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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부터 까르띠에까지, 하이주얼리 아이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2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하이주얼리에는 저마다의 시작이 있습니다. 메종을 상징하는 대표 컬렉션의 탄생과 현재를 살펴봤습니다.

프로필 by 성하영 2026.08.12
매끈한 나선형 스트랩과 스퀘어 다이얼이 인상적인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1950년.

매끈한 나선형 스트랩과 스퀘어 다이얼이 인상적인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1950년.

뱀 머리 형상을 본뜬 곡선 형태의 다이얼과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스트랩으로 변모한 2026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뱀 머리 형상을 본뜬 곡선 형태의 다이얼과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스트랩으로 변모한 2026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BVLGARI

Serpenti Tubogas BVLGARI

1948년 불가리가 에너지와 생명력, 지혜를 상징하는 뱀 모티브에 매료됐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불안과 혼란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불가리는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에서 이름을 딴 이 컬렉션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주얼리 워치 세계에 파격적인 인상을 남겼다. 뱀의 유려한 실루엣을 구현하기 위해 불가리는 투보가스 기법을 적용했다. 가스관을 칭하는 용어에서 유래한 투보가스는 용접 없이 나선형으로 금속을 촘촘하게 감아 탄성을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제조 방식이다. 이는 스프링처럼 유연하게 늘어나 착용감이 편안하면서 뱀의 우아한 모습까지 구현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시간이 흐르며 세르펜티는 한층 화려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브레이슬릿을 이루는 몸체와 다이얼이 자리한 머리 부분에는 젬스톤과 스터드 장식이 더해졌고, 에나멜 기법으로 풍부한 색채와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손목을 감싸던 직선적인 밴드형 디자인은 뱀 비늘을 연상케 하는 링크 구조로도 변모하며 더욱 유기적인 형태로 완성됐다. 워치를 넘어 주얼리로 확장된 세르펜티는 시대를 초월한 불가리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잔 투상 합류 후 선보인 링, 1935년. 골드에 래커로 표범의 무늬를 하나하나 새겼다.

잔 투상 합류 후 선보인 링, 1935년. 골드에 래커로 표범의 무늬를 하나하나 새겼다.

기하학적인 라인으로 정돈된 디자인의 팬더 드 까르띠에 링.1.82캐럿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298개와 오닉스, 에메랄드를 풀 파베 세팅했다.

기하학적인 라인으로 정돈된 디자인의 팬더 드 까르띠에 링.1.82캐럿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298개와 오닉스, 에메랄드를 풀 파베 세팅했다.

CARTIER

Cartier La Panthère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팬더가 주얼리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1933년.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의 뮤즈였던 잔 투상(Jeanne Toussaint)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부터다. 당시는 아르데코 특유의 기하학 패턴과 화려한 장식이 주를 이뤘지만 그녀는 달랐다. 거실을 표범 모티브와 가죽으로 장식하고 심지어는 ‘라 판테르(La Panthère)’, 표범이라는 애칭을 가졌을 정도로 표범을 좋아했던 그녀는 주얼리에도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담기로 했다. 두 마리의 팬더가 카보숑을 고정하고 있는 링,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를 교차 세팅해 표범의 얼룩무늬를 형상화한 브레이슬릿 등을 거쳐 1948년에는 3D 형태의 팬더 브로치를 제작하며 까르띠에는 당대 사교계를 팬더로 물들였다. 과거의 팬더가 표범의 근육, 털깃, 표정 하나하나를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 팬더는 윤곽선과 각도, 눈빛을 기하학적이고 간결한 라인으로 재해석한다. 그 직관적이고 대범한 디자인은 성별, 가능성, 관례… 모든 경계를 허무는 까르띠에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


부르봉-팜므 가문의 시스토 왕자의 결혼을 기념해 제작된 푸시아꽃 모티브 부르봉-팜므 티아라, 1919년.

부르봉-팜므 가문의 시스토 왕자의 결혼을 기념해 제작된 푸시아꽃 모티브 부르봉-팜므 티아라, 1919년.

조세핀 컬렉션의 상징인 필 쿠토 기법과 V 셰이프는 유지하되 한층 더 간결하고 날렵해진 조세핀 발스 임페리얼 티아라.

조세핀 컬렉션의 상징인 필 쿠토 기법과 V 셰이프는 유지하되 한층 더 간결하고 날렵해진 조세핀 발스 임페리얼 티아라.

CHAUMET

Tiara

쇼메의 역사는 왕실과 귀족 세계에서 피어났다. 나폴레옹과 조세핀 드 보아르네 황후를 위해 탄생한 첫 티아라를 시작으로, 황후와 왕실을 위한 작품을 선보이며 긴 세월 티아라의 유산을 쌓아왔다. 쇼메의 티아라는 단순한 지위의 상징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에 가까웠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진주 등 귀한 보석으로 식물과 꽃, 별, 태양과 달 등 자연을 모티브로 담아내며 여성의 우아함과 당대의 미학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쇼메의 영원한 뮤즈, 조세핀 황후가 있다. 남다른 안목과 감각으로 시대를 사로잡았던 그녀를 향한 찬사는 2010년 탄생한 조세핀 컬렉션으로까지 이어졌다. 황후의 티아라에서 영감을 받은 V 셰이프와 에그레트의 유려한 실루엣은 링,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이어링 등 다채로운 주얼리로 확장되며 왕실의 상징이었던 티아라를 일상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쇼메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네트 구조로 주얼리를 세공하는 필 쿠토(fil-couteau) 기법을 사용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티아라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며 무한한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세상에 처음 공개된 플룸 드 파옹, 1866년.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섬세한 깃털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채웠다.

세상에 처음 공개된 플룸 드 파옹, 1866년.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섬세한 깃털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채웠다.

지난 147년간,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는 깃털 대신 풀과 꽃잎, 빗방울 등의 형태로 변형되길 반복하며 진화했다.

지난 147년간,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는 깃털 대신 풀과 꽃잎, 빗방울 등의 형태로 변형되길 반복하며 진화했다.

BOUCHERON

Question Mark

모든 주얼러가 스톤에 집중할 때 레이스처럼 부드러운 착용감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던 프레데릭 부쉐론(Frédéric Boucheron)은 1866년, 수석 디자이너 폴 르그랑(Paul Legrand)과 함께 역사를 다시 쓸 네크리스 한 점을 완성한다. 어두운 연회장 속 아름답게 빛나는 깃털에서 영감을 받은 ‘플룸 드 파옹(Plume de Paon)’이 그 주인공이다. 전부 다르게 생긴 깃털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금속임에도 목선과 데콜테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도록 한 비대칭 디자인. 이 네크리스는 발전을 거듭해 1879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착용할 수 있는 클래스프 방식 대신 스프링을 내장해 여성 혼자서도 착용할 수 있도록 한 ‘플룸 드 파옹 퀘스천마크’로 다시 태어났고, 이 주얼리로 부쉐론은 굳건한 하이 주얼리 메종이 됐다. 세월과 함께 변화를 거듭해온 지금, 퀘스천마크의 얼굴은 다양해졌고 라인은 보다 모던해졌으며 티타늄 소재로 무게는 훨씬 가벼워졌다. 미래의 퀘스천마크는 어떻게 진화할까? 그게 어떤 방향이든 더 아름답고 혁신적일 것이라는 사실 하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Credit

  • PHOTO Tiffany & Co.
  • Chanel
  • Fred
  • Van cleef & Arpels
  • Bvlgari
  • Cartier
  • Chaumet
  • Boucheron
  • ASSISTANT 박예림
  • 김민호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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