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파인 다이닝의 가장 파인한 프로틴 메뉴들

레스토랑의 경험은 종종 그 식당이 내는 프로틴이 좌우한다. 식상한 한우구이나 양고기 말고 흰살 생선 구이 말고, 국내 최정상 레스토랑의 가장 파인한 단백질들을 모았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6.04.17

SOIGNÉ

전복과 김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가 제철 식재료와 특산품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세심하게 고민해 접시에 올리는 과정은 마치 장인들의 손을 거친 전통 재료로 전시관을 장식하는 현대미술과도 비슷하다. 저온으로 오래도록 조리해 섬유의 방향성을 유지한 채 부드러워진 전복 살에 까치버섯, 대파, 관자 무스를 더하고 이를 만두 안에 소로 채웠다. 그리고 그 밖에는 김과 버터를 이용해 만든 검은 소스를 둘렀다. 전복 껍데기의 모양으로 빚은 만두피에 검은 김 소스가 둘러져 있어 마치 동양화로 그린 전복 같은 모양새. 부드러우면서 탄력 있는 만두피의 질감과 전복의 쫄깃한 식감, 까치버섯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한 입에 터져 나오며 김이 가진 바다의 진한 맛과 만난다.


LA YEON

금탕

한국의 탕 요리는 일종의 분자 요리다. 끓이고 우리고 기다리며 살과 뼈에서 분리된 단백질들이 국물 속에 녹아들어 아무것도 아닌 물에 생명을 부여한다. 신라호텔 23층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한식 파인 다이닝의 정점, 김성일 셰프가 이끄는 라연은 그 오래된 국물의 지혜를 미쉐린 3스타의 태도로 번역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국물 요리는 금탕이다.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성대하고 장엄한 행사로 꼽히는 을묘년 화성 원행에서,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아침상에 올린 금중탕(錦中湯)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영지버섯, 상황버섯, 능이버섯 등 항암 성분으로 유명한 버섯들을 푹 우려낸 후, 제철 생선(봄엔 도다리), 해삼, 전복, 삼계 등 보양 단백질들과 함께 담아냈다.


KWONSOOKSOO

꽃게찜

꽃게는 쉬운 재료가 아니다. 열에 민감한 갑각류의 근육 단백질은 조금만 과하게 가열하면 퍽퍽해지고, 내장의 크리미한 질감은 선도에 따라 또 손님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크게 갈린다. 특히 아무리 정성 들여 뼛조각을 발라내도 막상 서브 뒤에 이에 뼛조각이 낀다는 컴플레인을 받는 경우가 많아 파인 다이닝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의 꽃게는 세계의 다른 어떤 블루크랩보다도 향이 좋고 단맛이 뛰어난 최상급 단백질이다. 그러니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처럼 용감한 요리사라면 반드시 다뤄보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꽃게의 단백질은 한식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꽃게 한 마리의 살을 다 발라낸 후 두부와 참나물을 섞어 찐 뒤 직접 빻은 고춧가루와 여러 야채를 함께 끓여낸 꽃게 육수를 부어 먹는다.


MINGLES

한우 안심과 우족편, 등심 말이 전복 한돈 순대

간장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구운 한우 안심 위에 우족 테린을 올린다. 우족 위에 후추 향 가득한 맑은 비프 주(jus)를 부으면 안 그래도 부드러운 안심 위에 실키한 젤라틴이 흘러내린다. 전복과 한돈으로 만든 소를 불고기 양념한 한우 등심으로 감싸 한우 순대를 만들어 옆에 올린다. 산초장아찌와 부드럽게 익혀낸 마를 쌀가루에 묻혀 바삭하게 튀겨내어 고기와 곁들인다. 한국 유일의 미쉐린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인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한우와 한돈으로 만든 이 접시 위에는 대한민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단백질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우족 젤라틴을 올린 한우 안심은 혀로 녹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 내 혀의 감각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LÉGUME

아위버섯

미쉐린 가이드에서 비건 및 베지테리언 레스토랑인 레귬이 별을 획득한 건 하나의 사건이었다. 비건 레스토랑이 별을 획득한 건 한국 최초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에서도 최초였으며, 당시 전 세계로 그 범위를 넓혀도 9개뿐이었다. 파인다이닝은 오랫동안 단백질을 동물에서만 찾아왔다. 한우, 양고기, 흑돼지, 오리고기, 닭, 꿩 등의 소위 '메인 코스'는 동물성 고급 식재료로 채우는 게 당연해 보였고, 이 메인 요리가 레스토랑의 시그너처인 경우가 많았다. 성시우 셰프가 레귬을 열 때 가장 고민한 지점도 아마 메인 요리였을 것이다. 모두가 최상급의 단백질을 원하는 순서에 비건 및 베지테리언 레스토랑은 무엇을 낼 것인가? 아위버섯이 성 셰프의 대답이다. 글루탐산 함량이 높아 동물성 재료에 버금가는 감칠맛을 내며, 버섯 특유의 쫀득하고 탄력 있는 조직감을 지니고 있어 고기 못지않게 이에 씹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Courtesy of the restaurants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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