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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속 등장한 '시계' 브랜드 8

시계 브랜드가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와 협업하는 모습은 이제 제법 익숙하지만, 수많은 애니메이션 작품 속에 실제 존재하는 시계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프로필 by 엄예지 2026.08.11
실제처럼 정교한 그림의 시계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드래곤볼, 초속 5센티미터, 나나 등. / 이미지 출처: Nippon Television, Madhouse, Viz Media, Toei Animation, Crunchyroll, CoMix Wave Films, Crunchyroll, © Ai Yazawa, Shueisha, NTV, VAP, Madhouse

실제처럼 정교한 그림의 시계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드래곤볼, 초속 5센티미터, 나나 등. / 이미지 출처: Nippon Television, Madhouse, Viz Media, Toei Animation, Crunchyroll, CoMix Wave Films, Crunchyroll, © Ai Yazawa, Shueisha, NTV, VAP, Madhouse

레딧(Reddit)의 스레드부터 유튜브의 심층 분석, 시계 커뮤니티에서 주인공의 손목을 원 프레임 단위로 법의학자처럼 분석하는 모습까지. 애니메이션 속 리얼 워치를 찾아내는 인터넷의 작지만 열정적인 팬덤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이스터 에그를 넣는 것으로 유명하며, 일본은 시계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어 어디서나 시계 문화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애니메이션 세계는 오메가부터 롤렉스, 세이코, 카시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제 시계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일본인들은 시계든 애니메이션이든 대충 하는 법이 없죠. 그러니 애니메이션 속 시계를 대충 만들 리가 없죠.


몇 개의 선과 색으로 축소된 시계라 할지라도, 브랜드와 모델 등 진짜 시계처럼 보여야 합니다. 캐릭터가 찬 시계는 결코 단순한 소품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죠. 애니메이션 속 시계는 일종의 '암호'입니다. 그 인물이 올드 머니인지 뉴 머니인지, 절제된 성격인지 혼돈스러운 성격인지, 평범하게 숨어 지내는지 혹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를 말해주죠. 10대 살인청부업자에게 낡은 필드 워치를 채워주면 그는 실용적이고 능력 있으며 전쟁 준비가 된 인물로 읽힙니다. 그러나 같은 인물에게 롤렉스를 채워주는 순간, 과거가 있고 후원자가 있으며 비밀을 간직한 인물로 변모하죠. 손목은 캐릭터를 파악하는 단서가 되는 셈입니다.


바로 이러한 집요한 정확성과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시계 찾기'를 하나의 서브컬처 팬덤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점차 시계 업계 자체도 이를 주목하고 있죠. 세이코, 카시오 등은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와 직접 협업하며 이스터 에그를 메인 이벤트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다음에 다룰 이야기죠.


우선은 펜과 먹으로 그려진 화면 속에 숨겨진 6가지(실제 작품 속 사례는 8가지) 진짜 시계를 소개합니다.



데스노트 (Death Note)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중요 플롯 디바이스로 활약하는 '데스노트' 속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 이미지 출처: Nippon Television, Madhouse, Viz Media

중요 플롯 디바이스로 활약하는 '데스노트' 속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 이미지 출처: Nippon Television, Madhouse, Viz Media

애니메이션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 활용 사례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그 자체로 중요한 플롯 디바이스(줄거리 전개 도구)가 되죠.


동명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 이 유명한 2006년 작품은, 이름을 적으면 대상을 죽일 수 있는 신비로운 노트 '데스노트'를 주운 천재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라이토는 범죄 없는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악인을 제거해 나가죠.


이 모든 스토리의 중심에는 라이토가 대학 입학 후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있습니다. 라이토는 시계의 내부 메커니즘을 직접 개조하여 비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데스노트의 찢어진 조각을 숨겨두죠. 덕분에 노트 본체를 들고 다니지 않고도 언제든 살인을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다커 댄 블랙 (Darker than Black)
롤렉스 서브마리너 '커밋'

 '다커 댄 블랙' 3화 '신성은 아침 안개에 반짝인다...' 편에서 다크 히어로 헤이가 손에 넣은 롤렉스 서브마리너 '커밋'. / 이미지 출처: Aniplex, Studio Bones

'다커 댄 블랙' 3화 '신성은 아침 안개에 반짝인다...' 편에서 다크 히어로 헤이가 손에 넣은 롤렉스 서브마리너 '커밋'. / 이미지 출처: Aniplex, Studio Bones

'헬스 게이트'라 불리는 도쿄의 신비로운 이상 현상 속에서 능력자 계약자들과 초인적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명작 시리즈입니다.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놓치기 쉽지만, 3화 '신성은 아침 안개에 반짝인다...' 편에서 다크 히어로인 주인공 헤이가 담배를 사기 위해 동네 가게에 들르는 장면이 나오죠. 그가 산 '뱃' 담배 팩에 감겨 있는 시계가 바로 롤렉스 서브마리너 '커밋(Kermit)'입니다. 개구리 같은 그린 베젤 때문에 붙여진 비공식 별명이죠.


