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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타이트는 근육을 키우는 환상의 묘약이 아니다 [1]

검증된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가득한 펩타이트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3.29

“펩타이드가 내 삶을 되찾아주었다.” 텍사스에 사는 52세의 저드가 걸쭉한 남부 억양으로 말한다. 그는 지금 배에 살고 있다. 피트니스업계에 30여 년을 몸담아온 그는 보디빌딩, 지구력 스포츠, 사이클링, 클라이밍 등 다양한 종류의 엘리트 선수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전문 트레이너로 일하기 전 보트 선장이었던 그는 사고를 당한 후 처음으로 펩타이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세제, 향수, 심지어 음식에 들어 있는 미량의 화학 요소를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준의 큰 위협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는 무려 15년 동안 소금과 후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펩타이드 싸이모신 알파-1을 알기 전까진 말이죠.” 저드의 말이다. 펩타이드 종류 중 하나인 싸이모신 알파-1은 면역 반응을 조절해준다고 알려진 화합물로 그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만성적으로 발생하던 염증을 펩타이드가 가라앉혀준 건 사실입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짧은 사슬이다. 인슐린도 펩타이드이며, 최근 오젬픽으로 잘 알려진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도 펩타이드에 속한다. 하지만 펩타이드는 헬스와 피트니스계에서 회복을 촉진하고 퍼포먼스를 증진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1980~1990년대에 보디빌더들은 주사제 펩타이드 파생 약품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지금도 빠른 부상 회복부터 에너지 수준 개선, 근육 만들기까지 등의 목적으로 펩타이드가 쓰인다.

그중에서도 BPC-157은 위액에서 추출된 단백질로 만든 펩타이드다. 동물 실험을 통한 연구로 얻은 결과에 따르면, BPC-157은 혈관 형성을 돕고 체내 염증을 줄이며 근육과 힘줄, 뼈 회복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펩타이드를 선호하던 저드는 BPC-157을 경험한 후 펩타이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9일 동안 60마이크로그램 정도만 먹었는데,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죠. 관절이 너무 아파 걷기는커녕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었거든요. 위경련과 불안증세도 겪었습니다. BPC-157이 성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고작 9일 동안 복용했는데 부작용은 11개월이나 지속됐습니다. 죽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어요.”

사실 BPC-157 같은 합성 펩타이드는 사람이 쓰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운동 보조를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홍보하는 것은 불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드 같은 사람들은 규제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펩타이드를 사용하고, 홍보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BPC-157과 TB-500를 섞은 혼합물이 ‘울버린 스택’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상처를 입어도 금세 재생하는 울버린처럼 혼합물을 주입하면 근육 회복이 비약적으로 빠르다는 뜻으로 말이다. 문제는 여전히 펩타이드의 효험이 끝내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아직 펩타이드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구하기 쉽다는 것 역시 남용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BEYOUND THE HYPE


몇몇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은 펩타이드가 ‘바이오해킹 힐링 툴’이라며 칭송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이제까지 이루어진 합성 펩타이드 BPC-157에 대한 연구 중 가장 종합적이고 신뢰할 만한 연구를 주도한 근골격 내과 연구자 플린 맥과이어에 따르면, 펩타이드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다. “떠도는 이야기는 전부 근거가 없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펩타이드는 그저 아미노산의 사슬일 뿐이며 신체 안에서 그 아미노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BPC-157 같은 합성물이 치유로 이어지는 여러 생물학적 경로에 관여할 수도 있긴 하다. 특히 펩타이드 팬들이 강조하는 ‘혈관 형성’은 펩타이드가 부상을 입은 부위에 혈액을 더 많이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해 치유가 빨라진다는 논리를 편다. “펩타이드가 인체에 미치는 3건의 연구를 살펴봤을 때 ‘음, 흥미롭군. 연구를 조금 더 해봐야겠어’ 수준 이상의 유의미한 결과는 없습니다. 근골격 연구에서는 대조군조차 없었죠.”

게다가 연구 대부분은 인간이 아닌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펩타이드의 사용량, 주입 방식, 동물들의 대사 작용은 인간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로선 펩타이드가 장기간에 걸쳐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맥과이어 박사의 말이다.

인체에 대한 정보가 드문 이유는 BPC-157 같은 펩타이드가 정식 약물 개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펩타이드의 권리를 가진 제약사는 없다. 뒤집어 말하면, 굳이 돈을 내 비용이 많이 드는 시험을 진행할 곳도 없다는 뜻이다. 현재 존재하는 연구는 거의 다 설치류를 상대로 한 것이고, 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펩타이드는 ‘연구용 화학물’이라는 이름으로 법을 우회해 팔리고 있는 셈이다.

검증된 효과가 미미한 것에 비해 검증된 위험성은 꽤 심각하다. 예를 들어 혈관 생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BPC-157은 암 환자나 암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 “혈관 형성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론적으로 암 환자들에게 굉장히 위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이 자라거나 퍼지는 속도를 펩타이드가 증폭할 수 있거든요.” 맥과이어 박사의 말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보는 콘텐츠에는 이런 내용이 거의 담겨있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아요. 펩타이드를 사용하고 몸이 좋아졌다는 글에만 몰려가 좋아요를 누르는 걸 보면 말이죠. 부작용을 겪는 사람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온라인에 글을 쓸 겨를조차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 BPC-157 ]

용도 힘줄과 인대 치유, 장 건강, 워크아웃 사이 빠른 회복 용도로 알려짐.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 근거는 거의 다 설치류 실험에서 나온 것이고, 인간을 상대로 한 연구는 수준 낮은 몇 건에 불과하다.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허가받지 못했다. 이론상 암 발생 위험이 있으며, 연구용 화학약품의 품질이 고르지 못한 것도 문제다.


[ TB-500 ]

용도 연조직 치유와 이동성 개선. BPC-157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으며 ‘울버린 스택’이라 불린다.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 동물 연구에 따르면 티모신 베타-4가 조직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운동으로 인한 인간의 부상이나 회복에 실험된 바는 없다. 연구용 화학 물질 TB-500 제품들의 순도와 용량은 굉장히 다르고, 온라인상의 추천은 실제 임상 자료가 아닌 일화에 근거한 것이다.


Credit

  • WRITER Kate Neudecker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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