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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올라 마시에예프스카

반클리프 아펠과 무용이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세상에 알리는 위대한 방법.

프로필 by 성하영 2025.11.25
<룽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 론(Rone)x(라) 오흐드((La) Horde)x마르세유 국립발레단

<룽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 론(Rone)x(라) 오흐드((La) Horde)x마르세유 국립발레단

반클리프 아펠 부부의 딸 클로드 아펠(Claude Arpels)은 발레를 반짝이는 보석에 빗댈 만큼 사랑했다. 그리고 1941년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발레 슈즈와 튀튀를, 다이아몬드와 컬러 스톤으로 무용수의 유려한 움직임을 재현한 그녀의 발레리나 클립이 세상에 나오며 반클리프 아펠과 무용의 끈끈한 인연이 시작된다. 그녀의 주얼리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이 1967년 젬스톤을 형상화한 3막의 발레 공연 <주얼스>를 탄생시켰고, 이후 반클리프 아펠은 이 공연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했다. 예술이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 셈이다. 이 끈끈한 유대는 뱅자맹 밀피에(Benjamin Millepied)와 협업한 발레 3부작 <젬>, 그리고 2020년 첫 시작을 알린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로까지 이어진다. 런던과 홍콩, 뉴욕, 교토에 이어 올해 서울에서 열린 이 행사는 뻔한 댄스 페스티벌이 아니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동시에 무형의 가치를 제고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노력이다. 3주 동안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는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올라 마치에예프스카를 만났다. 그녀는 <로이 풀러: 리서치>를 통해 서펜타인 댄스의 창작자 로이 풀러의 유산을 파헤치고 그를 계승한다.

<로이 풀러: 리서치>, 올라 마시에예프스카

<로이 풀러: 리서치>, 올라 마시에예프스카


첫 서울 방문이라고 들었어요. 이곳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그리고 이곳에서의 경험이 아티스트로서 당신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페스티벌을 위해 방문했지만, 서울은 궁금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이 도시가 지닌 남다른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았거든요. 유럽과의 미묘한 문화적 차이, 역사에 대한 관심,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 언젠가는 개인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도시가 됐습니다.

댄스 리플렉션의 공연은 대부분 현대무용으로 구성되어 있죠. 현대무용을 처음 접하는, 또는 이를 어렵게 느끼는 관객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을까요?

어떤 관객들은 무용을 하나의 공연, 작품, 예술 형식으로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무용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과 인내, 헌신이 필요하거든요. 현대무용은 아티스트와 관객의 교감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 관객의 헌신이 더 중요하죠. 진정으로 이 작품에 호기심을 갖고, 움직임을 통해 호흡하며 무용수와의 연결을 시도해보세요. 어떤 생각을 하든 무엇을 느끼든 그건 관객의 자유니까요.

춤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은 어떤 움직임에 매력을 느끼나요?

모든 다양성을 포용합니다. 움직임은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죠. 인종과 문화, 언어, 표현과 관행, 모든 종류의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끊임없이 경험하고, 다양성을 관찰하는 삶이 저의 모토입니다. 특히 무용 문화가 지닌 헌신, 탁월함에 대한 열망, 온화함, 친절함 그리고 겸손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신체 잠재력이라는 주제를 탐구해요. 이 탐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무엇인가요?

이번에 선보이는 <로이 풀러: 리서치>뿐 아니라 제 작품 대부분은 ‘모든 것에 내포된 유동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이고 변하거든요. 그것이 제스처이든, 형상이든, 감정이든. 이 흐름을 구현하고, 전달하고, 소통하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로이 풀러: 리서치>는 실크 천과 대나무 막대로 환상적인 움직임을 구현하죠. 패브릭을 다루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로이 풀러를 연구하며 그녀가 천을 사용한 방식과 그 형상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그러면서 천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갔죠. 아주 오래전, 태초의 인류는 몸에 덮을 것을 찾아다녔습니다. 본능적으로요. 제 작품에서 천은 욕망이자 유혹이며, 보호입니다.

로이 풀러를 계승하는 한편, 후배 무용수를 양성하는 데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아요. 갓 커리어를 시작한 무용수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제 경험을 기반으로 이야기하자면, 매우 개인적이고 유니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질문에서 시작한 관심이 욕망과 꿈으로 번지게 되면 가능한 한 오래 ‘혼자서’ 안고 있기를 바랍니다.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은 힘들지만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질문을 믿고, 버티고, 이를 지지해주는 공동체를 신뢰하는 일은 진짜 나를 찾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에요.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과 같은 글로벌한 페스티벌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또 이 페스티벌이 무용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요?

저희는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술적 시도를 지지해주며 같은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파트너의 존재는 아티스트로서 더없이 감사한 일이죠. 무용계에서도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이 진행하는 페스티벌의 울림은 정말 큽니다. 아티스트와 각 관련 기관에 헌신적이며, 학제 간 대화와 장르의 혁신, 더 나아가 대중 공연으로 무용에 대한 이해도를 길러주죠 그렇기에 업계 구성원이나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일반 대중에게도 매우 중요한 페스티벌입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요?

우선 ‘서펜타인 댄스’라는 이름을 공연의 기념품 삼아 가져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890년, 로이 풀러가 선보인 실크 스카프와 스커트로 빛의 움직임을 표현한 춤. 처음에는 뱀춤이라 불릴 정도로 우스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녀의 춤은 점점 발전해 영화 제작사의 초기 단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꽃과 구름, 새, 나비에 빗댔고요. 저는 그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공간에 머물며 무언가를 함께 경험하는 그 시간을 즐기고 소중히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지하철에서의 시간, 바에서의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모두 다르듯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흡이 있거든요. 낯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떤 것을 응시하고, 무언가를 공유하는 그런 순간, 그 순간을 알아보고 소중히 여겼으면 해요.

무용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아뇨. 다만 문화를 찾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하죠. 무용은 전통을 계승하고 다양한 문화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무용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저는 아티스트이면서 안무가이기도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제가 내딛는 모든 발걸음이 춤이라 느낍니다. 춤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분명히요.


Credit

  • EDITOR 성하영
  • PHOTO 반클리프 아펠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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