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포엣코어, 문학 거장들은 무얼 입었을까
문학 거장들의 패션 철학을 엿보는 시간. 사무엘 베켓, 프랜 레보위츠, 수잔 손택 등 글 안에서도 패션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가진 이들의 패션 스타일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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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적 거장들의 패션 철학: 시대를 관통한 작가들에게 옷차림은 유행을 따르는 수단이 아닌, 자신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또 하나의 ‘문장’이자 ‘도구’였습니다.
- 미니멀리즘과 수트의 미학: 사무엘 베켓은 터틀넥과 왈라비 부츠로 지적인 미니멀리즘을, 프랜 레보위츠는 비스포크 수트를 고집하며 변치 않는 진정성의 힘을 보여줍니다.
- 유행을 넘어선 진정성: 이들은 유행의 변방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고수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현대 패션 하우스들에게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때로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날에는 매일 한 가지 룩을 정해서 입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단순하면서도 자신에게 들러맞는 옷을 입은 이들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지금 소개하는 작가들은 글 안에서도 패션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가진 이들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옷장이 아닌 미니멀한 옷장 안에서 자신을 구축해낸 사람들입니다. 문학가들은 흔히 골방에 틀어박혀 고뇌하는 존재로 묘사되곤 하지만 시대를 관통한 거장들에게 옷차림은 단순한 의상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들에게 스타일은 자신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가장 우아한 도구였으며 때로는 종이 위에 쓴 문장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죠. 테리 뉴먼(Terry Newman)은 저서 『전설적인 작가들과 그들이 입은 옷』을 통해 "작가들은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기에 오히려 패션의 영감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유행의 변방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미학을 구축하며 현대 패션 하우스들에게 여전히 거대한 영감을 주는 다섯 명의 문학적 아이콘을 소개합니다.
사무엘 베켓(Samuel Be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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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패션 스타일을 추구한 사무엘 베켓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부조리극의 대명사 사무엘 베켓은 오늘날 지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남성들이 지향해야 할 미니멀리즘의 교본과도 같습니다. 그의 스타일을 상징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터틀넥, 클락스(Clarks)의 왈라비 부츠, 그리고 거칠게 솟구친 짧은 머리입니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베켓의 실루엣은 덜어낼수록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그의 작품관과도 닮아 있어요. 장식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실용적인 아이템만으로 완성한 그의 룩은, 지적인 남성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경지를 보여줍니다.
프랜 레보위츠(Fran Lebo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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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를 매치한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신을 드러내는 프랜 레보위츠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재킷과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를 매치한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신을 드러내는 프랜 레보위츠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뉴욕의 가장 날카로운 관찰자이자 독설가인 프랜 레보위츠에게 수트는 단순한 의복이 아닌 그녀의 정체성을 방어하는 레이어입니다. 수십 년간 앤더슨 앤 셰퍼드(Anderson & Sheppard)의 비스포크 자켓과 리바이스 501, 커스텀 셔츠를 고수하는 그녀의 고집은 유행이라는 파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정성의 힘을 증명합니다. 그녀에게 스타일이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그녀의 스타일은 그녀의 독설처럼 어딘가 경쾌하면서도 예리한 지점이 있죠. 이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오늘날 수많은 디자이너가 그녀를 뮤즈로 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잔 손택(Susan Son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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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를 즐겨입던 수잔 손택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수잔 손택의 상징이던 터틀넥 패션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린 수잔 손택은 지적인 엄숙함과 파격적인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인물입니다. 그녀는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선택을 즐겨했죠. 그녀의 스타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연 흑발 사이로 흐르는 한 줄기 백발의 말갈기 입니다. 손택은 때로 오버사이즈 셔츠와 와이드 팬츠로 중성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다가도, 강렬한 가죽 자켓이나 화려한 무늬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를 잘 표현해주는 것은 어두운 색상의 터틀넥이겠지요.
시몽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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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시몽 드 보부아르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보부아르는 패션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과도한 장식성을 경계했습니다. 그녀의 스타일은 군더더기 없는 유틸리티 패션에 가까웠지만 그 안에는 파리지앵 특유의 정교한 미학이 숨어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시뇽(Chignon) 헤어와 정돈된 손톱, 그리고 실용적인 실루엣의 옷차림은 그녀를 더욱 지적으로 돋보이게 했습니다. 그녀의 스타일은 머릿속이 거대한 사유로 가득 차 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품격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현대 여성들에게 멋을 부리지 않아도 멋진 스타일의 정석을 제시합니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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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위트 있는 스타일을 즐겼던 오스카 와일드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코리아
"나는 나의 천재성을 내 삶에 쏟아부었고, 내 재능만을 내 작품에 썼다"고 말한 오스카 와일드에게 패션은 삶의 연장이자 연출이었습니다. 벨벳 자켓, 화려한 실크 넥타이, 그리고 코사지로 대변되는 그의 스타일은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규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는 옷을 통해 자신의 위트와 탐미적 가치관을 표현했고 스스로를 하나의 걸작으로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를 두고 주변인들은 작품만큼이나 대범하고 위트있는 스타일과 그의 애티튜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패션에는 관심이 멀었고 오직 작업 세계에만 집중했을 작가들의 스타일이 주목받는 것은 그들이 패션을 치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써 접근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것이 결국 이들의 ‘자신다움’을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게 되었죠.
Credit
- EDITOR 한유주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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