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이찬혁, 한로로 등 ‘2026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소감 8
올해도 어김없이 ‘한대음’의 계절이 돌아왔다. 시상식은 단순히 트로피의 주인을 가려내는 행위로 완성되지 않는다. 치열한 음악적 성취를 인정받고 동료들과 영감을 나누는 그 뜨거운 현장에서, 수상 소감은 어쩌면 시상식의 본질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한대음’의 감동적인 순간을 수놓은 수상자들의 고백은 그 자체만으로도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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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대중음악상 ⓒ Bite
- 키라라(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성소수자 정체성을 당당히 고백하며 세상 밖으로 나올 이들을 향한 뜨거운 연대 선포.
- 추다혜차지스(올해의 음반,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비주류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성취를 증명해내다.
- 식케이&릴 모쉬핏(최우수 랩&힙합 음반·노래): 한국 힙합 선배들에 대한 존경과 장르 계승자로서의 확고한 포부를 외치다.
- 이찬혁(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음반·노래): 사랑의 힘이 가진 시대적 무게와 예술적 존재감을 증명하다.
- 한로로(올해의 음악인): 아픈 청춘들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진심 어린 노래.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이 2026년 2월 26일 무신사 개러지에서 개최됐다.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왔지만, 상업적 성과나 인기보다 음악적 성취를 중심에 둔다는 기치 아래 매년 후보 발표부터 선정 결과까지 음악가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한대음’의 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
지난 26일 열린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중 올해의 앨범을 차지한 추다혜차지스. / 사진: 한국대중음악상 ⓒ Bite
시상식은 단편선 순간들과 이승윤의 축하 무대, 그리고 넉살의 재치 있는 진행이 어우러지며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한데 모인 ‘음악인들의 명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종합 분야에서는 우희준이 ‘올해의 신인’을, 이찬혁이 ‘올해의 노래’를, 한로로가 ‘올해의 음악인’을 수상했으며, 추다혜차지스의 [소수민족]이 ‘올해의 앨범’의 영예를 안았다. 이 외에도 20개의 장르 부문과 공로상을 받은 송골매,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받은 CJ문화재단 튠업까지 총 26개 부문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특히 세상을 떠난 과거 수상자 휘성과 이수정, 그리고 한대음 선정위원이자 음악 평론가로 헌신했던 김영대를 기리는 시간은 장내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시상식은 단순히 결과 발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함께하며 빚어내는 공간의 에너지, 그 안에서 서로의 음악적 성과를 인정하며 감사와 영감을 주고받는 과정이야말로 이 시상식의 진정한 의미다. 그런 점에서 수상 소감은 시상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올해 ‘한대음’의 감동적인 순간을 장식한 아티스트들의 고백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기사에는 여덟 명의 소감만을 소개하지만, ‘한대음’ 유튜브 채널에서 전체 시상식의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길 권한다.
키라라,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트랜스젠더 여러분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울지 마세요, 자살하지 마시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저도 할 수 있습니다.
[키라라]로 9년 만에 같은 부문 수상에 성공한 키라라는 2017년 ‘제14회 한대음’ 당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하고 미처 꺼내지 못했던 한 단어가 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그가 말하지 못한 단어는 바로 ‘트랜스젠더’였다. 소수자로서 더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격려를 전한 그는, 비로소 후련한 표정으로 소감을 마쳤다.
추다혜차지스,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올해의 음반
저희의 앨범 제목이 <소수민족>인데요. 저는 다 각자만의 소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것들을 마음껏 표출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올해의 음반’까지 거머쥔 추다혜차지스의 소감 속에는 굿을 전수해 준 故 이찬엽 만신에 대한 감사와 ‘소수성’에 대한 사유가 줄곧 흐르고 있었다. 전통음악 중에서도 비주류인 ‘무가’와 ‘블랙뮤직’을 결합한 이 작업이 사후에나 평가받을 줄 알았다던 그들의 이야기와 달리, 올해 한대음은 이들이 던진 다양성과 소수성의 가치에 주목했다.
식케이&릴 모쉬핏, 최우수 랩&힙합 노래, 음반
선배님들 닦아온 길 잘 닦아서 가고 있으니까, 그게 이제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고 느끼고,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에 이어 음반 부문까지 석권한 두 사람이 강조한 키워드는 ‘선배들에 대한 예우와 계승’이었다. 자신의 생일에 상을 받아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전한 식케이는, [K-FLIP+] 수록곡의 샘플 사용을 허가해 준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를 표한 릴 모쉬핏의 말을 이어받으며, 한국 힙합 신의 당당한 계승자로서 포부를 밝혔다.
말로,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함께 연주한 분들도) 같이 와야 되는데 지금 클럽 연주하고 있습니다. … 저는 이 수상을 마치고 바로 클럽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재즈 클럽 라이브 실황 앨범으로 수상한 말로는 지난 30년간 재즈 클럽을 무대로 활동해온 자신의 뿌리를 되짚었다. 클럽을 일구고 지켜온 경영자들과 연주자들에게 공을 돌린 그는, 앨범 속에서도 함께한 동료들이 연주하고 있는 현장으로 자신 또한 즉시 복귀하겠다는 말로 라이브 앨범의 생동감과 연결되는 멋진 소감을 완성했다.
공로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는 배철수. / 사진: 한국대중음악상 ⓒ Bite
배철수&구창모 (송골매), 공로상
남은 인생에 좋은 음악을 많이 소개하도록 열심히 노력을 하겠습니다.
- 배철수
시상식에 와보니까 오늘 정말 배가 고프네요. 음식에 배가 고픈 게 아니고, 내가 너무 오랫동안 음악을 굶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구창모
배철수는 처음 음악을 좋아하고 또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구창모와 함께한 시절, 그리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음악 인생을 담담히 회상했다. 그리고 오랜 활동을 해온 공로상의 수상자이면서도, 배철수는 ‘소개자’로서, 구창모는 36년 만의 새 음반을 준비하는 ‘창작자’로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박수를 받았다.
반, 최우수 헤비니스 음반
작년에 재현이가 방구석에서, 골방에서 음악하는 사람들 화이팅하라고 했는데, 이제 음악 다 만들었으면 밖에서 공연도 하고 그럽시다. 원래 그런 문화니까.
전년도 수상자인 미역수염의 멤버이기도 한 반재현이 결성한 ‘반’은 수상의 기쁨에 그치지 않고 하드코어 문화 자체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서 표현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신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젊은 세대의 하드코어 흐름을 소개하며 베뉴와 관객, 밴드들을 하나하나 샤라웃하, 그 본질을 느낄 수 있는 현장 공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찬혁, 최우수 팝 음반, 노래, 올해의 노래
그 해의 노래로 ‘멸종위기사랑’이라는 노래가 당선이 됐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힘을 기다리고 있고, 믿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한대음’에서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이토록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가 있었을까. 독특한 의상과 영상 연출 속에서 진지한 태도로 소감을 이어간 이찬혁은 ‘멸종위기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이 노래에 담긴 무게임을 강조하며, 그는 다시 한번 ‘사랑’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한로로, 올해의 음악인
이번 자몽살구클럽을 만들게 된 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썼습니다.
지난해 폭넓은 사랑을 받은 한로로는 청춘의 찬란함, 그 이면에 자리한 아픔을 꾸준히 노래해 왔다. 앨범 [자몽살구클럽]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 또한 소중한 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음악 덕분에 비로소 ‘살고 싶어졌다’는 팬들의 고백을 접하며, 비로소 음악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진심을 전했다.
Credit
- WRITER 최용환
- PHOTO 한국대중음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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