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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타이트를 사용하는 건 스스로 생체 실험을 하는 꼴 [2]

제대로 된 투약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펩타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3.29

저드 역시 맥과이어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온라인 펩타이드 커뮤니티들에 “제가 ‘펩타이드를 써보니 좋았다’는 말을 올렸을 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자신도 사용해 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죠. 그런데 BPC-157의 부작용을 경험한 후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글을 커뮤니티에 작성하자 사람들은 저를 공격했습니다.” 결국 저드는 커뮤니티에서 쫓겨났다.

“연구용 화학물질이라고 표기하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FDA는 ‘우리는 사람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말한 적 없어’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오남용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않죠.” 저드의 말이다. 이런 허점으로 현재 미국에서는 누구나 펩타이드를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펩타이드 신봉자들은 자처해서 생체 실험을 하고 있는 꼴이다.



STRONGER, FASTER, RISKER


스트롱맨 코치인 윌 클라크는 펩타이드가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얻는 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종종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 BPC-157, TB-500과 같은 펩타이드에 대해 물어보곤 합니다. 부상을 당했는데 몸을 빨리 회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그들은 펩타이드를 마치 ‘마법의 물약’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클라크의 말이다.

이어서 그는 펩타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사를 놓을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저에게 문의한 사람들은 정확한 투약량은 물론 투약 방식에 대해서도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저 SNS에서 본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을 따라 하는 수준이죠. 그나마 저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양호한 편이죠.”

웨이트트레이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셰인 리스도 클라크와 같은 생각이다. 스토롱맨을 주로 코치해 온 리스는 영국에서 가장 강한 여성으로 두 번이나 꼽힌 루시 언더다운 등 여러 스트롱맨과 함께 일했다. “이쪽 업계에서 펩타이드는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여러 해 동안 펩타이드는 부상을 관리하거나 회복 속도를 높이려는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쓰이던 약물이었습니다.” 리스의 말이다.

리스가 염려하는 점은 펩타이드가 애초 의도한 목적과 다른 방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BPC를 사용할 땐 적절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마구잡이로 써서 얻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플라시보 효과뿐이죠. 진짜 문제는 펩타이드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의 경험상, 운동선수들이 펩타이드 때문에 오히려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 “펩타이드를 투약했으니 부상이 나았을 거라는 근거 없는 안도감이 더 큰 부상을 야기합니다.”

동물 연구 결과로는 펩타이드가 힘줄에 이로운 점이 있다지만, 리스의 경험은 다르다. “힘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를 본 적은 없어요. 복근을 무리하게 사용했을 때 펩타이드를 투여하면 일시적으로 빠른 효과를 낸 적은 있지만요.” 그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처방이나 도움 없이 BPC-157을 사용한 후 아무런 변화가 없어 당황하는 경우를 더 자주 봤다고 말한다.

리스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는 펩타이드를 써본 적 있는 인물이다. “BPC를 20번 정도 써봤습니다. 촉박한 날짜에 맞춰 급하게 뭔가를 준비해야 할 때만 썼죠.” 그렇지만 리스는 자신이 얻은 긍정적인 효과가 펩타이드를 사용해서인지, 함께 병행한 다른 노력 덕분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걸 인정한다.

리스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장기적 영향이다. BPC-157은 혈관 형성과 세포 성장에 관련이 있는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암과 관련된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엘리트 운동선수가 펩타이드를 단기간 사용하는 것과 일반인이 만성통증에 대처하기 위해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엘리트 선수는 펩타이드를 복용하더라도 최소한의 경계심이나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몸이 재산이니까요. 하지만 일반인은 장기간 약물에 노출되면서도 그게 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리스의 말이다. 이어서 그는 “제가 처음 펩타이드를 사용했을 때는 온라인에서 펩타이드를 판매하는 회사가 한 군데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젠 대놓고 유명 운동선수를 모델로 내세우는 제약회사들이 생겼죠. 솔직히 당황스러워요.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약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가짜 약물에 대한 위험도 늘었다. 우후죽순 생겨난, 검증되지 않은 회사들이 펩타이드 함량을 줄이거나 다른 물질을 넣어 파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리스가 BPC-157에 대한 영상을 하나 올리자, 취미 삼아 웨이트 운동을 하는 사람들, 운동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까지 그에게 질문을 보내왔다. “온갖 사람들이 펩타이드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예요. 근육운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소량을 단기간만 사용하는데 일반인들이 BPC-157을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득보다 실이 훨씬 커요.”



