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Part 1. 변요한이 지키고 싶어하는 '강력한 비밀'
막막한 대본 앞에서 몸부림치는 사람. 영화인들로 가득한 시상식장에서 패기만만한 발언을 이어가는 사람. 소년 시절의 수줍음을 간직한 사람. 유튜브 출연과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는 사람. “그게 다 저예요.” 변요한은 담담한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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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터뷰 촬영하실 때 멀리서 구경하는데, 계속 눈이 마주치더라고요.
저랑요? 그랬나요?(웃음)
네. 그래서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자리를 옮겼습니다. 최근에 어느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카메라 감독님과 계속 눈이 마주쳐서 재미있는 상황이 빚어졌잖아요.원래 스태프들과 눈을 자주 맞추는 편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요. 누군가가 제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느낌이 들면 그쪽으로 눈이 가는 건 당연한 부분인 것 같아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다는 느낌이 들면.
네. 그게 개인적인 호감이라기보다는, 버릇처럼 몸에 배어 있는 거죠. 현장에서 연기를 할 때는 잘 듣고, 잘 표현해야 하니까. 늘 그런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일상생활에까지 묻어나온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데. 그냥 기자님 수염이 멋있어서 봤나 봐요.
(웃음) 감사합니다. 곧 공개되는 디즈니+ 시리즈 <삼식이 삼촌>과 영화 <그녀가 죽었다> 관련 질문부터 드릴까 봐요. 두 작품이 공개일까지 완벽하게 겹쳤는데, 거기서 오는 부담이나 아쉬움은 없나요?
전혀요. 오히려 엄청나게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상극의 캐릭터를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으니 저는 좋은 거죠. 프로모션 측면에서 몸이 좀 고되지만 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 말씀하신 것처럼 공개일이 딱 겹쳤잖아요. 5월 15일. 제가 지금껏 주변에서도 그런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어요.
일단 <그녀가 죽었다>는 언론배급시사회부터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녀가 죽었다>를 선택한 이유가, 그해에 본 대본 중에 진짜 제일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직접 만나보니 감독님이 엄청난 비전을 갖고 있다고 느꼈고요. 첫 작품부터 호평을 받아서 정말 다행이고 좋지만, 만에 하나 이번 작품이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저는 감독님의 5년 뒤, 10년 뒤가 기대됐을 거예요.
한 인터뷰에서 “만약 이 영화가 망한다면 우리 때문이다. 감독은 너무나도 훌륭하다”고까지 하셨죠.
저는 (김세휘 감독을 보면서) ‘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와 이 사람 영화 만들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구나’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장치들을 쉽게 썼지?’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까?’ 하고요.
신인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이 든든할 것 같네요. 꾸준히 굵직한 작업을 해온 데뷔 14년 차 배우가 이렇게까지 지지를 보내준다니.
감독님 덕분에 저도 아주 독특한 지점이 많은, 자랑스러운 필모그래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 배우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죠. 변요한 배우의 필모를 보면 연기력으로 어떤 경지에 올랐다고 회자되는 베테랑 배우와 투 톱으로 붙는 작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우연일까요?
우연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고, 피하지 않은 부분도 있죠.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서. 베테랑을 봐야 베테랑이 되잖아요.
직접 맞닥뜨려야 배울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얘기군요.
네. 엄밀히 말하면 후배든 선배든 함께 연기를 하면 배우는 부분은 항상 있지만요. 저만 보더라도 이렇게 열심히 하다가도, 어느 순간 까먹고 있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러다가 이제 연기를 갓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비록 좀 서툴긴 해도 순수한 요소들이 너무 빛나는 거예요. 베테랑이신 선배님들께 배울 수 있는 건 좀 다른 부분이죠. 현장에서의 리더십, 통솔력,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연기의 특정한 지점들. 모두 인간이기에 공평하게 배울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리브리스 톱 아미. 팬츠 송지오 옴므.
요한 씨 필모에서의 또 다른 특이점이, 시대극을 많이 한 편이에요.
저는 정말 다 살아봤죠.(웃음) 고려시대부터 2024년도까지 다 해봤으니까요. 일단은 연기 측면에서 사극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렵기도 어렵고, 갖춰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 장르잖아요. 지금 피하면 계속 피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30대 때부터 일부러 시대극을 많이 찍었죠. 나중에 가리지 않고 다 할 수 있기 위해서요.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죠. ‘40대부터가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왔다’고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전히 그렇군요. 그건 말하자면 존경하는 배우들의 상에서 얻은 영감일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무조건 제 자신의 경우로만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도 있고 선배님들과 직접 만나면서 얻은 영감도 있지만, 사람은 다 다르잖아요.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그래프가 있죠. 저는 제 그래프를 봤을 때, 그리고 온도를 봤을 때 40대부터가 진짜라고 생각해요. 뭐랄까, 속된 말로 ‘공구리 친다’고 하죠.(웃음) 다행히 지금껏 작품들을 적당한 타이밍과 위치에 쌓아왔기 때문에, 이제 그 기반 위에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삼식이 삼촌>과 <그녀가 죽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촬영하게 될 작품들도요.
요한 씨의 말투에서 이런 ‘차가운 뜨거움’ 같은 게 느껴질 때마다 참 신기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너무 내성적이고 소심해서였다고 들었는데, 성격이 변한 걸까요?
변한 부분도 있겠죠. 그건 당연한 것 같고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내성적이고 소심한 저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뜨거운 피를 가진 저도 존재하고. 두 측면 모두 갖고 가면서 그냥 상황에 맞춰서 내놓는 거죠.
요한 씨에게 종잡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 때문일 수 있겠군요.
종잡을 수 없는 사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또 작품을 할 때는 그 세계관과 캐릭터에 맞게 살아가려고 하거든요. 적어도 촬영 현장에서만큼은 그렇죠. 저는 제가 누군지 알잖아요. 다 알 수는 없어도, 변하지 않는 제 중심은 정해져 있는 거죠. 그래서 연기를 할 때는 그 외의 부분을 그렇게 ‘종잡을 수 없음’과 ‘강력한 비밀’로 두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강력한 비밀’요?
저희가 오늘 처음 만났지만 지금 되게 재미있는, 좋은 인터뷰를 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기자님은 진짜 저를 모르죠. 저도 기자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요. 그 비밀을 지키는 게 오히려 더 좋은 부분을 만들어주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현장에서 다 드러내지 않고 그런 비밀을 어느 정도 지키고 싶어 하죠.

재킷, 팬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
Credit
- FASHION EDITOR 임일웅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목정욱
- STYLIST 박초롱
- HAIR 미소
- MAKEUP 지미
- ASSISTANT 박서현
- 신동주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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