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브랜드들의 역대 만우절 장난 5
4월 1일 만우절, 자동차 브랜드가 설계한 정교한 기만극. 주가 폭락을 부른 도발부터 현실이 된 상상까지, 브랜드의 위트가 투영된 발칙한 오답 노트를 공개한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폭스바겐 볼츠바겐: 사명 변경 장난이 주가 폭락과 조사로 이어진 희대의 마케팅 참사.
- BMW 자기장 견인: 자기장 밀착 기술과 언어유희를 결합해 완성한 자동차 장난의 정수.
- BMW 에어컨: 세계 기후 재현 상상을 25년 뒤 '마이모드'로 실현한 전술적 선견지명.
- 맥라렌 깃털 랩핑: 1만 개의 깃털로 공기역학을 위트 있게 풀어낸 파격적 비주얼 실험.
- 아우디 꿀 연료차: 꿀 연료라는 설정을 정교한 독일식 유머로 포장한 달콤하고 발칙한 속임수.
매년 4월 1일, 완성차 브랜드들은 잠시 진지함을 내려놓는다. 보도자료 대신 황당한 가짜 신기술을, 신차 발표 대신 있을 법하면서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콘셉트를 내놓는다. 그 장난들은 때로는 주가를 흔들고, 때로는 팬들이 실제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역대 자동차 브랜드 만우절 장난 중 가장 화제가 됐던 다섯 가지를 골랐다.
1. 2021년 폭스바겐, 볼츠바겐 리브랜딩 선언
만우절 장난으로 인해 주가는 폭락하고 주주들로부터 소송위협을 받았다. / 출처: 폭스바겐
2021년 만우절을 맞아, 폭스바겐 미국 법인이 전동화 선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e- 모빌리티에 대한 회사의 미래 지향적 투자에 대한 공개 선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이름은 '볼츠바겐 오브 아메리카(Voltswagen of America)'. 'V'를 전기차를 뜻하는 볼트(Volt)로 바꿔 브랜드 자체를 교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리브랜딩의 배경은 소비자들에게 전기 자동차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만우절 사흘 전인 3월 29일에 먼저 유출됐다. 기자들이 확인 전화를 걸자 홍보 담당자들이 "맞다, 사실이다"라고 재확인해줬다. CEO 스콧 키오와 마케팅 부사장 킴벌리 가디너의 공식 인용문까지 준비돼 있었다. 미국 CNN, 워싱턴 포스트, NBC 뉴스가 줄줄이 실제 뉴스로 보도했다. 만우절 당일 폭스바겐이 "장난이었다"고 인정하며 상황이 역전됐지만 그 사이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로부터 소송 위협을 받았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이 됐다.
2. 2009년 BMW, 자기장 견인 기술 'MTT'
BMW는 1983년부터 영국 신문 광고를 통해 만우절 장난을 이어왔다. / 출처: BMW
BMW가 NASA와 공동 개발했다는 '매그네틱 토 테크놀로지(Magnetic Tow Technology, MTT)'는 전자기 빔을 이용해 앞차에 자동으로 달라붙어 연료를 아끼는 시스템이다. 앞차 운전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뒤의 BMW 운전자는 액셀에서 발을 떼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해제는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 된다. 광고 카피는 "For once, we're happy to be behind the competition(이번만큼은 경쟁자 뒤에 있어서 기쁩니다)"이었다. 개발 책임자 이름은 '닥터 노이트 올(Dr. Noitt All)' 박사. 전공 분야는 '키네틱 라이드 앤 프로펄션(Kinetic Ride And Propulsion)', 줄임말은 K.R.A.P.(케이랩)이었다. BMW는 1983년 '비가 와도 열리는 선루프' 장난을 시작으로 영국 신문 광고를 통해 만우절 전통을 이어온 자동차 업계의 원조 장난꾼이다. 등장하는 전문가 이름과 기술 약어에는 항상 언어 유희가 숨어 있어, 알아채는 순간 더 웃음이 터진다.
3. 1999년 BMW, 세계 날씨 테마 에어컨 '클리마타르바이터'
장난으로 시작한 기술을 실제로 구현해 냈다. / 출처: BMW
1999년 BMW는 7시리즈용 에어컨 시스템 '클리마타르바이터(Klimatarbeiter)'를 발표했다. 단순히 온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날씨를 차 안에서 그대로 재현한다는 개념이었다. 선택 가능한 모드는 '영국의 여름', '바이에른 산악 메들리', '뉴잉글랜드의 가을', '베사라비아의 산들바람' 등이었다. 황당한 장난으로 웃고 넘어갔지만, 25년이 지난 뒤 BMW에는 '마이모드(MyModes)'라는 기능이 실제 탑재됐다. 에어컨 온도, 무드 조명,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위기를 세트로 저장해 원하는 환경을 재현하는 기능으로, 1999년 장난의 개념과 사실상 동일하다.
4. 2017년 맥라렌, 570GT 깃털 풀 랩핑
디자인에서 변신을 꾀함으로써 웃음을 주었다. / 출처: 맥라렌
2017년 맥라렌은 570GT 모델에 인조 깃털 1만 개로 제작한 페더 랩(Feather Wrap)을 공개했다. 시공에는 300시간 이상이 필요하지만, 공기역학적 이점을 제공하면서 무게는 2.5kg밖에 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맥라렌의 맞춤 제작 부서 MSO(McLaren Special Operations)에서 주문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개된 이미지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빅 버드가 염색하고 슈퍼카와 충돌한 것 같다." 슈퍼카 브랜드가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는 건 웬만한 자존심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용기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로 그럴듯한 신기술 장난을 내놓는 것과 달리, 맥라렌은 비주얼로 승부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전략.
5. 2019년 아우디, 꿀 연료 자동차 '비트론'
꿀을 연료로 한 비트론 자동차를 공개했다. / 출처: 아우디
친환경 연료 열풍이 한창이던 2019년, 아우디는 이트론(e-tron), 지트론(g-tron), 에이치트론(h-tron)에 이은 새 친환경 모델을 발표했다. 연료는 꿀이었다. 육각형 연료캡, 차량 내장 토스터 등 벌집 테마 디자인 요소가 가득한 비트론(b-tron)이었다. 개발 책임자 이름은 임커 호니히(Imker Honig)로, 독일어로 양봉가의 꿀이라는 뜻이다. 소속 부서는 콤플렛 게슈민크트(Komplett Geschminkt), 즉 완전히 지어낸 것이다. 아우디는 개발 과정의 난항도 설명했다. 시제품 테스트 중 수천 마리의 실제 벌들이 육각형 연료캡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결국 장갑함 안에 벌집이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보도자료 속 디테일 하나하나가 독일어 언어 유희로 채워진, 꿀 발린 장난이었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맥라렌
MONTHLY CELEB
#원터, #우도환, #이상이, #성시경, #박보검, #이종석, #정경호, #조나단앤더슨, #최혜선, #곽민경, #이유정, #김민지, #윤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