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초콜릿 요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초콜릿에 찍어 먹는 채소 요리라니, 장난인 줄 알았다.

초콜릿을 사랑한다. 단 음식을 유독 싫어하지만 초콜릿은 예외다. 카카오 함량이 높아 쓴맛이 강한 것부터 어린아이용으로 나온 턱이 뻐근할 정도로 단것까지 모두 좋아한다. 라 메종 뒤 쇼콜라나 토이셔 같은 명품 초콜릿은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파는 ‘초코과자’까지 가리지 않는다.

미국인은 1년에 평균 5킬로그램의 초콜릿을 먹는다. 스위스인은 9킬로그램이다. 나는 그 중간쯤 되지 않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먹고도 남을 것 같다.

초콜릿을 좋아하다 보니 카카오를 재배하는 지역, 그곳의 환경과 노동 문제에까지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공정무역에 대한 의식 변환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면서 분노하고 세상을 바꿀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미국 기준으로 1950년에는 초콜릿 소매가의 50퍼센트가 생산지 농부에게 돌아갔다. 2000년에는 20퍼센트만이 농부들의 몫이었고 현재는 단 2.5퍼센트밖에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도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초콜릿에 애정을 쏟는 내게 김노다 셰프가 초콜릿에 찍어 먹는 채소 요리를 만들자고 했다. 그런 장난 같은 음식을 제안하다니,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있다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을 일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놀리나 싶었다. 놀리는 게 분명했다. 웬일인지 고집을 부렸다. 자꾸 그러니 궁금해지긴 했다. 과연 초콜릿과 채소의 궁합이 괜찮을까. 어렵게 동의하고 요리를 준비하게 했다.

만드는 과정은 그럴싸해 보였다. 완성된 모습은 훌륭했다. 맛은? 김노다 셰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맛없는 걸 억지로 해보자고 했을 리가 없다.

요즘 자주 보는 한 친구의 말투를 빌리자면 ‘맛이가 엄청이 있다’. 상상해본 적 없는 맛이다. 채소의 향과 식감이 초콜릿과 어우러져 입안을 마구 자극한다. 그녀에게 직접 만들어주면 ‘맛이가 엄청이 있다’는 칭찬을 당연히 받을 정도랄까.

특별한 초콜릿 요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COOKING TIP

이탤리언 파슬리가 없을 경우 셀러리로 대신한다. 녹인 초콜릿에 찍어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섬유질이 많은 종류가 좋다. 생식이 가능한 채소여야 하며 열에도 비교적 강해야 한다. 얼갈이, 양배추, 당근, 래디시 등이다.

상추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녹은 초콜릿을 묻히면 익어버린다. 밀크 초콜릿이나 화이트 초콜릿은 당분이 너무 많아 채소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 적합하다. 초콜릿을 굳힐 때 스테인리스 채반을 이용하면 쉽다. 유산지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다크 초코 발사믹 베지 스틱

주재료 유채잎, 이탤리언 파슬리, 자색고구마, 호박고구마, 노루궁뎅이버섯, 만가닥버섯

소스 1 다크 초콜릿 250g

소스 2 다크 초콜릿 200g, 생크림 200g, 발사믹 글레이즈 1큰술

  1. 다크 초콜릿을 녹이기 쉽게 잘게 부순다. 고구마는 5mm 두께로 길쭉하게 썬다.
  2. 썰어놓은 고구마를 물에 담가 전분을 제거한다.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이탤리언 파슬리, 유채잎은 얼음물에 담갔다가 파릇하게 살아나면 건진다.
  3. 채소류는 초콜릿이 잘 묻도록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다. 미리 손질해 잘 말려두면 좋다.
  4. 냄비에 물을 반쯤 붓고 스테인리스 볼을 물에 반쯤 잠기도록 담근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스테인리스 볼에 다크 초콜릿 250g을 넣고 잘 저으면서 녹인다.
  5. 다른 냄비에 생크림을 넣고 끓기 직전에 불을 끈 뒤 잘게 부순 초콜릿을 넣고 잘 섞어서 녹인다. 걸쭉해지면 발사믹 글레이즈를 넣는다.
  6. 초콜릿만 녹인 것에 채소를 반 정도 잠기게 담갔다가 빼서 스테인리스 채반에 올려 굳힌다. 냉장고에 넣으면 10분 정도면 굳는다.
  7. 그릇에 초콜릿이 잘 굳은 채소를 예쁘게 담는다. 생크림과 발사믹 글레이즈를 섞은 초콜릿은 바르거나 디핑 소스로 찍어 먹으면 된다.

초콜릿에 찍어 먹는 채소 요리라니, 장난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