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탈모치료제처럼 회자되는 PP405는 언제 출시될까? [2]
극단적 허영의 시대, 그리고 자신을 가히 법의학적 자세로 들여다보는 시대에 이르러, 탈모에 대한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수십 년간 모발 재생 업계를 지배해온 두 약품은 논란도 많이 일으켰다.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약이 남성의 대머리를 종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스 라이터인 톰 니컬슨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체 왜 남성들은 대머리가 되는 걸 그토록 두려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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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 미국 피부학회의 연례 만남 뉴스는 탈모를 걱정하는 남성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미국 제약회사 펠라지는 PP405라는 새로운 합성 물질을 개발했으며, “기존에 모발이 없었던 곳의 모낭에서 새 모발이 자라나게 했다”고 발표했다. PP405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펠라지가 철저히 숨기고 있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낭 줄기세포 활동을 자극한다고 한다. 줄기세포는 신체 안에서 여러 형태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세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다.
”모발은 자연스럽게 성장, 탈모, 성장, 탈모의 사이클을 겪어요. 그게 정상입니다.“ 벨그라비아 클리닉의 보지노바의 말이다. ”이런 줄기세포는 아주 중요해요. 기본적으로, 줄기세포를 잃으면 머리는 자라지 않거든요.“ 줄기세포들은 서서히 활동이 줄어들고 분열을 멈춘다. ”새로운 약은 줄기세포에 에너지를 더 줘서 다시 분열을 시작해 모발을 더 만들도록 하는 겁니다.“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최소한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요.”
임상 2상 실험 결과가 2025년에 발표되었다. PP405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려면 임상 실험을 3번 거쳐야 한다. 한 달 동안 PP405 젤을 사용한 78명의 피험자 중 31%가 8주 전에 비해 모발이 20% 늘어났다고 말했다. 민과 핀은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사용해야 결과를 볼 수 있다.
탈모 관련 레딧 페이지들에서는 갑자기 다들 PP405 이야기만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작용하는 거지?” “한국 신문의 최신 기사를 AI로 번역해 봤는데 이거 맞는 내용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나오는 말. “그거 대체 언제 나온대?”
일부 레딧 사용자들은 흥분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중국 연구소에서 파는 JXL-069을 샀다. JXL-069은 PP405를 만든 과학자들이 합성했던, 상업적으로 판매 중인 물질인데, 이들은 이게 PP405의 대체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집 주방에서 신세대 탈모 방지 젤을 직접 만들어 보려 했다. 이 중 한 남성은 초기 실험 결과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며, 냉장고에 자신이 만든 것을 넣어두고 현미경으로 자기 모발 상태를 트래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라지는 이런 자기 실험은 하지 않기를 권한다. “인터넷에서 보는 걸 다 믿지 마세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는 걸 절대 머리에 바르지 마세요.” PP405 개발자 중 한 명의 경고다. 현명하지 못한 짓이지만, 적어도 현재 PP405를 둘러싼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보여준다.
보지노바도 이 약이 아직 임상 실험 단계이니 조심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샘플 집단은 작았고, 치료 기간도 짧았다. 겨우 4주 동안 미국 8개 지역의 남녀 78명이 PP405와 플라시보 약을 국부용 젤 형태로 하루에 한 번씩 사용하고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8주에 걸쳐 모니터링을 지속했다. 장기적 안전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3상 실험이 올해 시작된다. 하지만 잠재력은 분명하다. 펠라지는 구글의 벤처 캐피탈인 구글 벤처스 등의 투자자로부터 3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 받았다.
“출시된다면, 그리고 현재 데이터가 가리키는 것처럼 정말 효과가 있다면 열기는 정말 대단할 거예요.” 지금까지의 결과는 ‘희망적’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온갖 다른 연구들도 계속 진행 중이죠. 임상 2상까지는 갔지만 3상은 하지 못한 약들도 많아요.” 약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게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제동을 건다. PP405의 2상 임상 실험 디자인을 도운 피부학자 아라시 모스타기미 박사조차 열기를 가라앉히려 한다. “열광하는 건 이해해요. 저도 데이터를 보고 흥분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며 확고한 결론을 내리거나 비교를 한다면 그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거예요.” 지난여름 그가 <뉴욕> 매거진에 한 말이다.
이 열렬한 반응을 보고 있자면, 가장 절박한 탈모 남성들은 머리만 지킬 수 있다면 자갈이라도 씹어 먹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탈모는 ‘언짢아 할 이유가 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아니다’라는 인식과 ‘전혀 피할 수가 없으며 더 이상 25세가 아니라는 존재론적 증거다’라는 인식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속의 남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일인 것이다.
상상해 봐요. 당신이 머리 위의 삭발한 두피를 만져보며 씩 웃는 거예요. 당신이 해냈어요. 그게 정말로 탈모를 이겨낸 거죠.
아내는 내가 처음으로 머리를 민 직후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폰 카메라 쪽으로 몸을 반쯤 돌리고 있고, 침실 거울이 내 바로 앞에 있다. 나는 완전히 낙담한 모습이고, 동시에 이런 일로 낙담한다는 게 좀 바보 같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가 둥지 밖으로 떨어진 작은 아기 새 같아 보인다는 사실도 지극히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안 모든 남성이 대머리가 되는 걸 봐왔다. 이제 내 차례였다.
