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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더 재밌게 보는 법 4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호프〉가 올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뜨거운 찬사와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은 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프로필 by 정서현 2026.05.19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식당에서 떠올린 기이한 이미지에서 출발해 완성까지 7년이 걸린 외계인 이야기
  • 단 한 컷의 완벽한 숲속 추격 프레임을 위해 10개월간 사전 훈련을 거친 제작진
  • 할리우드 부부 배우가 외계인 역으로 동반 출연했으나 서로 마주치는 장면은 전무
  • 상영 후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으나 압도적인 스릴과 시각효과의 한계라는 평이 공존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황해>, <곡성> 모두 한국 영화의 어떤 지점을 새로 그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 초청작 <호프>가 2026년 여름 극장에 온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까지. 스케일도, 캐스팅도, 장르도 전작과 다르다. 칸에서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고, 동시에 극단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이 있다.



1.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시작됐다

 아이디어에서 크랭크업까지 7년이 걸렸다. / 출처: 네이버영화 포토

아이디어에서 크랭크업까지 7년이 걸렸다. / 출처: 네이버영화 포토

아이디어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나홍진 감독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환한 빛과 함께 무언가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 기이한 일이 잠시 후 TV 뉴스에서 소개됐다. 그 두 개의 장면이 연결되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됐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의 일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2023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외계인을 암시하는 그림 두 장을 올리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 그림은 장면을 떠올린 직후 바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곡성> 이후 1~2년 뒤부터 기획 작업이 시작됐고, 아이디어에서 크랭크업까지 7년이 걸렸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라 3부작으로 구성했다거나, 속편을 기획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한 편으로 마무리한 영화라고 못 박았다.



2. 포스터 한 컷을 위해 10개월을 준비했다

프레임 하나가 10개월씩 걸렸다. / 출처: X (@megabox_plusm)

프레임 하나가 10개월씩 걸렸다. / 출처: X (@megabox_plusm)

2025년 9월 공개된 <호프>의 티저 포스터는 일반적인 영화 포스터와 달랐다. 그래픽 작업이 아니라 실제 영화의 한 프레임을 그대로 캡처해서 만든 포스터다. 프레임 하나가 찍히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장면은 이렇다. 깊은 숲속,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의 인물이 외계인에게서 도망치던 조인성의 목덜미를 잡아 구하는 찰나다. 배우와 말, 와이어, 카메라, 자연광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한 컷이었다. 배우와 제작진은 국내에서 먼저 5개월간 트레이닝을 했다. 이어 3개월간 사전 테스트를 거쳤다. 그리고 촬영지인 루마니아 레테자트 국립공원 현지에서 다시 2개월간 적응 훈련을 소화했다. 촬영감독 홍경표는 숲의 빛과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자연광 아래에서 120프레임 고속 촬영을 하는 조건이었다. 까다로운 상황 속에서도 제작진은 반나절 만에 완벽한 타이밍으로 이 컷을 완성했다.



3. 부부가 함께 출연했지만, 함께 찍지 않았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한국 영화, 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유럽 배우 부부 중 처음이다. / 출처: 네이버영화 포토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한국 영화, 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유럽 배우 부부 중 처음이다. / 출처: 네이버영화 포토

<호프>의 캐스팅에서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부부 동반 출연이었다. <엑스맨> 시리즈와 <노예 12년>의 패스벤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이자 <대니쉬 걸>과 <툼레이더>의 비칸데르. 현실 부부인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 영화에 출연한 유럽 배우 부부로는 최초 사례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외계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모션 캡처와 페이셜 캡처 기술을 통해 그들의 감정과 몸의 움직임이 괴물 형태로 구현됐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출연하지만 함께 촬영한 장면은 한 컷도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 스케줄상 두 사람의 촬영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 같은 작품에 이름이 올라 있지만 현장에서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셈. 여기에 한 가지 이야기가 더 붙는다. 조인성은 올해 한 해에만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나홍진 감독의 <호프>,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세 감독의 영화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 한 해에 이런 라인업이 겹치는 경우는 드물다.



4. 칸에서 7분 박수를 받았고, 혹평도 동시에 나왔다

칸 영화제가 이런 장르 영화를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을 매우 드문 일이다. / 출처: 네이버영화 포토

칸 영화제가 이런 장르 영화를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을 매우 드문 일이다. / 출처: 네이버영화 포토

2026년 5월 17일 칸 팔레 데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호프>의 월드 프리미어가 시작됐다. 러닝타임 160분이 끝나고 자정이 넘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그리고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약 6~7분이었다. 이튿날부터 해외 매체들의 리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데드라인>은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며 '할리우드 영화들을 능가하는 파격적인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칸 영화제가 이런 장르 영화를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을 매우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크린 데일리>는 달랐다. '일부 장면에서 외계인이 AI 생성 이미지나 비디오게임 그래픽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첫 1시간을 영화의 가장 강력한 구간으로 꼽으면서도, 괴물이 더 많이 드러날수록 시각효과의 한계도 선명해진다고 봤다. 현재 로튼 토마토 지수는 80%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네이버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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