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은 날엔 소개팅을 하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남자들이 퇴사 충동을 다스리는 법은 이렇다. | ESQUIRE,에스콰이어

소개팅을 한다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샘솟을 때, 친구에게 소개팅을 해달라고 한다. 소개팅에서 언제나 나오는 질문은 ‘어떤 일 하세요?’.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아, 저 퇴사했습니다. 하하하.’라고 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은 어떨지 안 봐도 비디오. 아, ‘무직’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팅도 받을 수 없을 거다. 소개팅을 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바람직한 깨달음을 얻고 돌아오니, 이보다 더 좋은 퇴사 방지법이 없다. –이준현(31세, 연구원)휴가를 내고 기억 상실의 시간을 갖는다매달 마감을 할 때마다 '이번 마감이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마감이 끝나고 쉬는 며칠 동안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고 하다 보면 어느새 금방 머리는 포맷되고 다음 마감이 시작될 때 즈음 사표집행이 유예되었음을 깨닫는 걸 반복한다. 정말 그만두려면 의 드류 베리모어처럼 옆에서 아담 샌들러 같은 이가 기억을 계속 되살려주거나 처럼 몸에 문신을 새겨야 할지도. '이번 마감이 마지막이야!' - 구판서(40세, 디자이너)채용 사이트에 접속해 이력서를 제출한다이직하고 싶을 때는 채용 사이트에 접속한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채용공고들을 보면 갈 곳이 참 많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 중 가장 연봉도 높고, 복지도 좋다는 회사를 클릭해 곧바로 지원한다. 지원한 것만으로 벌써 채용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당장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난 다음달에 그 회사로 이직할 거니까. 이것도 마지막이다.’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며칠 뒤 ‘귀하의 능력은 출중하나…’로 시작되는 슬픈 실연 메일이 도착한다. 결국 날 받아주는 건 지금 다니는 회사뿐인 건가? 그렇게 헤어지지 못하는 남자처럼 질질 끌며 버틴다. –강성민(35세, 회계팀 근무)퇴직금 계산을 한다퇴사하고 싶은 욕구가 충만해질 때, 인사팀에 전화를 한다. 퇴사하겠다고 얘기하는 대신 지금까지 퇴직금이 얼마 쌓였는지 묻는다. 차곡차곡 쌓여져 가는 퇴직금에 갑자기 뿌듯해진다. 좀처럼 불지 않는 예금통장에 비하면 퇴직금 통장이 쏠쏠하게 느껴진다. 퇴직금 통장의 잔고를 더더욱 늘리고 싶어진다. ‘왜 자꾸 퇴직금을 묻는 거냐’는 담당자의 의심 어린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오늘도 인사팀에 전화를 한다. –이남형(33세, 기자)여행을 간다1년에 두 번 정도 긴 휴가를 내서 혼자 여행을 떠난다. 나만의 분명한 콘셉트를 잡는다. ‘이번엔 서핑만 제대로 즐기고 올 테다’, ‘6월은 뮤직 페스티벌의 달이니 유럽 가서 재즈 페스티벌, 오페라 등을 섭렵하고 오련다’ 이런 식으로. 메탈리카가 포틀랜드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에, 일부러 메탈리카 공연을 보는 것을 메인으로 한 포틀랜드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그렇게 다녀오고 나면 다음 휴가를 위해서 또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의지가 충만해진다. –김태완(38세, 여행사 근무)차를 바꾼다빚이 있어야 출근할 마음이 생기는 나란 남자. 최대한 즐겁게 빚을 갚을 이유를 찾기 위해 차를 바꾼다. 물론 할부로. 할부를 갚아야 하는 것에서 회사를 다녀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거다. 입사 3년차, 벌써 그렇게 세 번 퇴사 충동을 막았다. –전하진(32세, 법무팀 근무)혼술을 한다어차피 퇴사하기 힘든 상황이니 그냥 오늘의 스트레스가 내일까지 쌓이지 않게 지금 당장 해소할 뿐이다. 그러니 맨날 술이다. 기왕이면 혼술을 한다. 안주 메뉴가 훌륭한 이자카야에 가서 흐드러지게 한 상을 주문하고 취할 대로 술을 마신다. 오늘의 술값이라도 벌어야 하니 내일 출근해야 할 수 밖에. –김지환(33세,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