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민은 '레토르트 같은 삶은 살지 않았다'고 단언하듯 말했다
이선민은 스스럼이 없다. 모르는 사람과도 곧잘 친해지고, 웃길 수만 있다면 치부도 흔쾌히 드러내며, 전에 해본 적 없던 일도 덥석덥석 수락한다. 뭐든 정작 해보면 그렇게 겁먹을 것도 실망할 것도 없더라고 했다. 과연 ‘퍼스트 펭귄’처럼.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눈동자 색깔이 정말 묘해요. 연녹색인데 주황색도 좀 섞여 있고.
집안 내력이에요. 가족 중에 눈 색깔 밝은 분들이 좀 있거든요. 작은고모가 제일 밝아서 젊을 때는 진짜 외국인 같았고, 두 번째가 작은아버지, 그다음이 저예요. 사실 어릴 때는 그것 때문에 애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고 ‘지랄하지 마라!’ 하면서 싸우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게 좋은 거예요. 연예인들 중에도 저처럼 올리브색 눈동자를 가진 분이 몇 분 계시거든요. 서강준 씨, 고아라 씨, 이성경 씨.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리고 이선민.
벌칙 받는 사람처럼 굉장히 민망해 하면서 굳이 그 얘기를 하시네요.(웃음) 저는 사실 오늘 화보의 목표가 그거였어요. ‘이선민의 눈동자와 몸을 정말 잘 찍고 싶다.’
저도 그 부분이 너무 감사했어요. 저의 가장 큰 매력 두 가지를 이번에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게 해주신 것 같아서.
몸에도 자부심이 있어요? 선민 씨 몸은 어떻게 보면 우리 윗세대가 ‘장사 체형’이라 여겼던 좋은 몸이기도 한데, 동료 코미디언들은 ‘몸이 뭐 저렇게 웃기게 생겼냐’ 하고 놀리기도 하잖아요. 스스로는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맞아요. 보디빌딩 이전에 ‘육체미’ 하던 시절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보디빌더의 몸 같은 느낌이 있죠. 이대근 선배님 같은 고전 에로 영화 배우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고요.
좋게 말하자면 톰 하디 계열의 몸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저도 톰 하디 좋아합니다. ‘산스장(산 중턱 무료 헬스장)’ 가서 운동할 때 톰 하디가 썸네일인 음악 플레이리스트 자주 틀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같은 계열이라고 말하기에는…. 잔근육이 아니라 큼직하다는 면에서는 같긴 하죠. 다만 제가 배불뚝이에다 팔다리가 굉장히 짧아요. 동양인치고도 허리가 길고 흉부와 어깨는 굉장히 좋고. 그래서 상체만 보면 사람이 엄청 커 보이는데 자리에서 일어서면 생각만큼 크지 않거든요. 일어나면 갑자기 실망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그게 좋고요. 웃기니까. 이런 말이 제일 좋아요. “저건 도대체 몸이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심지어 운동 좀 하는 사람들도 헷갈려 하거든요. 이선민 몸 저거 운동 구력 최소 10년은 된 몸이라는 식의 댓글이 정말 많이 달리는데, 실제로는 제가 산스장에서 제대로 운동을 시작한 건 2년이 채 안 됐어요.(웃음)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은 틈틈이 했지만 그냥 어릴 때부터 몸이 원래 이랬던 거예요. 되게 알쏭달쏭한 몸이죠. 그런데 제 천직인 코미디언에는 그게 너무 좋은 거고. 그래서 탈모에다가, 노안에다가, 팔다리 짧고, 손 작고, 그런 제 모든 게 저는 너무 좋습니다.
사실 저희 예전에 한 번 뵀었잖아요. 유튜버 오지브로 화보 촬영할 때 ‘일일 매니저’라며 함께 오셨었죠.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겠죠? 바쁘기도 엄청나게 바쁠 테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을 테고요.
그쵸. 이달 내내 쉬는 날이 없고. 오늘은 스케줄이 세 개고, 내일도 비슷하고. 알아보는 분들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요즘은 또 다르기도 하죠. 이제 제가 레거시 미디어를 ‘찍먹’ 정도는 하다 보니까.
‘찍먹’인가요? 저는 ‘레거시 미디어의 거대 예능 프랜차이즈를 섭렵하고 있다’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아이, 아닙니다. 이거 잘못됐어.(웃음) 그렇게 말씀하시면 오해를 사고요. 섭렵은 진짜 아니고, 잘 쳐줘도 순방 정도? 왜냐면 제가 고정으로 들어간 게 아니잖아요. 감사하게도 게스트로 한 번씩 불러주시는 거라, 섭렵이라고 하면 너무 건방질 것 같습니다.
선민 씨의 순방은 요즘 세상의 추세와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뭐가 숏폼에서 한번에 폭발적으로 터지면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스며들듯이 안착했죠.
