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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슬리먼이 꿈 꾼 청춘이라는 영원

프로필 by ESQUIRE 2024.01.19
 
셀린느 옴므의 2024년 여름 컬렉션은 지난 7월 파리의 게테 리리크(La Gaite Lyrique)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쇼는 취소됐고 보여주지 못한 옷들이 남았다. 에디 슬리먼은 그때부터 파리와 모나코를 오가며 필름 촬영을 시작했다. 이번 컬렉션 필름을 만들며 그는 극적인 장면들을 떠올렸다. 몬테카를로 오페라 가르니에 무대에서 춤을 추는 댄서와 반짝이는 금빛 거울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모델들, 르 그랑 렉스(Le Grand Rex) 극장의 지붕 꼭대기에서 파리 시내를 조망하는 소년. 아름답고 불완전한 청춘의 단상이 모여 백일몽을 이루는 순간, 우아한 서정과 짙은 퇴폐, 부드러움과 강렬함, 낮과 밤 같은 상반된 이미지가 새로운 언어로 탄생했다. ‘Delusional Daydream’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컬렉션에 꼭 어울리는 그런 언어로.
청춘에 대한 끝없는 탐닉. 에디는 이번 컬렉션에도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청춘의 조각들을 조심스레 모아두었다. 그는 우선 2007년 자신이 큐레이션한 <Sweet Bird of Youth>를 복기했다. 2000년대 초 뉴욕 미술계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댄 콜렌(Dan Colen), 테렌스 고(Terence Koh), 네이트 로만(Nate Lowman) 등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했던 전시. 특히 그중에서도 마약과 섹스에 중독된 젊은이들을 담은 대시 스노(Dash Snow)의 아카이브가 조명되었다. 그의 작품인 <Man, Myth and Magic>은 셀린느의 트랙 재킷 위에서 형형하게 반짝이고, 타이트한 가죽 트러커 재킷과 벨벳 블루종, 슬리브리스 톱이 뒤따라 등장했다. 젊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스레 필름으로도 이어졌다. 메인 사운드트랙은 지금까지 일렉트로 클럽 신에서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는 LCD 사운드 시스템의 첫 번째 앨범에서 발굴했는데, ‘Losing My Edge’의 시니컬하게 읊조리는 가사와 리듬은 영상 전체를 강렬하게 관통한다. 금빛 거울로 만든 스테이지 위로 모델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순간과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라우리드스 자이델(Laurids Seidel)의 안무가 교차되는 장면은 반복적인 비트와 뒤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편 이번 컬렉션은 유스 컬처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클래식에 대한 헌사도 도드라진다. 쿠튀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섬세하게 제작된 뷔스티에와 새틴 리본은17세기 프랑스 궁정의 복식을 탐구한 흔적이며, 거대한 퍼프 소매의 아우터와 발로네 매듭으로 장식한 톱, 와이드한 새틴 커머번드도 고풍스러운 무드를 강조한다.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타이외르(Le Tailleur), 즉 테일러드 슈트는 전통적인 방식에 기반을 두고 제작했다. 오래된 베틀로 직조한 원단을 사용하는 식. 여기에 스키니한 블랙 타이를 매거나, 반짝이는 자수와 장식을 얹거나, 레더 팬츠를 매치하는 등 에디의 시그너처 터치를 더했다.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은 채 방만하게 걷는 셀린느 보이들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영상은 다시 르 그랑 렉스의 옥상으로 돌아온다. 소년은 로브의 반짝이가 하늘로 날아가 별이 되는 것을 바라본다. 그 꿈결 같은 장면을 보며 생각해본다. 에디에게 청춘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위태로워 보이는 소년들과 바짝 날 선 옷으로 가득 채운 에디의 꿈은 어째서 이토록 격렬하고 아름다운가. 무엇이 에디처럼 예민한 디자이너조차 끊임없이 청춘을 예찬하게 만드는가. 어쩌면 그 모든 답은 셀린느 남성 서머 24 - 딜루셔널 데이드림 컬렉션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Credit

  • EDITOR 이다은
  • PHOTO 셀린느 옴므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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