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결혼과 출산 후, 랄랄이 후회하는 단 한 가지

좀 더 모든 것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 랄랄은 오직 그걸 후회한다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11.02
뱅글 벨앤누보. 오른손 검지 실버 링 앤아더 스토리즈. 오른손과 왼손 새끼손가락 실버 링 모두 골든듀. 드레스, 네크리스, 베일, 장갑, 왼손 중지 골드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뱅글 벨앤누보. 오른손 검지 실버 링 앤아더 스토리즈. 오른손과 왼손 새끼손가락 실버 링 모두 골든듀. 드레스, 네크리스, 베일, 장갑, 왼손 중지 골드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야 이렇게 뵙네요.
그러니까요. 출산 전에 촬영 일정까지 다 잡아놓고는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는 바람에. (처음 인터뷰가 논의되었던 것은 랄랄이 아이를 낳기 전인 6월 즈음이다.) 저도 <에스콰이어>와의 만삭 화보 촬영이 욕심났는데, 사실 보통 만삭 화보를 진짜 만삭 때는 안 찍거든요.(웃음) 찍었다면 진정한 만삭 화보가 될 뻔했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산달이 다음 달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되려나?’ 했는데, 랄랄 씨도 흔쾌히 응하고 시안을 찾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리한나의 만삭 사진들을 많이 봤어요. 저는 늘 랄랄 씨가 리한나를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오, 저 이번에 낸 <그러세요 그럼> 뮤직비디오에 그런 댓글이 좀 있었어요. 뭐라더라. ‘테무에서 산 리한나’ 같다던가.
출산과 몸조리로 인한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 일하고 있어요.
맞아요. 조리원에서 나온 후에도 원래 좀 쉬어야 한다던데, 저는 나오자마자 계속 일을 하고 있죠. 거의 하루에 세 건씩. ‘누워 있으면 계속 누워 있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출산 전에는 또 움직이는 게 애한테도 좋다고 해서 쉬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요. 대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일만 했죠.
세상에 스트레스가 없는 일도 있어요?
제가 유튜브 콘텐츠 찍을 때는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진짜 너무 재밌어요. 물론 작은 막힘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지만 뭐 그건 스트레스도 아니죠. 유튜브 외적인 일은 몸도 정신도 지칠 때가 많은데 콘텐츠 찍을 때는 아니에요. 제가 원하는 그림이 딱 있으니까 그렇게만 찍고 그대로 만들면 되죠. 오히려 저한테는 콘텐츠 촬영할 때가 제일 많이 웃는 시간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성격에 집에만 있고, 육아만 하면 오히려 우울증이 생길 거예요.
개인적으로 랄랄의 팀에 작가진이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했어요. 댓글 보면 ‘콘티 누가 짰냐 너무 웃기다’ 이런 반응이 많은데, 사실 랄랄의 콘텐츠들은 보면 큰 얼개만 있지 대본이 따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니까요.
없어요. 기획부터 구성까지 싹 다 제가 하죠. 그렇게 흐름이 제 머릿속에만 있고 대사도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사실 게스트로 오신 분들이 되게 힘들어 하시기도 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사실 저도 그렇고요. 가끔 그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생겨요. 티키타카가 되어야 하는데 게스트가 저도 처음 보는 분인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 남편이 많이 도와줘요. 저희 남편이 랄랄 채널의 PD인데, ‘방금 건 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때 이런 대사를 쳐보면 괜찮지 않겠냐’ ‘이런 상황으로 흘러가면 웃기지 않겠냐’ 그런 정리를 잘 해줘요. 그런 감이 굉장히 좋아요.
남편이 PD면 아무래도 장점이 있겠네요. 카메라 너머의 저 사람이 내가 어떤 웃음을 추구하는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알 거라는 신뢰감 측면에서.
아니에요. 안 좋아요. 찍다가도 눈 마주치면 괜히 민망하고 웃기고. 저도 남편 앞에서 웬만하면 예쁜 모습 보여주고 싶지, 망가지는 모습만 계속 보여주고 싶진 않잖아요. 남편이랑 같이 일한다는 게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그분이 워낙 잘해서 하는 거예요. 저희 남편이 굉장히 날카롭게 잘 짚고, 웃음도 정말 잘 참거든요. 웬만하면 안 웃어요. 제가 기획이나 큰 틀을 짜는 건 다 하는데 디테일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꼼꼼한 성격인 남편이 회사의 그런 부분을 많이 채워주고 있기도 하고요.
