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 지평 특집 vol3. 미래 세계의 공장 베트남

베트남 전쟁이 1975년에 끝난 후,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나 현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그 급속 성장의 요인 중 하나는 풍부한 자원이다. 다양한 식생과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양 영토가 광활하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비엣텔(Viettel) 그룹이 있다. 비엣텔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통신 브랜드로 평가받으며, 아시아에서는 9위, 세계시장에서는 16위를 차지했다. 비나밀크(Vinamilk) 역시 우유 브랜드 가치 글로벌 톱 10에 든 유일한 동남아시아 기업으로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 및 안보가 안정적인 베트남은 외국 기업들에 이상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기준,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총 4387억 달러까지 확대했다. 애플(Apple)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Foxconn)·페가트론(Pegatron) 등이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델, HP,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생산 시설의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제 세계 공장의 무대는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23번째로 큰 수출국가다.

경제적 부흥은 문화의 융성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베트남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오랜 역사의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어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언어는 아니지만, 베트남은 음악, 영화, 음식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쌀국수(Phở), 반미(Bánh mì)와 같은 베트남 음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베트남 팝(V-Pop)도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의 문화적 가치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어 베트남만의 독특한 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최고의 유산 관광지, 아시아 최고의 자연 관광지로 선정되었으며, 지난 7년 동안 여섯 번이나 아시아 최고의 관광지로 인정받았다. 이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으며, 베트남이 세계에서 중요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방송, 음악, 예술 분야에서는 한국이나 미국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를 불문한 작품들은 강한 베트남 전통 혹은 지역의 문화적 요소와 엔터테인먼트적 특성을 결합한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하여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점차 변화하며 글로벌 트렌드에 더욱 부합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몇몇 곡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7dnight’의 ‘Không Sao Cả(괜찮아 딩딩딩딩딩)’ ‘2 Phút Hơn Remix’ ‘See Tình’ 등이 있다. 이 곡들은 전통적인 선율과 팝, EDM, 힙합 등의 현대적인 음악 스타일을 함께 결합하여 독창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냈고,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 - Trấn Thành

entertainer

베트남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방송 분야는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고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쇼와 음악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2 Ngày 1 Đêm>(1박 2일)을 비롯해, <랩 비엣(Rap Việt)> <안 짜이 세이 하이(Anh Trai Say Hi)> 등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 쇼의 베트남 버전인 <2 Ngày 1 Đêm>은 오락 외에도 문화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베트남의 북부, 중부, 남부는 문화가 달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낯선데, 연예인들의 1박 2일이라는 콘셉트에 각 지역의 역사적 명소와 수려한 경관을 탐험하고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의 묘미를 더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을 꼽으라며 ‘쩐탄’을 들 수 있다. MC, 코미디언, 배우, 영화제작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그는 특유의 유머 감각, 재치 있는 언변, 그리고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쩐탄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음악 예능 <랩 비엣>에서다. MC로 나선 그는 뛰어난 순발력과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었으며, 전문 래퍼는 아니지만 힙합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참가자, 코칭 패널, 시청자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냈다. 그는 또 다른 예능 <안 짜이 세이 하이>의 MC이기도 하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에서 유재석이나, 전현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 Ninh Dương Lan Ngọc

Film Star

방송산업뿐만 아니라 베트남 영화 및 드라마 산업도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베트남 관객들이 <Nhà Bà Nữ>(The House of No Man) <Lật Mặt>(Face off)과 같은 코미디, 가족 드라마 등 오락성이 강한 영화를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이(Mai)> <Chúng Ta Của 8 Năm Sau>(8년 후의 우리) <Đi Giữa Trời Rực Rỡ>(Walking under the Bright Sky)와 같은 사회 심리 및 로맨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이것들이 오락적 요소를 넘어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며, 사랑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젊은 세대가 직면하는 도전들에 대해 좀 더 깊이 탐구하고 있다고 느낀다. 요컨대 베트남의 영화와 드라마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닌 즈엉란 응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재능 있는 여배우다. 그녀는 미모뿐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춰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낸 바 있다. 대표작으로는 <Cánh Đồng Bất Tận>(끝없는 들판) <Cô Ba Sài Gòn>(미스 사이공) 등이 있으며, 작품마다 새로운 스펙트럼의 연기에 도전 중이다. 특히 문학작품을 영화화한 <Cánh Đồng Bất Tận>에서 그녀는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베트남 영화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국제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베트남 영화와 드라마의 배급이 증가하면서, 베트남 배우들의 국제적인 인지도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베트남 영화 중 <Hai Phượng>(Furie)은 비영어권 작품 10위 안에 들며 상당한 인기를 끈 바 있다. 2019년 개봉한 이 액션 영화는 영어권에서 ‘베로니카 응오’로 활동하는 ‘응오탄반’(Ngô Thanh Vân)이 제작 및 주연을 맡았으며, 개봉 당시 자국 극장가에서 2000억 동(약 8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베트남 최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영화의 성공 이후 <578: Phát Đạn Của Kẻ Điên>(578 Magnum) <Bẫy Ngọt Ngào>(Naked Truth) 등의 후속 액션 작품들이 뒤를 이었다.

