓으로 돌린다. “저레드가 트럼프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저레드가 사건의 진상을 알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굉장히 힘을 실어주고 있어요.”
배넌의 공동 피고인 세 명은 지금 감옥에 있다. 배넌은? 트럼프 임기 마지막 날에 사면되었다.
배넌에게 어떻게 사면받았는지 묻었다. “나는 모르겠어요. 그냥 트럼프가 그렇게 했죠.” 그는 딱 잘라 말했다. 당신이 얻으려 한 것 아니겠는가. “아뇨, 절대 아닙니다.” 정말? “절대 제가 나선 적이 없어요.” 그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자기가 위반한 것’을 사면받으려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면되어 분명히 기뻤을 텐데? “물론. 당연하죠.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인 거죠.” 왜 그랬던 것 같나? “제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그랬을 겁니다.”
이게 벌써 다 지난 일인 건 아니다. 2022년 9월 배넌은 동일한 사건으로 주의 기소를 받았다. 주 기소는 대통령 사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무죄로 밝혀지리라 의심하지 않아요. 나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눈앞에 있는 4개월 형에 대해서도 절대 복역하지 않을 거라 “100% 자신한다”고 말한다. 이런 법적 문제들이 전부 성가시고 사소한 서류 작업의 오류이며 적절한 시기에 다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게 얼마나 영리한 전략적 사고이며 냉철한 분석인지, 혹은 얼마나 근거 없는 자기 신념인지, 그냥 허풍인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
배넌이 예전에 트럼프에 대해 했다는 말들을 널리 알린 사람들의 모든 주장을 부인하며 한 말들을 생각했다. 지나고 나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내가 더 확인해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현재에 맞게 기억 속의 과거를 정말로 새로 썼을까? 진심으로 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자기가 손에 쥐고 있는 패와는 무관하게, 내 질문들에 이렇게 대답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한 것뿐일까?
이유야 어쨌든, 그가 한 말 중에서 확인이 가능한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째로 마이클 울프. 배넌은 울프와 처음 만난 게 트럼프 취임 후 100일 뒤인 2017년 4월이라고 했다. 이 말과 상충되는 자세한 내용이 울프의 책들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나는 더 명확히 알아보기 위해 울프와도 이야기했다. 울프는 2016년 초에 올랜도 공항에서 배넌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브라이트바트 뉴스를 운영하고 있던 배넌이 울프를 알아보고 먼저 다가왔다. 그해 여름, 배넌이 트럼프 캠페인을 맡은 직후, 그는 울프를 트럼프 타워에 초대했다. “그해 가을에 그를 서너 번 봤던 것 같아요.” 울프는 배넌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 계속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저는 그를 좋아했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면 엄청나게 즐거운 사람이거든요. 정말 개방적이고 다가가기 쉬운 사람이었죠. 취재원으로서도, 동석하는 사람으로서도 훌륭했어요.” 두 사람이 몇 년 동안 수백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는 주장을 배넌이 부인했다고 울프에게 말하자 그는 “음, 다 녹음되어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낮다고 폄하한 말, 힘을 잃었다는 말을 배넌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확언했다. “물론 여러 번 들었어요. 어쩌면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모르겠어요. 그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그는 다른 시각을 이용해 돈을 벌게 되었어요. 자기 돈줄이 어디 있는지 알죠. 그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그는 트럼프 변절자였고 명민한 사람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아첨꾼들이었고요.”
그리고 배넌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고 “<60 미니츠> 인터뷰에서 이야기해 본게 전부”라고 주장했던 <60 미니츠> 프로듀서 아이라 로센도 있다. 나는 그의 책 <똑딱거리는 시계: ‘60 미니츠’의 이면>을 샀다. 배넌이 한 말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로센은 2011년에 워싱턴의 내부자 거래에 대한 <60 미니츠> 에피소드를 준비하며 배넌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배넌이 주기적으로 뉴욕에 올 때마다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로센이 폭스 뉴스 설립자인 로저 에일스와 관련한 가십을 훑을 때 배넌이 “워싱턴 스왬프(미국 정계의 기득권층)를 다루라고 권했다”고 썼다. 로센은 책에서 둘 사이의 교류와 대화를 자세히 기록했고, 자신이 배넌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1000통이 넘는다고 언급했다.
