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한국, 몰디브의 수상 섬 도시 프로젝트들 [2]
아르키메데스의 부력 원리를 적용한 도시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밀려드는 물을 막아내기 위해 둑을 쌓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네덜란드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들은 일찌감치 이 사실을 깨닫고 물 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수상도시는 몇몇 도시의 미래가 됐고, 어떤 도시에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기도 했다. 그 어떤 제방도 우리를 완벽하게 지켜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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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연극 교수 하네케 마스(Hanneke Maas)가 스혼스힙 운하에서 패들보드(SUP)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다.
네덜란드어에는 이처럼 광범위하고도 끊임없는 변화를 표현하면서 반대편조차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협력 정신을 묘사하는 단어가 있다. ‘동행하다’ ‘함께 움직이다’라는 뜻의 'meebewegen’이다. 최초의 국가적 'meebewegen’ 프로그램이 실행된 것은 2006년, 홍수가 발생할 때 강에 댐을 건설하는 대신 강이 흐를 공간을 남겨두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흘러 EU 집행위원회가 자연 복원법을 발효했을 때 네덜란드의 이러한 원칙은 자연 복원법을 구성하는 핵심 중 하나가 됐다. 네덜란드는 지난 20년간 물을 가두거나 물 주변에 울타리를 치지 않는 생태학적 원칙을 유지한 채 도시계획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물과 함께 가야 한다면, 물 위에서 살 수도 있다’라는 발상을 구체화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확신을 가지고 수상도시 건설을 전폭적으로 실험하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 거주 지구, 사무실, 심지어 농장까지 물 위에 세워지고 있다. 2023년까지 수자원 정책 책임자였던 헨크 오빈크(Henk Ovink)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물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물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암스테르담에만 1만 채의 수상가옥이 있다. 인상적인 수치라고 보긴 힘들 수 있으나, 분명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 중이다. 이 수상가옥들은 몇 년 전 주거난으로 운하 주변에 대규모로 생긴 하우스보트(본보트, woonboot) 같은 형태가 아니라 태양광 패널과 열펌프를 갖춘 감각적인 디자인의 지속 가능한 주택으로, 창의적인 중산층들을 위한 해결책이 됐다. 암스테르담 북쪽에는 이미 스혼스힙(Schoonschip)과 아이부르크(IJburg)라는 두 개의 작은 수상마을이 있다. 아이부르크(그들은 농담처럼 이 마을을 ‘방주’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150채가 넘는 집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가옥 실험장이다. 실용적인 민족인 네덜란드인들은 수상가옥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물과의 공존, 두 번째는 네덜란드에서 수년간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온 주택난이다. 현재 네덜란드는 약 4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테르담에는 이벤트 공간까지 갖춘 최초의 수상 오피스 센터도 들어섰다. 암스테르담의 두 수상마을, 스혼스힙과 아이부르크를 단순히 공학과 건축 측면에서만 실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두 마을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작은 공동체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난방은 전기로 운영하며 음식은 유기농이고 자치 기구(물론, 디지털 방식의) 역시 갖추고 있다. 간단히 말해 (당사자들은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이 두 마을은 작은 수상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수상마을의 또 다른 모습.
그러나 크란은 이러한 수상주택들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각각의 생태적 가치관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수상주택은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과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집은 투자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삶의 프로젝트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세련된 디자인에 아름다운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수상주택들은 가족 구성원 각각이 전부 만족할 여지가 크지는 않다. 모험심 가득한 선구자적 실험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는 네덜란드의 이 전략에서 어떤 것을 배워갈 수 있을 것인가? 크란에 따르면 그 해답은 기술적 부분보다는 거버넌스에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선거 주기에 맞춰 5년마다 정책이 바뀐다면 물과의 공존에 관한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장기 전략을 선택했고 이를 전문 인력과 기술자들에게 맡겼으며 정해진 아이디어를 변함없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해 왔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수상도시 건설의 길을 택하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네덜란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그리고 아마도 향후 50년 동안) 가장 복잡하고, 논란이 많으며,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한국 부산 앞바다에 건설될 오셔닉스(Oceanix)다. 이 프로젝트는 초고밀도 지역에 새로운 땅을 만들고, 극한 기상 현상에서도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부유식 모듈형 도시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이 프로젝트는 MIT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BIG)이 건축 설계를 맡았다. 벌집 구조에서 영감받은 이 육각형 모양의 모듈 도시는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2020년대 말에 착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상도시 역시 담수화, 파력발전, 빗물 재활용을 포함하는 생태적 비전을 추구한다. 반면, 몰디브의 경우는 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비상사태(몰디브 군도 전체가 침수될 위기에 직면했다)에 처한 몰디브에 수도 말레 인근에 건설되는 수상 섬 도시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테다.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인 더치 도클랜즈(Dutch Docklands)가 설계를 맡은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이 수상도시가 실제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한 채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으로 약 5000채의 주택이 분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몰디브의 수상도시는 부동산 투기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으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논의 없이 기후변화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 바라본 아이부르크의 수상마을. 1만㎡가 넘는 면적에 158채의 수상가옥, 다리, 도로, 선착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수상마을이다.
Credit
- EDITOR FERDINANDO COTUGNO
- PHOTOGRAPHER ALESSANDRO GANDOLFI
- TRANSLATOR 우정호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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