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Part 2. 민규의 꿈, 그리고 그 꿈의 전제 조건

민규는 먼 곳을 보며 산다고 했다. 누군가는 꿈이라고 하는 것들을, 궁극적 목표라고 부른다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11.19
슬리브리스 카디건, 쇼츠, 브로치 모두 디올 맨.

슬리브리스 카디건, 쇼츠, 브로치 모두 디올 맨.

최근에 출연한 유튜브 예능들 보면서 느낀 게, 민규 씨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재미있고 싶죠. 재미있고 싶은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지는 못하겠고.
주변의 평가는 어떤데요?
저요? 뭐, 그냥 ‘밝은 사람’ 정도이지 않을까요?
밝은 사람. 말주변과 센스가 좀 있는.
말주변도 있고 말재간도 있고 센스도 있고 위트도 있지만, 자기 입으로 그걸 말하지는 않는 겸손함도 가진….
그런 사람이군요.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기사에 그렇게 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소개한 건 아니다’라고 해주시면 좋고요.
(웃음) 근데 저는 실제로 그렇게 느꼈어요. 기상천외한 농담으로 빵 터뜨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말을 살리는 타이밍과 센스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또 세븐틴 전 멤버가 다 있는 자리에서는 거의 말을 안 하더라고요.
아, 정말요? (잠깐 생각하다가) 의도한 건 아닌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든 버릇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참고 있겠어요? 13명인데 다들 뭘 하겠다고 덤벼들면 난리 나죠. ‘내가 할 말 있는데, 재미있게 할 자신 있는데, 그래도 네가 했으니까 넘어가자.’ 저뿐만 아니라 다들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민규 씨는 그중에서도 특히 웃긴 건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굳이 본인에게 집중시켜서 뭔가를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죠. 제가 원래는 말도 많은 편이거든요. 두세 명 같이 나가는 예능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 지금 인터뷰도 정말 신나요. 너무 솔직한 얘기도 나오려고 하고요.(웃음)
디컨스트럭티드 코트, 후드 셔츠, 이퀘스트리안 새들 백 모두 디올 맨.

디컨스트럭티드 코트, 후드 셔츠, 이퀘스트리안 새들 백 모두 디올 맨.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과 예능이나 진행에 욕심이 있다는 건 또 다른 얘기겠죠. 민규 씨는 어느 쪽이에요?
전자예요. 이야기하는 거, 재미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게 대중이 저를 바라보는 메인 포인트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죠. 어쨌든 제 직업이 가진 근본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그걸 잘 지키면서 부가적으로 여러 가지 모습도 보여주는 건 좋지만, 제가 아예 다른 길로 나가게 된다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세븐틴은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자제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게 각자의 스케줄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니까 그렇겠죠.
정확해요. 슈퍼주니어 형들이 저희가 어릴 때부터 되게 예뻐해주셨거든요. 아무래도 다인원 그룹이라는 지점에서 옛날 생각도 나고 애착도 가고 그런 부분이 있었겠죠. 그런데 형들이 늘 그랬어요. 너희 흩어지지 말고 꼭 팀 활동 오래오래 하라고요. “그게 너희들한테도 좋고, 팬들이 제일 원하는 거야.” 그때도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특히 더 절실히 느끼는 것 같아요. 어쨌든 세븐틴은 팀으로 있을 때 제일 멋있고, 팀으로 있을 때 팬들이 가장 좋아해주시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포인트를 팀에 두고 가자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만약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민규 씨가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뭐예요?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죠. 여행 브이로그 유튜브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누구랑 대화를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여행하는 걸 보여주는 식으로.
피코트, 엠브로이더리 오간자 후드 셔츠, 쇼츠, 브로치 모두 디올 맨.

피코트, 엠브로이더리 오간자 후드 셔츠, 쇼츠, 브로치 모두 디올 맨.

저 민규 씨가 LA 여행하는 브이로그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사실 그거 재미없다고 멤버들이 뭐라고 했는데.
온갖 여행 낭만을 잘 담아낸 영상이었지 않나요? 볕 좋은 날 모자 눌러쓰고 베벌리힐스에서 자전거 타고, 여기저기 편집숍 들러서 나이키 슈즈나 아디다스 저지 같은 거 사고, 샌타모니카 비치 가서 일몰 보면서 맥주도 마시고.
그쵸. 저 진짜 그때 LA의 낭만이라고 할 만한 건 다 했거든요.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 나서 동네 바이크숍에서 수리 기다리는 것까지 완벽했어요.
맞아요. 그 자전거 마음에 들었는데. 돌아올 때 한국까지 가져올 수가 없어서 그거 그냥 동네 공원의 꼬맹이한테 주고 왔거든요.
그냥 줬다고요? 그 꼬마는 민규 씨가 누군지도 모르고요?
(웃음) 모르죠 전혀. 그냥 “이거 너 가질래?” 했던 게 전부였어요. 누군가는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효율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것들을 행복으로 만들고 사는 게 제 목표거든요. 지금도 그 자전거를 타던 순간과 공원에서 어린 친구에게 줬던 순간이 저한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울 저지 터틀넥 스웨터 디올 맨.

울 저지 터틀넥 스웨터 디올 맨.

여행 좋아해요?
좋아해요. 세계 일주가 제 꿈이에요. 어릴 때는 언젠가 요트 자격증을 따서 직접 요트를 몰고 유럽까지 갔다가,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는 꿈을 품기도 했죠. 그 꿈은 사실 지금도 남아 있어요. 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언젠가 꼭 실현시키고 싶은 목표이기도 해요.
한 번씩 떠올리는 먼 미래의 막연한 본인 모습 같은 거군요.
맞아요. 사실 제가 먼 미래만 생각하고 살긴 하는데요.(웃음) 그래서 멤버들한테도 혼날 때가 많거든요. 다들 내년에는 뭘 하고, 내후년에는 뭘 하고, 이런 걸 얘기하는데 저 혼자 20년, 30년 뒤를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야 혼자 자꾸 은퇴해서 요트 타고 카리브제도를 떠도는 삶을 얘기한다면 당연히 혼이 나겠죠.(웃음)
아뇨. 그 반대죠. 저는 50살이 넘어서도 활동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10년 뒤에도 당연히 우리는 세븐틴일 텐데 왜 1, 2년 뒤를 걱정해?” 그러면 멤버들은 당황하고요.
어, 잠깐만요. 그러니까 먼 미래의, 세계 일주를 하는 나이 든 민규 씨도 여전히 세븐틴 멤버인 거군요.
맞아요. 휴식기에는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고. 미국 투어 같은 걸 한다 그러면 커다란 캠핑카를 빌려서 이동하고. 월드투어를 한다고 하면 요트 타고 이동한다거나… 그건 좀 말이 안 되겠죠?(웃음)
말이 되는 것과 별개로 저는 좀 놀랐어요. 당연히 은퇴 후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막연한 꿈속에서도 당연하게 세븐틴을 그리는구나 하고요.
세븐틴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꿈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큰 목표거든요. 목표가 있어야 사람이 가동을 하니까. 자꾸 최대한 더 먼 미래에 제 자신을 두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ST 강민지/최영회
  • HAIR 김병우
  • MAKEUP 이재희
  • SET STYLIST 전예별
  • ASSISTANT 이유나/남가연
  • ART DESIGNER 김대섭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