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바깥은 오프사이트와 오프사이드로 나뉜다(22개 전시 소개)
프리즈 기간 서울을 채울 다양하고 다른 매력의 22개 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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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Ho Suh, ‘Secret Garden’, 2012. Mixed media, single-channel digital animation, and display case with LED lighting. ©Do Ho Suh.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London and Seoul and Victoria Miro London & Venice. Photography by Jeon Taeg Su.
< DO HO SUH: SPECULATIONS >
Art Sonje Center, 8.17~11.3
드디어 서도호다.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하나’라는 최고의 찬사마저 비좁고 누추해 보이는 작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게다가 부친 서세옥 화가의 작품을 동생 서을호 건축가와 함께 재해석한 미디어 작품이 이번 프리즈 기간 동안 전시장 내 LG전자 부스에 전시되고, 그를 대리하는 갤러리 리만머핀 역시 작년처럼 서도호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생각하면, 이 기간 우리는 서도호의 작품을 잔뜩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을 천으로 표현한 거대한 조각 혹은 설치물을 처음 봤을 때, 리버풀 비엔날레 때 공개된 커미션 작품 ‘Bridging Home’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며 그의 작품이 밟아온 진화 과정을 찬찬히 짚어볼 더없이 좋은 기회다.

Kylie Manning, <Yellow Sea> installation view. Space K Seoul.
< YELLOW SEA >
SPACE K, 8.9~11.10
스페이스 K의 이번 전시는 미국 작가 카일리 매닝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제목인 ‘노란 바다’는 우리나라 서쪽에 있는 <황해>가 맞다. 바람이나 연기처럼 흩날리는 인물의 구상들이 자연의 추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매닝의 그림은 “인간은 스스로를 인식하는 자연”이라는 엘리제 르클뤼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스페이스 K는 LGBTQ, 페미니즘, 디아스포라 등의 다양한 주제를 구상주의 작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페이스 K는 “세계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을 발 빠르게 소개하다 보니 그런 경향이 생기게 된 것”이라며 “카일리 매닝 역시 페이스 갤러리에 가장 최근 합류한 작가”라고 밝혔다.

Elmgreen & Dragset, ‘The Screen’, 2021, Collection of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Amorepacific Museum of Art/Elmar Vestner,
< ELMGREEN & DRAGSET: SPACES >
Amorepacific Museum of Art, 9.3~2.23
아모레퍼시픽에서 열리는 엘름그린&드라그셋은 아마도 프리즈 기간에 열리는 모든 전시 중 규모 면에서 가장 스펙터클할 것이다. 집, 수영장, 레스토랑과 주방, 작가의 아틀리에까지 서로 다른 테마를 가진 5개 공간에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한 번 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인 그 스펙터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협업 30년을 기념하여 전례 없는 규모의 전시를 선보이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공간 작업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첫 번째 서베이 전시이자 아시아에서 개최된 전시 중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엘름그린&드라그셋 역시 <에스콰이어> 이번 호 ‘CODE’ 페이지에서 소개한 이우환, 마크 로스코와 함께 페이스 갤러리에서 리프레젠팅하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서용선, ‘농민들’, 아크릴, 우드보드, 스틸, 2024.
< THE STRANGE ENCOUNTER >
Songhyeon Park, 9.2~9.8
그렇다. 서울시도 프리즈 기간에 곰돌이 푸 조각상을 송현공원에 전시해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린 송현녹지광장에는 곰돌이 푸를 포함한 한국조각가협회의 기획전시 <감성 한 조각>이 들어차 있었다. 그 자리에 ‘서울조각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경계 없이 낯설게(The Strange Encounter)>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경계 없이 낯설게’를 주제로 ‘제1회 서울조각상’ 참가 공모를 받았으며 이 중 10개 입선작을 선정해 9월 2일부터 8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시민과 전문 심사위원의 평가를 종합해 오는 11월 중 대상 작가 1명을 선정해 발표한다.

