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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소주의 명가 '니시 주조'가 위스키에 도전한 이유

고구마소주 ‘호우잔’으로 유명한 니시 주조의 대표 요이치로 니시가 자신의 첫 위스키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을 출시한 이유에 대해.

프로필 by 박세회 2024.08.01
고구마소주 ‘호우잔’으로 유명한 니시 주조에서 위스키를 만들었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20년 전부터 생각하고 계획한 일이에요. 맛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서 세계 여러 산지를 돌아다녔죠. 스코틀랜드에도 가보고, 내파 밸리의 와이너리에도 가봤고요. 당시에 저희 회사는 소주 면허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어떻게 하면 우리 소주를 더 맛있게 만들지에 대한 생각뿐이었어요. 피티한 향이 나는 것도 경험했고, 달콤한 과실의 향이 강점인 위스키도 경험했죠.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결국 위스키도 처음에는 화이트 스피릿이다’라고요. 위스키는 무색의 증류주인 상태로 오크 통에서 숙성하며 그 색을 입고 완성되죠. 소주도 엄밀하게 말하면 화이트 스피릿이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캐스크에 숙성시켜 색을 입히는 과정 자체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앞에 있는 병이 바로 이번에 니시 주조가 처음 출시한 위스키,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입니다. 확실히 부드럽고 달콤하고 우아한 스페이사이드의 느낌입니다.
부드러운 느낌이죠? 혀를 찌르듯 자극하는 ‘알코올의 맛’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둥근 형태,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것을 추구합니다. 저의 술은 이런 부드러운 술이고 싶습니다.
이 온타케라는 이름은 어디서 연유한 것인가요?
규슈의 최남단인 가고시마현은 사쓰마와 오스미라는 두 개의 반도가 긴코만(錦江湾)이라는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오스미반도 쪽에는 사쿠라지마라는 화산섬이 붙어 있고, 저희 증류소는 사쓰마반도 가고시마시에서 쭉 올라가 해발 400m가 되는 지점에 위치하죠.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에 찍힌 경관은 저희 증류소에서 사쿠라지마 화산섬 쪽을 바라본 것입니다. 이 화산섬에서 우뚝 솟은 가장 높은 산, 1년 365일 중에 420회나 분화하는 활화산의 이름이 바로 ‘온타케산’입니다.
가고시마는 일본 전역에서 봤을 땐 어떤 이미지의 고장인가요?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바로 그 유명한 ‘사쓰마번’이었던 고장입니다. 지금의 시대를 열어젖힌 곳이라는 시선이 강하고, 또 다른 유명한 것으론 ‘온천’이 있죠. 화산섬이다 보니 마을에 있는 모든 목욕탕이 거의 다 온천입니다.
니시 주조도 관광이 가능한가요?
저희도 이제 막 관광객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주조장에서 유통업자와 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중간 유통업주들이 소비자를 모시고 와서 견학한 적은 있습니다만,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된 적은 없었죠. 그런데 코로나 시기 때 ‘일반 소비자들이 증류소에서 견학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니시 주조의 술이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맞아요. 소주, 니혼슈, 위스키 그리고 뉴질랜드에는 와이너리도 있죠. 그 모든 영역에서 직접 우리 술의 팬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세계 주류 시장은 증류주가 강세냐 발효주가 강세냐, 와인이 강세냐 맥주가 강세냐 등등의 트렌드에 따라 출렁거리죠. 니시 주조는 어떤 파도가 쳐도 전체적으로는 크게 손해를 입지 않을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듯 보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만, 과정이 좀 있습니다. 처음 소주만 만들 때는 그저 맛있는 술에만 집중했는데, 나중에는 ‘테루아’라든지 ‘마리아주’라는 개념을 가진 술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소주는 음식 맛을 방해하지는 않지만, 어떤 음식과 매칭하든 드라마틱한 상승을 일으키지는 않죠. 그런 극적인 마리아주가 니혼슈와 와인 그리고 위스키에는 확연하게 있거든요. 결국은 ‘니시네가 만든 술은 맛있다’는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의 뒤쪽으로 온타케산이 보인다.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의 뒤쪽으로 온타케산이 보인다.

