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파이터의 부활 '마에스트로' 김동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약관에 우승을 거머 쥔 천재 파이터는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기나 긴 시련의 터널을 뚫고 나온 그는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 서른에 다다르자 부활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처럼. | UFC,팀매드,격투기,김동현,mma

“김동현은 경기 후 급히 근처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중략) 1라운드 때 상대의 로킥에 왼쪽 종아리뼈가 골절된 김동현은 오히려 물러서지 않고 같이 로킥을 차며…(후략)”지난 2월, UFC 221 라이트급 김동현과 데미안 브라운과의 경기는 시합이 끝난 후 더 큰 화제가 됐다. 스포츠 뉴스는 물론 각 언론사에서 그의 부상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는데 놀라운 것은 경기 1라운드 초반 이미 종아리 골절상을 입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시합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꾸준히 왼쪽 다리로 로킥을 찼는데 그렇다면 부러진 다리로 킥을 찼다는 얘기다. “(다리를)그래도 움직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뭐 얼굴 맞아서 얼굴이 아픈 것도 아닌데 굳이 아픈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죠. 나약하게.” 신체 어느 부위든 다치면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기 마련이다.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김동현. 이 남자와의 대담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기 전부터 궁금함으로 가득했다.데미안 브라운과의 경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반에 입은 부상인 줄 알았는데 1라운드였다.1라운드 초반 상대 선수에게 로킥을 맞을 때 이미 ‘아차’ 싶었다. 왼쪽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고 전진 압박을 거의 못했다. 왼쪽 종아리가 골절됐다는 사실은 경기 후에 알았다.난전을 좋아하는 데미안 브라운이기 때문에 깊숙이 끌어들여 카운터 펀치를 노리는 게 전략 이었을 것이다.상대가 연패 중이어서 그런지 무식하게 안 달려들고 신중 하더라. 그런 것도 대비해서 툭툭 건드리기만 하고 주먹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준비한 건 하나도 못하고 다 날아간 셈이지.결국 전략을 수정했다. 감독의 의견이었나.스스로 결정했다. 오서독스 스타일로는 더 이상 상대를 압박할 수 없으니 사우스포로 바꾼 것이다. 선수는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럼에도 다친 다리로 로킥을 날리더라. 상상만 해도 너무 ‘그로테스크’하다.아예 부러져서 못 움직일 정도였으면 나도 안 했을 거다. 움직일 만하니까 로킥도 나가고 그런 거다.코리안 좀비는 정찬성이 아니라 김동현 같은데.다친 걸 숨겨야 하는데 다친 다리고 안 다친 다리고 할 정신이 없었다. 숨겨야 하니까. 사실 스파링 할 때도 아픈 티를 좀 안 낸다. 얼굴이 다친 것도 아니고결국 3라운드 모두 마친 후 판정승을 거뒀다.부상 중에 따낸 값진 승리라 뿌듯했다. 무엇보다 3연승을 이어가게 됐으니 더할 나위없이 기뻤다.모 인터뷰에서 ‘양성훈 감독을 웃게 해드리기 위해 무조건 승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던데.사실, (최)두호가 패배한 뒤에 다수의 언론들이 ‘감독의 전략이 잘못됐다’고 비난해 감독님께서 마음 고생이 심하셨다. 그런데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감독님은 자신이 잘못해서 선수가 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더욱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감독님이 “꼭 좀 이겨줘”란 애교 어린 부탁을 하기도 했고.(웃음)팀 매드 선수들은 정말 가족처럼 느껴진다.큰 동현 형이 감독님을 깎듯이 모시고 워낙 유명한 대선수인데도 팀 동생들에게 잘한다. 그러니 동생들도 따라서 보고 배울 수 밖에 없다. 이종격투기 불모지 한국에서 이렇게 세계적인 선수들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 자체가 팀 매드의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대목 아니겠는가?보통 쉴 때도 팀원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형, 동생들과 가끔 PC방을 가긴 하는데, 딱히 PC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자주 가진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취미가 운동이다. 