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가 온갖 채널에 다 나오는 이유
“과학 이야기를 하면 되나요?” 궤도는 인터뷰 자리에 앉으며 이렇게 물었다. 오늘은 과학보다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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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보 준비하면서 한 번씩 걱정이 되더라고요. 과학과는 관련 없는 의상, 어설픈 소품들 준비했다고 불편해하시면 어쩌나 해서요.
너무 좋던데요? 이런 부분은 다 화보의 콘셉트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예쁘게 나와서 저는 굉장히 기분 좋은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궤도 씨를 대할 때 으레 조심하는 경향이 있지는 않나요? 오류나 어설픈 논리가 섞여 있을까 봐 말 한 마디도 굉장히 정제해서 내놓는다거나.
그런 부분이 있겠죠. 저는 사실 그게 과학을 문화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보통은 아무 얘기나 막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와인 얘기, 위스키 얘기 같은 걸 한다고 치면 그 안에는 어디서 들은 부정확한 정보도 섞여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와인 얘기하냐?” 이러진 않잖아요.
그냥 ‘희한한 소리를 하네’ 하고 한 귀로 흘리겠죠. 고개는 끄덕이면서.
(웃음) 그렇죠. 그냥 즐겁게 얘기하는 자리니까. 저는 과학도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 영역이 과학으로 옮겨가면 괜히 경직되고 엄격해지죠. 무슨 과학 학회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막 하면서 와인이 팔리잖아요. 사람들이 과학 이야기를 꺼리면 그 불이익은 과학자들에게 가는 거예요. 국민들 누구도 과학에 아무 관심이 없는데 어떤 국가가 과학자들에게 예산을 쓰겠어요?
실제로 궤도 씨는 누가 좀 부정확한 얘기를 해도 “아 그래?” 하면서 되게 잘 들어주더라고요. 아주 짧은 순간의 내색 같은 것도 없이요.
저는 그냥 그렇게라도 얘기를 해준다는 게 감사한 거예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렇다더라’ 그렇게 기억하고 얘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과학에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걸 빌미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물론 세상에는 집요하게 과학적 오류를 집어내는 분들도 있어요. SF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부분이 잘못됐다’ 짚는 분들. 사실 제 생각에 그런 분들은 ‘대가’는 아니에요. 대가는 대부분 ‘아, 여기서 과학 상식의 어느 부분을 차용했구나’ 하면서, 작은 연결고리를 갖고 이야기를 하는 걸 즐거워하죠.
지적은 하수의 욕망이군요. 대가는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내고요.
잘못된 부분을 짚는 건 쉽잖아요. 고민해서 만들어내는 건 어렵고요. 저는 어쨌든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고민을 한 사람이 훨씬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나라가 아직은 SF 불모지이지만 지금 문학계나 영화, 드라마 영역의 움직임을 보면 곧 정말 좋은 시대가 올 거라고 봐요. 그리고 저는 그 과정에서 지적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정말로, 뭔가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안될과학> 같은 경우에도 초창기에 과학 유튜브 한다고 하면 “야, 시답잖은 거 만들지 마”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시답잖은 거 실제로 만들어보면 어려워요. 쉽지 않아요.
<안될과학> 채널이 초창기만 해도 고생을 많이 했죠.
그래도, 힘들어도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죠. 조회 수가 나오든 안 나오든. 사실 <안될과학>은 일종의 플랫폼 개념이거든요. 저희가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가인 분들을 많이 모셔서 좋은 정보로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거죠.
어느 영상에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안될과학>과 궤도의 역할에 대해 딱 선을 그으신 적이 있어요. 본인은 사람들을 문 앞으로 모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댓글에서 좀 깊이 들어가는 질문이 나왔는데 그 부분은 따로 찾아서 공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죠. “문을 열면 안 들어올 거잖아.”
맞습니다. 저희의 타깃이 누구인가를 계속 고민하는 거예요. 결국 과학을 좋아하시는 분들, ‘이미 문 안쪽에 계시는 분들’은 저희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거든요. 저희한테 오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과학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높지 않은 분들이에요. 과학에게 받은 일종의 상처가 있는 분들. 그분들에게 과학이란 게 얼마나 재미있고 경이로운지를 보여드리는 거죠.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자체가 과학과 대중의 거리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하던 시절 러시아의 화성 탐사선이 발사 실패로 추락했는데, 한국에 추락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언론과 대중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죠.
제가 과학계에서 경험한 것들이 두루 영향을 끼쳤죠. 일단은 과학자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해요. 연구 환경은 열악하고, 인력도 부족하고… 사실 연구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는 많은 경우가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거든요. 하지만 대중은 그런 부분을 알 수가 없죠. 뭐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하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하고 비판부터 하게 되는 거예요. 억울하지만 “예산이 계속 줄고 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는 여건이다” 이런 얘기를 할 시간도 없어요. 당장 할 게 너무 많으니까. 이익집단을 만들고, 권리를 주장하고, 그런 데 시간을 쓰기에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연구가 너무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누군가는 권리를 보호하고 연구 여건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잖아요. 저는 그게 국민들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우리가 해낸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기만 한다면 국민들도 분명 우리 편을 들어줄 거라고요.