MASS APPEAL


의사들도 펩타이드에 우려를 표하는 건 마찬가지다. 스펜서 나돌스키는 인간이 복용해도 되는 제품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BPC-157에 대해 물어보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BPC-157이 마법 같은 혈관 형성과 세포 치유에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효과가 보여주는 믿을 만한 데이터는 없어요. BPC-157 주사는 맞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등장한 맥과이어 박사, 리스와 마찬가지로 나돌스키 박사는 성장 경로에 영향을 주는 모든 합성 물질은 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혈관형성을 도울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면, 같은 이치로 암 종양의 성장을 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죠.” 또한 만에 하나 BPC-157이 일시적으로 회복 효과가 있더라도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주사를 놓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염도 문제다. “사람들이 주사 놓는 걸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못된 방식의 주사가 얼마나 다양하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는 지 몰라서 그렇죠. 비위생적인 곳에서 거리낌없이 주사를 놓는 사람을 보면, 과거 의료 시설이 형편없던 서부 개척 시대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돌스키의 말이다.


PROMISE, NOT PROOF

“연구를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 의학적으로 펩타이드의 장점을 발견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그전까진 펩타이드의 사용을 지양해야 합니다” 나돌스키 박사의 말이다. 종합해 보면 매일 근육 운동을 하는 사람들, 선수들, 심지어 젊은이들도 인체 사용 검증이 되지 않은 물질을 실험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 검증된 사실이 아닌 온라인상의 일화에 영향을 받아서 말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더 빠른 회복 능력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는 펩타이드의 유혹은 분명 달콤하게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불투명하다. 과학적 증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오염 여부도 모르고, 투약량도 불확실하고, 장기적 영향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사를 맞는다는 건 자해와 다름없다.

연구 목적을 핑계로 펩타이드가 유통되는 미국의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방법은 ‘가장 재미없는 방법’이다. 적절히 재활하고, 중량은 서서히 늘리고, 수면과 영양을 취하며 부상이 낫지 않으면 운동을 쉬거나 병원에 가는 것이다. 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수천 년간 인류가 걸어온 길이다.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위해 생명을 갉아먹는 짓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 티모신 알파-1 ]

용도일부 국가에서는 의학적으로 사용되며, 염증과 면역 지원 용도로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 특정 임상 조건에 따른 의학적 사용으로 적합한 티모신 알파-1이 있지만,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들은 전혀 규제받지 않은 약이다. 전반적 건강을 위한 사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고, 장기적 건강 관련 안전 데이터도 없다.


[ CJC-1295 / 이파모렐린 ]

용도성장호르몬을 늘려 근육 증가, 지방 감소, 수면 개선,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됨.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 인체 연구 결과 부족. 성장호르몬 조작엔 인슐린 저항과 부기 등 위험이 따르며, 이론상으로는 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온라인 제품들은 규제를 받지 않았으며 성분 표기가 잘못된 경우도 많다.


[ GHK-Cu ]

용도 스킨케어와 재생 약품 쪽에서 인기가 높다. 피부 탄력과 상처 회복에 좋다고 홍보된다. 노화 방지나 재생을 목적으로 하는 바이오 해커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 인체 연구에 따르면 GHK-Cu가 원칙적으로는 콜라겐 생산과 상처 치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나, 주사제 사용에 대한 근거는 아주 미미하다. 대부분은 임상 실험이 아닌 세포 연구에서 나온 주장이다.


Credit

  • WRITER Kate Neudecker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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