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건전지’ 카일 코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얼굴만 잘 생긴 풋내기에서 플레이오프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카일 코버의 활약에 힘입어 클리블랜드는 NBA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매일을 마지막처럼 뛰는 카일 코버의 경기를 더 볼 수 있어 즐겁다. | 르브론제임스,NBA,3점슛,nba플레이오프,nba결승

[embed]https://twitter.com/DimeUPROXX/status/998754989089742853카일 코버(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한국 나이로 38세다. 극심한 활동량을 요구하는 농구의 특성상, 내일 은퇴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나이가 아니다. 그런 그가 2017-2018 NBA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왜 그가 팀에 필요한지 선수인지를 몸소 보여줘 화제다. 5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 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보스턴 셀틱스와 동부 컨퍼런스 4차전. 이 경기 전 클리블랜드는 시리즈 전적 2-1로 밀리고 있었고 르브론 제임스를 제외하곤 특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가 없어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이때 팀을 일깨운 선수는 다름이 아니고 식스맨 카일 코버였는데 조카뻘의 테리 로지어와 마커스 스마트(이상 ‘보스턴 셀틱스’) 사이에서 몸을 날린 것. 그의 희생 플레이는 단순히 공격권 한번 더 가져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시리즈 내내 얼빠져 있는 팀 동료들을 일깨우는 순간이었고 클리블랜드 홈팬들을 달아오르게 했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4차전에서 승리를 따냈고 시리즈 전적 2-2의 균형을 맞췄다. 코버는 25분 출전 14득점 4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했고 14점은 르브론 제임스(44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이었다.이날의 활약을 두고 팀 동료는 물론, 많은 NBA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NBA 최고의 선수 르브론 제임스는 “우리 팀에 코버가 합류한 이후부터 쭉 그를 좋아했다. 2003년 드래프트에 뽑힌 선수 중 현재 경기를 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 않았나. 하지만 코버의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항상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 라고 말했다. 터런 루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감독 역시 “노장 선수가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전력질주하고 공격권 하나 가져오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코버가 필요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재미있는 것은 지난 24일 트위터에 ‘all nba riddles’라는 계정으로 2003년 드래프트 당시, 15년 뒤에 코버가 카멜로 앤서니(오클라호마시티 썬더스, 이하 ‘멜로’)보다 좋은 선수가 될지 누가 생각했을까’ 글이 올라왔고 여기에 멜로가 직접 “WOWWWWW. Had to comment on this one. Fxx”라는 댓글을 달았다는 것. 불과 얼마 전까지 NBA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 3대장으로 꼽히던 멜로다 보니 코버와 비교를 당하는 건 스스로에게 화가 날만한 일이었는지 비속어와 함께 “이건 진짜 댓글을 좀 달아야겠는데” 말한 것. 분명 멜로의 억울한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멜로는 소위 농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뽐냈고 엘리트 코스란 코스는 다 밟은 선수다. 2003년에는 ‘3월의 광란’ NCAA를 출전해 신입생의 신분으로 모교인 시라큐스 대학교의 우승을 일궈냈고 황금 드래프트라 불리던 2003년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1라운드 2번으로 지명된 최고 중의 최고의 선수. 신인 때 성적 역시 평균 36.5분 출전 21득점, 6.1리바운드를 기록해 데뷔하자마자 팀의 에이스로 등극한 바 있다.반면, 같은 해 드래프티인 코버는 별 볼일 없는 대학 출신으로 2라운드 51번으로 겨우 막차를 탔고 후보 출전이 예상되는 선수였다. 당시 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카일 코버는 리그의 어떤 가드도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수비력”이란 혹평을 받았다. 코버는 첫 시즌에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할리우드 배우 애쉬튼 커쳐를 닮은 외모 덕분에 ‘잘 생긴 백인 선수’라는 이미지를 남겼을 뿐, 시즌 전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준인 평균 11.9분 출전 4.5득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그러나 코버는 첫 시즌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더욱 갈고 닦았다. NBA에 살아 남으려면 다재 다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거나 리바운드, 수비, 슛 등 한 가지를 아주 잘 하는 원 툴의 롤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대학 시절부터 슛이 좋았던 코버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는데 사실, 코버에게는 다른 선수들이 쉽게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배우려 하는 진지한 자세와 지치지 않는 열정이었다. 실제로 그의 통산 기록을 보면 데뷔 이후 꾸준히 발전을 했고 3점슛 성공률의 경우 45% 이상을 기록한 시즌만 6번이나 될 정도로 3점에 관해선 달인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카일 코버는 2014-2015 시즌에 평균 32.2분 출전 12.1득점 4.1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9.2%를 기록했고 데뷔 12년차만에 진정한 스타만이 초청된다는 NBA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NBA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이 있다. 축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해 세계 4대 리그가 있고 야구 역시 미국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일본, 한국 등 3대 리그가 있지만 농구는 미국 프로농구, 즉, NBA가 원톱이다. 전세계에서 농구 좀 한다는 신인들이 매년 수 만 명씩 쏟아지지만 최종적으로 NBA의 선택을 받는 선수는 NBA 전체 30팀에서 각 2명씩 60명이다. 카일 코버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선수가 아닐뿐더러 단 한번도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어 본적 없다. 그러나 그는 ‘오래가는 건전지’처럼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했고 결국 별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NBA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공을 향해 몸을 던질 때 제가 늙고 느려졌다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제 심장만큼은 그대로예요. 내일이면 많이 아프겠지만 계속 할 생각입니다. 전 이런 농구가 재미있거든요.” (카일 코버)그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는 또 다시 미뤄졌다. 적게는 4경기 많게는 7경기다. 어쩌면 매일을 마지막 경기처럼 뛰는 카일 코버이기 때문에 지금 그의 경기를 더 많이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