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문가들이 꼽은 국내의 '숨은 보석'이라 할 만한 숙소 6
눈을 찬찬히 돌려보면 국내에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철학을 품은 흥미로운 숙소가 많다. 여섯 명의 여행 애호가, 호스피탈리티 전문가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숨은 보석’은 어디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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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빌라 쏘메
」울릉도 북면, thekosmos.co.kr
울릉도에 이런 감각의 공간이 어우러질 거라곤 상상 못 했다. 빌라 쏘메는 울릉도의 북쪽 끝자락, 추산 절벽 위에 자리한 조용한 리조트다. 배와 차를 갈아타고 몇 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이곳에서는 바람과 파도 소리, 깊은 숲의 냄새가 배경이 되어 저절로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된다. 코스모스 울릉도의 새로운 리조트인 빌라 쏘메는 역시나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빌라 코스모스나 빌라 떼레에 비해 좀 더 ‘감정’으로 와닿는 공간이다. 울릉도 전통 가옥의 특성인 ‘너와’를 차용한 형태부터 음양오행의 기운이라는 테마까지 모든 요소에 세심한 고민이 깃들어 있지만, 머무는 사람의 감각에서는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건물 어디서든 펼쳐 보이는 바다와 송곳산, 울릉도 용출수로 채운 인피니티 풀, 그리고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실내 자쿠지. 모든 게 직관적이고도 절제된 감각으로 가득하다. 밤이면 울릉도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풀코스 디너, 아침에는 허브 향 가득한 건강한 조식이 제공된다. 식사뿐만 아니다. 티 세리머니, 스톤 테라피,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단순히 숙소를 넘어 머무는 경험 전체를 설계했다. 울릉도의 고립감, 그 속에서 만나는 이 조용하고 감각적인 공간. 빌라 쏘메는 섬이라는 장소가 줄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쉼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다. - 박기훈(사진가)

( 2 ) 유원재
」충주 수안보면, youonejae.com
유원재가 문을 연 건 재작년 9월. 여행업계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내실보다 1박에 15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숙박비가 먼저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유원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숙소로 자리잡았다. 경험으로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심도 깊은 ‘웰니스wellness’ 덕분이다. 우선 유원재는 한옥과 서원의 배치 형태에 착안해 담장과 내부 공간을 핵심으로 설계했으며, 단 16개의 객실을 운영한다. 객실마다 딸린 프라이빗 노천온천은 부대시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철저히 사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도심의 빛공해가 차단된 노천탕에는 쏟아지는 별빛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소음이 차단된 고요함 위로는 동행인과 혹은 스스로와의 깊은 대화만이 흐른다. 나무의 잔향, 담 너머 시냇물 소리가 부드럽게 스며드는 객실 정원도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노천탕과 정원에서 스트레스를 비워낸 후에는 올인클루시브 다이닝으로 채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2시간 동안 이어지는, 현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9코스 파인 다이닝을 즐기고 있자면 새삼 숙박비가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인의 ‘정’을 승화한 듯한 호스피털리티, 품격 높은 올인클루시브 다이닝, 현지 장인들과의 협업까지, 머무는 내내 놀라움을 넘어 ‘자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우리에게도 헤리티지와 호스피털리티가 이렇듯 높은 수준에서 결합된 온천 호텔이 있다는 자부심 말이다. - 현예슬(홍보대행사 앤서 대표)

( 3 ) 취다선 리조트
」제주도 서귀포시, chuidasun.com
‘전 국민 1인 1다실’을 꿈꾸는 한 남자의 소망이 제주 오조리 해변에 뿌리내렸다. ‘리트릿(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재충전을 도모하는 여행 트렌드)’이라는 표현조차 낯설던 시절, 나는 제주도에서 우연히 이 숨은 진주를 발견했다. 취다선은 아버지의 꿈을 실현하고자 온 가족이 제주에 정착해 일군 작은 우주다. 제주 식재료로 정성스런 조식을 준비하는 어머니, 프라이빗 차실에서 다도의 진수를 전하는 큰딸, 인도에서 명상을 수행한 막내딸. 이들 삶의 결이 고스란히 스며든 공간에는 문외한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디테일이 있다. 객실들은 TV 대신 바다를 품었다. 창가의 차 테이블에 앉으면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지고, 바로 혼자만의 다도가 시작된다. 지하의 프라이빗한 차실에서는 제주의 물소리와 풍광을 배경으로 다도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명상실에서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도 있다. 이곳의 마법은 단순함에 있다. 특별한 액티비티 없이도, 그저 차 한 잔에 취하고 명상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 진짜 쉼이 찾아온다. 그래서 번아웃에 지친 친한 지인들에게만 슬그머니 이곳을 소개한다. 트렌드로서의 리트릿이 아닌, 진정성 있는 회복의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 - 홍종희(작가)