‘멋쟁이 신사세요 그럼’ 영상. 미용실 콘셉트의 상황극 ‘그러세요 그럼’ 시리즈에 코미디언 이창호가 게스트로 출연한 에피소드로, 랄랄 본인이 꼽은 지금껏 가장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촬영이다.

‘멋쟁이 신사세요 그럼’ 영상. 미용실 콘셉트의 상황극 ‘그러세요 그럼’ 시리즈에 코미디언 이창호가 게스트로 출연한 에피소드로, 랄랄 본인이 꼽은 지금껏 가장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촬영이다.

‘휴먼다큐 사람은 좋다 - 기부’ 영상. 부녀회장 이명화는 지금 랄랄이 가장 애정하는 부캐로, 최근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에 거금을 기부하거나 더현대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휴먼다큐 사람은 좋다 - 기부’ 영상. 부녀회장 이명화는 지금 랄랄이 가장 애정하는 부캐로, 최근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에 거금을 기부하거나 더현대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그러세요 그럼 저예산 MV’ 영상. 랄랄은 영상 콘텐츠 작업 간간이 부캐나 유행어에서 파생된 곡을 발표하고 있으며, ‘Square Eyes’ ‘가자가자가자구’ ‘랄토바이’ 등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한 노래들이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

‘그러세요 그럼 저예산 MV’ 영상. 랄랄은 영상 콘텐츠 작업 간간이 부캐나 유행어에서 파생된 곡을 발표하고 있으며, ‘Square Eyes’ ‘가자가자가자구’ ‘랄토바이’ 등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한 노래들이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

게스트 섭외도 랄랄 씨가 직접 한다고 하셨죠.
네. 일단 그냥 DM을 보내죠. ‘안녕하세요. 랄랄입니다. 혹시 시간 되시나요?’ 이렇게.(웃음) ‘바로 답변이 어려우시다면 매니저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얘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섭외하는 과정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저는 안 그래요. 그렇게 섭외부터 편집까지 다 하니까 더 재미있어요.
편집도 직접 해요? 그건 시간이 정말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외부 편집자 두 분이 계시긴 한데, 거의 자막을 달아주시는 정도죠. 컷 편집은 제가 하고요. 쇼츠 편집 경우에는 아예 제가 다 하고. 컷 편집까지 전문 편집자한테 맡겨본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제 특유의 웃음 코드가 있잖아요. 그런데 맡겨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웃기는 부분들이 딱 빠져서 돌아오는 거예요.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죠. 그렇다고 ‘여기서 0.1초 늘려줘요.’ ‘이 부분 3초는 잘라줘요’ 그렇게 하나하나 요구할 수도 없고, 제 코드에 딱 맞는 편집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직접 하고 있는 거예요.
거의 콤비처럼 출연하고 있는 보리 씨는 랄랄랜드의 직원으로 봐야 하나요? 아니면 여전히 촬영마다 섭외를 하나요?
보리는 그냥 친구예요. 촬영마다 섭외하고 있죠. “보리야, 제발 그날은 빼주면 안 돼? 너 왜 이렇게 바빠졌냐. 제발 그날만 빼줘” 이러고 늘 읍소하고 있고.(웃음) 물론 팀으로 함께하는 걸 저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죠. 그런데 방금 제가 하는 일 얘기에서 느끼셨겠지만 제가 누군가를 책임지고 채널을 같이 키워주고 그런 사람이 못 되거든요. 저한테는 버거운 일이에요. 그래서 보리와 큐영은 다른 MCN에 소속되어 있고, 제가 늘 섭외하고 출연료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협업하고 있죠.
랄랄 채널은 되게 다양한 포맷과 ‘부캐’를 유지하고 있잖아요. 게스트의 일정과 여건에 맞춰 촬영하는 데에 그런 다양한 포맷을 갖추고 있다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맞아요! 딱 그래요. 보리가 안 된다고 하면 그날은 헤어숍이나 네일숍 콘셉트 대신 다른 거 찍고.(웃음) 그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게스트들이 유독 어려워하는 포맷이 있지는 않나요?