그날 사라진 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있었던, 점점 더 볼품없어지던 내 머리카락만은 아니었다. 내가 시도했던 모든 헤어스타일(10대 때 했던 블록 파티 스타일 앞머리, 잠깐 해봤던 올백 스타일, <피키 블라인더스>처럼 옆머리를 미는 스킨 페이드까지)이 일시에 사라졌다. 끝이다. 난 대머리고, 영원히 대머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 ‘진피 유두세포 클러스터’가 썩 괜찮다는 사실도 안다. 사실 늘 괜찮았다. 그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나무 패널이 있는 필립 킹슬리의 사무실에서 모발학자 엘리 콜덤은 아이패드에 연결된 매직펜 크기 카메라로 내가 정확히 얼마나 대머리인지 보여준다. “걱정 마세요. 줌 인을 많이 해서 이렇게 보이는 거예요.” 그녀가 미리 불안을 없애 준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임상 상담을 예약했다. 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알고 싶었고, 치료 첫 단계를 겪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다.
콜덤이 두피 여기저기에 카메라를 대는 동안 근심을 품지 않기란 꽤 어렵다. 민둥하지 않은 옆과 뒤쪽 머리의 상태는 좀 더 나은데, 제법 괜찮아 보인다. 모낭 하나에서 모발 네 가닥이 자라난 클러스터는 굵고 튼튼해 보인다. 마치 습지에서 자라난 골풀 같다. 이런 건 탈모인들이 보존하고 싶어 하는 ‘말기’ 모발이다. “클러스터가 좋아요.” 그녀가 다시 말한다.
하지만 다른 곳들, 특히 정수리 부위에는 보기에도 딱한 몇 가닥이 여기저기 있을 뿐이다. “머리가 아주 짧고 가늘어요. 이 모발들에 부스트를 해볼 수 있을지 꼭 알아보고 싶네요.” 그녀가 말을 멈춘다. “난 늘 현실적으로 진단해요.” PP405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멈춘 모발들이 좀 있을지도 모른다.
필립 킹슬리는 맨션 블록의 테라스에 있다. 내부는 고급 치과, 스파,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을 한데 섞은 듯한 분위기다. 대기실 벽에는 테리 오닐이 그린 1970년대 믹 재거 초상화가 구레나룻을 잔뜩 기른 잭키 스튜어트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 있다. 두 사람 모두 ‘알파 메일(Alpha Male, 우두머리 수컷)’다운 머리를 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레딧의 부엌 화학자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시설이다. 여기는 탈모가 진행 중일 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러 오는 곳이니까. 전문가와의 상담, 혈액 검사, 의료 기록, 오직 이 기능만을 위해 만든 로션. 카푸치노도 한 잔 끼워준다.
상급 컨설턴트인 모발학자 콜덤은 모발 사이클, 민과 핀의 작용 원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쭉 설명해 준다. 그녀가 보기에 내겐 미녹시딜이 괜찮을 것 같다. 항우울제를 복용했던 전력을 고려했을 때 피나스테리드는 권하지 않는다. PP405에 대해서는 보지노바보다도 더 조심스럽다. 내가 그 약에 대해 물어보자, 그녀는 한참이나 생각하며 안경 뒤에서 눈을 깜빡였다. “모릅니다.” 그녀가 참을성 있게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에요. 다른 치료법이 정말 많아요. PRP, 레이저 라이트 세라피도 있고요.” 하지만 PP405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위층의 방으로 간다. 녹청색 천정에는 화려한 몰딩 장식이 있고, 틈나는 곳마다 헤어 드레싱 장비가 있다. 근사한 면 기모노로 갈아입고 나니 기술자가 내 두피에서 탈모가 진행되는 곳에 활성화 크림을 발라주고, 머리 테두리의 탈모가 덜한 부분에는 진정 크림을 바른다. 활성화 크림은 뜨거우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것이, 정말 꽤 활성화를 시키는 느낌이다. 15분 동안 스티머를 쐬고, 본격적으로 마사지를 시작한다. 피펫으로 팅크를 내 머리에 떨어뜨리고, 히트 램프 한 줄을 내 위에 배치한다. 뇌가 살짝 튀겨지는 것 같다. 제법 기분이 좋다.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나 보다 싶다.
필립 킹슬리에서 나오면서, 나는 오후 내내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그러다가 부동산 창문에 비친 내 머리를 보았다. 서 있는 자동차의 반짝이는 휠 아치에서도 보았다. 저게... 새로 난 머리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혹시 그럴지도? 친구들, 내가 돌아온 건가?
무시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대머리라는 사실을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10년을 보냈다. 최근까지만 해도 평생 대머리라는 사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내겐 좋은 클러스터가 있다. 내가 그 사실을 안다.
3상 실험을 통과한다 해도 PP405가 시중에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시장에서는 돈이 준비되어 있다. 젊음을 좀 더 붙들기 위해서 뭐든 시도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남성들이 수없이 많다. 민과 핀은 이미 그들 중 많은 이들의 기분과 외모를 낫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슈는 두피 몇 센티미터 아래에 도사리고 있다.
클리닉에 다녀온 날 집에 가서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았다. 나는 클러스터가 끝내준다. 하지만 곧 이발기를 꺼내 머리를 밀었다.
Credit
- WRITER Tom Nicholson
- ILLUSTRATOR Blake Cale
- PHOTO Getty images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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