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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최고의 승차감을 자랑하는 볼보 EX60 스페인 시승기

새로운 플랫폼을 장착하한 볼보 EX60의 진가는 직접 타 봐야 알 수 있다. 승차감만 놓고 보면 경쟁 모델이 없을 정도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7.02

“스페인 고속도로의 아스팔트 포장 품질이 유독 훌륭한 건 아니겠죠?” EX60의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에서 함께 차에 탄 동료 에디터가 한 말이다. 그가 그렇게 느낀 건 EX60의 승차감이 믿기 어려울 수준으로 안락해서 그렇다. 앞서 시승한 다른 기자들이 “볼보가 이번에 칼을 간 것 같은데? 승차감이 진짜 좋아”라고 말했을 때, 속으로 ‘호들갑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창피해질 정도였다.

EX60의 트림은 크게 세 가지다. P6, P10, P12로 구분되는데 P12는 2026년 말 생산 예정이다. P6은 하나의 전기모터를 장착한 후륜구동 모델로 374마력을 내뿜는다. 유럽 기준(WLTP)으로 1회 충전 시 620km를 달린다. P10은 듀얼 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 모델로 510마력을 발휘한다. 83kWh짜리 배터리를 사용하는 P6과 달리 P10은 95kW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 가능 거리가 660km로 더 길다. 참고로 가장 상위 트림인 P12는 더 큰 117kWh 배터리를 이용해 최대 810km의 주행거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로백 성능은 3.9초다.

앞서 승차감이 뛰어나다고 말했던 건 P10 모델이었다. 내연기관 차량인 XC60과 비교하더라도 승차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는데, 그 비결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달라진 차체다. EX60에는 볼보의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SPA3’가 처음으로 쓰였는데 기존 플랫폼과 달리 ‘셀 투 바디’ 방식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셀 투 바디란, 차체에 배터리를 직접 연결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예전 전기차는 배터리 셀을 ‘모듈’로 묶은 다음 ‘팩’이라는 케이스에 담아 차체 하부에 얹는 방식이었지만, 볼보는 모듈과 팩을 생략하고 차체에 셀을 바로 채워 넣었다. 이렇게 하면 기존 모델 대비 높은 비틀림 강성과 낮은 무게중심을 실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서스펜션이다. EX60에는 볼보가 ‘액티브 섀시’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차량 곳곳에 장착된 센서는 바퀴의 움직임, 차량의 속도, 조향각 등 다양한 정보값을 초당 500회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앞쪽 댐퍼의 감쇠력을 단단하게 만들어 차량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저감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볼보는 ‘올린즈’나 ‘먼로’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스펜션 전문 제작 업체와 2000년대 초반부터 협업하고 있다.

P10 모델이 매끈한 철로 위를 달리는 듯한 생경한 느낌의 승차감을 선보인다면 P6는 익숙한 맛이다. 익숙한 맛이라고 한 이유는 각종 센서와 전자장비를 이용해 밀리미터 초 단위로 차를 제어하는 P10과 달리 P6은 대부분의 양산차에 쓰이고 있는 유압식 댐퍼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P10에 비해 P6의 승차감이 덜 부드럽다는 뜻이지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P6의 승차감도 상위권에 속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속 와인딩 코스에 진입했다. 곧게 뻗은 길에서 합격점을 받은 EX60이 굽이치는 코너에도 잘 달리는지 궁금했다. 여담이지만 바르셀로나 근교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기회가 생긴다면 ‘몬세라트 수도원’ 경유를 추천한다. 해발 720m에 자리 잡은 수도원까지 올라가는 9.3km의 구불구불한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절경이다. 단,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EX60 P10은 와인딩 코스에서도 끈질기게 노면을 움켜쥐며 달린다. 핫해치나 경량 로드스터처럼 코너를 날카롭게 공략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셀 투 바디와 결합한 액티브 섀시는 시케인 코너와 같이 연속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떠받친다. P10은 4.6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폭발적인 가속 성능 덕에 가파른 업힐 구간에서도 축지법을 쓰는 것처럼 성큼성큼 속도를 높인다. 옆자리에 앉은 후배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선배, 지금 여기 가드레일도 없는 거 아시죠?”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상에 이를 때까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볼보가 처음 선보인 윙 그립 도어 핸들은 차의 옆면을 매끄럽게 보이게 하며 공기역학적으로도 효율적인 디자인이다.

