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현대자동차 N 브랜드의 10년

팝업스토어에 갔던 사람이 승자.

프로필 by 박호준 2025.09.26
자동차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N 브랜드가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일주일간 무려 1만8400여명이 왔다갔다.

자동차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N 브랜드가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일주일간 무려 1만8400여명이 왔다갔다.

서울의 여름은 늘 바쁘지만 올해는 더욱 치열했다. 브랜드들이 쏟아내는 팝업스토어와 전시, 이벤트가 연이어 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무대인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PEER 공간에선 기존의 팝업스토어와는 조금 다른 카테고리의 이벤트가 열렸다. 자동차 엔진음을 대신한 네온 블루 조명이 반짝였고, 패션 숍을 닮은 진열장과 손바닥 만한 다이캐스트들이 가상의 서킷을 따라 줄지어 있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10주년을 기념한 팝업스토어였다. 다이캐스트 전시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어린아이들의 머리 위로 ‘Never just drive’라는 슬로건이 반짝였다.


현대 N의 지난 10년사

현대 N의 출범은 2015년, N을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로 발표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모델인 i30 N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담금질을 거쳐 탄생했는데, 이때만 해도 달리는 즐거움을 전면에 내세운 i30 N은 현대자동차의 신선한 시도 정도로 대중에게 읽혔다. 하지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 N에 대한 관심이 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 N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퍼포먼스’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첫 브랜드였으니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대차가 합리적 브랜드를 넘어 감성과 드라이빙 영역에까지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벨로스터 N, 코나 N, 아반떼 N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N은 현대차 내부에서 기술적 도전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넓히는 상징적 역할을 맡아왔다. 고성능은 일부 마니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대의 철학은 곧 N의 정체성이 되었다. 더 넓게 보자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나아가는 그 중심에 현대 N이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N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25년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현대 N 팝업스토어는 지난 10년의 성과와 미래를 응축한 전시였다. 현대자동차 N매니지먼트실과 현대백화점이 협업해 기획한 팝업스토어는 2030 세대와의 접점 확대라는 뚜렷한 목표 아래 탄생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거대한 N 로고와 아이오닉 6 N 설계도를 형상화한 그래픽 패널이다. 메탈릭한 구조물과 푸른 네온 라이트가 어우러진 풍경은 미래형 개라지, 혹은 첨단 연구소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내부는 네 가지 존으로 구성됐다. 역대 N 모델의 다이캐스트가 전시된 존은 브랜드의 10년을 압축해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이었고,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패드, 휠 같은 실제 퍼포먼스 파츠가 놓인 N 퍼포먼스 파츠 존은 고성능이라는 키워드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N 세일즈 존에서는 색상과 소재를 직접 고르고 컨피규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마련돼 나만의 모델을 만드는 재미를 선사했으며, 금융상품 상담과 시승 연계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아이오닉 6 N 컬렉션 존은 패션 브랜드 매장을 방불케 했는데, 테크 후드, 티셔츠, 키케이스 같은 굿즈가 전시됐다. 이는 자동차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N을 확장시키는 시도였다. 자동차 브랜드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문화가 되는 현상, 2025년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오픈런과 숫자로 보는 성과

현대 N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어디였을까? 단연, 머천다이즈였다. 현대 N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한정판 다이캐스트 케이스와 핀배지 컬렉션은 글로벌 100개 한정 생산 상품으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소량만 판매됐는데, 그 적은 물량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섰다. 첫날에는 새벽 4시 30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매진 이후에도 다음 날 재차 줄을 서는 풍경이 반복됐다. 결국 긴급 물량을 현장으로 이송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팝업스토어 앞에서 펼쳐진 오픈런은 이미 현대 N은 팬덤 문화를 구축했고, 팬덤과 브랜드가 상호 소통하며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운영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일주일간 방문객 수는 무려 약 1만8400명, 총 구매 건수는 1240건, 소셜미디어 도달률은 213K에 달했다. 팬덤이 아닌 백화점을 찾은 일반 고객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현대 N이 고성능 브랜드라는 걸 처음 알았다”는 신규 고객의 평가부터 “백화점에서 머천다이즈를 직접 구매할 수 있어 특별했다”는 반응, “온라인에서 매진된 굿즈를 오프라인에서 구입해 만족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물론 한정판 다이캐스트 케이스 물량이 너무 적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런 아쉬움조차 브랜드에 대한 애정의 크기를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남녀노소 눈을 반짝였다는 다이캐스트 전시. 정교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남녀노소 눈을 반짝였다는 다이캐스트 전시. 정교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팬덤이 완성한 참여형 전시

앞서 언급했듯, 현대 N 팝업스토어는 그들의 팬덤에만 머물지 않았다. 자동차 애호가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장년층,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작은 차들이 줄지어 놓인 다이캐스트 전시 앞에서 눈을 반짝였는데,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정교한 다이캐스트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N 퍼포먼스 파츠를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기존 N 오너들의 집결이었다. 행사 기간 내내 더현대 서울 지하 주차장에는 다양한 N 차량이 모여 일종의 ‘비공식 현대 N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역시나 오너 대상 한정 기프트는 순식간에 소진됐고, 오너들이 직접 차량을 몰고 찾아온 순간부터, 현대 N 팝업스토어는 참여하는 전시나 마찬가지였다.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이 이런 장면까지 상상했을까?


전동화 시대의 상징, 아이오닉 6 N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은 단연 아이오닉 6 N이었다. 전동화 시대에도 퍼포먼스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현대 N의 의지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전시 공간 곳곳에는 아이오닉 6 N의 디자인과 기술 USP가 반영된 굿즈가 놓였고, 설계도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티셔츠와 후드는 방문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아이오닉 6 N 키케이스는 출시 전부터 문의가 쇄도했는데, 이는 상품의 인기를 넘어 고객들이 현대 N의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길 갈망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장 곳곳에 걸린 ‘Never just drive’라는 슬로건은 그런 갈망을 응축한 문장이었다. 현대차 N매니지먼트실 관계자는 “현대 N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들에게 보다 폭넓게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하며, 긍정적인 고성능 자동차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더 많은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현대 N 팝업스토어가 지난 1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선언이기도 한 셈이다.

그야말로 N과 함께한 짧고도 뜨거운 일주일이었다. 오픈런 열풍, 1만8400명의 방문객, 213K에 달하는 온라인 파급력은 마케팅 성공을 넘어 현대 N이 확실한 팬덤을 구축했음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자동차 문화가 이제 라이프스타일 문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패션, 굿즈,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오는 9월 18일 열릴 현대 N 10주년 공식 기념 행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N은 이제 빨리 달리는 기계만이 아니라, 고성능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언어다.

Credit

  • FREELANCE EDITOR 조진혁
  • PHOTO 현대자동차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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