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썹맨으로 돌아오는 박준형이 그간 가장 그리워했던 것
박준형이 4년 만에 <와썹맨>으로 돌아왔다. 달라지는 건 없다고 했다. 새로움이나 차별화에 대한 강박 없이, 오직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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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트렌치코트 드림월드. 재킷, 버뮤다 팬츠 모두 마린세르.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워치 오데마 피게 by 빈티크. 이너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보도 굉장히 잘 찍으시네요. 이런 센스는 타고나는 걸까요?
글쎄요. 제 경우에는 일단 어릴 때부터 만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살면서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만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을 흉내 내고 그랬죠. 으스대는 사람은 때려도 웃긴 사람은 못 때리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그게 그냥 자연스러워졌어요. 몸에 애니메이션 움직임이 밴 것 같아. 카메라 앞에서든 와이프랑 아기랑 놀 때든 나는 늘 똑같아요.
후천적 능력이지만 타고난 듯 자연스러워진 거군요.
아니면 제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죠. 어떤 게 재미있을지, 어떤 게 잘 어울리고 잘 맞을지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알거든요. 혼자 여러 가지 상상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요. 제가 이렇게 막 에너제틱한 사람이지만 사실 MBTI는 I예요.
유튜브 채널 <와썹맨>을 그만둔 지 벌써 4년 정도 됐어요. 돌아보기에 준형 씨에게 그 채널은 어떤 의미던가요?
사실 GOD 동생들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저는 옛날에도 이런 사람이었어요. 다만 그때는 방송 같은 데에서 제가 말하는 건 다 편집되었던 거죠. 아니면 작가분들이 열심히 만들어준 대본에 따라서 말해야 했거나요. 그분들이 써준 게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저 자신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와썹맨>은 달랐죠. 사실 처음에는 제작팀에서 대본을 주기도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나는 대본 필요 없다고. 연기 못하니까 그런 거 시키지 말라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보자고. 처음에는 제작진도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만들어지는 게 있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 한 1년 동안은 진짜 제 힐링 방송이었어요. 다른 데에서 손이 묶인 느낌으로 방송하다가 여기만 오면 큰 바다 위에서 내 마음대로 수영하는 기분이야. 밖에서 보기에는 다른 방송에서도 제가 비슷해 보였을 수 있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거든요. 만약 사람들이 나를 ‘하얀색’이라고 봤다면 사실 나는 하얀색이 아니고 ‘투명색’이었던 거죠. 그걸 보여줄 기회를 준 채널이 <와썹맨>이었기 때문에, 저는 뭐 너무 좋았어요.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브로치 샤넬. 워치 까르띠에 by 빈티크. 슈트, 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 채널을 그만두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팬데믹의 영향이 컸겠죠?
팬데믹도 있었고, 제작진 사정으로 스태프 구성이 바뀌면서 낯설어진 부분도 있었죠. 알다시피 저는 모자 하나 마음에 들면 매일 그것만 쓰고 티셔츠도 같은 걸 계속 입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니까 팀이 바뀌는 게 좀 어려웠던 거예요. 6학년까지 재미있게 잘 지내다가 중학생이 되어서 반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색한 느낌? 뭔지 알죠? 그때 분위기를 못 잡으면 서로 전달이 안 되는 거예요. 저 사람들도 나를 느끼지 못하고, 나도 저 사람들을 느끼지 못하고, 서로 답답한 거지. 거기에 팬데믹이 주는 상황적 한계까지 맞물려 흐지부지해지고 종료를 한 겁니다.
가장 그리운 부분은 뭐였을까요?
사실 저는 평상시에도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막 걸어요. 예를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누가 같이 탔다. 그럼 혼잣말처럼 ‘모기 새끼가 너무 많네’ 하고 엉뚱한 소리 해서 웃다가 눈 마주치면 대화 나누고 그러죠. 사실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데에 모두가 열려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카메라가 있고 뭘 찍고 있다. 그러면 평소보다 조금 더 오픈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그리웠어요.
4년 만에 돌아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다시 하자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PD랑 계속했어요. 타이밍이 문제였을 뿐이지. 근질근질하잖아요. 나는 원래 TV나 유튜브 같은 거 잘 안 보는데, 어쩌다가 한 번 보면 자꾸 그런 부분이 보이는 거죠. ‘어, 이거 <와썹맨> 포맷인데?’ 그러면 답답한 거야. 내가 저걸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데 못 하니까.
<와썹맨>이 국내 유튜브 생태계나 화법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이런 부분을 <와썹맨>이 좀 열어준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는 TV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뭘 할 수 있는가. 쉽게 말해서 ‘이렇게 해도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랑 비슷하게 한다고 해서 질투가 나기보다,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Copying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모방이야말로 최고의 칭찬이다)’라고 하잖아요. 내 스타일이 하나의 전형이 되고, 어떻게 보면 내가 만든 제품을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그것도 잘 써요. 요즘 보면 잘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하지만 이제 또 ‘OG’가 나와서 보여줘야 할 때지.
