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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허수아비 TMI 4

실화 '이춘재 사건'을 모티프로 한 웰메이드 장르물이 탄생했다.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와 이희준이 5년 만에 안방으로 복귀, 형사와 검사로 만나 '혐관' 케미를 선보이며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프로필 by 정서현 2026.04.23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20년 지기 박해수·이희준이 형사와 검사로 재회, 실제 우정을 배신하는 서늘한 연기 대결.
  •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과 삶을 조명하는 묵직한 하이퍼 리얼리즘.
  • 1988년과 2019년을 교차하는 치밀한 구성으로 미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압도적 몰입감.
  • <그알> PD 출신 박준우 감독이 빚어낸 시대적 공기, ‘TV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극찬과 시청률 급상승.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2회 만에 시청률 4.1%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인물과 손을 잡게 되면서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3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이 드라마, 알고 보면 더 깊이 빠져드는 관전 포인트 4가지다.



1. 박해수와 이희준, 실제 절친이 혐관이 된 사연

<허수아비>의 흡입력은 두 주연 배우에서 나온다. 박해수와 이희준은 학창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시작해, 30년이 지난 지금 형사와 검사로 또다시 얽히는 '혐관(혐오 관계)' 사이다. 그런데 카메라 밖에서 두 사람은 20여 년 지기 절친이다. 연극 무대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다양한 작품을 함께하며 촬영이 없는 날에도 전화하고 만나는 사이. 이희준은 제작발표회에서 "동료 배우지만 팬으로도 좋아하는 해수와 다시 만나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허수아비>는 박해수와 이희준, 두 사람 모두에게 약 5년 만의 TV 드라마 복귀작이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의 조상우, <수리남>, <자백의 대가>까지 넷플릭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이른바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희준 역시 <살인자ㅇ난감>, <악연> 등 OTT 작품들을 이어오다 이번에 함께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박해수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박두만과 유사한 인물을 맡는다는 부담에 대해서는 "<살인의 추억>은 나 역시 너무나 좋아했던 명작이다.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고, 배우는 입장으로 임했다"고 답했다. 이희준은 냉철한 판단력과 정치적 감각을 겸비한 엘리트 검사 차시영을 연기한다. 그는 "친구에서 시작해 혐관이 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다시 화해하는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촬영 현장에서 두 사람이 리허설을 하면서도 서로 배려하며 재미있게 촬영했다는 이면의 이야기는, 화면에서 보이는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2. 실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극본을 쓴 이지현 작가는 <모범택시> 일부 회차를 집필한 경력이 있다. 박준우 감독과 <모범택시>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약 5년 만에 재결합한 작품이 바로 이 드라마다. 그런데 이번 소재의 무게는 전작과 차원이 다르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범죄 수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가 투입됐음에도 30년 가까이 미제로 남았다가, 2019년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진범이 특정된 실제 사건이다. 작가가 이 소재를 다루면서 택한 접근은 기존 범죄 드라마와 결이 다르다. <살인의 추억>이 미제 사건 시절의 절박함을 다뤘다면, <허수아비>는 진범이 밝혀진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사건이 지나간 뒤 남겨진 죄책감, 왜곡된 권력 구조, 그리고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의 삶이다.



3. 1988년부터 2019년까지, 30년을 무대로 삼은 이유

구조는 1988년과 2019년, 두 시간대가 동시에 축으로 작동한다.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은 1988년 강성 마을에서 시작되는 연쇄살인사건과, 2019년 현재에서 형사 강태주가 30년 만에 살인범과 마주하는 에필로그를 동시에 목격한다. 이 구조가 즉각적인 몰입을 끌어낸 이유는, 결말을 먼저 보여주는 동시에 그 결말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30년에 걸쳐 펼쳐놓기 때문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실제 사건의 타임라인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춘재 사건의 범행은 1986년에서 1991년 사이에 벌어졌고, 진범이 특정된 것은 2019년이었다. 드라마는 이 간극이 단순히 수사 실패의 역사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했는지를 보여주는 틀로 활용된다.



4. 'TV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입소문과 박준우 감독

시청률은 첫 회 2.9%로 출발해 2회에서 4.1%로 수직 상승했다. ENA 월화드라마가 2회 만에 4%대를 넘긴 것은 전작 <착한 여자 부세미>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이다. 온라인에서는 'TV판 <살인의 추억>'이라며 입소문이 났다. 연출자 박준우 감독은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으로 시작해 <모범택시>와 <크래시>를 연출하며 장르물 전문가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연출 방식은 범죄의 잔혹함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당대의 시대적 공기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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