그러네요. 저도 누구 친척이 대기업 연구소나 업체에 들어가서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다더라 식의 얘기나 들었지, 일반적인 과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너무 열악하니까 대우가 좋은 나라로 가버리거나 사업을 택하는 과학자도 있죠. 그런 분들이 또 사업을 잘 운영해요. 굉장히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산업을 창출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계속 응어리가 남아 있는 거죠. ‘아, 나는 연구를 했어야 하는데.’ 저는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타고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매일 똑같은 거 아침부터 밤까지 반복하고, 뭐 한 방울씩 막 떨어트리면서 관찰하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걸 즐기는 극소수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너 과학자 되면 먹고살기 힘들어” “네 머리로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될 수도 있는데 왜 그러니”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어쩔 수가 없어요. 운명이에요.(웃음) 재미있는 건 이 사람들의 운명 때문에 인류가 나아간다는 거죠.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식량난을 해결하고, 앞으로 지구온난화도 해결해야 하고… 그럼 그들이 계속 용기를 잃지 않고 해나가게끔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죠. 대기업 평균에 비교하면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있고, 5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하고 있고, 연구 지원은 계속 줄어들고… 결국 계속 낙오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 일을 할 운명인데도요.
그래서 궤도는 사람들이 과학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군요. <안될과학> 채널은 만들어진 지 6년이 되었지만, 궤도 씨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한 건 14년 정도 됐다고 들었어요.
과학 얘기는 계속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봉사 개념으로 강연도 많이 하고, 페이스북에 글도 쓰고, 그러다가 책도 내고. 한번은 아나운서 친구가 운영하는 아프리카TV 방송에 나갔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는지 아프리카TV 쪽에서 제대로 해볼 생각 없냐고 연락을 주더라고요. 엄밀히 말하면 그게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후로 할 수 있는 채널은 거의 다 해봤고, 결국 유튜브까지 오게 된 거죠. 그런데 유튜브에서 유독 반응이 좋았어요. 많은 분이 재미있어 해주시고, 채널이 점점 커지고, 커지니까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기고요. 그러다 침착맨님 채널에 한 번 나가게 됐는데 거기서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진 거죠.






원래부터 궤도는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유튜브나 <침착맨>이라는 도화선을 만난 걸까요, 아니면 그제야 능력과 스타일이 완성된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둘 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아프리카TV도 5년을 넘게 했거든요. 매주 월요일 밤 9시부터 2시간씩.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밤을 새워야 해요. 본업이 있으니까 콘텐츠 관련 작업은 야간에만 할 수 있잖아요. 거기다 제가 과학의 모든 분야를 다 알지는 못하니까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너무 보잘것없는 지식을 갖고 있는데, 심지어 머리도 나빠.
머리 좋으시잖아요. 저 <데블스 플랜>(넷플릭스의 관찰형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결승전 보면서 정말 계속 감탄했어요. 대체 저 숫자들을 어떻게 다 외워서 계산을 하나 하고.
그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약간 초인적인 능력이 발동되더라고요. 사진 기억력이 발동되어서 숫자들을 가렸는데도 다 보여요. 한 8번째, 9번째 스테이지부터 그런 초능력이 발동됐는데, 이게 10번째에서 막히더라고요. 그 앞 스테이지의 숫자들이 안 사라져요. 처음 개통이 된 능력이라서 사진 지우는 방법을 몰랐던 거죠.(웃음) 아무튼 저는 제가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는 것도 너무 없고, (그때만 해도) 말도 잘 못하니까 매일 밤 노력을 했던 거죠. 덕분에 침착맨님 채널에 나가게 됐을 때도 쌓여 있는 콘텐츠가 엄청 많았어요.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뭘까 하다가 ‘유사과학’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된 거고요. 그걸로 한 5시간 얘기했나? 다행히 반응이 오더라고요.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몰랐다고. 침착맨님도 또 나와줄 수 있느냐고 해서 이제는 주기적으로 나가고 있어요.
저는 사실 궤도 씨가 그런 장시간 콘텐츠를 많이 하는 부분이 놀라워요. 체력이나 이야기 소재도 한계가 있지만,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너무 많은 얘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기 쉽잖아요. 그러다 엉뚱한 표현, 사실과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어떤 얘긴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정확하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정보는 말을 못 해요.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 편도 아니거든요. 제 주위에도 어떤 사람이 몇 년도에 뭘 했는지 줄줄 늘어놓을 수 있는 메모리 뎁스가 깊은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사람은 못 돼요. 제가 하는 건 다른 부분이죠. 암기성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특정 사고 체계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게 무엇이냐, 그럼 그걸 어떻게 정의하느냐, 그걸 정의한 사람이 누구냐, 정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실패를 겪었느냐, 그런 체계를 다루는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약간의 과장도 들어갈 수 있고, 왜곡도 생기고, 어쩌면 약간의 기억 오류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사고 체계를 통해 어떤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 있었는지 말한다는 그 목적을 잊지 않는 거예요.