( 4 ) 아틴 마루
」경기도 양평군, atin.kr
세상에는 캠핑 애호가도 있고, 반대로 캠핑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도 있다. 만약 두 부류 모두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숙소가 있다면 어떨까? 양평군 서종면의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아틴마루가 꼭 그런 곳이라 할 만하다. 계절의 이름을 딴 4개의 캐빈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하면서 캠핑 기분까지 슬쩍 낼 수 있으니까. 모던한 농막을 연상케 하는 직육면체 캐빈 속에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놓인 짙은 목재 테이블과 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 그리고 은은한 우디 향이 감도는 천연 샴푸 바가 구비된 샤워실이 갖춰져 있다. 하이라이트는 파노라마로 큼직하게 낸 창문. 잣나무와 벚나무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덕분에 마치 텐트나 캠핑카의 문을 활짝 열어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 각 캐빈을 외부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각도로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풍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장점이다. 반면 TV나 와이파이는 제공하지 않아 외딴 캠핑장에서처럼 스마트폰과 멀어진 채 오롯이 사색에 집중하기 좋다. 라운지를 겸한 메인 건물에서는 현지 식자재로 만든 조식을 제공하며, 저녁에는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캠핑 장비 없이 호젓한 숲멍 스테이를 누리게 해주는 아틴 마루는 캠핑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커플에게 필히 권하고 싶다. 우리 부부 역시 만족도가 남달랐으니까. - 고현(프리랜스 에디터)

( 5 ) 어 베터 플레이스 신당
」서울시 중구, abetterplace.kr
어 베터 플레이스의 브랜드 소개는 다음과 같다. ‘도시의 오래된 구조와 풍경을 배경으로 더 나은 삶의 방식과 감각적인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래된 건물의 상층부를 중심으로 주거와 여행,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새롭게 탐구한다.’ SNS에서 사진으로만 보면 좀 독특한 콘셉트의 부티크 호텔 정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지향점부터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라는 뜻이다. ‘근미래의 홈(home)’을 제시한달까. 인테리어, 공간 활용 방식부터 IoT까지 일상과 유리된 휴가가 아닌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안기는 주거 경험으로 가득하다. 특히 가장 최근 오픈한 신당 지점은 주방 거리, 가구 거리, 중앙시장 같은 곳들이 겹쳐지는 서울의 깊은 매력을 들여다보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외국인들이 머물기에도 좋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숙박을 권하는 부류는 평생 아파트에 살아온 사람들이다. 무심결에 APT(아파트)가 주거와 투자의 왕도라고 생각해온 이들에게는 ABP(어 베터 플레이스)가 주는 ‘더 나은 삶’에 대한 힌트가 특히나 클 테니까 말이다. - 이상묵(스테이폴리오 창립자)


( 6 ) 지평집
」거제시 사등면, jipyungzip.com
좋은 숙소의 기준은 어떤 여행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테다. 일단 지평집은 꽤 외딴곳에 위치한 숙소다. 거제도에서도 2009년에야 다리가 놓인 섬 가조도로 들어가 반대편 끝까지 운전해야 하며 당연히 주변에 즐길 거리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해변도 없고, 심지어 객실에는 TV도 없다. 그럼 이곳에 있는 건 뭐냐. 지평집 그 자체다. 지평집이라는 건축물. 국내 최고 수준의 건축가가 (리조트가 아닌) 이렇듯 온전히 ‘쉼’을 의도한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지었다는 것만으로 가볼 이유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조병수 건축가는 부지를 보자마자 지금과 같은 ‘땅속으로 숨은 건축물’을 떠올렸다고 한다. 땅의 흐름을 지붕선으로 삼고 작은 틈새를 통해 바다로 열린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진 휴식을 의도한 것이다. 머무르는 동안 스치는 것 하나하나, 이를테면 바다 경관을 편안한 심상으로 끌어들인 섬세한 설계, 물결 모양으로 파열된 콘크리트 벽면, 객실마다 다르게 조성한 허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요소가 조용하면서도 큰 영감을 남긴다. 건축에 전혀 조예가 없는 사람도 머무르다 보면 저절로 ‘건축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식음료나 어메니티에서 느낄 수 있는 건축주의 좋은 취향도 지평집의 큰 매력 중 하나다. - 김용관(사진가, 출판사 아키라이프 대표)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 코스모스 울릉도/유원재/취다선/아틴 마루/이상필(어 베터 플레이스 신당)/지평집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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