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미래의 범죄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과 생 로랑
8년 만에 <더 슈라우즈>로 돌아온 데이비드 크로넌버그가 말하는 육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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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사진 속 모든 의상 및 액세서리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어디까지 어두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 <더 슈라우즈>에서 아내를 잃고 상심에 빠진 남자 주인공 뱅상 카셀이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동시에 <더 슈라우즈>는 지난 2017년, 아내 캐롤린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8년간 영화계에서 종적을 감췄던 81세 노감독이 실존과 환상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 속 뱅상 카셀은 크로넌버그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김새가 닮았는데 깊고 파란 눈동자와 사자의 은색 갈기처럼 거칠게 넘긴 헤어스타일이 그렇다. 뱅상은 시신이 부패해가는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지털 장묘 프랜차이즈를 개발한 기업가 역을 맡았으며, 여자 주인공인 다이앤 크루거는 뱅상의 죽은 아내로 등장한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게 된 크로넌버그는 “캐롤린이 떠났을 때 어떻게 하면 계속 그녀 곁에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죽음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크로넌버그는 그러한 어두운 상상을 딛고, 신랄함과 부드러움이 뒤섞인 그만의 애도 방식을 통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육체에 대한 절박함이 가득한, 모든 금기가 무너진, 신앙이라는 지지와 내세라는 위로도 없는 무신론적 공간에서 육체는 놀랍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창조되고, 해체되고, 부패하고, 재탄생한다. 생 로랑 프로덕션이 공동제작에 참여한 <더 슈라우즈>는 생 로랑의 예술감독 안토니 바카렐로의 감각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안토니는 훌륭한 취향을 가진 데다 영화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었어요. 매우 긍정적인 창조적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크로넌버그의 말이다.
소위 ‘보디 호러의 아버지’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형용에 동의하나요?
저는 그 용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제가 그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어요. 그 표현이 제 영화를 정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그 표현은 제가 만든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싸구려 호러 영화처럼 보이게 합니다.
인간의 신체를 안과 겉에서 탐구하는 장면들조차 호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제가 육체를 탐구하고 변종들을 관찰하는 건 맞죠. 포식자가 아닌 이상 몸이 찢겨나가거나 유혈이 낭자한 상황을 보며 동물적인 공포함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능이 있는 동물이고, 생존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고, 형언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하는 방법을 아는 존재이기도 해요. 제 영화 중 하나인 <데드 링거>가 시사하는 것처럼 인간은 생존과 별개로 어느 장기가 미적으로 더 우수한지 대회를 개최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시체에서 애정을 느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캐나다의 연쇄살인을 다룬 TV 시리즈 <슬래셔> 출연을 위해 제 몸을 완벽하게 복제한 모조 시체였어요. 제 캐릭터가 죽어서 냉동고에 들어가는 장면이었죠. 그러던 중 제 딸 케이틀린이 아내의 사별로 힘들어하는 저를 위로하기 위해 NFT를 주제로 한 실험영화를 함께 만들자고 하더군요.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죽음>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이 단편영화 촬영을 위해 앞서 말한 시체 모형을 빌렸습니다. 눈치채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더 슈라우즈>에도 잠시 등장하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체 사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메멘토 모리’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죽음>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아마 죽은 후에도 많은 사람이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겁니다. 사랑. 우리의 유한함에 대해 연민을 갖는 것. 저에게 인간의 삶이란 물리적인 것입니다. 영혼이 잔존한다고 믿지 않아요. 육체만이 유일한 현실입니다. <미래의 범죄들>에서도 이 점을 말하려 했어요. 죽음이라는 것은 유한한 삶을 가리키는 불명예가 아니라 오히려 아름다운 행위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죠. 단편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죽음>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죽은 크로넌버그를 관조하고, 어루만지고, 마침내 포옹하는 제 자신을 통해서요. 딸과 함께 그 영화를 만드는 건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 세 아이 중 둘이 영화감독이에요. 아들 브렌든과도 협업한 적 있습니다. 마치 평생 함께 영화를 만든 것처럼 자연스러운 순간들이었어요. 제 아이들은 매우 창의적이었습니다.