브래넌이 로센에게 트럼프가 치매일 수 있다고 했다는 건? 이게 <60 미니츠> 인터뷰에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은 인터뷰 이후 몇 주, 몇 달 뒤의 대화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개인적으로 내게 트럼프를 비판할 때의 어조는 달랐다. 그는 트럼프가 초기 치매를 앓고 있고, 수정헌법 25조에 의해 밀려날 가능성이 실제로 크다고 믿었다. 내각이 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할 정신적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경우다. 배넌은 이 주장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배넌은 대통령이 주의 지속 시간이 없고, 글을 읽지 않고, 이젠 듣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 말을 계속 반복하고, 어떨 때는 몇 분 전에 한 이야기를 다시 한다고도 했다.” 책에서 로센은 <뉴욕 타임스>에 실린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칼럼의 일부를 배넌에게 보낸 일을 기록했다. 최근 트럼프를 만난 상원의원들이 “대통령이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횡설수설해 초기 알츠하이머 증세는 아닌가 생각한 의원들도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배넌은 문자를 보내 “당신이 수정헌법 25조 기사를 내야 해요. (…) 그나저나 형제, 난 당신을 절대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로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애리조나를 떠난 뒤, 배넌은 가끔 내게 문자를 보냈지만 정부 셧다운의 가능성이 보였을 때는 유독 빈도가 높아졌다.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지독하게 지저분할 겁니다.” 그의 문자를 보고 그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나는 그가 얼마나 많이 앞으로의 사건들을 보도할지, 그가 사건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얼마나 맡을지 짐작하기 힘들었다(사건이 미처 일어나기 전에 그가 그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분명한 듯하다).
셧다운 데드라인을 며칠 앞둔 9월 말, 나는 워싱턴에 배넌을 만나러 갔다. 그는 그 주 초에 애리조나에서 돌아왔다. 불탄 야자나무는 결국 없애버렸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를 더 작은 나무로 대체하는 것은 거부했다. 똑같은 크기를 원했다. 그는 그 대목에서 꽤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비유를 들었다. 자신은 언제나 세계 무역센터를 원래 자리에 짓되, 1피트 더 높게 지어야 한다고 단호히 주장해왔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야자나무를 원해요.”
국회의사당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브라이트바트 엠버시에 왔다(배넌은 <워 룸> 스튜디오를 여기저기 두고 있지만, 여기가 가장 중요한 곳이다). 늘 그렇듯 그는 개인적으로는 상냥하다. 그가 하는 많은 말과 의견과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대조를 이룬다. ‘이게 전부 가식이다’ ‘그가 나를 조종하려 하는 것이다’ 하고 치부하면 편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너무 쉬운 해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스티브 배넌의 온갖 모습을 모아놓은 게 어떤 존재이든 간에, 난 종종 사려 깊고, 상냥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다른 의견에 마음을 열어두는 이러한 면 역시 그의 진짜 모습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대화는 어색할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다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나는 애리조나에서 그가 한 많은 말, 부인한 과거 발언을 다시 입에 올렸다. 이후 내가 알게 된 사실과 맞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대해. 그는 마이클 울프와의 교류에 대해 백악관에 있을 때 처음 만났다는 주장을 반복했다가, 내가 계속 밀어붙이자 그 전해 가을에 울프가 ‘할리우드 리포터’ 기사를 쓸 때 만난 적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하지만 울프가 했던 주장과 발언, 배넌이 말했다고 인용한 것들 중 상당수에 대해서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당신은 지금 스스로의 판단에 이르렀어요.” 배넌은 결국 이렇게 선언했다. “당신은 글을 쓰는 사람이죠. 당신이 고민해야 할 힘든 문제가 아니에요. 두 사람의 의견이 아주 다른 것뿐이에요.” 그건 나도 알지만, 둘 중 한 명은 인용문과 기록된 내용을 갖고 있다. 나로서는 모른 척하기가 아주 힘든 부분이다. “그러면 당신은 그게 사실이라고, 내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호도했다고 써요. 난 개의치 않아요.” 오케이.
“지금은 그리 중요한 순간이 아니에요.” 그의 말은 이런 뜻이 아닌가 싶다. 당신 같은 사람들은 늘 제일 중요한 것이 진실이라는 낡은 생각에 너무 신경 쓰고 있다. 물론 진실도 쓸모가 있지만, 큰 그림을 보면, 특히 상황이 아주 급박할 때면 진실은 분별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우선순위 목록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가는 법이다.
