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주얼러 인터뷰 Part2: Nathalie Verdeille at TIFFANY & CO.
고유한 빛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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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티파니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한 나탈리 베르데유는 장인정신에 기반한 조형성과 섬세한 해석력을 바탕으로 티파니의 디자인 유산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블루 북 컬렉션을 통해 쟌 슐럼버제의 초현실적 미학을 정교하게 재구성하며 브랜드의 상징적 모티브를 동시대적인 맥락에서 재창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주얼리 디자인은 무엇인가?
훌륭한 주얼리 디자인은 단지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집요할 만큼 정교한 디테일에서 비롯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결정과 치밀한 계산, 형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상력이 하나의 균형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나는 자연의 구조와 리듬에서 힌트를 얻되 그 위에 새로운 해석과 언어를 덧입히는 과정에 진정한 창작의 기쁨이 있다고 믿는다. 선 하나, 곡면 하나에도 이유가 있어야 하고, 소재와 색은 감각을 일깨우면서도 예상 가능한 조합을 반복해선 안 된다. 뛰어난 디자이너는 기본에 누구보다 충실하면서도, 그 기본 안에서 드러나지 않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부드럽게 넘어서는 사람이다. 전통적인 문법 위에 자신만의 어휘를 얹어 침묵하는 보석에 말의 리듬을 부여하는 사람. 결국 좋은 주얼리 디자인이란 구조를 이해하는 이성과 경계를 넘는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2021년부터 티파니의 주얼리를 도맡고 있다. 티파니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분명 어떤 목표가 있었을 텐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 4년간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또 남은 목표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내가 티파니에 합류할 때 안소니 레드루(Anthony Ledru)와 알렉상드르 아르노(Alexandre Arnault)가 제안한 역할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창의적 본능을 자극하는 특별하고도 매혹적인 기회였다.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메종 고유의 문화는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탐색하는 과정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자 의미 있는 여정이기도 했다. 훌륭한 팀과의 협업은 하우스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반영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유산과 혁신의 균형이다. 아카이브에 담긴 수많은 시간의 흔적을 지금의 언어로 번역하고, 거기에 내가 믿는 조형성과 감수성을 덧입히는 일. 지난 4년간의 컬렉션은 그 과정의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화려하게 세팅했다. 거북이를 탈착해 브로치로도 착용할 수 있는 씨 터틀 다이아몬드 펜던트.

4캐럿이 넘는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스타피시 루비 이어링.
많은 주얼리 하우스 가운데 티파니의 강점은 무엇일까? 티파니를 진정 티파니답게 만드는 요소는 뭘까?
티파니는 188년에 걸친 역사와 방대한 아카이브, 검증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메종이다. 우리는 하우스 고유의 미학을 지키면서도 탁월한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으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완성해 간다. 주얼리의 완성된 형태뿐 아니라 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흐름까지 고려한다. 특히 유연한 구조를 지닌 피스는 어떤 각도에서도 아름다워야 하며 착용자의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그 완벽한 균형이야말로 티파니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핵심이다. 뉴욕에 자리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설계, 개발, 혁신이 맞물리며 디자인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실험의 공간이다. 다양한 고객과의 만남은 폭넓은 디자인 가능성을 자극하고,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최첨단 기술, 협업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창작에 깊이를 더한다. 결국 티파니의 강점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정교한 균형, 그리고 시대를 건너는 감각에 있다고 믿는다
이제는 이번 블루 북 얘기를 해보자. 블루 북은 티파니의 대표적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하이 주얼리에 대한 ‘나탈리 베르데유식’의 정의가 궁금하다.
하이 주얼리는 정밀함에 대한 깊은 경의이자 찬사다.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참여해 소재 하나하나를 다듬고, 전 세계에서 공수한 특별한 다이아몬드와 젬스톤이 더해지며 ‘격’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주얼리는 하나의 예술 작품에 가깝다. 티파니의 하이 주얼리는 그 자체로 예술성을 담보하며 다른 메종과 구별되는 고유한 존재감과 품격을 드러낸다.
블루 북을 통해 쟌 슐럼버제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피스들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슐럼버제의 디자인 혹은 디자인적 특성 중 당신을 매료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의 디자인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이 담겨 있다. 자연이라는 질서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자유로운 감각, 형태의 본질을 꿰뚫으면서도 그 위에 상상력을 겹쳐 놓는 능력. 심해의 세계부터 육지의 동식물, 그리고 우주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예술, 유머와 초현실이 교차하는 하나의 시적 언어로 사용한다. 그의 비전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2025 블루북 봄 컬렉션의 이름은 씨 오브 원더(Sea of Wonder), 경의의 바다다. 특히 이번에는 바다와 해양 생물에 집중했다.
이번 컬렉션은 쟌 슐럼버제의 유산을 바탕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디자인을 단순히 반복하거나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 - 자연을 향한 경이, 구조에 대한 탐구, 자유로운 상상력을 현대적인 언어로 다시 풀어내고자 했다. 특히 바다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신비로움을 하나의 시적 세계로 구현하려는 시도에 집중했다. 심해의 생명체가 보여주는 유기적인 형태, 물결과 해류에서 포착한 리듬,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반사와 투명함… 이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엮어 독창적인 예술적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결국 슐럼버제의 미학에 새로운 깊이를 더하고, 현재적인 감각을 입혀 다시 숨 쉬게 하는 것. 이번 컬렉션은 바로 그 실험과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바다 식물의 움직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플래티넘에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오션 플로라 에메랄드 네크리스.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에 총 17캐럿이 넘는 블루 지르콘, 사파이어, 문스톤,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해마의 형상을 정교하게 묘사한 씨호스 블루 지르콘 브로치.