미트 글러브, 샌드백을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풀린다.부상을 당하기 전엔 매일 수영장을 다니기도 했고.김동현의 머리 속에 운동만 들어있는 것 같다. 데이트할 때도 그렇다면 여자친구가 싫어할 텐데설마(웃음). ‘(경)상도남’이다 보니 달달한 말을 하고 그러진 못하지만 보통 연애 중인 다른 커플들과 비슷한 수준 정도는 된다. 2년째 장거리 연애 중인데 일찍 훈련 끝난 날은 KTX 타고 서울 올라가서 잠시 만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 여자친구가 나에 대한 애정이 깊고 특별한 남자친구로 봐주니 나 역시 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어 노력한다.특별한 사람으로 봐준다는 걸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 보다폴로 레이예스와 일전에서 시도해볼 기술과 공격을 다 했는데 결국 졌다. 큰 부상도 입었기 때문에 사실, 다시 링 위에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때 여자친구가 “해볼 것 다 해보고 진 건 괜찮아”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당시, 연패로 인해 UFC 퇴출에 대한 압박을 느낄 때였다. 늘 ‘지면 안돼’란 각오로 경기에 임했는데 ‘어디에서든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 하면 된다’란 마음가짐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여자친구의 조언 덕분이었다.좋은 연인인 것 같다. 운동 선수라면, ‘운동을 좋아한다’란 소리를 잘 안 할 텐데 오늘만 해도 여러 번 들었다. 언제부터 ‘운동 없이는 못 살아’였나?아주 어릴 땐 아니었다. 말수가 없고 그냥 수줍음이 많았던 것 같다. 좀 하얀 편이기도 했고.‘우윳빛깔’ 김동현이라니. 혹시 친구한테 맞거나 괴롭힘 당한 적 있었나?무슨 소리. 얼굴이 하얗다고 내 얼굴이 만만하게 보일 순 없었을 거다. 지금이랑 똑같이 생겼으니까.(웃음)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다. 각자의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운동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배구를 먼저 시작해 중학교 재학시절 내내 선수로 뛰었다.꽤 오래 배구 선수를 했었는데 언제 격투기 쪽으로 전향을 한 건가배구는 아무래도 키가 중요한데 키가 더 이상 안 자라더라.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일반 학생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할 때라 결국 고등학교 때 그만뒀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놀러 다녀 봤는데 한달 만에 노는 일에도 적성이 있다는 걸 느꼈다. PC방, 노래방을 가는 대신, 마음에 맞는 몇몇 친구들과 헬스장과 유도 체육관을 번갈아 다니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양성훈 감독님 눈에 띄어서 이종격투기에 입문하게 됐다.배운지 6개월만인 고3 때 데뷔를 했다던데 그 시합에선 이겼나태어나서 가장 많이 맞은 날이었다.제대로 깨졌지. 뭐.(웃음)그래도 양성훈 감독이 무언가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시합을 뛰게 했을 텐데그 후에 절치부심해서 1년 후인 2007년 3월, 스피릿MC 대회에서 우승했다. 20살 이른 나이에 우승을 거머쥐었으니 정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성취감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그 동안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이 운동을 그만둘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었다. 승률이 안 좋은 땐 주변에서 ‘수입도 안 좋은데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라’고 걱정하는데 그건 이 운동을 안 해본 사람들의 걱정이지 내가 할 걱정은 아닌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난 이 일을 되도록 오랫동안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이 좋은 기세를 이어가 연말까지 라이트급 톱 15이 목표라 들었다부상 전 계획이었고 자신 있었는데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하는 게 목표다. 톱 15 진입을 위한 시합은 완벽히 회복한 다음에 잡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연말쯤 UFC 한국 대회 개최 가능성이 있던데그렇다면 빨리 회복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