<와썹맨>의 재미는 제작사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센스에서 오는 부분도 큰 것 같아요.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내 가족이죠. 내 손등 같은 친구들이야. 그만큼 서로를 잘 알아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방송도 서로의 표현이 잘 맞아야 매끄러워지는 거잖아요. 내가 만약 민속촌에 갔다. 그러면 주제가 ‘민속촌’인 것 같지만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민속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그 시선인 거예요. <와썹맨> 팀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 다 아는 것 같아요. 내가 어느 쪽으로 가려고 하는지, 뭘 보고 있는지, 그쪽에 딱 카메라가 가 있어요. 편집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느꼈던 재미있는 부분들 딱딱딱 집어서 보여주는 능력이 진짜 짱이죠.
저는 특히 랠리카 시승 편 같은 걸 보면서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저력을 느꼈어요. ‘와, 이 사람들 사실은 영상 엄청나게 잘 찍는 사람들인데 시치미 떼고 패스트푸드인 척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그렇지! 사실 레이싱 중에서도 제일 위험하고 무서운 게 랠리예요. 바운더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차가 점프해서 서스펜션 움직이고 착지하는 것까지 중요한 부분들 다 잡아서 강조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하고 다시 모여서 콘텐츠를 만드니까 제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아까 우리 PD 보셨죠? 그 수염이랑, 얍삽한 눈 하며. 그 사람 변태야.
(웃음) 변태요?
아니, 지금 기자님도 보면 변태야. 우리 다 그래요. 이런 일을 하려면 변태일 필요가 있어요. 착한 건 좋은 일이지만, 착하기만 해서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가 없거든요. 키포인트를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야 해요.
벌써 촬영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옛날에 엄청 친했던 친구들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만났을 때는 엄청 반가웠죠. 반가웠는데, 촬영 진행을 해보니까 이게 좀 녹이 슬었어.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브로치 샤넬. 워치 까르띠에 by 빈티크. 슈트, 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하하. 진짜 엄청나게 솔직하시네요.
뭔가 서로의 타이밍이 자꾸 한 박자 밀리는 거예요. 나도 마찬가지로 녹슬어 있고요. 그동안 TV 방송을 하다 보니까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그걸 눈치채고 쉬는 시간에 그래요. “형, 혹시 컨트롤하고 있는 거예요? 그냥 편하게 하세요. 저희가 알아서 편집할게요.” 그 말 듣는데 안에서 뭐가 딱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부터는 엄청 재밌었어요. 마지막 20분이 그 앞의 2시간보다 훨씬 재밌었어.
부담도 있지 않아요? 워낙 전설처럼 회자하는 채널인데, 4년 만의 복귀라 비교하는 반응도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겠죠. 특히 요즘 사람들 관심사 바뀌는 게 얼마나 빨라요. 휴대폰을 1년에 몇 번이나 바꾸고, 자동차를 3년마다 바꾸고, 대기 줄 길게 늘어섰던 식당이 1년 후에 보면 파리만 날리잖아요. 옛날에 잘됐다고 해서 지금도 잘될 거란 보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제작진 친구들한테 그랬죠. 숫자 같은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나는 꾸준히 오래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저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나 같은 경우에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그걸 달래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콘텐츠예요. 아무 걱정이 없던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음악, 영화, 신기하고 괴상한 영상들. 저는 사람들한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거예요. 실제로 그런 DM을 종종 받기도 하거든요. 자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와썹맨>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면서 생각을 좀 고쳐먹었다고요. 큰 힘이 됐다고.
<와썹맨> 채널의 영상들에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그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박준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나한테 제일 자주 오는 DM 세 가지가 있어요. 제일 많이 받는 건 GOD 언제 공연하냐는 거. 그리고 “나 서른두 살이에요 오케이?” 그 사진. 그건 진짜 새해 될 때마다 다른 사람들한테서 계속 와요. 세 번째가 이제 <와썹맨> 언제 돌아오냐는 거죠. 자기는 아직도 구독한 채로 기다리고 있다고. 사실은 일단 저희 와이프랑 아기도 계속 기다리고 있고요. 자주 그래요. ‘오빠, 그냥 <와썹맨> 다시 하면 안 돼?’ 제가 한 번씩 길게 집을 비울 일이 있을 때, 돌아와 보면 와이프랑 주니(딸)랑 둘이 꼭 <와썹맨>을 보고 있거든요.
(웃음) 그게 가장 준형 씨 같으니까.
맞아요. 다른 방송에 나오는 박준형과는 다르니까. 그냥 우리 남편이고, 우리 아빠니까. 저는 앞으로도 이 채널에서 계속 있는 모습 그대로의 저를 보여줄 거예요. 그게 보시는 분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너무 시끄럽고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러면 안 보셔도 되는데요. 본다면 그걸 볼 때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전부입니다.
Credit
- PHOTO 이규원
- STYLIST 이지현
- HAIR & MAKEUP 유지연
- ART DESIGNER 최지훈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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