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

와썹맨으로 돌아오는 박준형이 그간 가장 그리워했던 것

박준형이 4년 만에 <와썹맨>으로 돌아왔다. 달라지는 건 없다고 했다. 새로움이나 차별화에 대한 강박 없이, 오직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늘 그래왔듯이.

프로필 by 오성윤 2026.04.23
레더 트렌치코트 드림월드. 재킷, 버뮤다 팬츠 모두 마린세르.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워치 오데마 피게 by 빈티크. 이너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트렌치코트 드림월드. 재킷, 버뮤다 팬츠 모두 마린세르.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워치 오데마 피게 by 빈티크. 이너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보도 굉장히 잘 찍으시네요. 이런 센스는 타고나는 걸까요?

글쎄요. 제 경우에는 일단 어릴 때부터 만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살면서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만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을 흉내 내고 그랬죠. 으스대는 사람은 때려도 웃긴 사람은 못 때리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그게 그냥 자연스러워졌어요. 몸에 애니메이션 움직임이 밴 것 같아. 카메라 앞에서든 와이프랑 아기랑 놀 때든 나는 늘 똑같아요.

후천적 능력이지만 타고난 듯 자연스러워진 거군요.

아니면 제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죠. 어떤 게 재미있을지, 어떤 게 잘 어울리고 잘 맞을지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알거든요. 혼자 여러 가지 상상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요. 제가 이렇게 막 에너제틱한 사람이지만 사실 MBTI는 I예요.

유튜브 채널 <와썹맨>을 그만둔 지 벌써 4년 정도 됐어요. 돌아보기에 준형 씨에게 그 채널은 어떤 의미던가요?

사실 GOD 동생들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저는 옛날에도 이런 사람이었어요. 다만 그때는 방송 같은 데에서 제가 말하는 건 다 편집되었던 거죠. 아니면 작가분들이 열심히 만들어준 대본에 따라서 말해야 했거나요. 그분들이 써준 게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저 자신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와썹맨>은 달랐죠. 사실 처음에는 제작팀에서 대본을 주기도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나는 대본 필요 없다고. 연기 못하니까 그런 거 시키지 말라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보자고. 처음에는 제작진도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만들어지는 게 있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 한 1년 동안은 진짜 제 힐링 방송이었어요. 다른 데에서 손이 묶인 느낌으로 방송하다가 여기만 오면 큰 바다 위에서 내 마음대로 수영하는 기분이야. 밖에서 보기에는 다른 방송에서도 제가 비슷해 보였을 수 있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거든요. 만약 사람들이 나를 ‘하얀색’이라고 봤다면 사실 나는 하얀색이 아니고 ‘투명색’이었던 거죠. 그걸 보여줄 기회를 준 채널이 <와썹맨>이었기 때문에, 저는 뭐 너무 좋았어요.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브로치 샤넬. 워치 까르띠에 by 빈티크. 슈트, 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브로치 샤넬. 워치 까르띠에 by 빈티크. 슈트, 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 채널을 그만두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팬데믹의 영향이 컸겠죠?

팬데믹도 있었고, 제작진 사정으로 스태프 구성이 바뀌면서 낯설어진 부분도 있었죠. 알다시피 저는 모자 하나 마음에 들면 매일 그것만 쓰고 티셔츠도 같은 걸 계속 입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니까 팀이 바뀌는 게 좀 어려웠던 거예요. 6학년까지 재미있게 잘 지내다가 중학생이 되어서 반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색한 느낌? 뭔지 알죠? 그때 분위기를 못 잡으면 서로 전달이 안 되는 거예요. 저 사람들도 나를 느끼지 못하고, 나도 저 사람들을 느끼지 못하고, 서로 답답한 거지. 거기에 팬데믹이 주는 상황적 한계까지 맞물려 흐지부지해지고 종료를 한 겁니다.

가장 그리운 부분은 뭐였을까요?

사실 저는 평상시에도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막 걸어요. 예를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누가 같이 탔다. 그럼 혼잣말처럼 ‘모기 새끼가 너무 많네’ 하고 엉뚱한 소리 해서 웃다가 눈 마주치면 대화 나누고 그러죠. 사실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데에 모두가 열려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카메라가 있고 뭘 찍고 있다. 그러면 평소보다 조금 더 오픈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그리웠어요.

4년 만에 돌아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다시 하자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PD랑 계속했어요. 타이밍이 문제였을 뿐이지. 근질근질하잖아요. 나는 원래 TV나 유튜브 같은 거 잘 안 보는데, 어쩌다가 한 번 보면 자꾸 그런 부분이 보이는 거죠. ‘어, 이거 <와썹맨> 포맷인데?’ 그러면 답답한 거야. 내가 저걸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데 못 하니까.

<와썹맨>이 국내 유튜브 생태계나 화법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이런 부분을 <와썹맨>이 좀 열어준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는 TV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뭘 할 수 있는가. 쉽게 말해서 ‘이렇게 해도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랑 비슷하게 한다고 해서 질투가 나기보다,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Copying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모방이야말로 최고의 칭찬이다)’라고 하잖아요. 내 스타일이 하나의 전형이 되고, 어떻게 보면 내가 만든 제품을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그것도 잘 써요. 요즘 보면 잘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하지만 이제 또 ‘OG’가 나와서 보여줘야 할 때지.