인천공항에 전시 중인 김희천의 ‘더블포저’ 설치 전경.
< GHOST OUT OF THE MACHINE >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7.10~11.10
세상에서 가장 보기 힘든 것은 바로 좋아하는 작가들의 미디어 작품이다. 조각과 회화는 코끼리 뒷다리 만져보듯 사진으로라도 볼 수 있지만, 영상 작품은 전시가 아니면 볼 방법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후원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리는 <기기 밖은 유령> 전시는 참여 작가의 면면이 대단하다. 김희천의 ‘더블포저’, 전소정의 ‘싱코피’, 박윤주의 ‘에피몽제로’ 등을 인천국제공항 에디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방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미술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공항에서부터 전시가 시작되는 셈이다.

유신애, ‘파생적 메시아’, 2022-2024. 단채널 영상, 4K, 스테레오, 스틸컷. Courtesy of the artist.
< DERIVATIVE MESSIAH >
Doosan Art Center, 9.4~10.12
두산갤러리는 두산연강예술상 미술 부문 수상자인 유신애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대표 이미지는 전시 제목과 동명의 작품인 ‘파생적 메시아’(단채널 영상)의 스틸컷으로 개인과 사회 간의 역학 관계가 빚어낸 오늘날의 새로운 메시아주의를 탐구하는 전체 작품의 일부일 뿐이다. 두산갤러리 측은 “영상, 조각, 회화 등의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시도를 통해 상품화된 믿음의 구조와 구원이 갖는 자기애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파헤친다”며 “유신애 작가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와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센터의 다양한 활동이 국내외 관객들에게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아트센터는 을지로 나이트 당일인 9월 2일 오후 9시까지 야간 전시를 연장해 운영한다.

얀 보(Danh Vo), ‘UNTITLED’, 2020. 20세기 참나무와 황동 진열장, 15세기 중반 프랑스 호두나무 목조 성모자상, 청동기 시대 청동 도끼 머리 <Avant l’orage> 전시 전경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by Heinz Peter Knes.
<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 >
Songeun, 9.4~11.23
‘송은’(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선 피노 컬렉션과 협력한 피노 컬렉션 초대 전시를 연다. 지난 2021년 피노 컬렉션이 프랑스 파리의 옛 상업거래소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 자리를 잡고 열었던 첫 개관전 <우베르튀르(Ouverture)>(2021)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해당 전시 작품들을 주로 셀렉트했다. 특히 송은이 노리는 것은 13년 전의 이우환 효과다. 2011년 피노 컬렉션의 첫 초대전시가 송은에서 처음 전시를 열렸을 때, 피노 회장은 한국 작가 중엔 이우환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우환은 이미 당시에도 거장이었지만 이후 톡톡히 홍보 효과를 봤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리움에서도 전시하는 아니카 이가 포함될 예정이다.

홍영인, '행복의 하늘과 땅', 2013, , 면에 재봉틀 자수. 서울시립미술관.
< SeMA Omnibus: At the End of the World Split Endlessly >
Seoul Museum of Art, 8.22~11.17
이 기간에 기관 전시를 기획하는 입장은 무지 떨릴 것이다. 특히 소장품전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어떤 작품을 모았는지를 보여주며 그 작품들이 과연 한국 미술사 안에서 또 세계 미술사를 바탕으로 유의미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전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영문 제목은 <에스콰이어>에서 번역)다. 해당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여경환 학예사는 “날로 발전되는 기술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온갖 종류의 불안과 위험으로 세계 끝에 서 있다고 느끼는 우리의 벼랑 의식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가 수집한 1억5500만 개의 자연경관 이미지(예시, 오른쪽)에서 생성한 영상 ‘Machine Hallucinations-LNM: Landscape’(왼쪽)의 스틸컷. ©Refik Anadol Studio
< REFIK ANADOL: ECHOES OF THE EARTH: LIVING ARCHIVE >
Futura Seoul, 9.5~12.8
이번에 문을 여는 북촌 가회동의 거대한 아트 스페이스 푸투라 서울이 레픽 아나돌을 첫 전시 작가로 선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가장 뜨겁기 때문.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는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연에 특화된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인 <대규모 자연 모델(Large Nature Model, 이하 LNM)> 연작을 선보인다. 앞서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가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것. 그 배경에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서펜타인 갤러리의 아트 디렉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역할이 작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Anicka Yi, ‘Metaspore’ exhibition view, Pirelli HangarBicocca, Milan, 2022. Courtesy the artist and Pirelli HangarBicocca, Milan. Photo Agostino Osio.
< ART SPECTRUM 2024 >, <ANICKA YI >
Leeum, 9.5~12.29
리움에선 프리즈 첫날인 9월 5일부터 <아니카 이 개인전>(전시명 미발표)과 <아트스펙트럼 2024>가 동시에 공개된다. <아트 스펙트럼 2024>는 태국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리크리트 티라바니자를 기획자로 초청해 참여 작가 범주를 아시아 전체로 확대한 기획전으로 열린다. 대만과 베트남의 라이징 아티스트 리이판, 아를렛 꾸잉-안 뜨란 등과 김희천의 작품이 섞여 있을 예정. 아니카 이의 개인전 덕에 한국 미술계는 덩달아 흥분하고 있다. 소속 갤러리의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서다. 참고로 2022년 문을 연 글래드스톤의 개관전은 필립 파레노였으며, 두 번째 전시가 아니카 이였다.