2003년 서브마리너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아이코닉한 모델로, 기존의 블랙 베젤 대신 강렬한 그린 포인트를 적용해 수집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으나 결국 단종(2010년) 이후 대단한 컬트적 인기를 얻으며 진정한 '성골 피스'가 되었습니다. 헤이는 나중에 담배는 버리고 시계만 챙기죠.



잔향의 테러 (Terror in Resonance)
롤렉스 GMT-마스터 II '펩시' & '코크'

'잔향의 테러'의 두 주인공 나인과 트웰브가 착용한 롤렉스 GMT-마스터 II 모델들. / 이미지 출처: MAPPA, Fuji TV

'잔향의 테러'의 두 주인공 나인과 트웰브가 착용한 롤렉스 GMT-마스터 II 모델들. / 이미지 출처: MAPPA, Fuji TV

2014년에 개봉한 이 명작 시리즈는 과거 영재들을 무기화하려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실험체로 쓰였던 두 고아 소년, 나인과 트웰브를 따라갑니다. 자신들을 만든 시스템을 폭로하기 위해 원자폭탄을 탈취한 뒤 온라인에 암호화된 퀴즈를 올리고, 이를 풀지 못하면 도쿄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죠. 이로 인해 도쿄 경찰, 수사관, 그리고 사건에 휘말린 한 여고생이 얽히며 정부의 거대한 음모를 향해 달려가는 캣앤마우스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두 주인공 모두 시계를 차고 있습니다. 바로 롤렉스 GMT-마스터 II죠. 나인은 '펩시'(블루/레드 베젤)를, 트웰브는 '코크'(블랙/레드 베젤)를 착용합니다. 두 캐릭터에게 이 시계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추측이 오갔죠.


한 가지 논란은 이 리얼 모델들이 최고 3만 파운드(한화 약 5천만 원 이상)에 달한다는 점인데, 고아 출신 고등학생이 차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썰미 좋은 시계 마니아들은 애니메이션 속 시계에 실제 GMT-마스터 II에는 존재하지 않는 2시 방향의 '용두'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음을 발견했죠. 다이얼을 자세히 확인해 보니 롤렉스를 조잡하게 흉내 낸 저가 중국 오마주 브랜드 "바겔스포트(Bagelsport)"라는 브랜드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드래곤볼 (Dragon Ball)
1983 스와치 GR700 레드 프로토타입

1983년산 스와치 GR700 프로토타입을 강력하게 의심케 하는 '드래곤볼'(Z 시리즈 이전)의 부르마가 착용한 레드 워치. / 이미지 출처: Toei Animation, Crunchyroll

1983년산 스와치 GR700 프로토타입을 강력하게 의심케 하는 '드래곤볼'(Z 시리즈 이전)의 부르마가 착용한 레드 워치. / 이미지 출처: Toei Animation, Crunchyroll

부르마는 첫 번째 '드래곤볼' 시리즈부터 손오공과 함께해 온 천재 과학자이자 발명가로, 후일 베지터의 아내이자 트랭크스의 어머니가 되는 인물입니다.


1980년대 초반의 부르마(Z 시리즈 이전의 초기 드래곤볼)는 '스와치 Red Pass GR162'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붉은 시계를 차고 나오죠. 문제는 GR162가 2015년에 출시되었다는 점이고, 해당 애니메이션 장면은 1986년 방송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이것이 혹시 가장 희귀한 스와치로 꼽히는 '1983년산 GR700'일까요? 스와치는 1983년에 설립되었으며, GR700은 스와치가 저렴한 스위스 시계를 재정의하려고 시도했던 창립 첫해의 초기 프로토타입 중 하나였습니다. 다크 레드 케이스와 스트랩,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다이얼의 조합이죠. 만약 부르마가 차고 있는 게 정말 이 모델이라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대다수의 시계 수집가들보다 먼저 역사상 가장 희귀한 스와치를 소유했던 셈입니다.



이니셜 D (Initial D)
카시오 지샥 타이드 그래프 & 문페이즈

'이니셜 D' 속 타쿠미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카시오 지쇼크 타이드 그래프 & 문페이즈 모델. / 이미지 출처: Avex Entertainment, Kodansha

'이니셜 D' 속 타쿠미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카시오 지쇼크 타이드 그래프 & 문페이즈 모델. / 이미지 출처: Avex Entertainment, Kodansha

시골 두부 배달원인 타쿠미가 아버지의 낡은 도요타 AE86으로 고개 폭포수를 드라이브하며 지하 레이싱의 전설이 되어가는 스트리트 레이싱 애니메이션(1998-2014)입니다.