아이라 로센 이야기로 넘어가, 배넌에게 당신은 예전에 내게 로센과 이야기를 나눈 게 <60 미니츠> 인터뷰 때뿐이었다고 내게 말했다고 하자 그는 즉시 “그렇다”며 예전 주장을 반복했다. 나는 로센의 책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했다. 그는 “그가 자기 책에서 뭐라고 하든 나는 관심없다”고 대꾸했다. 그래도 나는 캐물었다. 그와 계속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것에 동의하나? “기억나지 않아요. 그가 문자를 받았대요?” 그렇다. 1000통 넘게 받았다고 했다. “문자 내용이 책에 나와요?” 일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아이라 로센과 지속적으로 연락한 기억이 없다는 말입니다.”
배넌은 여기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정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부인할 수 있는 것은 부인하고, 그게 통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반대 주장을 하는 누군가를 거짓말쟁이라고 하기보다는 ‘과연 이게 기억하지 못할 일인가’ 싶은 일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버렸다. 그 결과 괴상한 새로운 가능성들이 또 생겨났다. 배넌에게 내가 로센의 이름을 처음 꺼낸 건 애리조나에서 수정헌법 25조에 대한 로센의 인용을 읽어줄 때였다고 말하자, 배넌은 예와 같은 자신감을 되찾고(반박의 근거를 찾았다!) 그게 사실이었다면 <60 미니츠> 인터뷰에서 질문이 나왔을 거라고 항의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인터뷰 후의 일이었다고 지적하자 그는 방어 수위를 조정했다. “내가 그때 트럼프의 상태에 대한 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는 갑자기 트럼프 세계에서 너무나 멀어져 전 상사에 대해 그런 판단을 내릴 수단이 없었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트럼프와 몇 년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요. 말도 안 되죠.” 그건 그가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준 전반적 인상, 나아가 <60 미니츠> 인터뷰 후 트럼프가 홍콩에서 전화를 걸었다는 그의 이야기와 상충된다. 그보다 더 자주 이야기했다고 발언한 공식 기록도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가 2018년 1월 16일에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수사하며 배넌을 심문했을 때, 그는 백악관을 떠난 이후 트럼프와 몇 번이나 이야기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열 번 이상인가” 추궁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배넌에게 로센이 이 기록을 다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알려주고, 배넌이 수정헌법 25조에 대해 직접 보낸 문자를 읽어줬다. “오케이. 그러면 당신은 아마도…”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요. 아이라 로센과 그런 관계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에 없어요.”
그리고 몇 분 뒤 배넌은 다른 전략을 시도했다. “당신은 이 두 사람과 같은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대통령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건 ‘예 아니오’로 답해주길 바라는 질문이에요.” 난 그런 적이 없다고 동의했다. “그래요. 좋아요.” 그는 자신의 요점이 증명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가 그간 신중하지 않은 생각을 사람들과 많이 공유했지만, 어쩌면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걸 배운 게 진짜 교훈이 아닐지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당신이 기사를 써야 하는 대로 쓰세요. 우린 동의하지 않는 지점이 있을 뿐이에요. 나는 내가 아주 솔직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 인터뷰에 어떤 종류의 제한을 두고 시작했던가요? 당신은 당신이 쓰고 싶은 대로 기사를 쓰겠죠. 당신이 보는 스티브 배넌에 대해서요. 그건 당신의 관점이에요. 난 개의치 않아요. 당신에게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건 무의미한 일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 보는 대로 써야 하죠.” 나는 ‘무의미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 운동이나 그에 대한 내 충직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걸 모두 알기 때문이죠. 믿을 수 있는 기록을 보면, 누가 트럼프라는 인간, 트럼프라는 정치인, 트럼프 운동을 위해 헌신했는지는 너무나 명백해요. 반박할 수 없는 팩트죠. 몇 명이 ‘어이, 쟤가 이런 말, 저런 말을 했는데?’ 하고 의혹을 제기한다고요? 괜찮아요. 나는 동의하지 않아요. 난 기억나지 않아요. 내게는 마이클 울프나 특히 아이라 로센과 오랜 관계를 유지했다는 기억이 없어요. 하지만 내가 이룬 것들, 우리가 지금 이루고 있는 것을 함께 놓고 생각할 때, 역사 속 내 자리에 대해 안심이 되는 거죠. 기분이 상당히 좋아요.”