Park Rim, ‘Murus’, Oil and pigment on Korean paper, birch tree, decomposed lumber. Courtesy of the artist.
< EVERYDAY NATURE >
Salon Hannam, 9.4~9.14
한화 라이프플러스의 후원으로 팝업 형식으로 열리는 오프라인 프로젝트 <한남살롱>에서는 전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크리스토퍼 류(Christopher Y. Lew)가 설립한 ‘C/O(Curatorial Office)’가 동료 큐레이터 콜 에이커스(Cole Akers), 맹지영과 함께 만든 기획전시 <일상자연>을 개최한다. 미국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명의 작가, 데이비드 하트(David Hartt), 해럴드 멘데즈(Harold Mendez), 박예림(Rim Park)의 작품을 선보인다. 드로잉, 에칭, 사진, 태피스트리 등과 같은 평면 작업에서부터 조각이나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세 작가는 이미지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한남살롱 측은 이들이 작품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다른 속도로 인지시키며 고요하면서도 긴박하게 우리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뮤지엄헤드의 전시장 전경. 잡지 마감 시점까지 전시 작품 사진이 수배되지 않았다.
< B/W SIGNALS >
Museum Head, 8.30~10.31
뮤지엄헤드는 여러 경계를 가로지른다. 전통적인 갤러리 군집 지역 삼청동과 조금 떨어진 계동에 있고, 작품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팔릴 만한 작품들을 골라 전시하지는 않는다. 간혹 어디서도 보지 못할 만큼 실험적인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하고, 앞에 있는 얕은 인공 연못에 어울리는 장소 특정적인 것들이 설치되기도 한다. 뮤지엄헤드가 이번 프리즈 기간에 준비한 전시는 사진전. 뮤지엄헤드 측은 “‘팩트체크’ 또는 ‘인증’의 이름으로 증식하고 있는 오늘 사진의 기능을 재고하려는 목적”이라며 “현실은 정치, 계급, 젠더, 지역을 막론하고 흑/백으로 양극화되고, 그 앞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진은 현실을 가로지르거나 또 넘어서길 시도한다”며 이번 전시 <흑백논리>를 설명했다. “사진 매체가 아트마켓에서 각광받는 편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도 질문해볼 수 있다”는 뮤지엄헤드 측의 언급도 환기하는 바가 있다.

Juergen Staack, ‘Erosion-DMZ’, 2022. Courtesy of artist and gallery.
< TIMELESS RESONANCE >
Space Loop, 9.6~10.5
대안공간계의 맏형 격인 대안공간 루프는 매년 기획 공모를 받아 선정한 예술가와 독립 큐레이터를 지원해오고 있다. 2024년엔 기획자인 독일 출신 이안 코이츤베악이 기획하고 독일, 프랑스, 한국 예술가 5명이 참여하는 성음, 노래, 연설 등 여러 음의 현상에 대한 작업 <범피중류: 오래된 공명>을 선정했다. “음의 현상에 대한 독특한 작업을 초문화적 맥락 속에서 모은 전시”라고 루프 측은 밝혔다. ‘범피중류’는 판소리 ‘심청가’에서 제수로 팔린 심청이가 배를 타고 인당수로 가는 대목을 말한다.