1998년 방영된 초기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타쿠미가 중요한 레이스에 지각하자, 걱정에 찬 친구 이츠키가 시간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때 등장하는 시계는 1985년에 처음 출시된 '카시오 타이드 그래프 & 문페이즈'입니다. 이 시계는 수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특히 달의 형상을 보여주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로 유명하죠. 낚시꾼들이 특정 물고기의 입질 패턴이나 물때(조수)의 변화를 예측할 때 유용하게 쓰이던 기능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 (5 Centimeters Per Second)
카시오 지샥 G-2500

'초속 5센티미터'의 주인공 타카키의 손목을 지키는 카시오 지쇼크 G-2500. / 이미지 출처: CoMix Wave Films, Crunchyroll

'초속 5센티미터'의 주인공 타카키의 손목을 지키는 카시오 지쇼크 G-2500. / 이미지 출처: CoMix Wave Films, Crunchyroll

2007년에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아련한 성장 드라마 작품으로, 주인공 토노 타카키의 삶과 그를 거쳐간 소녀들과의 만남, 이별을 다룹니다. 소년이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시간과 사랑의 의미를 조용하게 묵상하는 잔잔하고 완만한 작품이죠.


시계 자체가 줄거리의 핵심은 아닙니다. 단지 그가 데이트에 늦지 않았는지 확인하거나, 사랑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되새길 때 손목을 바라볼 뿐이죠.


작중 등장하는 시계는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된 '카시오 지샥 G-2500'이 확실합니다. 비대칭 케이스 디자인과 라운드 서브다이얼, 상단 데이터뱅크 표시창, 듀얼 디지털 시간 표시가 특징이죠.


작품 속에서 너무나도 정교하게 묘사되어 카시오 측에서 PPL을 진행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상표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에서는 베젤/다이얼의 "CASIO" 글자를 "OCASI"로, "G-SHOCK" 글자를 "SHOCK RESIST"로 수정해 표현했죠. 그럼에도 원래 모델이 무엇인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러브 코미디 애니메이션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에 깜짝 카메오로 등장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 이미지 출처: © Aka Akasaka, SHUEISHA, PROJECT KAGUYA

러브 코미디 애니메이션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에 깜짝 카메오로 등장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 이미지 출처: © Aka Akasaka, SHUEISHA, PROJECT KAGUYA

미유키의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 중 하나로 등장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 이미지 출처: © Aka Akasaka, SHUEISHA, PROJECT KAGUYA

미유키의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 중 하나로 등장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 이미지 출처: © Aka Akasaka, SHUEISHA, PROJECT KAGUYA

오메가의 아이코닉한 스피드마스터는 애니메이션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에서도 뜻밖의 신스틸러로 등장합니다. 원작자 아카사카 아카는 세밀한 디테일의 묘사로 유명한데, 눈썰미 좋은 팬들은 주인공 시로가네 미유키와 그의 아버지가 나누는 코믹한 장면 속에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발견해 냈죠.


이 장면에서 미유키의 아버지는 사업 실패 후 온갖 잡일(라이브 스트리밍 포함)을 하며 살아가는 기이하고 가난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몇 안 되는 아끼는 소장품 중 하나인 시계를 자랑합니다. "이게 내 소지품 중 가장 비싸고 스타일리시한 녀석이지."


실제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는 인류의 6차례 달 착륙 미션에 모두 참여한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시계 중 하나죠.



나나 (NANA)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리크 크로노그래프

'나나'의 야스(타카기 야스시) 손목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빈티지 바쉐론 콘스탄틴 크로노그래프. / 이미지 출처: © Ai Yazawa, Shueisha, NTV, VAP, Madhouse

'나나'의 야스(타카기 야스시) 손목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빈티지 바쉐론 콘스탄틴 크로노그래프. / 이미지 출처: © Ai Yazawa, Shueisha, NTV, VAP, Madhouse

만화가 야자와 아이는 자신의 대표작 '나나'에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비롯한 리얼 라이프 하이 패션을 녹여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럭셔리를 향한 안목은 옷에서 끝나지 않죠.


극 중 밴드 '블랙 스톤즈(BLAST)'의 드러머이자 변호사인 야스(타카기 야스시)의 손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그에게 하이 홀로로지(High Horology)의 명작을 쥐여주었습니다.


1950년대의 'Ref. 4072'나 '히스토리크 코르네 드 바슈 1955(Historiques Cornes de Vache 1955)'에서 영감을 받은 빈티지 바쉐론 콘스탄틴 크로노그래프 모델이죠. 특유의 카우 혼(소뿔) 모양 러그, 듀얼 서브 다이얼, 외곽의 타키미터 스케일이 돋보입니다. 펑크록 음악가라는 뿌리와 세련된 법조인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디테일이죠.


이 시계는 오늘날 약 4만 6천 파운드(한화 약 8천만 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으니, 야스처럼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싶다면 법률 자문 청구서를 부지런히 끊어야 할 것입니다.



*Esquire UK 기사를 리프트 하여 작성 되었습니다. 원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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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Matt Blake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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