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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TMI 4

박해영 작가가 던진 '무가치함'의 미학. 대세 배우 구교환, 고윤정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JTBC 드라마 <모자무싸>가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현대인의 불안을 정조준하고 있다.

프로필 by 정서현 2026.04.21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구교환의 첫 TV 주연작이자 고윤정의 화려한 복귀, 오직 박해영 작가의 이름으로 성사된 역대급 조합.
  • <나의 해방일지> 이후 4년 만의 귀환, '무가치함'과 '불안'을 위로하는 고품격 오리지널 각본.
  • 성공과 실패가 극명한 영화계를 배경으로, 제자리걸음인 이들의 자괴감을 꿰뚫는 날카로운 서사.
  • 실제 연출가인 구교환의 싱크로율과 출연진의 멍때리기 대회 입상 등 방영과 동시에 넷플릭스 1위 등극.

JTBC 주말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는 인간이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넷플릭스 동시 공개 이틀 만에 국내 TOP 10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알고 보면 더 깊이 빠져드는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정리했다.



1. 구교환과 고윤정이라는 대세 배우 조합

<모자무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주연 두 배우의 조합이다. 구교환과 고윤정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 구교환에게 첫 TV 드라마 주연작이다. <반도>의 서대위, <D.P.>의 한호열,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설강우까지, 그는 영화와 OTT를 오가며 매번 다른 얼굴을 꺼내 보였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의 주연 자리는 한 번도 앉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박해영 작가의 대본을 읽고 처음으로 TV 주연을 결심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구교환은 "대본을 읽는 순간부터 '이건 꼭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어딘가에 황동만이 실제로 존재할 것 같았고, 그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12시간이 넘는 드라마 러닝타임을 두고 "한 인물의 브이로그 수준으로 카메라가 깊게 들어가는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을 만큼, 그에게도 낯선 무게의 작업이었다. 고윤정은 <로스쿨> 이후 5년 만의 JTBC 복귀다. 그가 연기하는 변은아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영화사 기획 PD로, 황동만의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언어화해주는 인물이다. 대사 분량보다 여백이 많은 캐릭터임에도 고윤정이 이 역할을 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박해영 작가님이 나를 써주신다니, 영광이고 신기했다"고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작가의 이름이 캐스팅의 이유가 된 셈이다. 현장에서의 호흡에 대해서는 "구교환 선배가 대사도 없는 장면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들어줬다. 덕분에 매 컷마다 새로운 리액션이 나왔다"고 전했다.



2. 박해영 작가, 4년 만의 귀환

<모자무싸>는 박해영 작가가 <나의 해방일지> 이후 약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의 백상예술대상 극본상 수상 이력이 말해주듯, 박해영 작가는 인생의 바닥 감정을 가장 고귀한 문장으로 빚어내는 작가로 불린다. 또 하나 눈여겨볼 이력이 있다.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원작을 각색한 적이 없다. 모든 작품이 오리지널 각본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4년이라는 공백 동안 선택한 소재는 '무가치함'이다. 단어 선택 자체에 지금 이 드라마가 왜 지금 나왔는지가 담겨 있다. 박해영 작가의 대사는 방영 전 티저 단계에서부터 이미 화제였다. "매일 죽기 살기로 하면 진짜 죽지!",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난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 거창한 성공 서사가 아니라, 불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고백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정확히 저격했다. 차영훈 감독은 이 대사들을 두고 "지문 한 줄, 토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호흡이나 단어 하나로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최대한 충실하게 살려내려 했다"고 말했다.



3. 영화계라는 배경

배경은 영화계다. 구체적으로는 대학 시절 같은 꿈을 꿨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서로 전혀 다른 위치에 서게 된 여덟 명의 친구들이 모이는 '8인회'라는 모임이 극의 중심이다. 누군가는 감독이 됐고, 누군가는 제작사 대표가 됐고, 황동만 혼자만 여전히 데뷔 문턱에서 서성이고 있다. 영화판이라는 공간은 이 드라마의 주제를 담기에 정밀하게 맞춤된 선택이다. 영화계는 성공과 실패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면서도, 모두가 같은 꿈에서 출발했다는 공통 전제를 가진 세계다. 그 안에서 혼자만 제자리인 사람의 자괴감은 일반 직장인의 그것보다 훨씬 뾰족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남의 성공이 곧 자신의 실패처럼 느껴지는 구조. 황동만이 형편없는 영화를 보면 신랄하게 씹어대고, 진짜 좋은 영화를 보면 샘이 나서 괴로워하는 캐릭터로 설정된 것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그건 누군가의 일상이다.



4. 드라마 밖에서도 계속된 이야기들

구교환과 황동만 사이의 싱크로율이 화제다. 구교환은 실제로 영화감독을 꿈꾸며 연출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배우다. 그러나 그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지만 표현 방식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나와 철저하게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동만이가 나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재밌고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첫 방송 나흘 전에는 서울 광화문 육조마당에서 '2026 광화문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90분간 가장 평온한 심박수를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이 행사는, 2014년부터 이어진 실제 대회다. 출연진 중 최원영이 이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별도의 화제를 낳았다. 한편, 드라마는 공개와 동시에 조용히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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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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