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의 안효섭이 김독자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지점
안효섭은 '김독자'의 이야기가 성장의 서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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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까 배우로서의 촉이 매우 좋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녜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열심히 해봐야 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뛰어들었던 거예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면서는, 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배역인 ‘독자’는 행동이며 외양은 너드여야 하는데, 그 눈빛만은 영웅적이어야 하잖아요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어요. 제가 감독님께 가장 많이 물어본 말이 그거예요. “저 너무 영웅 같았어요?” 이 작품에선 누구나 김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랐거든요. “자 이제 주인공이 어떻게 할지 보자”라는 관조의 모습이 아니라 김독자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게 하고 싶었어요. ‘내가 김독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극을 보는 내내 떠올리게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러려면 제가 주인공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해석이 어떻게 구체화됐나요?
예를 들면,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친다든지,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가방을 앞으로 멘다든지, 먼저 문을 열고 나가고도 다른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잡아주고 있는다든지 그런 자잘한 장면들이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영위하지 못하던 존재가 제가 생각하는 김독자의 캐릭터예요. 자 그런데 그런 사람이, 소위 너드가 인류 멸망과 구원의 열쇠를 갖게 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선택으로 세상의 방향이 엄청나게 바뀌는 걸 보며 자신의 인생 주도권을 되찾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게 이 영화의 큰 틀이에요.
어쩌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는 이야기와도 닿아 있지요.
저는 그 말에 굉장히 공감하거든요. 결국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경험한 세상이고 나의 세상은 내 두 눈으로 바라본 것들이니까요.
액션 장면이 너무 많아서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여러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커트 바이 커트’로 찍다 보니까 한 장소에서 같이 대기했거든요. 그곳에서 한 명씩 불려갔다가 한참 후에 터덜터덜거리며 돌아오는 과정이 반복됐죠. 그 광경을 보면서 서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연민을 느꼈달까요.(웃음) 그런데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다 같이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모노그램 플라워 베이스볼 블루종, 클래식 셔츠, 와이드 데님 팬츠, LV 에이전트 첼시 부츠, LV 프렌드십 타이, 롱 웨스턴 체인벨트 모두 루이 비통.
7kg을 감량한 건 아까의 그 ‘너디’한 느낌을 강조하려고 그랬던 건가요? 아니면, 영화를 찍다 보니 빠진 건가요.
계획적으로 감량했죠. 극의 시작 부분을 보면 살집이 좀 있어요. 일상생활에 묻어 있는 후덕함이 몸에 드러나요.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이 가진 생활 부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독자가 그 세계에 몰입하기 시작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신체적인 변화도 함께 일어나도록 고안한 거죠. 그런데 그게 감량 자체가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렇죠. 몸이 핏하게 바뀌면 삶의 태도도 약간 변하죠.
그러니까요. 슈트만 입어도 옷의 태가 달라지고, 거울 앞에 있을 때 내가 나를 인식하는 눈빛이 달라져요. 제 외양을 바꾸고 그걸 의식한다는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지금까지 얘기한 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에겐 보여주지 않은 카드가 남아 있어요. 가끔 팬 미팅에서는 춤도 아주 잘 추더군요. 특유의 끈적이지 않는 스윗함의 바이브가 있어요.
아, 춤은 좀…. 예전 팬미팅 때 잠깐 했던 건데요, 당분간은 계획에 없어요.(웃음)
안무를 엄청나게 빨리 익히는 영상 짤방이 돌던데요.
진짜 안 보고 싶어요. 그거.(웃음) 그 영상만 나오면 빨리 넘겨버려요.
매력적이다. 춤을 잘 추는데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어하는 사람.
아…(웃음)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미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인생에서 내렸던 결정들 중에 다시 내려보고 싶은 결정이 있어요?
진짜 없어요. 제가 내린 모든 결정 때문에 지금의 제가 만들어진 거잖아요. 굳이 꼽자면, ‘계속 공부를 했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그러게요. 공부를 했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어릴 때 수학이랑 과학 그리고 사회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시그너처 레더 바시티 재킷, 인사이드 아웃 티셔츠, 빈티지 워시드 워크웨어 데님 팬츠, LV 에이전트 첼시 부츠, LV 핏 스크리블 비니 모두 루이 비통.
수학, 과학, 사회면 거의 전 과목 아닌가요? 영어는 이미 잘하고.(웃음)
그렇긴 한데 수학이 우선순위에 있어서 아마 숫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숫자로 일을 하는 회사에 들어갔다가 지금쯤은 그곳에서 나와 개인 사업을 벌이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은 후회는요?
어제 먹지 말고 좀만 참을걸? 짜장면 말고 짬뽕 먹을걸. 뭐 이런 자잘한 것들이에요.
