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승) 프린티드 코튼 셔츠, 울 쇼츠 모두 프라다. (정원) 울 재킷, 울 팬츠 모두 프라다. (니키) 프린지 장식 프린티드 코튼 셔츠, 울 쇼츠 모두 프라다. (제이) 모헤어 울 재킷, 울 팬츠 모두 프라다. (성훈) 코튼 재킷, 코튼 팬츠 모두 프라다. (선우) 프린지 장식 프린티드 코튼 셔츠, 모헤어 울 쇼츠 모두 프라다. (제이크) 코튼 재킷, 코튼 팬츠 모두 프라다.
전에 교외에서 인터뷰했던 때랑 비교해서 말씀하시는 거죠? 그게 저희 <DIMENSION : DILEMMA> 활동 시작하던 때니까, 맞아요. 그때만 해도 제가 낯을 굉장히 많이 가렸죠.(웃음) 지금은 제가 봐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 후로 월드투어를 두 번이나 한 영향이 컸던 것 같기도 하고요. 공연장에서도 그렇고 프로모션 때문에도 그렇고,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났거든요.
월드투어라는 게 기본적으로 세계를 순회하면서 연달아 콘서트를 하는 개념이잖아요. 실제로 해보면 콘서트와는 다른 느낌이 있나요?
사실은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공연하는 입장에서 보면 콘서트를 여러 번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죠. 몇 곡이 바뀌기도 하고, 도시에 따라서 관객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지만 결국 동일한 세트리스트를 반복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매 공연을 처음 하는 콘서트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여러 번 한 거지만 오신 분들은 대부분 처음 보는 것일 테니까요. 저희에게 익숙해졌다고 해서 이전 공연과 다음 공연에서 다른 느낌이 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어링 디테일 캐시미어 니트 폴로 스웨터, 5 포켓 데님 진, 펜더 더비 슈즈 모두 프라다.
‘FATE’ 투어의 폭발적 반응으로 추가 공연인 ‘FATE PLUS’가 결정됐잖아요. 부담되지는 않아요?
전혀요. 오히려 영광이죠. 기분 좋은 일이고, 솔직히 부담도 없어요. 저희가 이번 투어를 하면서 13개 도시에서 21번 공연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그간 저희가 쌓아온, 저희 것을 보여드리면 된다는 느낌입니다.
며칠 뒤에 생일이라고 들었어요. 한국에서 보내게 될 텐데, 세워둔 계획이 있어요?
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딱히 계획은 없어요. 10대 때는 제 생일에 대한 설렘 같은 게 있었는데요. 이젠 그런 게 생기지는 않더라고요. 더 중요한 게 많이 생겨서 그런지, 왜인지는 몰라도요. 저보다 팬분들이 저 대신 많이 기뻐해주시고 축하해주시니까 저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는 게 더 커진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저를 낳아주신 날이라는 의미도 크니까 마냥 즐기기보다는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날이라는 생각도 있고요.
성인이 된 지 이제 딱 1년이 된 셈이에요.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어떤 걸 느껴요?
작년은 엔하이픈이 정말 바쁘게 보낸 한 해였어요. 그래서 사실 제가 성인이 됐다든가 그런 걸 실감할 겨를이 거의 없었죠. 다른 해와 비교해봐도 작년은 공연이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컸으니까요. 그 안에서 우리가 공연을 하는 방식이나, 나름의 스타일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성인과 미성년자의 차이보다는,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되짚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입으로 하긴 좀 민망한 얘기지만요.
사람 자체도 좀 더 의젓해진 것 같은데요. 예전 인터뷰에서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있다고 했어요. 그간 실마리를 좀 찾았어요?
아직 찾지 못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데, 최근에는 운동을 가볍게 하고 있긴 해요. 맨몸 운동은 매일 하고, 유산소도 하고, 산책도 자주 하고요. 걷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혼자 곡을 써보고 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오, 곡을 쓰면서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군요. 받는 게 아니라.
받으면서 풀리죠.(웃음) 사실 최근에 프로듀서님 도움을 받아서 곡 하나를 완성했는데, 그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성취감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뿌듯해요. 어제도 곡을 쓰러 갔는데, 그게 잘 안 풀려서 오늘 일찍 끝나면 다시 한번 가보려고요.
뭔가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의 말이네요. ‘어제 하다 왔는데이거 끝나면 또 가보려고 한다.’
(웃음) 되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이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 기대나 목표 없이 계속 해보고 있어요. 일단 재미있으니까.
인터뷰하는 내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정원 씨는 열여섯 살 때 역대 최연소 리더로 데뷔해 지금껏 엔하이픈이라는 큰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아왔잖아요. 만약 지금 열여섯 살의 양정원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열여섯 살의 저한테요. 음…. (고민하다가) 저는 아무 얘기 안 해주고 싶을 것 같아요. 지금 돌아봐도 후회될 만한 게 딱히 없어서요.
