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 리부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몽클레르 지니어스의 천재성. | 몽클레르

브랜드가 시즌의 새옷을 보여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쇼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몽클레르는 늘 대단한 쇼를 준비한다. 남성 컬렉션 출장을 다니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몽클레르 컬렉션을 네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낀 감정은 늘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브랜드에도 없었고, 예전 몽클레르에도 없었던 것. 몽클레르는 밀라노, 파리, 뉴욕에서 눈이 소복하게 쌓인 전나무 숲을 만들었다가, 물랑루즈풍 뮤지컬 무대를 세우기도 했고, 어디라고 정의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도 창조해냈다. 그런 공간을 채운 건 늘 우리의 편견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옷이었고. 몽클레르가 ‘몽클레르 지니어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부터 하게 된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몽클레르라는 이름이 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몽클레르는 톰 브라운과 함께 만든 몽클레르 감므 블루,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만든 몽클레르 감므 루즈를 과감히 없애고 몽클레르 지니어스를 만들었다. 몽클레르 지니어스란 고객의 개성과 취향의 다양성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8명의 디자이너를 영입해 8개의 디자인 라인을 갖춘다는 내용이다. 디자인 허브이자, 몽클레르 안에서 디자이너들이 자유분방하게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 몽클레르-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몽클레르 1952-칼 템플러, 몽클레르 그레노블-산드로 만드리노, 몽클레르-시몬 로샤, 몽클레르 크레이그 그린, 몽클레르 느와르-케이 니노미야, 몽클레르 프래그먼트-히로시 후지와라, 몽클레르 팜 엔젤스-프란체스코 라가치로 구성했다. 어떤 이름은 호들갑을 떨 만했고, 어떤 이름은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몇 번이나 연달아 밀라노 출장을 가게 된 탓에 밀라노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좀 지쳐 있었다. 누군가는 밀라노에 집을 사는 게 호텔비보다 싸겠다는 반은 위로, 반은 놀림인 말도 했다. 도시에 대한 피로가 브랜드를 향한 호기심을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몽클레르 지니어스가 무척 흥미로운 단행이라는 걸 느끼면서도. 오래 일한 두 파트너와 결별하고 라인을 몇 배로 늘리는 건 브랜드 입장에서 대단한 결심이다.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만큼 결과물이 반드시 좋아야 하니까. 그 모든 혁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밀라노에서의 시간은 좀 늘어졌던 것 같다.2월 20일 밀라노에서 공개한 몽클레르 지니어스의 첫인상은 역시나 독특했다. 팔라초 델레 신틸라 박물관에 설치한 8개의 독립 공간은 모두 은색 천으로 감겨 있었는데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느냐 하면, 약간은 고압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떤 건 그리스식 고대 건축물을 닮고 어떤 건 이글루를 닮은 형상. 이게 쇼인지 프레젠테이션인지, 아니면 제3의 형식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디자이너 8명이 완성한 결과물이 그 안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몽클레르가 정말 영민한 브랜드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8개 라인은 각자의 특색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컬렉션을 공개했다. 몽클레르 1952는 공중에 마네킹을 고정한 채 옷 아래에 원단을 자잘하게 엮어 큰 산을 만들었다. 몽클레르 아카이브로부터 탄생한 라인인 만큼 옷의 형태와 디테일, 어떤 원단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등산가를 위해 탄생했던 역사까지 은유적으로 보여주면서.시몬 로샤의 모델들은 눈 덮인 바위 사이를 걸어 나왔다. 모두 아주 천천히 걸었는데 그 덕분에 거친 산등성과 꽃을 수놓은 드레스의 대비가 더욱 드라마틱했다. 분명 옷은 가장 사랑스러운데 웅장함이 느껴졌달까?케이 니노미야는 오직 검은색으로만 옷을 만들었고 공간도 마네킹을 비추고 있는 핀 조명 외에는 블랙홀처럼 어두웠다. 기하학적 장식은 빛을 받을수록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꽤나 여러 부분에서 일본 디자이너 특유의 패턴에 대한 섬세한 강박이 느껴졌다.그레노블은 8개 공간 중 가장 인기기 많았다. 입체적이고 기발한 방법으로 옷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공간 한 면을 통째로 거울로 만들고, 맞닿은 바닥에 모델들이 누워서 포즈를 취하면 그 모습이 거울에 반사되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모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포즈를 바꾼 덕분에 옷의 구석구석이 면밀히 보였다.서브컬처의 제왕 히로시 후지와라가 만든 공간에서는 젊고 개성 있는 모델들이 보란 듯 느긋하게 노닥거렸다. 지금 여기가 밀라노에서 제일 힙한 곳이라는 듯. 마네킹보다 모델을 더 많이 배치한 건 완벽한 결정이었다. 히로시 후지와라는 늘 옷을 입는 태도에 대해 말하니까.