컬렉션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 특히 까다로운 대목이나 피스가 있었나?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디자인과 젬스톤이 완벽히 공명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보석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만 좋은 디자인을 만나야 비로소 진짜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수석 젬올로지스트(Chief Gemologist)를 임명한 하이 주얼리 하우스로서, 티파니는 희귀하고 눈부신 젬스톤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보석들을 경이로운 방식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젬스톤의 세팅은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릴 수 없기에 형태와 크기뿐 아니라 디자인 내에서의 위치와 균형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수석 젬올로지스트이자 하이 주얼리 다이아몬드 및 젬스톤 부문 부사장인 빅토리아 레이놀즈(Victoria Reynolds)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Seahorse’ 챕터에서는 문스톤과 지르콘, 특별 제작된 커스텀 컷 젬스톤을 사용해 하나의 피스 안에 반사, 투명도, 깊이, 리듬이 공존하도록 조율했다. 또 지금은 주얼리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 전통 기법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Urchin’ 챕터가 그 좋은 예다. 성게에서 모티브를 딴 주얼리에 고전적인 파이요네 에나멜링(paillonne enameling) 기법을 더해 입체적인 깊이를 부여했다.
하이 주얼리를 얘기함에 있어 젬 스톤에 대한 얘기도 빠질 수 없다. 이번 컬렉션에 사용한 것 중 특별히 얘기하고 싶은 보석이 있다면?
이번 작업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 중 하나는 빅토리아 레이놀즈가 제안한 블루 쿠프리안 엘바이트 투르말린이다. 이 희소한 보석은 바이오루미네선스(bioluminescence), 즉 생물발광 현상의 청색광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해낸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보이지 않는 빛의 온도와 그 신비로운 파장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잠비아산 에메랄드는 마치 수중 식물이 물결에 따라 유려하게 흔들리는 순간을 연상시키는 생동감 있는 그린 톤을 지녔다. 이 원석이 지닌 자연 그대로의 에너지 덕분에 바다의 내밀한 생태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루비 역시 인상 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위적 개입 없이도 그 깊은 붉은빛과 탁월한 채도, 투명도를 지닌 원석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서사를 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티파니의 상징과도 같은 다이아몬드는 햇살이 비치는 수면 위처럼, 한없이 투명하면서도 밀도 있는 빛의 결을 통해 바다라는 세계의 표층과 심층을 동시에 암시했다.
이후 선보일 여름과 가을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살짝만 줄 수 있나?
곧 공개될 블루북 여름 컬렉션은 쟌 슐럼버제의 해마 브로치에서 영감 받은 ‘Seahorse’ 챕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태어난 바다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예술적 오브제로 구현하고자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디테일은 플루팅(fluting) 기법으로 세공된 문스톤 세팅이다. 섬세한 홈을 따라 빛이 흐르도록 조형하는 이 고난도 공정은 극도의 정밀함을 요구한다. 이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광물의 물성을 활용한 빛과 구조의 실험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1961년 블루북 컬렉션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탄생한 바다거북 브로치도 있다. 대형 캐럿의 아콰마린과 터쿼이즈, 그리고 정밀하게 계산된 다이아몬드 패턴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해양 생물의 입체적 형태와 생동하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시각화했다. 원석의 배열 하나하나에 물결의 흐름과 생명의 리듬을 반영했고 단순한 복원을 넘어 진화된 해석으로 완성했다. 한편 블루북 가을 컬렉션은 ‘Crab’ 챕터를 통해 장난기 어린 상상력과 초현실적 미감을 신선하게 풀어낸다. 이 챕터의 중심을 이루는 브로치는 옐로 골드에 세팅된 루비의 선명한 빛이 돋보이며 정교하게 설계된 관절 구조를 통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기적 리듬을 구현해낸다. 시각적 미학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생동감까지 담아낸 점에서 조형성과 기술의 밀도가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Shell’ 챕터는 바다에서 유래한 유기적 형태에 대한 쟌 슐럼버제의 지속적인 애정을 기념하는 오마주다. 골드와 플래티넘이 교차하며 이루는 곡선의 흐름, 그리고 옐로 및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정교하게 강조된 파도의 능선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손끝으로도 느껴지는 촉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로즈 파이요네 에나멜링과 다이아몬드로 성게를 표현한 어친 에나멜 링.

사파이어와 문스톤,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세팅한 씨호스 블루 지르콘 링.
주얼리에도 분명 트렌드라는 것이 있을 거다. 최근 하이 주얼리 트렌드는 무엇인가?
주얼리에는 분명한 트렌드가 존재하지만 하이 주얼리는 그 범주를 넘어선다. 오히려 하이 주얼리의 흐름은 트렌드라기보다 시간과 기술, 감각이 결합된 느린 진화에 가깝다. 수천 년에 걸친 젬스톤의 역사와 현대 기술력, 장인정신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요즘 남성 주얼리 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과감하고 화려한 주얼리를 시도하는 남성 고객도 확실히 늘고 있다. 남자들에게도 티파니 하이 주얼리를 제안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하이 주얼리의 진정한 힘은 특정 시대나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성별과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낡지 않으며, 특정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진화해 나간다. 하이 주얼리의 미래는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미학, 젠더, 문화, 예술,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질 때 창작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마지막 질문은 좀 더 추상적인 것을 묻겠다. 당신에게 주얼리란 무엇인가?
나에게 주얼리는 단순한 장신구 이상의 의미다. 주얼리는 예술과 기술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창조적 표현이다. 나는 전통적 원칙을 새롭게 해석하며 그 위에 시적이고 미학적인 가치를 불어넣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티파니의 주얼리를 사방에서 면밀히 살펴보면 금속이 조각되고 다듬어지는 모든 과정에 나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Credit
- EDITOR Yun Woonghee
- ART DESIGNER Joo Junghwa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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