맞아요. 괜히 더 낫게 한답시고 충고했다가 오히려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알고 있는 걸 좀 더 일찍 알게 된다면 더 좋은 것들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저는 뭔가를 더디게 깨우쳐가는 순간순간도 뭔가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더 빠르게 가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희승) 코튼 레인코트, 로고 탱크톱, 5 포켓 데님 진 모두 프라다. (제이크) 싱글브레스티드 코튼 재킷, 코튼 팬츠, 펜더 더비 슈즈 모두 프라다. (선우) 프린지 장식 프린티드 코튼 셔츠, 모헤어 울 쇼츠, 레이저 브러시드 로퍼 모두 프라다. (정원) 싱글 브레스티드 울 재킷, 울 팬츠 모두 프라다.
개인적으로 작년 엔하이픈의 활동을 재미있게 봤어요. 다크 판타지 느낌의 ‘Bite Me’도 새로웠고, 어두우면서도 유머러스한 뉘앙스가 있는 ‘Sweet Venom’도 재미있었고요.
감사합니다. 작년 활동들을 생각해보면 엔하이픈이 가진 색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다양하게 노력한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저희 색깔이 ‘이런 것’이라고 딱 정해진 건 없지만 대신 이런 음악을 할 때는 이런 느낌이 나고, 저런 음악을 했을 때는 저런 매력이 보이고, 그렇게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다양한 느낌을 보여드리는 과정에서 특정 요소들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고요.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Sweet Venom’을 준비할 때는 진짜 어려웠어요. 생소한 부분이 많았으니까요. 펑크를 기반으로 한 곡 자체도 쉽지 않았고, 레트로한 의상이나 안무도 그랬고요. 제가 평소에 다뤄본 적 없는 음악이다 보니 녹음을 할 때도 고민이 많이 됐죠. ‘이걸 어떻게 해야 더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곡이 가진 재미를 더 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얘기를 하는 표정은 좀 즐거워 보이는데요. 힘들었던 시기를 돌이켜보는 사람의 톤 같지가 않아요.
(웃음) 맞아요. 결국은 재미있었어요. 준비 과정 단계에서는 어려워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결과물도 좋았던 것 같고요.
그럼 엔하이픈이 선보였던 콘셉트 중에서 희승 씨가 가장 좋아했던 건 뭐예요?
‘Bite Me’요. 사실 그 곡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그전에 엔하이픈이 어두운 무드, 카리스마틱한 콘셉트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거기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이니까 완전히 다른 단계로 느껴졌거든요.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이 많이 됐는데, 마찬가지로 그런 고민들 때문에 제작 과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곡 자체가 정말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고요.
가창 측면에서 희승 씨가 재미있게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Bite Me’는 작년 서머소닉 같은 무대에서는 안무 없이 부르기도 했고, 유튜브에 어쿠스틱 버전 커버영상도 많은 곡이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콘셉추얼한 요소, 장르적인 요소가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고 중독적인 면이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갈래로 풀 수도 있고요.
(니키) 프린지 장식 프린티드 코튼 셔츠, 울 쇼츠, 삭스, 레이저 브러시드 로퍼 모두 프라다. (희승) 프린티드 코튼 셔츠, 울 쇼츠, 삭스, 레이저 브러시드 로퍼 모두 프라다.
희승 씨는 유튜브 채널 리무진 서비스에서 ‘Tamed-Dashed’를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해서 부르기도 했잖아요. 그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희승 씨가 엔하이픈의 대표곡들을 어쿠스틱으로 다 다시 불러봐도 좋을 것 같다고요.
아, 너무 하고 싶죠. 사실 제가 원했던 게 딱 이런 반응이었어요. 저희가 그간 발표한 곡들을 약간 다르게 불러보면 또 다르게 느끼실 분도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같은 곡에 새로운 접근을 하게 해주는 거죠. 사실 제가 뭔가를 좀 꼬아보는 편이거든요.(웃음) 한 번 완성했다고 끝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들을 꼬아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다양하게 확장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월드투어에서 그런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좀 있었을까요?
<DIMENSION : DILEMMA> 앨범의 수록곡인 ‘몰랐어’라는 노래를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해서 직접 치면서 불렀어요. 사실 그게 원래 프로그램에는 없었던 건데, 공연 일주일쯤 앞두고 회사에서 물어보더라고요. “희승 씨, 한번 해볼래요?” 하고. 저도 뭔가 하고 싶은 욕심이 늘 있긴 했는데, 사실 그게 그때부터 준비하기는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당장 악보도 없고, 그때만 해도 저는 반주를 하면서 노래를 불러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제 머릿속에서 지금 거의 영화의 한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공연 일주일 전에 우연히 노래를 부르게 됐고,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피아노 한 대 놓고 혼자 올라가야 하고….