‘회귀’ 능력도 놀라워요. 과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경우가 있잖아요. 최근 공개된 ‘궤도의 과학속으로’ 정형돈 씨 편 같은 경우는 특히 무슨 끝말잇기 같았고요. 그런데 궤도 씨는 그 모든 곁다리를 충실히 받아주면서도 귀신같이 본래 트랙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메모 하나 없이.
그건… 강렬한 갈망 때문이죠. 내가 이걸 설명하고 싶다는 갈망.(웃음) 내가 풀어야 하는 좋은 먹잇감들이 이렇게 나왔는데, 그중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질문이 너무 많아지고 길어지다 보면 놓치기도 해요. 시간 제약 같은 문제로.
어딘가에서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이 사람(궤도) 내가 구독하는 유튜브마다 다 출연하는데 매번 재미있어서 끄질 못하겠다.” 실제로 요즘 유튜브, TV, OTT까지 온갖 매체에 다 출연하고 있죠.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는 채널에 나가서 ‘야구의 과학’ 이런 거 한 번 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람 재미있다” 하면서 과학에도 좀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이번에 빠니(보틀)랑 (노)홍철이 형이랑 같이 북극 다녀온 것도 그런 의미죠. 여행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서 좀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빠니랑 홍철이 형이 또 과학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들어주거든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고.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다가 적재적소에 과학 이야기를 조금씩 집어넣고, 딱 좋았던 것 같아요. OTT의 두뇌 서바이벌 예능 같은 것까지 나간 건 기존에 과학업계에서 도전해보지 못한 채널인 것 같다는 의미가 있었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후배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행보가 될 수도 있잖아요. 미래에 좀 더 다양한 형태를 기대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렇게 폭넓은 대외 활동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안될과학> 채널의 참여도는 좀 낮아졌잖아요. <안될과학> 동료들도 궤도 씨의 대외 활동을 지지해주나요?
지지라기보다 동일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요. 이 대외 활동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과학 이야기를 한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 수요자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저도 열심히 해서 우리 팀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동료들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 과학 문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고, 동료들도 그걸 이해하고 있죠. 이게 오해가 될까 봐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제가 <안될과학> 채널 활동도 계속 열심히 하고 있어요. 초대석이나 ‘영화 속 과학’ ‘게임 속 과학’처럼 예능 요소가 섞인 것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죠.
재작년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알려진 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전업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됐어요. 목표나 그리고 있는 미래가 있을까요?
저는 도착 지점은 없어요. 제 목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거든요. 어떻게 되고 싶은지는 생각해본 적 없고 그냥 ‘죽을 때까지 과학을 이야기한다’, 그게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저는 이미 어느 정도는 삶의 목표를 달성한 거예요. 멈춤 없이 계속 과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잖아요.
(웃음)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런가요, 아니면 과학인들 중에서도 궤도 씨가 유독 과학을 너무 사랑하는 걸까요?
대부분 이럴 거예요. 과학을 좋아하지 않으면 과학을 하기가 힘드니까요, 지금은. 만약에 어떤 학생이 저한테 “저 천문학이 너무 좋은데, 천문학을 파도 괜찮을까요?” 하고 묻잖아요? 저는 그러면 하지 말라고 해요. 왜냐하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정도의 마음이라면 안 하는 게 맞아요.(웃음) 하지만 과학을 할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해도 결국 할 수밖에 없어요. 뜯어말려도 천문학을 하고야 마는 그 학생은 아마 훌륭한 천문학자가 될 거예요.
예시지만 좀 슬프게 들리네요. 이렇게 과학을 좋아하는 분이 누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우선 말리고 본다는 게.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죠. 나중에 사람들이 과학과 과학자들을 좀 더 훌륭하게 여겨준다면, 대우나 연구 환경도 더 나아진다면, 그렇다면 전혀 말릴 이유가 없잖아요. 어쩌면 과학을 싫어하는데 막 억지로 과학을 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을 거고요. 얼마나 대단한 세상이에요?(스스로의 상상에 감탄하듯이)
인터뷰를 하다 보니 궤도 씨는 어떻게 보면 단 하나의 관심사에만 골몰하는 외골수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사명감과 이타주의로 가득한 사회운동가 같기도 하네요.
저는 순전히 제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에요.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이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 하며 사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제 그 이기심의 결과가 조금은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하는 과학 얘기 때문에 누군가가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그중 몇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서 뭔가를 발견하고…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래도 인류에 보탬이 되는 거잖아요. 목적지가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만큼 방향은 늘 신경 쓰고 있어요. 이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 계속 의심하고 조정하고 있죠. 그렇게 계속 살다 보면 분명 언젠가 도달하게 되는 곳에서 ‘이게 내가 꿈꿔왔던 도착 지점이구나’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안리엔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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