<와썹맨>의 재미는 제작사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센스에서 오는 부분도 큰 것 같아요.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내 가족이죠. 내 손등 같은 친구들이야. 그만큼 서로를 잘 알아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방송도 서로의 표현이 잘 맞아야 매끄러워지는 거잖아요. 내가 만약 민속촌에 갔다. 그러면 주제가 ‘민속촌’인 것 같지만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민속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그 시선인 거예요. <와썹맨> 팀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 다 아는 것 같아요. 내가 어느 쪽으로 가려고 하는지, 뭘 보고 있는지, 그쪽에 딱 카메라가 가 있어요. 편집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느꼈던 재미있는 부분들 딱딱딱 집어서 보여주는 능력이 진짜 짱이죠.

저는 특히 랠리카 시승 편 같은 걸 보면서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저력을 느꼈어요. ‘와, 이 사람들 사실은 영상 엄청나게 잘 찍는 사람들인데 시치미 떼고 패스트푸드인 척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그렇지! 사실 레이싱 중에서도 제일 위험하고 무서운 게 랠리예요. 바운더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차가 점프해서 서스펜션 움직이고 착지하는 것까지 중요한 부분들 다 잡아서 강조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하고 다시 모여서 콘텐츠를 만드니까 제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아까 우리 PD 보셨죠? 그 수염이랑, 얍삽한 눈 하며. 그 사람 변태야.

(웃음) 변태요?

아니, 지금 기자님도 보면 변태야. 우리 다 그래요. 이런 일을 하려면 변태일 필요가 있어요. 착한 건 좋은 일이지만, 착하기만 해서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가 없거든요. 키포인트를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야 해요.

벌써 촬영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옛날에 엄청 친했던 친구들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만났을 때는 엄청 반가웠죠. 반가웠는데, 촬영 진행을 해보니까 이게 좀 녹이 슬었어.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브로치 샤넬. 워치 까르띠에 by 빈티크. 슈트, 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 브로치 샤넬. 워치 까르띠에 by 빈티크. 슈트, 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하하. 진짜 엄청나게 솔직하시네요.

뭔가 서로의 타이밍이 자꾸 한 박자 밀리는 거예요. 나도 마찬가지로 녹슬어 있고요. 그동안 TV 방송을 하다 보니까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그걸 눈치채고 쉬는 시간에 그래요. “형, 혹시 컨트롤하고 있는 거예요? 그냥 편하게 하세요. 저희가 알아서 편집할게요.” 그 말 듣는데 안에서 뭐가 딱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부터는 엄청 재밌었어요. 마지막 20분이 그 앞의 2시간보다 훨씬 재밌었어.

부담도 있지 않아요? 워낙 전설처럼 회자하는 채널인데, 4년 만의 복귀라 비교하는 반응도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겠죠. 특히 요즘 사람들 관심사 바뀌는 게 얼마나 빨라요. 휴대폰을 1년에 몇 번이나 바꾸고, 자동차를 3년마다 바꾸고, 대기 줄 길게 늘어섰던 식당이 1년 후에 보면 파리만 날리잖아요. 옛날에 잘됐다고 해서 지금도 잘될 거란 보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제작진 친구들한테 그랬죠. 숫자 같은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나는 꾸준히 오래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저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나 같은 경우에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그걸 달래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콘텐츠예요. 아무 걱정이 없던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음악, 영화, 신기하고 괴상한 영상들. 저는 사람들한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거예요. 실제로 그런 DM을 종종 받기도 하거든요. 자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와썹맨>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면서 생각을 좀 고쳐먹었다고요. 큰 힘이 됐다고.

<와썹맨> 채널의 영상들에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그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박준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나한테 제일 자주 오는 DM 세 가지가 있어요. 제일 많이 받는 건 GOD 언제 공연하냐는 거. 그리고 “나 서른두 살이에요 오케이?” 그 사진. 그건 진짜 새해 될 때마다 다른 사람들한테서 계속 와요. 세 번째가 이제 <와썹맨> 언제 돌아오냐는 거죠. 자기는 아직도 구독한 채로 기다리고 있다고. 사실은 일단 저희 와이프랑 아기도 계속 기다리고 있고요. 자주 그래요. ‘오빠, 그냥 <와썹맨> 다시 하면 안 돼?’ 제가 한 번씩 길게 집을 비울 일이 있을 때, 돌아와 보면 와이프랑 주니(딸)랑 둘이 꼭 <와썹맨>을 보고 있거든요.

(웃음) 그게 가장 준형 씨 같으니까.

맞아요. 다른 방송에 나오는 박준형과는 다르니까. 그냥 우리 남편이고, 우리 아빠니까. 저는 앞으로도 이 채널에서 계속 있는 모습 그대로의 저를 보여줄 거예요. 그게 보시는 분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너무 시끄럽고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러면 안 보셔도 되는데요. 본다면 그걸 볼 때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전부입니다.

Credit

  • PHOTO 이규원
  • STYLIST 이지현
  • HAIR & MAKEUP 유지연
  • ART DESIGNER 최지훈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