있죠. 그런데 막상 해보면 다 어려워해요. 쉬운 게 없어요. 아무래도 즉흥이라는 측면이 크죠. 이게 결과물인 영상을 보는 거랑 상황 속에서 연기하는 거랑은 다른 거거든요. 보는 사람을 웃겨야 한다는 게, 제가 웃기다고 느껴서 우리끼리 말을 계속한다고 해도 그게 꼭 재미있지는 않아요. 촬영하면서 알기가 굉장히 어렵죠. 게스트도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대사를 주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재미있게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분도 많고요.
와, 당일의 시너지에 크게 기대야 하는 작업이군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요. 촬영을 앞둔 때나, 촬영 후 편집을 할 때나.
쉽지 않죠. 그래서 요즘은 웬만하면 최소한의 대사라도 드리려고 해요. ‘제가 이런 말을 할 건데 그때 당황하지 마시라’ 언질을 드릴 때도 있고. 최근에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거든요. 게스트 모셔놓고 찍은 걸 편집하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거예요. 사실 그게 뭐 못 올릴 정도의 결과물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게스트의 굉장한 팬이라,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부득이 부탁을 드렸죠. 한 번만 다시 찍으면 안 되겠냐고. 다행히 좋다고 해주셔서 다시 찍기로 했고요.
못 올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랄랄 씨에게 재미있지는 않았으니까.
맞아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제가 계속 부캐를 새로 만드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편집하다 보면 한 콘텐츠를 몇백 번씩 돌려 보잖아요. 그러다 보면 질리거든요. 연기할 때 더 이상 재미없다든가, 연기할 때는 재미있는데 편집하면서 보면 재미가 없다거나. 그럼 저는 그걸 안 해요.
그 캐릭터가 대중적으로는 재미 요소가 남았다고 해도요?
네. 안 해요. 못 하는 거죠. 제가 뭐 하나를 꾸준히 오래 하지 못하고, 계속 다음 걸 생각해요. 이제 뭘 하면 재미있을지.
좀 실례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러세요 그럼’ 헤어숍 선생님 캐릭터 같은 경우는 랄랄님이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나요? 축 처져서 말도 거의 하면 안 되고, 톤도 낮고 느려서 애드리브도 굉장히 제한적이잖아요.
사실 그 선생님이 좋다기보다는, 그 선생님과 보리의 케미가 좋은 거죠. 그게 캐릭터 역할이 ‘하세요’ 네일숍의 정반대잖아요(‘하세요’ 네일숍 콘텐츠에서는 보리가 상사, 랄랄이 알바생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부분보다 결과물을 봤을 때 재미있는 부분이 큰 콘텐츠예요. 말을 거의 하면 안 되니까 사실 현장에서 제가 재미있지는 않고요.
우울한 느낌 뿜으면서 계속 멍하니 있어야 하잖아요. 그때 보통 무슨 생각해요?
사실 그러고 있으면 덩달아 저도 좀 멍하니, 집중력을 잃게 되기도 하는데요.(웃음) 그런데 또 저는 계속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웃길지. 그러다 보니까 더 웃긴 거예요. 축 처져 있으면서 혼자 웃긴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왜 자꾸 혼자 웃냐고 사람들이 다 뭐라 그러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자꾸 혼자 뒤도는 거예요. 그냥 갑자기 퇴장해버리기도 하고.
사실 랄랄 씨는 웃음을 정말 못 참는 사람이죠. 왓챠 예능 <노키득존>에서도 금방 탈락했었고.
바로 떨어졌었죠. (2022년 발표된 왓챠 예능 <노키득존>은 코미디언들을 모아놓고 서로를 웃기고 웃음을 참는 것으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맞아요. 제가 웃음을 정말 못 참는 사람인데 웃음을 참아야 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요. 게스트한테 웃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서는 계속 자기가 웃어서 NG가 나고.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그건 안 고쳐져요. 못 참겠어요, 너무 웃겨서.