얘기를 들어보니 우아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위스키도 그렇고요.
맞아요. 엘레강스한 것을 추구합니다.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을 출시하기 전에 ‘오너즈 캐스크’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얘기한 우리의 팬을 늘리는 방식 중 하나죠. 일반 소비자들이 저희 증류소 숙성고에 있는 캐스크 하나를 통째로 사서 저희와 함께 그 위스키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었죠. 일본 말로 우리의 ‘나카마’를 만들기 위한 방편이었죠. 앞으로는 이 오너즈 캐스크의 오너들을 모아 서로 만나게 하고, 교류케 하는 멤버십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위스키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전 사실 지금 불고 있는 ‘저가 위스키 하이볼’ 열풍에도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시적인 붐은 없어지고 생기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위스키 메이커들은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요. 지금 이 퍼스트 에디션은 최소 숙성인 3년산입니다만, 곧바로 7년산, 10년산이 나올 예정입니다. 지금 이 3년산 셰리 캐스크가 10년산이 되고 나면, 버번 캐스크, 미즈나라(물참나무) 캐스크, 쿠리(밤나무) 캐스크, 사쿠라(벚나무)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들을 출시할 수 있겠죠. 그때쯤에 저는 그 원액들을 어떻게 블렌딩해서 완벽한 마리아주로 표현해낼지를 생각해야 할 테고, 그게 바로 제가 위스키로 해내고 싶은 첫 번째 테마입니다.
대단한 야망입니다.
사실 저희가 위스키를 생산한 지는 3~4년 정도가 되어서, 이미 셰리 캐스크만도 1000개 이상이 숙성 중입니다. 이번에 출시한 ‘온타케 더 퍼스트 에디션 2023’은 그중 35개를 병입해 출시한 것이죠. 그런데 이 35개 캐스크만 해도 그 숙성 환경과 위치에 따라 맛과 향이 다 다르더군요. 같은 숙성 연도의 캐스크들을 병입해내는 데만 해도 복잡한 마지막 과정을 거쳐야 했던 거죠.(이처럼 캐스크끼리 섞거나 가수해 최종 도수를 맞추고 맛을 평탄화하는 과정을 ‘메링’이라 한다.) 방금 말한 캐스크끼리의 마리아주라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더군요.
캐스크를 만드는 것도 엄청 비싼 걸로 알고 있어요.
그도 그렇고 저장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죠. 위스키 만들 때 가장 힘든 건 저장고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해 증류하는 원액들을 10년간 숙성하자면 그야말로 저장고의 사이즈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요.
니시 주조의 역작인 ‘텐시노유와쿠’(천사의 유혹)라는 이 술도 매우 궁금합니다. 전 이게 고구마소주라는 말에 거의 까무라칠 뻔했어요. 코냑인 줄 알았거든요.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의 메인은 고구마소주예요. 그런데 30년 전에 그런 생각을 문득 한 거죠 ‘고구마소주를 캐스크에 넣으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요. 그때 동료들은 “땅 아래에서 나는 것은 캐스크에 넣어 숙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며 말렸어요. 생각해보니 포도, 쌀, 보리 등 땅 위에서 나는 것들만 고급 증류주로 숙성하니까요. 30년을 숙성한 이 ‘천사의 눈물’이 나오고 나자,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전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맛있으니까요. 이 술도, 온타케도 모두 도전의 술입니다. →
니시 주조의 역작 ‘텐시노유와쿠’.

니시 주조의 역작 ‘텐시노유와쿠’.

Credit

  • PHOTOGRAPHER 김성룡
  • PHOTO 니시 주조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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