크레이그 그린은 미래적인 공간과 옷을 만들었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거대 기둥 옆에 꼼짝 않고 선 모델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뭔가 터지거나 부서질 것 같은 긴장감을 부여했다. 늘 급진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크레이그 그린이 이번에야말로 다 터트린 것 같은 느낌.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일정한 실루엣을 유지하되 다양한 색으로 겹겹이 레이어드했다. 돔 모양으로 높게 솟은 천장이 우뚝 서 있는 마네킹들을 정숙한 수도원의 사제처럼 보이게 했다.프란체스코 라가치는 입구 양옆으로 기프트 숍 콘셉트를 도입했는데, 붉은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다운재킷들이 어쩐지 외설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물론 철저히 계산된 것이겠지만.몽클레르 지니어스에서만큼은 밀라노의 시간이 봅슬레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곳에서 두 시간이나 머물렀다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몽클레르 지니어스의 8개 라인은 매달 하나씩 순차적으로 판매한다. 몽클레르는 이렇게 늘 창조적인 방식으로 옷을 선보이고, 이제는 그 창조성이 몽클레르의 고유성이 되었다. 창조성, 고유성, 극명하게 다른 8명의 디자이너, 협업, 순차 발매, 바이럴.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동시대적인 컬렉션이다. 몽클레르 지니어스가 만든8개의 목소리, 8가지 컬렉션.몽클레르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Moncler Pierpaolo Piccioli줄곧 파트너로 함께했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떠난 후 2017 S/S 컬렉션부터 발렌티노의 단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용감하게 색을 활용한다. 그 담대한 기질을 몽클레르와의 협업에서도 발휘했다. 패딩을 명료한 형태로 보여주되 원색을 활용해 쿠튀르적 면모가 드러난다. 몽클레르 1952 Moncler 1952몽클레르 1952는 몽클레르 자체를 재조명하는 일종의 오마주 컬렉션이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브랜드의 아카이브로 활약한 대표 아이템들을 팝 컬러와 다양한 로고로 재해석했다. 몽클레르 1952를 통해 브랜드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진보했는지, 디자인은 얼마나 창조적으로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몽클레르 그레노블 Moncler Grenoble2010년 뉴욕 컬렉션을 통해 처음 론칭한 몽클레르 그레노블 컬렉션은 럭셔리 스키웨어를 대표한다. 우리가 스키웨어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구현하며, 기능성 의류 영역인 만큼 테크니컬 패브릭을 활용해 예민하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몽클레르 지니어스에서는 믹스매치를 활용한 특유의 재치를 강조했다. 몽클레르 시몬 로샤 Moncler Simone Rocha꽃과 주름 장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시몬 로샤는 이번 협업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했다. 몽클레르가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아이템이 가득하다. 이를테면 목부터 발목까지 주름으로 장식한 롱 패딩 코트나, 작은 꽃무늬를 몽글몽글 수놓고 레이스를 덧댄 분홍색 패딩 드레스 같은 것. 빅토리아 시대 산악인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몽클레르 크레이그 그린 Moncler Craig Green런던의 영민한 디자이너 크레이그 그린은 그동안 몽클레르와 함께한 협업 라인과는 별개로 또 다른 컬렉션을 만들었다. 특유의 역동적인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고수했지만 훨씬 추상적이다. 코와 입, 손가락만 간신히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온몸을 겹겹이 감싼 옷은 아주 거대한 고대 건축물을 닮았다. 아니면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일본 최고의 닌자거나.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히로시 후지와라 Moncler Fragment Hiroshi Fujiwara프라그먼트를 만든 히로시 후지와라를 보면 공감 능력에 나이는 아무 문제 안 된다는 걸 알게 된다. 1964년생인 그는 동시대 중에서도 가장 요즘의 것을 만든다. 대상을 절묘하게 비틀어 스트리트 분위기를 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제대로 그 능력을 발휘했다. 슬로건을 활용한 패딩 점퍼, 당장 메고 싶은 아웃도어 백팩, 알록달록한 노르딕 패턴 모헤어 스웨터에 특히 눈길이 간다. 몽클레르 느와르 케이 니노미야 Moncler Noir Kei Ninomiya케이 니노미야는 꼼데가르송 안에서 자신의 라인 ‘느와르’를 론칭했다. 프랑스어로 검은색을 뜻하는 이 컬렉션은 늘 검정 일색이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은 건 그가 패턴사로 일하며 배운 테크닉 덕분. 몽클레르 느와르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도 마찬가지로 모두 검은색이다. 하지만 기하학적 패턴을 조합해 강렬한 실루엣을 완성한 점,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점 덕분에 변화무쌍한 인상을 준다. 몽클레르 팜 엔젤스 Moncler Palm Angels프란체스코 라가치가 2015년에 만든 팜 엔젤스는 이제 밀라노 남성 컬렉션에서 가장 젊고 분방한 브랜드다. 팜 엔젤스가 선택하는 색과 그래픽과 장식은 대담하다 못해 대범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민첩해야 할 역할을 맡았다. 바로 바이럴. 이를 위해 기프트 숍이라는 콘셉트를 도입하고 슬로건과 로고를 활용한 머천다이징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