‘눈을 왜 그렇게 떠? 카페 기싸움 ASMR’ 영상. 랄랄 채널 최고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으로, 랄랄의 ‘기싸움’ 시리즈에 브라질의 인플루언서 에디 실바가 함께한 편이다. 랄랄의 기획력과 섭외력, 추진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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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첫 만남 썰’ 영상. ‘썰’, 즉 일화를 들려주는 영상은 오랜 역사를 지닌 랄랄 채널에서도 유구한 콘텐츠로, 어떤 이야기든 맛깔나게 살리는 랄랄의 놀라운 입담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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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땅이가 태어났어요’ 영상. 랄랄은 무수한 부캐들로 빚은 상황극 콘텐츠들 틈으로 간간이 브이로그 콘텐츠도 내고 있으며,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 랄랄의 명랑하고 행복한 일상을 볼 수 있다.

‘조땅이가 태어났어요’ 영상. 랄랄은 무수한 부캐들로 빚은 상황극 콘텐츠들 틈으로 간간이 브이로그 콘텐츠도 내고 있으며,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 랄랄의 명랑하고 행복한 일상을 볼 수 있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뭐예요?
이명화죠.
역시.
이명화는 처음에는 제 스스로 너무 웃겨서 못 했어요. 라이브 방송 하다가 웃음을 못 멈춰서 거의 울다가 끄기도 하고. 아예 거울을 못 봤죠. 지금도 너무 재미있는데, 이게 요새는 또 다른 딜레마가 있어요. 얼굴 표정을 강하게 써야 하는 캐릭터다 보니까 주름이 엄청 생기더라고요. 애 낳았으니 살도 좀 빼야 하고 보톡스나 리프팅도 하고 관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이명화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니까 그런 것도 못 하겠고요.
아주머니 캐릭터는 옛날부터 코미디의 단골 소재였고, 요즘은 또 워낙 부캐가 많은 시대잖아요. 그런데도 이명화는 볼 때마다 놀라워요. 제스처나 말투, 뜸 들이는 타이밍 하나에도 디테일의 해상도가 너무 높아서요. 혹시 모델이 따로 있나요?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모델은 따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들 그런 디테일이 그냥 나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니까 저도 생각을 해봤죠. 제스처는 돌아가신 저희 친할머니 것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성격이나 말투는 셋방 주인 아주머니 말투죠. 제가 20대 때부터 월세를 살았는데 저한테 정말 엄청나게 뭐라고 하셨거든요. 서러울 정도로. 그런데 그분은 서울 말씨를 쓰셨고, 저희 할머니는 사투리를 쓰시는데 성격이 그렇게 세지 않으셨고. 제 안에서 여러 요소들이 합쳐져서 이명화라는 캐릭터가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이명화 씨 특유의 말하는 방식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보면, ‘이명화 씨가 좀 따뜻해졌나?’ 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아니에요. 이명화 씨가 다정할 때는 아기, 할머니, 약자들을 대할 때뿐이에요. 젊거나, 힘 세거나, 돈 많은 사람들한테는 겁나 강하고요. 그게 기본 콘셉트죠. 최근에 올라온 ‘피리 아저씨’ 편 같은 경우에는 옆에 아기도 있고, 피리 부는 선생님도 실제로 연세가 좀 있으시니까 막 화내고 이런 콘텐츠를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앞으로 나갈 콘텐츠는 또 사람들한테 뭐라고 하는 것밖에 없어요.
피리 아저씨 나온 편뿐만 아니라 풍자 씨 나온 편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평화롭고 목가적으로 바뀐 것 같은 부분이 있었어요.
아, 그런 부분은 의도적이었죠. 댓글을 쭉 보는데 사람들이 그러는 거예요. 이렇게 도파민 천지인 세상 에서 제 영상을 보며 힐링한다고요. 저 자연의 초록색을 보고, 저 빗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 날 것 같다고. 사실 찍을 곳이 거기밖에 없어서 거기서 찍었던 거거든요. 그런데 댓글을 읽어보니까 요즘 사람들이 하늘 볼 시간도 없고, 자연 속에 앉아 있을 시간도 없구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좀 더 평화롭게, 편하게, 자연을 담아보자 하게 됐죠. 사실 이명화가 막 맞짱 뜨러 다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콘텐츠는 아니니까요.
