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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22년 만의 우승 도전기 4

아스날이 맨시티의 무승부로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아르테타 감독의 경질 위기와 준우승 아픔을 딛고 철벽 수비로 일궈낸 기적의 순간들을 돌아본다.

프로필 by 정서현 2026.05.20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새 경기장 부채로 주축 선수를 방출하며 '4스날'의 하락세를 겪은 시절
  • 고참 선수를 과감히 방출하고 사카 등 유망주 위주로 체질을 개선한 시기
  • 맨시티와 리버풀에 밀려 3연속 2위에 머물렀으나 감독을 신뢰한 과정
  • 맨시티의 발목을 잡은 본머스 덕에 우승을 확정 짓고 더블에 도전하는 현재

5월 20일 새벽, 맨체스터 시티가 본머스에 1-1로 비기면서 아스날의 우승이 확정됐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인근의 술집과 거리는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2003-2004 시즌 아르센 벵거의 무패 우승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한동안 아스날은 감독 교체의 혼란이 있었고, 우승과 멀어진 팀처럼 보였다. 물론 우승컵에 가까이 다가간 적도 있었다. 아스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네 개의 장면으로 돌아본다.



1. 2004~2018년, 에미레이츠의 저주

경기장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을 매꾸기 위해 주축 선수들을 팔면서 리그 순위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 출처: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경기장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을 매꾸기 위해 주축 선수들을 팔면서 리그 순위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 출처: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무패 우승 직후 아스날은 결단을 내렸다. 하이버리를 떠나 새 경기장을 짓기로 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약 3억 9,0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8천억 원 규모다. 구단은 빚을 갚기 위해 주축 선수들을 팔았다. 앙리, 비에이라, 피레스, 베르캄프.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얼굴들이 하나씩 팀을 떠났다. 그 자리를 유망주들이 채웠다. 아스날은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클럽'이 됐다. 키우면 팔고, 또 키우면 또 팔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갔고, 반 페르시는 맨유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구단 운영에 쓰였다. 팬들의 분노가 쌓이는 동안 리그 순위는 조금씩 내려갔다. 4위가 최선이 되던 시절, '4스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리그 4위 수성이 아스날의 목표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다. 2016-17 시즌, 아스날은 처음으로 리그 4위 밖으로 밀렸다. 아르센 벵거는 2018년 5월 팀을 떠났다. 22년의 재임 기간 중 전반 12년과 후반 10년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무패 우승의 신화를 만든 감독으로 기억되지만, 신화 이후의 긴 하강도 벵거의 시간이었다.



2. 2018~2022년, 에메리의 실패, 아르테타의 시작

유로파리그의 제왕이라 불리던 우나이 에메리는 아스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유로파리그의 제왕이라 불리던 우나이 에메리는 아스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벵거의 후임으로 온 우나이 에메리는 유로파리그의 제왕이라 불렸다. 세비야를 유로파 3연패로 이끈 감독이었다. 그러나 아스날에서의 에메리는 달랐다. 2018-19 시즌 리그 5위,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첼시에 1-4 대패. 이듬해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1승 2무 5패를 거두며 경질됐다. 에메리 체제 1년 반, 혼란만 남았다. 2019년 12월, 미켈 아르테타가 왔다. 맨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코치를 맡고 있던 그를 아스날이 데려왔다. 감독 경험이 없는 코치 출신이었다. 불신은 예상된 반응이었다. 아르테타는 먼저 라커룸을 정리했다. 당시 주급 35만 파운드를 받던 메수트 외질을 1군 명단에서 제외했다. 오바메양은 주장 완장을 빼앗긴 뒤 방출됐다. 다비드 루이스도 내보냈다. 고참들을 내치는 결정은 어느 감독에게도 쉽지 않다. 그 자리를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부카요 사카, 에디 은케티아 같은 아카데미 출신 젊은 선수들로 채웠다. 2020-21 시즌 리그 8위로 마치며 25년 만에 유럽 대항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아르테타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2021-22 시즌 5위, 챔피언스리그 진출 문턱에서 아쉽게 물러났지만 팀의 윤곽은 잡히고 있었다. 에미레이츠 훈련장 벽에는 동기부여 문구들이 채워졌다. 아르테타는 'Win'이라는 이름의 라브라도 강아지를 키웠다.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150년 된 올리브 나무를 훈련장에 심었다.



3. 2022~2025년, 세 번의 문턱

아스날은 2022~2025년 시즌동안 세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아스날은 2022~2025년 시즌동안 세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2022-23 시즌, 아스날은 달랐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달렸고, 크리스마스를 1위로 맞이했다. 이대로라면 우승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스날은 248일 동안 리그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시즌 막판 맨시티가 리그 12연승을 질주했다. 아스날은 무너졌고, 맨시티가 역전 우승을 가져갔다. 준우승. 이듬해 2023-24 시즌도 같은 그림이었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마지막까지 따라붙었지만, 맨시티가 리그 9연승을 포함한 23경기 무패 행진으로 승점 2점 차이로 앞섰다. 맨시티는 PL 4연패를 달성했다. 아스날은 또 준우승이었다. 두 번의 칼을 맞았다. 아르테타 경질 요구가 나왔다. 구단은 침묵했다. 2024-25 시즌, 이번에는 맨시티가 아니었다. 전 시즌 우승팀 리버풀이 막아섰다. 아르네 슬롯의 리버풀이 시즌 내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고, 아스날은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세 번의 준우승. 같은 감독이 세 시즌 연속 2위를 기록하면, 보통 교체된다. 아스날 수뇌부는 아르테타를 붙잡았다. 믿음이었는지, 대안이 없었던 것인지. 그 결정이 모든 것을 바꿨다.



4. 2025~2026년, 마침내 우승

맨시티 1-1 본머스. 그 결과가 전해지는 순간 아스날 선수단이 모여 있던 콜니 훈련장에서 환호가 터졌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맨시티 1-1 본머스. 그 결과가 전해지는 순간 아스날 선수단이 모여 있던 콜니 훈련장에서 환호가 터졌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이번 시즌도 순탄하지 않았다. 10월부터 리그 1위를 달리던 아스날은 지난달 맨시티와의 맞대결에서 1-2로 패했다. 200일 넘게 지켜온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아스날은 이후 4경기를 연속 무실점 승리로 마무리했다. 뉴캐슬 1-0, 풀럼 3-0, 웨스트햄 및 번리 1-0. 수비 라인이 버텼고, 살리바-가브리엘 센터백 조합이 다시 한번 철벽을 증명했다. 번리전 결승골은 카이 하베르츠의 헤더였다. 부카요 사카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연결됐다. 경기 후 아르테타는 '내일 몇 시간 동안 본머스의 열렬한 팬이 되겠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본머스의 신예 엘리 주니오르 크루피가 전반 39분 맨시티 골망을 흔들었다. 홀란이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맨시티 1-1 본머스. 그 결과가 전해지는 순간 아스날 선수단이 모여 있던 콜니 훈련장에서 환호가 터졌다. 통산 리그 우승 횟수 14회. 22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남은 것은 한 경기, 2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최종전과, 31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다. 더블의 기회가 남아있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게티이미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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