지난번에 얘기한 자신의 모토처럼 현재를 살고 있네요. 아들러의 책을 읽고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높아졌다고 말했죠.
정확히 기억하시네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하자’라는 단순한 진리예요.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거죠. 그 틀 안에서 ‘수평적인 삶을 살아라’ ‘열등감을 갖는 건 좋지 않지만, 긍정적인 열등감도 존재할 수 있다’ 등의 가르침이 파생되지요.
왜 아들러가 좋았을까요?
초기의 정신분석학은 생애 초기에 우리의 인격 대부분이 결정된다고 봤어요. 그러나 아들러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그동안 어떤 삶을 겪고 살았든 간에 그 기억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꾸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미래의 나는 변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 희망적인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고 할까요?
아직도 ‘현재를 살아라’라는 말을 인생의 모토로 여겨요?
이 모토는 마음에 새기는 순간 뭔가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오랫동안 지속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계속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추구할 뿐이죠. ‘현재만 사는 상태’를 평생 이룰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하긴 그렇네요. 만약 내가 이미 현재를 살고 있으면 ‘현재를 살아라’라는 모토를 세울 필요가 없죠.
그러니까 인간은 계속해서 노력하는 존재인 거죠. 그걸 아들러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해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절반 동안을 노력하면 인간은 바뀔 수 있다고요. 열 살 아이가 변화하고 싶다면 5년을, 쉰 살의 중년이 변화하고 싶다면 25년을 노력해야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워크웨어 테일러드 재킷, 클래식 셔츠, 아가일 자카르 카디건 베스트, 댄디 모노그램 드로스트링 팬츠, LV 버터소프트 스니커즈, 스피디 P9 반둘리에 30, 댄디 모노그램 타이 모두 루이 비통.
얼마 전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가서 굽은 등을 펼 수 없냐고 했더니 ‘수십 년을 그 자세로 살아와서 고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를 들은 것과 비슷한 거네요.
(웃음) 그렇죠. 인격 역시 비슷하게 이미 구축되어 있으니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그러나 중요한 건 더 나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에요.
스케줄 말고는 주로 뭘 하며 지내요?
요새는 정말 일만 해요. 아! 그런데 최근에 읽기 시작한 책이 하나 있어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에요. 홀로코스트에서의 경험을 쓴 자전적인 논픽션인데, 아직 다 읽진 않았어요. 책을 여러 권 병렬해서 읽을 때도 있는데 <인코그니토>라는 책도 아주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뇌가 프로세싱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에요. 대략 지금까지 읽은 큰 틀만 애기하자면, 지금 우리가 인지하는 우리의 아이디어들이 실은 몇십 년 전부터 뇌가 수집해온 정보들이 연결되며 내게 주어지는 생각일 뿐이라는 거예요. 사실 우리의 의식은 뇌가 프로세싱하는 걸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일 뿐 운전자가 아니라는 흥미로운 내용이지요.
책 읽는 거 말고는 해보고 싶은 취미는 없어요?
사이클링을 해보고 싶어요. 일단 뛰는 것보다는 좀 편할 것 같아서요.
한 인터뷰에서 최근에 선크림을 자주 바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어디서 읽으셨어요?(웃음)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라는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에 농부이자 CEO이자 연구원인 역할로 나오느라 밭일을 하며 정말 익어가고 있거든요. 그 이후로는 일상에서도 선크림을 열심히 바르고 있어요. 선크림만 잘 발라도 피부과 가는 것보다 낫다고들 하더라고요.
올해 <에스콰이어>가 30주년이거든요.
엇! 저도 서른이에요. 딱 서른. 저희 동갑이네요.(웃음) <에스콰이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서른이 되어보니 어떤 것 같아요?
저는 막상 서른이 돼보니까 똑같고 어떤 면에서는 되게 반가웠어요. 사실 저는 항상 나이가 좀 들고 싶어 했거든요.
이 질문을 하면 그런 대답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웃음) 삶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20대나 10대 때는 열정으로 뭐든지 닥치는 대로 뛰어들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조금 드니까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지점들이 보여요. 그렇게 보는 눈이 바뀌면서 오히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도 같고요. 예전에 비해 안정되고 조금 더 편안해졌다는 생각을 해요.

LV 재팬 스케치 블루종, 클래식 셔츠, 스피디 P9 반둘리에 30, LV 스파이키 플라워 링, LV 로진 링 모두 루이 비통.
Credit
- FASHION EDITOR 성하영
- FEATURE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허다겸
- HAIR 오은주
- MAKEUP 박지은
- ASSISTANT 송정현
- ART DESIGNER 주정화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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