그랬군요. 사실 저는 가정을 이루면서 생긴 변화인가 했어요. 저희 형수가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거든요. 아기 낳은 후에 한동안 액션 영화도 못 봤다고요. ‘저렇게 한 대 맞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저 사람도 엄마가 열심히 키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맞아요! 그건 정말 그래요. 저도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 인류애가 생겼어요. 제가 사실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처음 본 사람도 약간 기분이 안 좋아 보이거나 기침을 한다, 그러면 진심으로 걱정하게 돼요. 일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보면서도 ‘저 사람 낳기 위해서 누군가 열 달을 품고, 집에서 계속 사랑을 주면서 키웠을 텐데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저렇게 막 대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고. 아니, 인간을 사랑하게 되더라니까요?(웃음) 어쩌면 제 이런 변화가 저도 모르게 콘텐츠에 녹아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그래요. 지나가는 아기도 예쁘고, 나이 든 사람도 예쁘고, 남자도 여자도 다 예쁘고. 아무도 안 힘들었으면 좋겠고,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랄랄은 옛날부터 다정한 사람이었지 않나요? 웃긴 걸 제일 좋아하지만 절대로 남을 비하하면서 웃기는 법이 없고, 말을 정말 맛깔나게 하는 사람이면서도 늘 다른 사람이 하는 별로 재미없는 얘기도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랬나? 제가 볼 때는 안 그래요. 왜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에서는 눈빛이나 말투 같은 걸 숨길 수가 없잖아요. 예전에 제가 나왔던 방송들 보면 제 눈에는 딱 보여요. 그냥 자기밖에 모르고, 배려심 없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라는 게.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사실 애가 크면서 엄마가 옛날에 했던 것들을 보게 될 거잖아요. 다른 건 괜찮아요. 발랄한 사람이고, ‘난 절대 결혼 안 할 거야’ 이런 얘기했던 것도 뭐 어떻게 보면 귀엽죠. 그런데 사람을 좀 더 사랑하지 않았다는 게 후회돼요. 내가 조금만 더 다 사랑하고 좋아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것만 빼면 나머지는 따님이 봐도 괜찮군요.
사실 걱정이 좀 되긴 하죠. 엄마 젊은 시절 모습이나 ‘내가 너를 이렇게 키웠단다’ 하고 육아 브이로그 같은 건 보여주고 싶기도 하지만, 제가 워낙 별의별 얘기를 다 했잖아요. 흑역사가 너무 많아서… (웃음)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랄랄 씨는 그래도 정말 열심히 살았잖아요.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해봤고, 부모님 은퇴 자금까지 사기당한 적도 있었고, 꾸준함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일해온 덕분에 랄랄랜드 사옥까지 차렸고,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죠. 흑역사일 수도 있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일 수도 있지 않나요?
초창기부터 저를 봐주신 분들은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주시죠. 혹시 ‘이명화 기부 콘텐츠’ 보셨어요? (랄랄은 최근 이명화 굿즈로 번 돈 2000만원을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에 ‘이명화 외 155만 명’의 이름으로 기부하며 영상을 찍었다.) 그때 증서를 받으면서 제가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게 제가 지어낸 가상의 이야기잖아요. 이명화 씨가 뭐 성기 아빠 떠나고 혼자 성기를 키웠다느니, 안 해본 일이 없다느니. 그런데 그 촬영 마지막에 제가 진짜로 엉엉 울어버렸어요. 여기까지 오는 게 참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그때 그 얘기를 한 사람이 이명화 씨가 아니라 랄랄이었나 봐요. 오래 울었어요.
지금도 눈이 그렁그렁하시네요.
이게 다 출산 후에 호르몬이 엉망진창이라 그래요.(웃음) 100일쯤 지나야 사람이 된다고들 하던데, 아 진짜 눈물 날 것 같네. 자랑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여기 오기까지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사실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채널 분위기가 바뀔까 봐 많이들 걱정하셨거든요. 다행히 요즘 ‘더 뻔뻔하고 웃겨졌다’는 댓글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엄마가 됐다고 해서 얌전해질 생각은 없어요. 재미있고 행복하고 유쾌한 ‘인싸 엄마’가 될 거예요. 마음가짐은 좀 달라졌지만 앞으로도 랄랄의 콘텐츠는 똑같을 거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이규원
  • STYLIST 이다은
  • HAIR 김환
  • MAKEUP 김범석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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