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테이블 위, 취향을 요약하는 다섯 권의 세계
책을 고르는 일은 사람을 만날 때처럼 내 공간에 어떤 세계를 들여올지 상상해 보는 즐거운 과정입니다. 사울 레이터의 비 내리는 거리부터 아나 멘디에타의 원초적인 몸짓, 낸 골딘이 기록한 밤의 연대기,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기묘한 시선, 그리고 알바로 시자의 정갈한 건축까지.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트북 한 권이 당신의 취향을 말해주는 요약본이 된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고른 이 다섯 권을 곁에 두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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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울 레이터: 60여 년간 뉴욕의 일상에서 포착한 낭만적인 빛과 컬러 블록을 통해, 공간에 따스하고 아련한 뉴욕의 분위기를 채워줍니다.
- 아나 멘디에타: 대지와 몸을 하나로 연결한 원초적인 실루엣 작업을 통해, 여성적인 강인함과 깊이 있는 예술적 철학을 공간에 부여합니다.
- 낸 골딘: 80년대 뉴욕 하위문화의 내밀한 관계와 뜨거운 유대를 가감 없이 기록하여, 인간적 연결에 대한 집 주인의 깊은 시선을 대변합니다.
-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적 미장센을 사진으로 확장한 기묘한 이미지들을 통해, 거실을 신비롭고 감각적인 시나리오가 흐르는 공간으로 뒤바꿔놓습니다.
- 알바로 시자: 스케치가 건축으로 탄생하는 정갈한 과정을 담아, 시적 모더니즘의 정수와 미니멀한 선의 아름다움을 테이블 위에 완성합니다.
뉴욕의 낭만적인 빛을 담다, 사울 레이터
」
이미지 출처: Thames&Hudson
이미지 출처: Thames&Hudson
사울 레이터(Saul Leiter)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매일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방대한 아카이브를 축적했으 그의 생전에는 대부분의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었어요. 그는 로어 맨해튼의 아파트 근처 몇 블록 내에서 영감을 찾아내며,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습니다. 사울 레이터의 「Forever Saul Leiter」는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비와 안개, 쇼윈도에 반사된 풍경을 부드러운 컬러 블록처럼 포착한 사진집이에요. 유리창과 자동차, 우산 끝자락만을 프레임에 남겨둔 그의 사진들은 아련한 분위기와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도심의 공적인 모습과 방 안의 사적인 순간을 오가는 이 책을 테이블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공간에는 은은한 뉴욕의 빛이 스며드는 듯한 데코 효과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대지와 몸으로 새긴 실루엣, 아나 멘디에타
」
이미지 출처: MOMA
이미지 출처: MOMA
이미지 출처: MOMA
쿠바 출신의 아티스트 아나 멘디에타는 자신의 몸을 자연과 연결하며 정체성과 소속감을 탐구했던 퍼포먼스 예술의 거장입니다. 그녀는 대지에 직접 몸의 흔적을 남기며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죠. 아나 멘디에타의 「Ana Mendieta: Earth Body」는 대지와 자신의 몸을 하나의 조각으로 삼았던 강렬한 작업들을 정리한 모노그래프입니다. 땅 위에 몸의 윤곽을 파거나 불을 붙여 부재하는 존재를 기록한 실루엣 시리즈는 보는 이에게 경외감과 여성적인 강인함을 선사하죠. 사진과 필름 스틸을 통해 그녀의 밀도 높은 예술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당신의 공간에 철학적 감도를 더해주는 존재가 되어줄 거예요.
밤의 연대기와 뜨거운 유대, 낸 골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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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낸 골딘
이미지 출처: 낸 골딘
낸 골딘은 1970~80년대 뉴욕의 하위문화를 가장 솔직하고 파괴적인 시선으로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예요. 개인적인 인간관계와 그 안의 내밀한 감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현대 사진의 문법을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는 80년대 뉴욕 다운타운의 친구들과 연인들 그리고 그 안의 애정과 고통을 가감 없이 담아낸 자전적 기록입니다. 연출된 포즈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증언하기 위해 찍힌 이미지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우리를 그들의 뜨거운 공동체 속으로 빨아들입니다. 화려한 클럽 조명과 허름한 침대 위 사진들이 주는 묘한 향수는 당신을 사진 속 세계로 초대하기에 충분하죠.
영화의 잔상이 머무는 자리, 요르고스 란티모스 요르고스
」
이미지 출처: MACK
이미지 출처: MACK
이미지 출처: MACK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가여운 것들>, <더 랍스터> 등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미장센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영화감독입니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규범을 뒤트는 그만의 독보적인 시각은 영화를 넘어 사진 작업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죠. 그의 최신 사진집 최신 사진집 「i shall sing these songs beautifully」는 영화 'Kinds of Kindness'의 세계관을 사진으로 확장한 매혹적인 결과물입니다. 기묘한 구도로 배치된 상징적인 오브제들과 불안 섞인 미장센이 이어지며 마치 종이 위에서 또 다른 영화가 상영되는 듯한 기분을 주고 있죠. 이 책은 신비롭고 감각적인 시나리오 속으로 초대된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줄 거예요.
건축가의 선과 빛의 조화, 알바로 시자
」
이미지 출처: Phaidon
이미지 출처: Phaidon
이미지 출처: Phaidon
알바로 시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현대 건축의 거장이자, 1992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시적 모더니즘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지형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단순하고 정갈한 흰색 매스를 활용해 빛과 그림자의 유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죠. 시자의 「Before After」는 스케치와 완공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건축이 탄생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초기 드로잉의 선들이 실제 빛과 계단, 창문으로 구현되는 모습에서 거장의 절제된 감각을 엿볼 수 있죠. 시자의 건축을 닮은 미니멀한 레이아웃과 종이의 질감 덕분에 책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집니다. 테이블 위에 단 한 권의 책만 고른다면, 공간의 선을 가장 우아하게 정리해 줄 이 책을 추천합니다.
Credit
- EDITOR 한유주
- PHOTO 각 이미지 캡션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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