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좋다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페티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과 사연. | 섹스,페티시

“긴 양말에 페티시가 있는 남자가 있었어요.” 강성은 씨가 말했다. “무릎보다 긴 양말 있잖아요. 미국 영화 보면 치어리더가 신고 나오는.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들 텐데 그걸 잘 구해 오더라고요. 그걸 입어달라고.” 강성은 씨는 니하이 삭스를 입고 즐거운 사랑을 나눴다. “상대방의 만족이 바로 느껴지니까 좋던데요.” 페티시의 좋은 예다.“어쩌지? 난 그런 경험은 없어.” 김예리 씨는 페티시 경험을 묻자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김예리 씨는 최근 팟캐스트 섭외까지 받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도 한마디 해야 하는 게 유명인의 숙명이다. 그녀는 의무에 충실했다. “해달라면야 뭐든 해줄 수 있죠. 뭐 입는 건 쉽잖아.”“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아시죠?” 이혜진 씨는 인터넷 중고 거래 게시판에서 본 기억을 떠올렸다. “발 냄새 나는 양말을 찾는다는 거예요.” 소문으로만 들었던 냄새 페티시 남자였다. “아니, 그런데 너무 체계적인 거예요. 1점부터 5점까지 있고, 자기는 4점과 5점만 찾는다면서요. 댓글도 달려 있었어요. ‘이 미친놈 또 왔구만.’ 그녀는 냄새 수집가의 게시물에 대한 4년 전 인터넷 기사를 찾아주었다. 이색적이지만 기사화까지 될 일인가 싶기도 했다. 이렇게 널리 알리면 냄새 나는 양말을 찾기 더 힘들어진다. 실제로 그 남자는 더 이상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그나저나 페티시가 뭘까? 인격체가 아닌 것에서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거나 느끼려 하는 걸 페티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작은 조각에서부터 시작해 성적인 이야기를 부풀려나가는 거랄까. 페티시의 소재가 되는 그 무엇인가가 마음속의 성적 흥분감을 꺼내는 열쇠가 된다. 시각 등 특정 감각에 반응하는 남자에게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여성적인 남자가 있을 수 있듯 남성적 성향이 남자만의 것도 아니다. 세계는 넓고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페티시가 남자에게 더 많다는 건 하나의 경향일 뿐이다. 이혜진 씨의 친구는 수수깡 안경에서 약간의 성적인 긴장감을 느낀다고 했다. 송인애 씨에게는 확실한 페티시가 있었다. ‘남자 손을 좋아해요. 페티시가 남성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손이 예쁜 남자 10’ 같은 인터넷 게시물도 있고요.”여자의 생각은 좀 더 로맨틱하지 않을까? 손을 잡아준다거나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거나. 송인애 씨는 모텔에서 뽀로로를 틀어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거기를 만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장기하의 그 뮤직비디오는 너무 선정적이었어요. 그게 어떻게 방송이 됐나 몰라.” ‘그렇고 그런 사이’? “맞아요, 저는 너무 야해서 못 보겠어요.”페티시적 상상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없는 야한 이야기를 지어낸 후 세상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흥분하는 것이다. 송인애 씨는 자기 친구의 옛날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걔도 손을 되게 좋아했대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네일 아트 하는 사람이나 손 모델 하는 사람들한테 댓글을 달고 다녔대요. “‘손이 예쁘시네요’라고”. 송인애 씨의 친구는 그걸 알고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제 친구도 손이 예뻤어요. 게다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서 기도를 자주 했대요. 그 남자애는 그 기도하는 손으로 자기랑 야한 걸 한다는 생각에 더 흥분했던 것 같기도 해요. 금기를 건드리는 느낌?”지금까지의 경우처럼 페티시는 이야기가 있어야 작동한다. 예를 들어 할머니 포르노가 유행하는 나라가 따로 있다고 한다. 영국이다. 에 이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다. 페티시는 인간에게 성적 기능이 생기는 2차 성징 초반에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영국에는 유서 깊은 사립학교 문화가 있고, 그 사립학교에는 할머니 사감이 있다. 새들이 알에서 나와 처음 본 걸 엄마로 여기듯 어떤 사람들은 성적으로 눈을 뜰 때 처음 본 걸 성적 대상으로 여길 수도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런 문화적 상황 때문에 영국이 할머니 포르노의 주 시장이라는 주장이 있다.“지역별로 페티시가 있는 모양이에요.” 박선영 씨도 자신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 남자는 남미 사람이었는데, 아 이거 말해도 되나….” 나는 기다렸다. “방귀 페티시가 있다는 거예요.” 방귀라고? 박선영 씨는 덤덤했다. “네.” 방귀는 니하이 삭스와는 다르다. 여러 가지가 다르지만 우선 100% 내 의도대로 조절할 수 없다. “맞아요. 맘대로 안 되지. 그래서 그 남자가 나한테 콜라랑 콩을 사 가지고 왔어요. 그걸 먹으라고.” 박선영 씨는 착한 사람이다. 그녀는 정말 그걸 먹었다고 했다. “그랬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나도 황당해서 찾아봤어요. 검색을 해보니 남미 쪽에서 방귀 포르노가 인기 있다고 하더라고요.” 타코와 부리토의 대륙의 페티시일까.“겨드랑이 털을 길러달라는 남자가 있었어.” 서지민 씨는 사랑을 했다. “다 기르려면 두 달은 걸려. 실질적으로 불편한 것도 있지. 때밀이 아줌마가 내 털을 이상하게 본다거나. 하지만 남자가 만족했으니까. 그 정도 페티시는 너무 귀엽지.” 그 남자와 헤어지자마자 면도를 했을까? “헤어지기 전에 깎지. 결심을 보여줘야 하니까.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고 깎고, 남자가 그걸 보고 상처를 입고, 좀 싸우다 헤어지…”까지 듣는 동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서지민 씨는 웃지 않았다. “우리 슬픈 사랑이 장난이니?”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남의 취향 앞에서는 존중만이 정답이다. 페티시의 종류구체적옷은 페티시의 대표적인 스위치다. 블라우스, 펜슬 라인 스커트, 군복, 간호사복, 유니폼 등등. 그걸 입은 상대와 야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구체적인 페티시라고 볼 수 있다.추상적연어 페티시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연어의 분홍색 살에서 뭔가 섹시한 게 떠오르는 모양이다. 이해하려 노력하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좀 추상적이다.개념적메카노필리아라는 게 있다. 기차나 자동차, 헬기처럼 교통수단인 기계에 흥분을 느낀다고 한다. 차야 어떻게든 산다 쳐도 기차로 성욕을 해결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역시 인생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