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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한국, 몰디브의 수상 섬 도시 프로젝트들 [2]

아르키메데스의 부력 원리를 적용한 도시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밀려드는 물을 막아내기 위해 둑을 쌓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네덜란드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들은 일찌감치 이 사실을 깨닫고 물 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수상도시는 몇몇 도시의 미래가 됐고, 어떤 도시에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기도 했다. 그 어떤 제방도 우리를 완벽하게 지켜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6.03.25
은퇴한 연극 교수 하네케 마스(Hanneke Maas)가 스혼스힙 운하에서 패들보드(SUP)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다.

은퇴한 연극 교수 하네케 마스(Hanneke Maas)가 스혼스힙 운하에서 패들보드(SUP)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다.

네덜란드어에는 이처럼 광범위하고도 끊임없는 변화를 표현하면서 반대편조차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협력 정신을 묘사하는 단어가 있다. ‘동행하다’ ‘함께 움직이다’라는 뜻의 'meebewegen’이다. 최초의 국가적 'meebewegen’ 프로그램이 실행된 것은 2006년, 홍수가 발생할 때 강에 댐을 건설하는 대신 강이 흐를 공간을 남겨두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흘러 EU 집행위원회가 자연 복원법을 발효했을 때 네덜란드의 이러한 원칙은 자연 복원법을 구성하는 핵심 중 하나가 됐다. 네덜란드는 지난 20년간 물을 가두거나 물 주변에 울타리를 치지 않는 생태학적 원칙을 유지한 채 도시계획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물과 함께 가야 한다면, 물 위에서 살 수도 있다’라는 발상을 구체화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확신을 가지고 수상도시 건설을 전폭적으로 실험하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 거주 지구, 사무실, 심지어 농장까지 물 위에 세워지고 있다. 2023년까지 수자원 정책 책임자였던 헨크 오빈크(Henk Ovink)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물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물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암스테르담에만 1만 채의 수상가옥이 있다. 인상적인 수치라고 보긴 힘들 수 있으나, 분명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 중이다. 이 수상가옥들은 몇 년 전 주거난으로 운하 주변에 대규모로 생긴 하우스보트(본보트, woonboot) 같은 형태가 아니라 태양광 패널과 열펌프를 갖춘 감각적인 디자인의 지속 가능한 주택으로, 창의적인 중산층들을 위한 해결책이 됐다. 암스테르담 북쪽에는 이미 스혼스힙(Schoonschip)과 아이부르크(IJburg)라는 두 개의 작은 수상마을이 있다. 아이부르크(그들은 농담처럼 이 마을을 ‘방주’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150채가 넘는 집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가옥 실험장이다. 실용적인 민족인 네덜란드인들은 수상가옥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물과의 공존, 두 번째는 네덜란드에서 수년간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온 주택난이다. 현재 네덜란드는 약 4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테르담에는 이벤트 공간까지 갖춘 최초의 수상 오피스 센터도 들어섰다. 암스테르담의 두 수상마을, 스혼스힙과 아이부르크를 단순히 공학과 건축 측면에서만 실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두 마을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작은 공동체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난방은 전기로 운영하며 음식은 유기농이고 자치 기구(물론, 디지털 방식의) 역시 갖추고 있다. 간단히 말해 (당사자들은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이 두 마을은 작은 수상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수상마을의 또 다른 모습.

수상마을의 또 다른 모습.

그러나 크란은 이러한 수상주택들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각각의 생태적 가치관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수상주택은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과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집은 투자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삶의 프로젝트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세련된 디자인에 아름다운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수상주택들은 가족 구성원 각각이 전부 만족할 여지가 크지는 않다. 모험심 가득한 선구자적 실험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는 네덜란드의 이 전략에서 어떤 것을 배워갈 수 있을 것인가? 크란에 따르면 그 해답은 기술적 부분보다는 거버넌스에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선거 주기에 맞춰 5년마다 정책이 바뀐다면 물과의 공존에 관한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장기 전략을 선택했고 이를 전문 인력과 기술자들에게 맡겼으며 정해진 아이디어를 변함없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해 왔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수상도시 건설의 길을 택하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네덜란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그리고 아마도 향후 50년 동안) 가장 복잡하고, 논란이 많으며,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한국 부산 앞바다에 건설될 오셔닉스(Oceanix)다. 이 프로젝트는 초고밀도 지역에 새로운 땅을 만들고, 극한 기상 현상에서도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부유식 모듈형 도시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이 프로젝트는 MIT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BIG)이 건축 설계를 맡았다. 벌집 구조에서 영감받은 이 육각형 모양의 모듈 도시는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2020년대 말에 착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상도시 역시 담수화, 파력발전, 빗물 재활용을 포함하는 생태적 비전을 추구한다. 반면, 몰디브의 경우는 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비상사태(몰디브 군도 전체가 침수될 위기에 직면했다)에 처한 몰디브에 수도 말레 인근에 건설되는 수상 섬 도시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테다.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인 더치 도클랜즈(Dutch Docklands)가 설계를 맡은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이 수상도시가 실제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한 채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으로 약 5000채의 주택이 분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몰디브의 수상도시는 부동산 투기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으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논의 없이 기후변화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 바라본 아이부르크의 수상마을. 1만㎡가 넘는 면적에 158채의 수상가옥, 다리, 도로, 선착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수상마을이다.

위에서 바라본 아이부르크의 수상마을. 1만㎡가 넘는 면적에 158채의 수상가옥, 다리, 도로, 선착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수상마을이다.

Credit

  • EDITOR FERDINANDO COTUGNO
  • PHOTOGRAPHER ALESSANDRO GANDOLFI
  • TRANSLATOR 우정호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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