(웃음) 맞아요. 그 그림이 딱 맞습니다. 저도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요. 막상 하니까 또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피아노 연주 같은 건 MR 싱크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던데, 실제로 치면서 부른 거였거든요.
그럼 ‘몰랐어’가 이번 월드투어에서 희승 씨 기억에 가장 크게 남은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음, 그것도 기억에 남긴 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그래도 ‘Polaroid Love’ 무대예요. 그 노래를 할 때 스테이지에서 내려가 팬분들과 직접 대면을 했거든요. 한 명 한 명 손을 잡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저희에게 쏟아주시는 사랑을 새삼 실감하는,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어요.
‘FATE’ 월드투어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추가로 ‘FATE PLUS’ 공연이 더 이어지게 되었잖아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요.
맞아요.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투어는 팬분들을 실제로 만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이고, 정말로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예요. 다 함께 모여 저희가 그간 활동해왔던, 그리고 하고 있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시고 함께 불러주시잖아요. 그건 아무리 여러 번 경험해도 짜릿한 일이에요.
(성훈) 싱글브레스티드 코튼 재킷 프라다. (제이) 싱글브레스티드 모헤어 울 재킷 프라다.
자체 브이로그 콘텐츠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멤버들을 깨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연의 일치지만, 오늘 인터뷰도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되었네요.
오늘은 저도 일어나기 바빴어요.(웃음) 음악 작업이 한창이라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작업실에 있었거든요. 요즘은 완전히 올빼미형 인간이에요.
‘FATE’ 투어로 지난 반년간 굉장히 바쁘게 보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음악 작업까지 하고 있었군요.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인데, 체감상으로는 굉장히 빨리 흘러간 반년이었어요. 투어 자체보다 투어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길게 느껴졌거든요. 콘서트에서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내고 연습하던 그 과정이요. 정작 무대에서의 시간은 꿈같이 흘러가서, 멤버들끼리 모여 6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죠.
무대가 점점 재미있어져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보는 분들도 같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매번 공연이 끝날 때마다 저희끼리 피드백 타임을 갖거든요. 최근 들어 저희가 무대를 이전보다 재미있게 끌어가고 있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어요. 정확한 시점을 꼽자면 아마 미니 5집 <ORANGE BLOOD> 때부터였을 거예요. 투어 중간에 미니 5집 활동을 병행했는데, 그때부터 체감이 될 정도로 그런 피드백이 많이 나왔거든요. 물론 스스로 느끼기도 했고요.
투어 중간에 앨범 활동을 했으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엔 걱정을 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첫 주를 조금 바쁘게 보냈을 뿐 보다 다양한 나라에서 앨범 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 오히려 재미있었죠. 기존 앨범 활동과 비교해보면 당연히 투어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멤버들과 서로 의지하며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나고 돌아보니 뿌듯하기도 하고요.
공연은 가면 갈수록, 하면 할수록 쉬워지는 영역의 일은 아니에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과제를 계속 수행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거든요. 그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기초체력을 다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요. 무대는 할 때마다 어렵지만, 무대에 서면 팬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있어요. 힘이 굉장히 많이 되죠.
플로럴 아플리케 장식 코튼 셔츠, 울 모헤어 쇼츠, 삭스, 레이저 브러시드 로퍼 모두 프라다.
지난번 <에스콰이어>와 만났을 때 테일러링에 꽂혀 있다고 했어요. 슈트를 엄청 찾아보고 있다고, 약간 ‘오타쿠’ 같은 기질이 있다고 했었죠. 지금도 그래요?
요즘은 향수에 빠져 있어요. 특히 ‘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향료를 쓴 향수를 찾아다니죠.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의 우드 향을 자주 쓰지만 가볍거나 화사하진 않아요. 바닐라 노트를 좋아해서 지금처럼 춥고 건조한 계절에는 바닐라에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섞인 향을 자주 써요.
오늘은 패스했어요.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웃음)
해외에 나가서 같이 쇼핑할 때면 종종 골라주곤 해요. 또 제가 향수 좋아하는 거 아니까 역으로 멤버들이 가끔 저에게 추천해주기도 했고요.
<I-LAND> 출연 당시 첫인상과 실제 성격이 가장 달라 반전이 있는 멤버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고요.
원래는 무뚝뚝한 성격이었어요. 표현도 거의 하지 않고 ‘단답형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연습생을 하면서 서서히 성격을 바꿔나갔어요. 그때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데, 제 말투가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거든요. 처음에는 제 마음을 드러내서 말하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오히려 그 점이 저의 특징으로 꼽힐 만큼요.
<ORANGE BLOOD> 타이틀곡인 ‘Sweet Venom’의 작사를 했어요. 어제도 작업 때문에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요. 앞으로도 계속 음악 작업을 할 거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거죠?