사실 ‘안착’도 아니고요. 그냥 ‘표류’예요.(웃음) 표류하다가 여기저기 닿는 거죠. 처음 나갔던 <라디오스타>가 재작년 10월 말에 방송됐거든요. 솔직히 저는 그때 제가 MBC 프로그램들을 한 바퀴 돌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됐잖아요. 그러면 또 열심히 하는 거예요. ‘언젠가 또 기류가 오겠지’ 하면서. 예전에 피식대학에서 만든 <야인시대 외전>에 출연했을 때도 이쪽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기대를 받았는데 잘 안 됐잖아요. 저한테는 너무나 많은 작은 실패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반짝하는 관심들이 다시 멀어진다고 해도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아요. 예전만큼 힘들 것 같지도 않고요.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 지금 제 마인드는 이래요. 큰 기대와 실망 다 내려놓고 그냥 열심히 하자. 어디서 불러주면 그냥 가리지 말고 다 하자. 내 이미지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다 도와주자. 아마 코미디언 출신 크리에이터 중에 저보다 많은 유튜브 채널에 나온 사람은 없을걸요? 그런데 보면, 지금의 기류도 저는 그게 쌓여서 만들어진 것 같거든요. <놀면 뭐하니> <나 혼자 산다> 전부 ‘급습’ 콘텐츠가 잘되면서 불러주신 거니까. (코미디언 이용주가 운영하는 채널 <용쥬르이용주>에서 시작한 콘텐츠로, 시도 때도 없이 이선민의 집에 무작정 쳐들어가는 게 골자다.)
그런 콘텐츠에서 보면 선민 씨가 재미있는 것도 재미있는 거지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게 보이는 측면이 있어요. 우리 시대가 잃은 ‘진국’ 남성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예, 맞습니다.
어떤 부분이 맞다는 말씀이실지?
진국이라는 부분 동의합니다.
(웃음) 스스로의 인품에 대한 극찬에 굉장히 선선히 동의를 하시네요.
제가 뭐 레토르트 같은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사골처럼 살아왔는데, 사실 이게 숨기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한두 번 좋은 사람인 척 속일 수는 있겠죠. 그런데 제가 8년 동안 쉬지 않고 정말 다양한 채널에 출연을 했잖아요. 물론 유튜브를 통해 보는 분들이 저를 100% 알지는 못하시겠지만, 그래도 제 진짜 모습이 수렴이 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게 <마지막 리허설> 채널에 출연한 콘텐츠였어요. 유머 코드가 전혀 없는 정극 연기를 보여주셨죠. 그것도 독백, 눈물 연기를.
그건 제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그런 제안을 주셨는데 그 역할 앞에서 저는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 어떤 부분을 보고 이런 제안을 주신 거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볼게.’ 사실 연기를 하면 코미디를 할 때만큼 제가 가진 내공에 자신이 있지는 않거든요.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뛰고 있는 풋살선수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하지만 풋살선수도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은 있잖아요. 주눅 들 게 아니라 그 경기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 코미디언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진지한 독백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딱 영상이 공개된다고 하면 ‘나는 진지했는데 웃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을 것 같기도 한데요.
겁나죠. 그런데 그건 코미디언의 숙명인 것 같아요. 그 숙명 앞에서 저는 오기도 좀 있고요. 이선민이가 웃기고, 맨날 웃통 벗고, 욕을 막 하는 놈인데, 눈물 연기를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그 채널에 저를 섭외한 친구도 코미디언으로서의 이선민을 잘 아는 친구인데 ‘이선민이 가장 보여주지 않았던 색깔을 해보자’ 하면서 그 역할을 줬어요. 그래서 저도 바로 좋다고 한 거죠. 그거 찍을 때도 현장이 쉽지가 않았어요. 양주시의 작은 편의점 앞에서 촬영했는데, 바로 옆에 술집이 있어서 주변 환경 때문에 계속 감정이 깨지더라고요. 저기서 “선민이 형! 선민이 형!” 자꾸 부르고.(웃음) 그래서 6시간을 내리 찍었는데, 결국 제일 처음 나왔던 장면을 썼어요.
연기에도 욕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까지는 불러주셔서 했던 게 99%였어요.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일이죠. 또 너무 감사하게도 그렇게 만나서 좀 더 본격적으로 연기를 해보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선민 씨 연기 괜찮은데? 눈빛도 좋고, 발성도 좋고, 왜 연기를 안 해?” 그때는 제가 그랬죠. 나는 코미디언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대배우가 될 자신은 없으니, 코미디를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뭐 그런 개소리였는데요.(웃음) 지금이야 뭐 기회만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고요. 일단은 코미디언이 ‘희극 배우’잖아요. 코미디와 연기라는 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하긴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코미디언이 정극 연기도 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죠. 로빈 윌리엄스나 짐 캐리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배우가 되었고, 애덤 샌들러도 마찬가지고.