평소에는 아트&디자인 스튜디오지만 가끔 전시 공간으로 변모하는 간헐적 아트 스페이스 ‘오시선’의 모습.
< ORAKDO >
Osisun, 8.30~9.1
성수동 뚝도시장 쪽 오거리 건너편에 아주 특이한 공간이 있다. 마치 땅콩집처럼 좁고 가늘게 뻗은 4층짜리 빌딩에 있는 아트&디자인 스튜디오 ‘다운라이트’는 가끔 비정기적으로 아트 스페이스로 변모한다. 이번 프리즈 기간에는 <오락도>라는 전시가 열린다. 게임이 전시가 될 수 있는지를 물어왔던 김도은, 오지형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오시선 측은 “이번에는 전시라는 단어를 ‘파티’나 ‘게임’의 경험으로 치환해보려고 한다”라며 “프리즈를 보러 온 아트 고어들뿐 아니라 그냥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들도 보러 와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잭슨 홍의 작품 ‘러다이트 운동회’(2024) 전시 전경. 잭슨 홍만의 유머와 산업적 소재감이 돋보인다.
< BOY WITH THORN >
Yellow Pen Club Space, 8.27~9.28
비평 공부 모임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전시 공간 옐로 펜 클럽 스페이스에서는 프리즈 기간에 잭슨 홍을 소개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삼성자동차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는 잭슨 홍의 관심은 산업디자인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매끄러운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지는 시대. 물리 버튼과 기능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형태가 주를 이뤘던 20세기의 전자제품 디자인들에서 매혹적인 요소들을 가져와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물 중 하나인 ‘가시 뽑는 소년’을 자신만의 버전으로 재구성한다.

대표 이미지는 노혜리, 엄지은 작가의 작품 ‘궤도 라이브러리’의 퍼포먼스 스틸컷이다.
< CREDITS >
Jungganjijeom, 8.24~9.22
‘중간지점’은 중첩 공간이다. 의미상으론 대안공간이고 시대 구분상은 신생 공간이다. 자급적 공간이면서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노혜리, 엄지은 작가의 <크레딧>. 작업에 올라가는 크레딧을 중심으로 두 작가의 세계 안에 공명하는 협업 관계를 살핀다. “종종 참여 혹은 도움이라는 추상적 역할로 동료 작가들이 서로의 크레딧에 올라가 있곤 하다는 점이 흥미롭다”라며 “각자의 이름을 맨 앞에 내세우고 하는 작업과 (각자의 이름이) 뒤에 자리하는 작업의 관계를 살펴보며 신용을 넘어선 신뢰 관계가 각자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박선영, ‘Milky’, Pigment print, 2023.
< SUMMERTIME ENDING >
Pie, 9.6~9.21
국내에서 일본에 있는 서브컬처 공간들과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활발한 교류를 벌이고 있는 을지로의 서브컬처 스페이스 ‘파이’는 일상과 탈출, 도시 속 개인, 연약함과 강인함, 자기 발견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선영의 개인 작업들을 전시한다. 작가는 소셜미디어와 서브컬처 커뮤니티 공간에서 마주친 이들 중 자기 연출에 열중하는 또래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들을 한 발짝 멀리서 촬영했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비슷한 취향과 관계를 공유하는 또래 친구들과의 거리감이 작품 감상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최수앙, ‘Islets of A Type I – XVII’, 2009. Courtesy of Art Space Hyeong.
< This is today >
Art Space Hyeong, 9.2~9.7
공간 형은 을지로의 아트 ‘형’답게 이번 프리즈 기간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을지로 나이트인 2일이 대목이다. 1층의 푸드트럭에서 제공하는 바비큐와 스파클링 와인을 받아 들고, 동시대 이머징 아티스트인 유화수, 전장연, 신종민의 작품으로 엮은 기획전 <unfreeze>를 감상할 수 있다. 3층의 ‘아트바’에서는 작품을 매개로 네트워크 작품 감상 공유 토크가 열린다. 특히 4층과 5층에서는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윤동천, 오원배, 김기라, 서용선의 예술관을 응축한 작업들을 소개한다. 공간 형 측은 “앞선 세대의 작가들과 오늘의 작가들 사이에 관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시”라고 밝혔다.