3 - Sơn Tùng M-TP

Musician

선뚱(Sơn Tùng) M-TP는 ‘브이 팝의 왕자’로 불린다. 이견 없이 현재 베트남 음악계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이끌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베트남 사람치고 ‘Lạc Trôi’(떠도는 우리), ‘Hãy Trao Cho Anh’(Give It to Me), ‘Có Chắc Yêu Là Đây’(이게 정말 사랑인가요?) 등 그의 히트곡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의 뮤직비디오들은 유튜브에서 수억 뷰를 기록 중이며 MTV 유럽 뮤직 어워드에서 최우수 동남아시아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입지마저 누리고 있다. 특히 2019년 발표한 ‘Hãy Trao Cho Anh’에 세계적인 래퍼 스눕 독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베트남 음악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한국의 뮤지션과 비교해야 한다면, 지드래곤과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팝, 힙합, R&B, 일렉트로닉 장르를 추구하며, 가수에 머물지 않고 직접 프로듀싱 영역을 이끈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 사람 모두 작곡, 프로듀싱, 퍼포먼스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선뚱 M-TP 역시 개성 넘치는 패션 스타일과 끊임없는 이미지 변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점 역시 지드래곤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베트남 음악 산업은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활성화로 베트남 가수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선뚱 M-TP 역시 이러한 흐름을 적극 활용해 해외 팬들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4 - Văn Dương Thành

Artist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티스트의 작품은 해당 국가의 국립미술관 수장고에 언제 컬렉팅 되느냐로 평가받기도 한다. 국립미술관의 학예사들이 수집을 결정했다는 것은 그 나라의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반드시 남겨야 할 작품이라는 평가로 읽히기 때문이다. 반즈엉탄은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베트남 국립미술관에 작품이 수집된 작가다. 이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미술 기법을 융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1995년엔 CFM 인터내셔널이 선정하는 ‘국제 우수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서양의 기법이 특징이지만, 베트남의 역사와 정체성이 드러난다는 면에서 메시지적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 베트남 미술은 전통적인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미술, 실험적인 아트 퍼포먼스, 공공 미술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활약하는 베트남 교포들의 활약 소식도 종종 들린다. 예를 들어 지난해 ‘프리즈 서울 2024’에서는 호찌민시의 갤러리 꾸인(Galerie Quynh)이 연 뚜안 앤드루 응우옌의 전시가 최고 전시상인 ‘스탠드 프라이즈’를 수상하기도 했다.

5 - Nguyễn Quang Hải

Sports Star

응우옌꽝하이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매우 익숙할 것이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돌풍을 일으켰던 2010년대 후반 팀의 간판 공격수로 떠오르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1997년생으로 아직 서른을 안 넘긴 그는 베트남 축구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하노이 FC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후에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베트남 축구의 중심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순간 중 하나는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의 활약이었다. 준결승전에서 기록한 멋진 프리킥 골과 결승전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경기력은 그를 베트남 축구의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베트남 국가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2018년 AFF 스즈키컵 우승, 2022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의 활약 등을 통해 베트남 축구의 성장을 이끌었다. 베트남에서 단체 구기종목 중 최고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축구다. 야구나 농구는 축구와 비교할 수도 없다. 응우옌꽝하이의 성공은 베트남 축구의 성장세를 이끌 것이며, 국제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가 그에 대한 국민적 호감의 바탕이다.

Who’s the Writer?

반티디엠흐엉(Banh Thi Diem Huong)은 한국어가 좋아서 오랜 시간 한국어를 익혀왔다. 베트남에 거주하지만, 한국인 교사 및 한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며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한다. 현재 컨터대학교 외국어센터와 인권정책센터(KOCUN)에서 한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