최근 들어 유독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제도 그랬고요.(웃음) 이제는 저희 멤버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앨범에 참여하고자 해요. 무대를 계속하다 보니까 퍼포먼스나 구성에서부터 음악까지, 여러 가지 고민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지, 또 저렇게 해보면 어떨지 싶은 생각들이죠. 앞으로도 저희가 무대에 서면서 느끼고, 또 배웠던 많은 것들을 활동에 녹여보려고 해요. 그 모든 활동이 엔진(엔하이픈 팬덤명)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고요.
인터넷에 제이크 씨를 검색하면 ‘완벽한 강아지상 미남’이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제가요?(웃음) 미남까지는 쑥스럽지만, 데뷔 초부터 엔진들이 강아지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저도 강아지를 좋아하고 또 반려견이 있다 보니 반가운 이야기였어요.
얼마 전 ‘FATE’ 투어를 마무리했고, 그사이 미니 5집 <ORANGE BLOOD>도 공개했어요. 바쁜 반년을 보냈겠어요.
바쁘긴 했지만 그만큼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어요. 전 세계 엔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또 중간에 앨범을 내면서 투어 지역이 아닌 나라의 엔진들에게도 저희의 근황을 전할 수 있어 뿌듯했어요. 저도 바쁜 스케줄을 보다 즐길 수 있게 됐고요. 저는 어디가 됐든 해외로 나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비행기 타는 것도 늘 신나고요. 데뷔 초에는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시간이 가버렸다면, 지금은 여유가 좀 생겨 매 순간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됐어요. 덕분에 바쁘고, 뿌듯하고, 신나는 6개월이었네요.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들었어요. 스스로도 ‘무모했다’고 표현할 만큼요.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하게 만든 계기가 뭐였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하는 걸 좋아했어요. 유년 시절엔 축구와 바이올린을 했는데, 모두 사람들 앞에서 저를 보여주는 일이잖아요. 물론 그때는 아이돌을 꿈꾸진 않았어요. K팝에 대해 전혀 몰랐거든요. 어느 날 엄마가 한국 가수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 올랐다는 뉴스를 보여줬죠. 진짜냐고 신기해하면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그게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이었어요. 정말 멋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무대와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관심만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잖아요? 데뷔 자체도 힘들고, 데뷔하고 난 후에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죠. 저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냥 재미있고, 잘 맞을 것 같고, 안 되더라도 좋은 경험은 남는다는 마음이었죠. 부모님도 제 의견을 지지해주셔서 도전해보기로 한 거예요.
코튼 베스트, 오버 사이즈 코튼 셔츠, 5 포켓 데님 진 모두 프라다.
<I-LAND> 출연을 위해 호주 글로벌 미션에 나갔죠. 500:1의 경쟁률을 뚫었는데, 연락을 받고 솔직히 ‘나는 될 놈이다’라는 생각을 했나요?(웃음)
경쟁률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고요, 연락은 정말 빨리 왔어요. ‘뭔가 내게 약간의 가능성이 있긴 한가 보다’ 정도의 생각은 솔직히 했어요.(웃음) 약간의 희망은 품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보다는 얼떨떨한 마음이 더 컸지만요. 데뷔에는 큰 기대를 품지 않았고 연습생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났어요. 특별한 경험이니까요.
감정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고 했는데, 작사를 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진 않나요?
꽤 어려워요. 저는 감정의 높낮이가 크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기쁠 때는 한없이 즐거워하고, 슬플 때는 울기도 해야 하는데 드러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노력하고 있어요. 있는 그대로 제 마음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 있죠. 한국어 공부도 할 겸 여러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도 읽으면서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인 시기예요.
엔하이픈이 <ORANGE BLOOD> 이후 대중성도 잡고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아유, 아직까지 커리어 하이는 절대 아니예요. 갈 길이 너무나 멉니다.(웃음)
‘FATE’의 가장 최근 공연이 필리핀에서 열렸어요. 뉴 클라크 시티 스타디움이라는 곳인데, 천장이 뚫려 있어서 폭죽도 터트릴 수 있고 좀 더 다양한 연출을 할 수가 있더라고요. 야외 공연장만의 그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목표라면 다음 월드투어는 ‘스타디움 투어’로 진행하는 거예요. 엔진들에게 더 재미있는 공연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스타디움은 아니지만, 돌아온 서울 공연을 앞두고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나요?
이번에 세트리스트가 조금 바뀌었어요. 보다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커요. 시작을 서울에서 했으니 한 바퀴 돌고 이제 다시 돌아온 느낌인데, 그 시간 동안 성장한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고요. 아시아와 미국을 돌면서 배운 게 정말 많고, 더 재미있게 공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무대 위에 서 있는 저희 7명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채우고 있는 모든 관객이 즐거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자 해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