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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빈티지 체어

공간의 감도를 올리는데에 의자만큼 좋은 가구는 없죠. 좋은 빈티지 의자는 편안할 뿐만 아니라 조각처럼 아트 오브제로서의 기능도 수행합니다. 구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마음에 품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감각을 상향 시켜줄, 수십 년의 시간을 견디고도 여전히 현대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빈티지 체어를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이하민 2026.03.28
빈티지 체어이 매력
  • 르 코르뷔지에 LC1: 인체공학적 구조와 절제된 조형미로 지적인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 토고 & 피에르 잔느레 체어: 각각 1970년대의 자유로움과 자연 소재의 서정성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합니다.
  • 마리오 벨리니 캡 체어: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가죽의 아우라로 공간에 결정적인 무게감을 부여합니다.

Le Corbusier, LC1 Basculant Chair (1928)

르코르뷔지에의 인체공학적 LC1 슬링 체어 / 이미지 출처: metropolitan museum

르코르뷔지에의 인체공학적 LC1 슬링 체어 / 이미지 출처: metropolitan museum

르코르뷔지에의 인체공학적 LC1 슬링 체어 / 이미지 출처: bauhaus to your house

르코르뷔지에의 인체공학적 LC1 슬링 체어 / 이미지 출처: bauhaus to your house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과 함께 1928년 선보인 LC1 슬링 체어는 의자가 앉는 기구라는 그의 철학을 가장 정교하게 구현한 모델입니다. 이 의자의 핵심은 이름처럼 움직이는 등받이(Basculant)에 있습니다. 사용자의 자세에 따라 등받이 각도가 미세하게 조절되는 이 메커니즘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체공학적 시도였습니다. 가느다란 크롬 도금 스틸 프레임과 팽팽하게 당겨진 가죽 혹은 포니 헤어 시트의 대비는 차갑지만 지적인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어요. 18세기 영국 장교들이 사용하던 야전용 의자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이 모델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채 구조만으로 공간을 압도합니다. 서재의 한 귀퉁이나 미니멀한 거실에 놓였을 때 확실한 존재감을 주죠.


Michel Ducaroy, Togo (1973)

미셸 뒤카루아의 토고 / 이미지 출처: THE MILLIE VINTAGE

미셸 뒤카루아의 토고 / 이미지 출처: THE MILLIE VINTAGE

미셸 뒤카루아의 토고 / 이미지 출처: THE MILLIE VINTAGE

미셸 뒤카루아의 토고 / 이미지 출처: THE MILLIE VINTAGE

1970년대의 히피 정신과 조형적 파격이 만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리네 로제(Ligne Roset)를 상징하는 프랑스 디자이너 미셸 뒤카루아(Michel Ducaroy)의 토고(Togo)는 전형적인 의자의 형태—다리와 프레임으로 구성된—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1973년 처음 공개된 이래로 토고는 구겨진 튜브라는 별명을 얻으며 라운지 체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치약 튜브처럼 접힌 주름과 바닥에 낮게 깔린 시트는 이전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보다 차가웠던 디자인에서 벗어난 릴렉스된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내부 프레임 없이 폴리에스테르 폼으로만 구성된 이 혁신적인 구조는 당시 가구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토고는 격식을 차린 거실을 한순간에 유연하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토고는 다양한 컬러의 벨벳이나 가죽 소재로 변주될 수 있어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마스터피스입니다.


Pierre Jeanneret, Floating Back Office Chair (c. 1955)

피에르 잔느레의 플로팅 백 오피스 체어 / 이미지 출처: merit la

피에르 잔느레의 플로팅 백 오피스 체어 / 이미지 출처: merit la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컬렉터들이 가장 열광한 빈티지를 꼽으라면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의 찬디가르(Chandigarh)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50년대 중반, 사촌 형인 르코르뷔지에와 함께 인도의 계획도시 찬디가르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잔느레는 현지의 기후와 재료를 고려한 가구들을 설계합니다. 그중 플로팅 백 오피스 체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습기에 강한 티크 나무와 수작업으로 엮은 라탄 시트, 그리고 잔느레 특유의 V자 형태의 다리는 견고하면서도 경쾌한 조형미를 자랑하죠. 인도의 거친 자연과 유럽의 모더니즘이 결합된 이 의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티크 특유의 파티나(Patina)가 매력적입니다. 거실 테이블이나 다이닝 공간에 놓였을 때, 따뜻한 나무의 질감과 이국적인 아우라가 공간에 깊은 서정성을 더해줍니다.


Mario Bellini, Cab Chair (1977)

마리오 벨리니의 캡 체어 / 이미지 출처: krzeslarz

마리오 벨리니의 캡 체어 / 이미지 출처: krzeslarz

마지막으로 추천할 모델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가 카시나(Cassina)를 위해 디자인한 캡 체어(Cab Chair)입니다. 1977년에 탄생한 이 의자는 가구 디자인 역사상 처음으로 자립형 가죽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벨리니는 인간의 뼈대와 피부에서 영감을 얻어, 스틸 프레임 위에 마치 옷을 입히듯 16개의 가죽 조각을 지퍼로 결합해 완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디자인과 의자 전체를 감싸는 최고급 안장 가죽(Saddle leather)의 묵직한 질감의 조화는 말로설명하기 힘든 관능미를 자아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의 체형에 맞게 가죽이 길들여지며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 특징. 캡 체어는 미니멀한 공간에서는 날카로운 실루엣을, 클래식한 공간에서는 가죽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발휘하며 아우라를 완성합니다.

Credit

  • EDITOR 한유주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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