신하라, ‘기념비적 에테르. 몸들.’, 2024, 3채널 비디오 설치.
< OUROBOROS >
This is not a Church, 8.17~9.8
성북구 삼선동에 가면 아무도 돌보지 않은 듯한 외관의 건물이 하나 있다. 간판에는 ‘명성교회’라고 쓰여 있지만 그곳이 바로 세상 힙한 아트 스페이스 ‘디스이즈낫어처치’(This is not a Church)의 본체다. 줄여서 ‘TINC’(팅크)라고도 불리는 이 공간에선 이번 프리즈 기간에 신하라 작가의 개인전<우로보로스>가 열린다. 브라질-포르투갈-폴란드-한국을 배경으로 동시대 혼종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신작 ‘기념비적 에테르. 몸들.(Monumental Ether. Bodies.)’은 브라질의 모더니즘 시인 오스왈드 지 안드라지가 1928년에 발표한 급진적인 텍스트 ‘식인종 선언’을 약 100년 뒤인 2024년에 재해석하며 시작한다.

임노식, ‘Workroom 85’, 2024. oil on canvas.
< WHERE SHADOWS LINGER >
Space After, 8.21~9.13
작가 임노식은 “스페이스 애프터는 비평과 토론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공간”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스페이스 애프터는 비평가 구나연이 운영하는, 전시와 비평이 만나는 곳이다. 이 공간에서 프리즈 기간에 열리는 전시는 임노식 작가의 <그림자가 머무는 곳>이다. 최근 ‘사이’와 ‘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이것들이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들을 회화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탐구했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임노식의 관심은 ‘무색무취의 공기를 그리는 일’에 집중된다. 그는 대상과 화가의 보고 또 보이는 관계 사이에서 발현되는 투명한 대기를 구현한다. 작가 임노식은 “스페이스 애프터는 비평과 토론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공간”이라고 밝혔다.

김온, ‘Open Fall’, 2023.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윈드밀 펌프 2023’에서 발표할 때의 모습.
< WINDMILL AIR >
Windmill, 9.7~9.8
2021년에 개관한 퍼포먼스 공간 윈드밀은 공연장과 윈드밀 일대 야외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퍼포먼스 페스티벌을 펼칠 예정. 총 8명의 창작자 김영수, 김온, 문보람, 윤가연, 정명우, 조승호, 조익정, 허성임/허프로젝트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윈드밀 지하 공간,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육교 위, 언덕 위를 빼곡히 메운 빌라촌, 마포역 근방의 분주한 거리와 강변북로의 차로까지를 무대로 사용하며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윈드밀 측은 “프리즈가 있기 전에도 1년 중 미술계 행사가 가장 많았던 달은 9월이었다”라며 “외출하기 좋은 날씨의 9월 평일보다는 주말에 더 많은 분이 방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날을 정했다”고 밝혔다.

을지로의 전시공간 오브의 간판.
< PLEASURE OF FUGUE >
Of, 8.17~9.15
을지로 나이트 날에는 야간 전시를 진행하되 친한 노포를 하나 섭외해 참여 작가들과 귀여운 회동을 하고 늦은 시간에는 전시 공간에서 비공개 필름을 다 함께 감상할 계획이라는 ‘오브’의 이번 전시는 <푸가의 즐거움>이다. 모방, 변주, 대위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다성음악 푸가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어 배열과 틈, 규칙 등을 바탕으로 하는 작가 다섯을 엮었다. 오브의 운영자인 오웅진은 “을지로에서 이런 주제의 전시가 진행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동네마다 고유의 리듬이 상실되고 균질화, 평면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런던이나 파리를 보고 부러워하는 동네만의 리듬들이 을지로엔 옅게나마 남아 있다”고 밝혔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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