볼보가 처음 선보인 윙 그립 도어 핸들은 차의 옆면을 매끄럽게 보이게 하며 공기역학적으로도 효율적인 디자인이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시승을 마치고 차를 세우고서야 EX60의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60은 먼저 공개된 전기 SUV EX90이나 내연기관 SUV 라인업인 XC 시리즈와 비교하더라도 생김새가 꽤 다르다. 차를 옆에서 보았을 때, EX60은 차의 뒷부분이 더 각졌다. XC60은 트렁크에서 지붕으로 이어지는 뒷유리의 각도가 완만했다면 EX60은 90도에 가깝게 곧추세워져 있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이 약 60L 정도 늘었다. “리어 램프의 모양도 트렁크 용량과 연관이 있어요. 볼보 고유의 꺾어지는 리어램프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트렁크 입구를 최대한 넓게 만들기 위해 고심했거든요” 볼보의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 사라 에리크센 수스냐르의 설명이다.

달라진 점은 더 있다. ‘윙 그립 도어 핸들’이다.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을 높이면서 깔끔한 디자인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를 만들 때 손잡이가 차에 안에 숨어 있다가 타고 내닐 때만 솟아오르는 ‘플러시 도어 핸들’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눈이 많이 내려 얼어붙거나 접촉 사고가 발생해 차체가 찌끄러졌을 때 손잡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볼보는 플러시 도어 핸들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는 묘수로 윙 그립 도어 핸들을 선보인 셈이다. 창문 바로 아래 위치한 15cm 남짓의 작은 날개 모양 손잡이는 항상 차체 밖으로 돌출되어 있으면서도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적이다.

운전대도 새롭다. 역대 볼보 차량 중 가장 작은 운전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콤팩트한 EX60의 운전대는 동그란 운전대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평평하게 잘라낸 형태다. 쫀쫀한 핸들링을 자랑하는 푸조의 운전대와 비슷하지만 EX60의 운전대가 조금 더 가로로 긴 타원형에 가깝다. 운전대 하단을 평평하게 만들면 승하차 시 다리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사라는 그 이유에 대해 “운전대의 윗부분을 잘라낸 건 계기반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EX60은 계기반의 위치를 운전대 바로 뒤가 아니라 대시보드와 앞유리창이 만나는 위치에 놓았거든요”라고 말했다. 계기반의 위치를 운전자와 멀리 떨어뜨려서 얻는 장점은 헤드 업 디스플레이로 얻는 장점과 비슷하다. 운전 중 전방 도로에서 시야를 떼지 않고도 한눈에 각종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볼보는 운전자가 계기반을 확인하는 아주 짧은 순간조차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있다. 세계 최초로 EX60에 들어간 ‘멀티 어댑티브 안전벨트’다. 1959년 볼보가 3점식 안전벨트를 처음 발명해 전 세계에 보급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볼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차량 내외부의 센서를 이용해 탑승자의 키, 체중, 착석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사고 발생 시 최적의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똑똑한 안전벨트를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몸무게가 100kg인 성인과 40kg인 어린이에게 조여지는 안전벨트의 강도를 각각 다르게 작동하도록 만들어 갈비뼈나 쇄골 부상 가능성을 낮춘다는 이야기다.

EX60의 국내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알려졌다. 출시 가격은 미정이지만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인 세일즈 전략을 펼쳐왔다. 오는 3분기부터 출고를 시작하는 EX90의 가격이 1억원에서 1억2000만원 선인 걸 고려하면 EX60은 8000만원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60은 SUV에 걸맞은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갖췄다.

EX60은 SUV에 걸맞은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갖췄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볼보자동차코리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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