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기다리면서까지 나홍진의 '호프'를 경쟁 부문에 올렸다는 소식의 의미
칸이라는 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이며, 또 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오른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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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황해'로 칸에 초청받은 나홍진 감독과 배우 김윤석 하정우의 모습.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4월 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프'를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발표했다.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른 것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후 4년 만. 여러 매체의 영화 기자들이 흥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칸은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다.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 때는 같은 조직위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의 영화 시장인 '마르셰 뒤 필름'(Marché du Film)도 함께 열린다. 미술로 따지면,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에서 아트 바젤 베니스(이런 것은 물론 없지만)가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칸 영화제 로고가 삽입된 ‘호프’ 포스터/ 이미지 출처: X @megabox_plusm
다른 영화상과의 위상도 다르다. 예를 들어 오스카는 미국 영화산업 종사자들(약 1만 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데다 이미 스코어로 수치화 되어 이는 흥행과 마케팅, 로비 등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칸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모두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여야 한다. 아직 아무도 못 본 영화가 칸의 극장들에서 처음 공개되고, 그 축제가 끝나는 날 수상작을 정하는 이 엄격한 방식 덕에 칸에서 수상한 작품은 작품성을 담보로 할 수 밖에 없다.
영화제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제에 초대된 수 많은 작품들은 여러 섹션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은 경쟁 부문보다 덜 알려진 감독이나 실험적인 작품 위주로 구성되는 준경쟁 부문으로 자체 심사위원단과 시상이 따로 있다.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이 섹션에 초청 받은 바 있다. 또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은 황금종려상 경쟁 없이 상영만 하는 섹션이다.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이 주로 자리를 채우며 '곡성'이 이 부문에 초대 받았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부문은 단연 경쟁부문이다. 황금종려상을 놓고 월드 프리미어인 20편 내외의 작품들이 그 작품성을 평가 받는다.
2008년 비경쟁 장르 영화섹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추격자'로 초대받았던 걸 생각하면, 나홍진 감독은 마치 도장 깨기라도 하듯 미드나잇 스크리닝, 주목할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에 이어 가장 영예로운 경쟁 부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초대받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 초청으로 나홍진 감독은 한국 감독 최초로 장편 연출 작품 전부가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주연인 조인성과 함께 있는 나홍진의 모습. / 이미지 출처 : 나홍진 인스타그램.
한국 영화 중에 칸에 초청된 작품은 수 없이 많지만, 칸 경쟁 부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고 작품 수도 많지 않다. 첫 경쟁 부문의 역사는2000년 시작됐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으로 경쟁 부문에 최초 초청됐고, 3년 뒤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칸 최초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초대되어 심사위원대상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초대되어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역시 이창동 감독의 '시'가 초대되어 각본상을 수상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2022년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가져가면서 한국은 칸에서 지금까지 본상 일곱개를 받았다.
'호프'의 초청을 둘러싼 뒷이야기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호프'가 워낙 거대한 세계관을 품은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라 후반 작업이 길어지면서 칸 영화제 출품 마감일(3월 23일)까지 편집본을 영화제 측에 넘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칸 영화제 측에서 편집본 제출 기한을 연장해줬다는 것. 칸은 왕가위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등의 작품 제출 기한을 과거에도 연장해준 바 있으며 아주 이례적인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완성된 상태의 '호프'를 경쟁 부문에 올리기를 원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칸의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호프'에 대해 "액션 영화"라면서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장르가 바뀐다. 지금껏 한 번도 이야기된 적 없는 세계를 그린다"고 덧붙여 기대감을 더했다.
나홍진 감독과 홍경표 촬영 감독의 모습. '기생충'의 촬영 감독이었던 홍경표 감독과는 '곡성'에서 이미 한 번 합을 맞췄다. / 이미지 출처 : 나홍진 인스타그램.
작품 자체의 스케일도 전례 없는 수준이다. 공식적으로는 제작비가 600억원 이상이라는 발표지만, 실제로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는 소문이 있다. 두말할 것 없이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작. 할리우드 커플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부부가 외계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하는 것이 2016년 '두 사람을 위한 빛' 이후 10년 만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흥미로운 상황이 더 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이 맡는다. 한국인이 칸 심사위원장을 맡는 최초의 사례인데, 하필 4년 만에 한국 감독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한국인 심사위원장이 심사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Credit
- PHOTO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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