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가슴이 시킨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그리고 마치 포장지를 풀었을 때, A로 변한 C를 볼 때만큼이나 실망하게 되겠지. | ESQUIRE,에스콰이어

모바일 게임을 좋아한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그래픽이나 게임성의 제약도 거의 사라졌고, 퍼즐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잠시 즐기는 게임 한 판 만큼 좋은 것도 없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 특유의 ‘자동 사냥’은 TV를 보면서 즐기기에 너무 좋은 시스템. TV를 보는 중에 수많은 광고들이 지나간다. 게임을 위해 TV는 잠깐씩 보는 건데도 모바일 게임 광고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 게임 광고는 기형적으로 늘고 있다.한동안 모바일 게임 광고는 차승원부터 유아인, 이병헌, 이정재, 장동건, 하정우 등 무게 잡는 남자 배우들이 주름잡았었다. 그 덕에 광고 보다는 ‘게임’ 그 자체를 아주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작년쯤 아이돌을 비롯한 여자 연예인들이 대거 게임 광고의 모델이 되자, 게임만 하기 힘들어 졌다. 바로 광고를 보는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 특히나 최근 집중해서 광고를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광고가 '광고'하는 게임을 다운로드 중인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민박집 알바생 아이유의 기묘한 노랫소리가 중독적인 부터, 에이핑크가 대기실에서 쉴 때 하는 게임이라고 ‘믿고 싶은’ , 아이린의 ‘오빠’ 소리에 넋이 나간 채 다운로드한 , 씨스타와 I.O.I를 거쳐 미스 맥심까지 화면을 빵빵하게 채운 까지. 최근 한달 사이 광고 모델에 홀려 무려 4개의 게임들이 내 휴대폰 화면에 새롭게 등장했다. 그러나 다시 한 달이 지난 지금. 를 끝으로 4개의 게임 모두 삭제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XGBdKWNl5aU‘천년의 신곡’이라는 음원까지 만들며 아이유를 제대로 활용한 는 ‘식신 간의 전투’라는 명목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은 를 필두로 한 수집형 RPG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수집형 RPG임에도 불구하고, 튜토리얼은 쓸데없이 길었고, 시스템은 불편했다. ‘식신’을 뽑을 때는 별 모양을 사각형 틀 안에 그리거나, 마이크에 대고 주문을 외워야 한다. 덕분에 등급이 낮은 ‘식신’이 뽑힐 때면 괜히 별을 대충 그려서 나쁜 식신을 뽑은 것 같다는 ‘징크스’까지 생겨버렸다. 그렇게 강하지 못한 식신이 쌓여가면서 점차 내 마음은 에서 멀어져 갔다.오픈 필드를 배경으로 한 MMORPG인 과 는 다른 듯 닮아 있었다. 각각 에이핑크와 레드벨벳이라는 걸출한 아이돌이 모델을 하고 있다는 것, 그래픽이나 스킬이 비슷하다는 것, 2017년 게임이지만 마치 2010년대 초반 중국 게임인 듯 인터페이스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것 등 다양한 면에서 두 게임은 비슷했고, 늦은 밤 TV를 보면서 게임을 하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게임이 인가, 아니면 인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될 정도였다. 결국 두 게임은 사이 좋게 한날 한시에 삭제되었다. 플레이를 시작한지 채 3일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마지막으로 는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게임이었지만, 의외로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 동안 눈에 띄지 않던 이 게임이 착한 모델들의 도움을 받아, 잠재적 과금 전사인 내 눈에 들어온 것을 생각해보면, 모델의 효과도 그리 나쁘지 않은 셈. 약간 투박한 그래픽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에 잘 어울렸고, 당시 실존했던 전함을 모으는 재미도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한 과금 유도’와 ‘운영’이었다. 즉, 돈을 안 지르면 10분을 넘기기가 어려운 게임인 셈. 상위권 유저들이 독점하는 이벤트와 콘텐츠들 덕분에 나같은 저렙은 '쭈구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노력하는 자는 과금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모바일 게임의 절대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고, 게임을 삭제했다.물론 괜찮은 모바일 게임이라면 적당한 선의 돈을 투자하는 건 그리 아까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들이 적당히 돈을 써줘야만 게임 개발자들도 더욱 좋은 게임으로 보답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하는 돈이 더욱 좋은 게임을 위한 ‘개발비’가 아니라 더욱 많은 뜨내기 유저들을 끌어 들이기 위한 톱 아이돌의 모델료에 들어간다면 어느 누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어차피 아이유의 매력은 이효리의 민박집만 본방 사수해도 확인할 수 있고, 톱 아이돌 영상들은 유튜브에만 들어가도 공짜로 열려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화려한 모델이 사람들의 ‘호기심’은 끌 수 있어도, 그들을 게임에 머무르게 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아니다. 정작 그렇게 유명한 모델들을 기용한 게임들 사이에서 홀로 돋보이는 게임이 바로 이다. 독특한 게임 시스템과 신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가슴이 시키는’ 캐릭터들 만으로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무수한 게임들보다 훨씬 우수한 매출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에겐 ‘게임 내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내용물이 부족하면 포장지만 요란한 법이다. 요즘 저 광고가 뭘까 하면 모바일 게임 광고요, 휴대전화를 가로로 든 사람은 여지 없이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지금처럼 모바일 게임이 보편화된 시대에 톱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워 배째라고 덤비는 건 너무 염치 없는 일이지않을까. 새로 유입되는 유저들의 수준을 뒷방 쭈구리로 보는 격이다.지금도 TV에선 김희선이 우아하게 앉아 ‘너 죽고 나 살자’를 외치는 모바일 게임 광고가 흘러 나오고 있다. 걸스데이의 유라와 한효주도 모바일 게임 광고 모델로 나온다고 한다. 과연 그 게임들은 ‘유명 여자 연예인’이란 포장지를 벗겼을 때 C일까? A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