그는 마치 이 모든 것이 잘못 새어 나간 말들과 부주의한 험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말했다(배넌은 수사적 도구로 가짜 이분법을 즐겨 이용한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진실일 수 있고, 어쩌면 둘 다 진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몇 주 전에 이런 질문을 한 이유, 즉 이런 의혹들이 트럼프와의 관계에 미친 영향을 다시 이야기해보려 시도했다. ‘트럼프가 출판된 모든 책을 다 알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이라고 운을 떼자마자 배넌이 끼어들었다.
“아, 그는 알고 있습니다. 믿어도 돼요. 출판된 모든 것은 트럼프가 여러 번 읽었거든요.”
우리는 트럼프 같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시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트럼프가 배넌 같은 사람을 다시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만, 어떤 종류의 낙인이 찍혀 영원히 진정한 신뢰를 얻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배넌의 답에 적잖이 놀랐다. “그럴 수도 있겠죠. 시간이 말해줄 겁니다.” 애리조나에서도, 워싱턴에서도, 배넌은 내가 트럼프와 이야기를 나눠보길 원하는 듯했다. <에스콰이어 US>는 트럼프에게 배넌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지를 여럿 보냈지만 답은 받지 못했다.
“우리 대 그들이에요. 그들은 우리를, 우리는 그들을 증오하죠. 한쪽이 이겨야 해요. 보기 좋지는 않을 거예요. 엉망진창이 될 겁니다.”
★★★★★★
지금까지 나는 몇 달 동안 매일 <워 룸>을 시청했다.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었고, 일상적인 환경에서 접했다면 분명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을 생각들에 내가 점점 무감각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공정하고 강력한 양당 지지의 일부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이민, 우크라이나 전쟁, 연방정부 재무 한계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팩트랍시고 제시된 내용들과 결론을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사실 실재하는 진퇴양난의 문제들이다.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사람들도 반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끔은 미친 음모론으로 그득한 난센스를 보이기도 했다(예를 들면 백신 문제). 마우이의 화재나 이스라엘 전쟁 등 온갖 재앙을 기회주의적으로 고르는 것은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역겨운 행동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이 역시 음모론을 통해 정부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듯했다. 배넌의 방송은 너무 악의적이고 복수심에 불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더럽혀진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었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슬쩍 가려져 있긴 해도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숨은 맥락도 있었다. 아동 인신매매가 논의될 때 큐아넌 음모론 스타일로 ‘민주당과 할리우드 기득권 아동성애자들로 구성된 광범위한 연합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말을 흘리는 것이다. 그들의 말, 그리고 ‘네가 똑똑하고 잘 보고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알 거야’라는 암시 모두 역겹다.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가끔 내 반응에 나 자신이 놀랄 때가 있다. 9월 중순의 어느 수요일., 배넌은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대해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경솔하고 무모한 비난을 마구 쏟아냈다. 사용한 언어 자체가 선을 넘는다. “그는 순수하게 사악한 사람입니다. (…) 우리가 그를 투옥하면 그는 자신의 사악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죠.” 배넌은 독선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화났는지도 모른 채 화내는 것 같았다. 배넌의 관점에서는 갈런드와 의견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고, 갈런드의 모든 결정이 선의에 따른 것인지 의문을 표할 수도 있다. 갈런드에게 아무런 단점이 없는지는 나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 공격은 너무도 불쾌하고,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규모와 확신이 지나치다. 배넌의 말처럼 역사가 입증해준다. 역사가 배넌의 시각을 지지해줄 수도 있겠지만, 내 모든 본능은 ‘이게 사실이라고 생각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건 정치적 입장과도 무관하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라면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측 입장을 방어하기 위한 싸움이라 해도 도를 넘어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위다.
