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지용킴은 "꿈 속에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론칭한 지 5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이미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지용킴’. 삼성전자와 협업한 스피커, 슈퍼73과 협업한 자전거에 이어, 이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헤리티지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아웃도어 컬렉션을 협업한 지용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지용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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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치기를 벗고, 이십대의 애살에서 겨우 벗어나면, 삼십대에 인생의 첫 절정기가 찾아온다. 한국 최초의 남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에스콰이어>는 존 레논이 ‘Imagine’을 발표하고,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펴내고, 데이미언 셔젤이 <라 라 랜드>를 찍은 바로 그 삼십대에, 올해 처음 당도했다. 2025년 10월에 맞은 서른번 째 생일을 자축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눈부신 성취를 이룬 절정기의 삼십대, ‘프라임 서티즈’(Prime 30s) 열 명을 만났다.

3L 고어텍스 재킷 코오롱스포츠 x 지용킴, 팬츠, 신발 모두 본인 소장품.
커리어를 살펴보면 졸업 이후에 정말 곧장 달려왔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제가 학사를 좀 오래 했어요.(웃음) 일본의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하고, 영국의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니까요. 지용킴이라는 브랜드는 학사 공부를 하면서부터 쭉 준비해왔던 거라 2020년 졸업 직후인 2021년에 석사 공부를 하면서 론칭했죠. 2022년 석사를 마칠 때까지는 브랜드와 학업을 병행한 거죠.
바로 그 학사 작품들이 그레이트(‘GR8’)에 전량 매입된 거군요.
맞아요. 실은 제가 졸업할 때 졸업 작품을 선보이는 패션쇼가 코로나로 취소됐어요. 거기에 정말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았는데, 그게 다 물거품이 된 거죠. 그럴 순 없잖아요. 그때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선블리치’(Sun Bleach: 염색된 옷을 직사광에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탈색을 일으키는 지용킴의 패턴 방식)를 주제로 ‘Daylight Matters’라는 컬렉션을 완성했고,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열심히 올리고 영국에서 사진 작가분들이랑 작업도 하면서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지요. 그런 노력이 그레이트의 바이어에게 가닿았나 봐요. 전혀 모르는 분이었는데, 뮤추얼의 뮤추얼의 뮤추얼, 그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요.
기회가 왔을 때 잡았다기보다는 기회를 만들었네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첫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약간 느낌이 왔어요. ‘이건 된다. 이건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새로운 무언가다’라는 느낌이요.
지금 우리가 촬영을 한 이 플래그십 공간에도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요.
저희는 희소의 가치를 존중하고, 또 존중받고 싶어 하는 브랜드예요. 오면서 보셨겠지만, 여긴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 한복판이잖아요. 유동 인구가 거의 없어서 초대받은 사람들도 오면서 ‘여기가 맞나’라며 기웃거릴 정도죠. 인테리어를 하면서는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채광 창을 곳곳에 설치해서 시간에 따라 공간의 이미지가 바뀌게 고안했고, 의자, 행어, 스탠드, 선반, 블라인드 등 모든 걸 공간에 맞게 맞춤 제작했어요.
이번에 코오롱스포츠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든 컬렉션을 보니, 지용킴이 사용하는 색상이 무척 동양적이에요. 쪽빛이나 먹빛, 수묵과 담채의 느낌이 들어요.
제 성정이 워낙 정적이고 차분한 걸 추구하는 편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계속 살았고, 패션을 공부한 곳도 일본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일본에서도 자주 쓰이는 남색 혹은 쪽빛이 은연중에 드러난 게 아닐까요?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수상하고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어요. 삼성과 스피커를 만들고, 슈퍼73과 함께 전기자전거를 디자인했죠. 그리고 이번엔 코오롱스포츠와 협업해 아웃도어 컬렉션을 완성했어요. 모든 제품을 다 살펴봤는데 동적인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가 정적인 디자인과 만나 아주 서틀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실은 제가 오히려 아웃도어 브랜드와 협업하기를 원했어요. 아마 다른 패션 브랜드와 협업했다면 부딪쳤을 텐데 오히려 아웃도어 브랜드라 재밌게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표정을 보니 재밌었군요.