당신의 영화에선 결함, 죽음, 성욕 간의 연관성이 등장합니다. 금기나 터부조차 희미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섹스와 죽음은 항상 연결돼 있어요. 철학에서, 예술에서 그리고 삶에서, 섹스라는 개념은 종말에서 살아남을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 인간의 성(性)에는 다양한 사회적 영향이 미치겠지요. 그렇게 단순한 개념은 결코 아닙니다. 성(性)은 곧 정치이고, 권력이고, 법이고, 의식입니다. 하지만 육체가 궁극적으로 우리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가감 없이 섹스에 대해서도 질문하며 탐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고민이 에로스의 원동력이 될 수 있나요?
그 표현 마음에 드는데, 제가 좀 가져다 써도 될까요?(웃음)
시간이 흘러도 그 영화를 보는 관객이 존재한다면, 영화는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팬데믹 기간 동안 오래된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The Criterion Channel’ 같은 플랫폼을 자주 접했습니다. 장 뤼크 고다르, 구로사와 아키라를 비롯해 한동안 찾아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찾아봤지요.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인지 스스로에 대한 애도인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영화 속 배우, 의상 디자이너, 음악가 등 영화를 만든 스태프 대부분이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는 거대한 무덤’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영화 덕분에 우리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으니까요. 비록 일방적인 소통이지만 큰 영감을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흔적이 자녀라는 존재로 남았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하나요?
그게 저에게 어떠한 보상이 되진 않지만, 부인할 수 없는 물리적인 사실이에요. 제 몸짓이나 표정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봅니다. 마치 아내의 DNA가 아이들의 몸 안에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한 순간들이 저와 제 아이들을 매료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걸 원했을 거고, 저런 걸 원했을 거야” 하면서 생각해보는 행위는 저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더 이상 그녀는 존재하지 않아요. 가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대답을 기대하진 않아요.
아내가 <더 슈라우즈>를 봤다면 뭐라고 말했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제 아내가 살아 있었다면 영화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은 제 일에 대해 호의적이었지만 열광적으로 관여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그녀는 관찰자였죠. 조용한 분석가랄까요? 편집자이자 어시스턴트 프로듀서이기도 했지만 노출되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직장에서의 모습과 집에서 아이들 사이에서의 모습을 기억해요. 꽤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더 슈라우즈>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네요.
<더 슈라우즈>의 완성이 당신의 고통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을까요?
불행히도 이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고통은 영원하겠지요. 하지만 일을 하는 행위 자체가 고통을 인식하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예술은 치료가 아니라 아름다운 놀이예요. 특히 영화의 경우, 촬영장에서 우리는 아이들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모자나 콧수염을 사용해 다른 사람인 척하기도 하죠.
자신의 육체를 그토록 많이 탐색한 후 깨달은 건 무엇인가요?
나이가 신체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요. 엄지손가락에 일종의 관절염을 앓고 있는데, 그 하나로도 생활이 꽤 복잡해지더군요. 예를 들어, 단추 잠그는 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런 고통을 겪으셨지요. 하지만 이러한 연결은 내가 신체 변화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진 피부라든가,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특정한 통증들, 그 외 자질구레한 변화를 느껴요. 사람들은 내가 육체에 집착한다고 비난합니다.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육체에 집착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요? 젊을 땐 예술과 섹스에 대해 얘기하던 우리가 이제는 손목 염좌, 관절염, 류머티즘, 잘 안 움직이는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지내죠. 웃기는 건, 젊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도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인터넷으로 의심되는 질병에 대해 조사하더군요.
Credit
- FEATURES EDITOR ILARIA SOLARI
- FASHION EDITOR NIK PIPAS
- PHOTOGRAPHER MARCO CELLA
- GROOMING Massanori Yahiro
- STYLE ASSISTANT Shaol Avital
- LIGHT ASSISTANT Aline Blocman
- SET DESIGNER Anymeric Arnauld
- PRODUCTION Sabrina Bearzotti
- TRANSLATOR 우정호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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