워싱턴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배넌이 나를 떠본 적이 있다. “당신은 내가 이걸 믿는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워 룸> 스튜디오에 앉아 주장하는 내용을 가리킨 질문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 방금 당신이 던진 질문을 많이 생각해봤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메릭 갈런드에 대한 비판에는 충격받았다고도 말했다. “나는 메릭 갈런드가 사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당신에게 충격을 줬나요?” 그렇다, 정말 충격이었다. 당신이 틀렸다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역겹다고 생각한다. “오케이. 오케이.” 당신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실을 안다고 해도 그런 생각을 할 만한 특권을 갖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말해요?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팩트가 다 알려져 있어요. 이 사람은 3년째 재판에 회부되지도 않고 있어요. 1월 6일 일에 대해 그가 한 일은 순수한 악이에요. 순수한 악.” 그건 사악하지 않다. 그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이었고, 법이 천천히 그 일을 다루고 있다. “그건 법이 아닙니다. 테러리즘 혐의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법인가요?” 그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갈런드는 자기 일을 하려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악하다고?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 나라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어요. 그들은 우리가 사악하다고 생각하죠. 어젯밤에 봤어요! 그들은 우리가 남부 연합군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MSNBC에 나왔어요. 그들은 우리가 순수한 악이라고 생각하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고, 내부의 테러리스트라고, 반란군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그들의 생각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사악하다고 생각하고요. 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 겁니다.”
그건 비극이다. “그게 왜 비극이에요?” 그런 표현을 쓴다면 내가 보기엔 양쪽 모두 틀린 것 같다(‘상대편’에 대한 배넌의 극단적인 묘사가 정확하다는 전제하에 한 말이다). “오케이. 당신은 가운데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당신은 끼어들어서 양측을 가늠해도 돼요. 당신은 착한 사람이고, 양쪽 다 틀렸다고 생각하죠. 마치 전도서 같네요. 지금은 당신의 때가 아니에요.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 지금은 당신의 때가 아니라고요. 지금은 우리 대 그들이에요. 그들은 우리를, 우리는 그들을 증오하죠. 한쪽이 이겨야 해요. 보기 좋지는 않을 거예요. 엉망진창이 될 겁니다.”
★★★★★★
내가 워싱턴에 다녀온 직후, 배넌은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그렇지만 다가오고 있는 9월 말 셧다운은 처음에는 그에게 다소 수치스러운 일로 보였다. 그는 무질서한 셧다운을 선호하는 듯했고, 최소한 MAGA 측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길 바라는 것 같았다. <워 룸>에는 맷 가에츠 하원의원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배넌은 그 전략 구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셧다운 당일 오후 케빈 매카시 하원의회 의장이 민주당과 마지막 순간에 협상을 이뤄냈다. 그날 배넌이 문자를 보내는 템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빨라졌지만, 그 이후 연락이 끊겼고, 나는 그가 속상해하고 있나 보다 짐작했다. 가에츠는 매카시가 이런 짓을 하면 매카시 사임을 요구할 거라고 계속해서 말했고, 배넌도 큰 소리로 동조해왔다. 이제 가에츠는 한발 물러서서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계속 밀어붙여야 하지만, 그의 허풍은 먹히지 않았고 이제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할 테다. 하드코어 MAGA 공화당원들이 이 최종 결과에 충격을 받든, 매카시의 생존을 허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든 간에, 가에츠는 극단적 이탈자로 고립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동 중이었기에 둘 중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투표 결과를 즉시 알지는 못했다. 6분 뒤에 배넌이 보낸 두 단어의 문자를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뭐랬어요.” 매카시는 축출되었고, 의회는 혼란에 빠졌고, 상황은 배넌의 방식대로 흘러갔다. 그 주가 끝날 때쯤 배넌은 <뉴욕 타임스> 표지에 다시 등장했다. 촬영 중 모습으로, 왼손 집게손가락을 들고 무언가를 강조한 모습이었다.
그 뒤로도 롤러코스터는 계속됐다. 배넌이 반대한 후보, 배넌이 지지한 후보 모두 고꾸라졌다. 2주 후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 이 혼돈이 어떻게 정리될 거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혹은 이 혼돈이 이렇게 이어지는 게 괜찮은 걸까? 그는 즉시 답했다. “혼돈은 우리의 친구죠.” 물론 이건 작은 분란에 지나지 않는다. 소소한 난리법석이다. MAGA에 우호적인 마이크 존슨이 하원의회 의장이 됐을 때, 나는 그게 배넌에게는 큰 승리라기보다 작은 동요에 이어진 결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난리, 진짜 혼돈, 정말 엄청난 파열이 일어난다면, 스티브 배넌의 뜻이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그건 이 정도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그걸 바라고 있다.
Credit
- WRITER CHRIS HEATH
- PHOTOGRAPHER MARK PETERSON/REDUX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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