그럼요. 그리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저희가 사실 합성섬유 계열의 패브릭을 거의 안 써봤거든요. 그냥 안 써본 게 아니라 잘 못 쓴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런데 코오롱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옷을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온 한국 아웃도어의 헤리티지 브랜드란 말이죠. 거기 계시는 분들이랑 일을 했으니 얼마나 재밌었겠어요.

행거 제품 모두 코오롱스포츠 x 지용킴.
지금도 고어텍스 소재의 코오롱스포츠 제품을 입고 계시네요.
맞아요. 이게 ‘고어텍스 3 레이어’로 만든 제품이에요.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재킷의 포켓 쪽을 가리키며), 이 포켓도 다 3D로 디자인해서 이 내부에 입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패턴 하나가 트위스트 되어 들어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재료가 형태를 결정한다고들 하죠.
정말 그래요. 저희가 쓰는 원단 같은 경우에는 그냥 재봉틀로 재봉하며 되거든요. 그런데 코오스포츠와 작업하면서 다룬 원단들은 거의 대부분이 레이저 커팅으로 정밀하게 자르고, 심실링(박음질을 하고 그 위에 방수 처리를 하는 마감 방식) 마감을 해요. 그리고 이런 핫멜팅(접착제를 열로 녹여 액상화한 후 피착제에 도포하는 방식. 스포츠 의류 위에 무늬나 선을 낼 수 있다) 방식으로 디테일을 살릴 수가 있지요. 전 이런 건 정말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선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수업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스포츠웨어 프로젝트’라고 하면 스포츠웨어 컬렉션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런 기분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아웃도어 웨어 기술자들과 협업했지요. 사실 고어텍스 원단에 이런 디테일 하나를 넣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정말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만 고어텍스 위에 이렇게 자수를 박을 수가 있어요.
지금 눈이 너무 빛나서 갑자기 떠오른 질문이 있어요. 언제 자신이 패션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특정한 날이 떠오르진 않아요. 그냥 어려서부터 옷말고는 저를 이렇게까지 즐겁게 하는 게 없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취미가 옷 사러 가는 친구 가이드해주는 거였고, 심지어 그때 당시에 한국에 디자이너 브랜드가 몇 개 없을 때부터 디자이너 브랜드의 빈티지별 룩북 아카이브를 개인적으로 만들 정도였거든요. 저는 정말 ‘옷’에 심하게 빠져 있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재밌는 건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 제품에는 시그너처인 ‘선 블리치’ 방식을 쓰지 않았음에도 지용킴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난다는 거예요. 어쩌면 무릎을 수없이 구부리는 데 적합하도록 만든 스노보드 팬츠들처럼 편한 착용감을 강조해서일까요?
저는 옷은 편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시제품을 만들고 나면 제가 다 입어보고 주머니에 손도 넣어보고 벗어도 보고, 걸어도 보고 그래요. 아마 그런 제 디자이너로서의 특성이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게 아닐까요?
이제 막 서른하나가 되었어요. 지용킴에게 서른은 어떤 의미였나요.
서른은 ‘어, 내가 이걸 바꿀 수 있구나! 내가 이걸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는 시기였어요.
그리고 서른은 또 삼십 대는 바쁘죠.
사실 제가 아빠이기도 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정말 바쁘네요. 20대도 정말 치열하게 보내긴 했어요. 방황도 했고요. 실은 패션 학교 1학년 때는 정말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패션 마케팅 쪽으로 옮겨야 하나도 고민했거든요. 따라잡으려고 패턴학원도 다니고 봉제학원도 다녔어요. 센트럴세인트마틴에 들어가는 것도 정말 힘들었고, 가서도 치열하게 작업하며 유학 생활을 버텼죠. 하지만 그때는 뭘 열심히 해야 할지는 알았어요. 30대는 뭘 열심히 해야 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는 게 달라요. 역할도 많아지지요. 아내의 남편, 부모님의 아들, 아이의 아빠, 브랜드의 대표… 그렇게요.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한다면?
제가 감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꿈을 쫓는 게 아니라 정말 꿈을 꿔야 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행복하게. 왜냐하면 이건 꿈이니까요.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JDZ CHUNG
- HAIR & MAKEUP 이소연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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