미국의 큰 코미디언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죠. 사실 저도 제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제가 결국에는 다 해볼 것 같거든요. 예능, 스탠드업 코미디, 제작… 유튜브 채널을 하나 오래 끌었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제작, 편집, 촬영, 섭외, 연기를 다 해봤다는 거잖아요. 저는 거기에서 계속 저변을 넓혀가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건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는데, 그런 밈이 있잖아요. ‘이선민은 본인 채널 빼고 다 띄운다’라고. 지금도 <The면상> 채널 댓글들은 대부분 그런 뉘앙스예요. 아픈 손가락처럼 받아들이고 있나요, 그런 밈조차 즐기게 되었나요?
후자인 것 같아요. 전자였다가 지금은 넘어섰죠.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임해서인지 미약하지만 조회수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고요. 이 채널이 저희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저도 조훈 씨도 지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 할 것도 굉장히 많잖아요. 한 가지 길에서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가고, 그렇게 경로를 멀티로 만들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생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압박을 받는 대신 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최근에 <퍼스트펭귄 이선민>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제가 유튜브에서 하는 활동이 거의 다 예능 기반이더라고요. 코미디가 아니라. 그래서 ‘좀 더 코미디를 하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품고 있었고, 그런 니즈를 들은 이용주 씨가 먼저 손을 내밀어줘서 제가 잡은 거죠. (<퍼스트펭귄 이선민>은 피식대학 제작진과 함께 하고 있다.)
지금 세 편이 올라와 있는데, 세 편 다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편집 방식도 소화하는 캐릭터도 다채롭고. <The면상>의 채널 아이덴티티나 콘텐츠와 어떻게 가르마를 탈 수 있을까요?
그게 어려운 부분이죠. 저도 최대한 색깔을 다르게 갖고 가려고 하는데, 사실 그건 저 혼자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에요. <The면상>의 PD도 있고 조훈이라는 크리에이터도 있기 때문에 같이 계속 고민해봐야 하는 거죠. 채널의 주기도 봐야 하고, 색깔도 봐야 하고…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과감히 한쪽에서는 포기하는 실정이에요. 사실 <The면상>에서 ‘부캐’를 다시 해보려고 했었는데, 회의를 통해서 지금 사랑받고 있는 이선민의 본체 느낌을 더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따릉맨’이라는 콘텐츠를 시작했거든요. 제가 그냥 따릉이 타고 가서 반납 시간 내에 밥 먹고 오는 콘텐츠죠. 부캐는 <퍼스트펭귄 이선민>에서 많이 보여줄 예정이고요.
새로운 채널에 대한 기대와 상상으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양 채널의 방향성을 세심히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이 또 있군요.
사실 최근에는 비중 자체가, 대외 활동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조훈 씨도 오늘 방영되는 <동상이몽 시즌2>에도 나오고,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 인스타그램도 잘되고 있고요. 사실 둘 다 <The면상>에 온전히 집중을 하지는 못하는 실정인 거죠. 이미 발을 걸쳐서 안 할 수 없는 활동도 있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이 분산되는 부분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The면상>을 내팽개친 건 아니거든요. 결국 본진이 있어야 하잖아요. 제 진짜 본진, 본체는 <The면상>이에요. 일단 지금은 <퍼스트펭귄 이선민>과 투 트랙으로 가보려고 하는 거고요.
새로운 채널을 개설했고, 본진도 키워야 하고,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고, 불러주는 곳도 많네요. 지금 상황에서 이선민이 세운 청사진은 뭔가요?
청사진이 없는 게 청사진입니다. 사실 제가 오늘 똑같은 질문을 선배님들한테 했었거든요. 화보 촬영 전에 이경실 선배님, 조혜련 선배님, 박미선 선배님이랑 같이 콘텐츠 촬영하고 왔는데, 그때 문득 물었던 거죠. “선배님들은 어떤 계획이 있으십니까?” 그런데 하나같이 그런 말씀을 하세요. 흘러가는 대로 지내는 거라고. 계획대로 되는 거 봤냐고.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냐고. 듣고 보니까 제 안에도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아주 먼 미래, 10년 뒤에 뭘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정도는 있지만 가까운 목표는 그냥 당장의 숙제들을 쳐내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오늘 말씀을 듣다 보니까, 굳이 계획을 안 세워도 끊임없이 눈앞에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는 시기처럼 들리기도 하더라고요. 그 뒤에 매번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고.
정확합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이게 들어왔다고?’ ‘이런 걸 하자고?’ ‘아 씨, 그래 해보자!’ 이렇게 살고 있거든요. 물론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죠. 그런데 지금 느낌으로는, 지금 저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줄어들어도 저는 비슷할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면서 한발 한발 내딛을 거예요.
Credit
- PHOTOGRAPHER 이규원
- STYLIST 이다은
- HAIR & MAKEUP 유지연
- ART DESIGNER 최지훈
MONTHLY CELEB
#장원영, #플레어유, #김남길, #손종원, #남주혁, #에스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