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지금의 행복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김선아는 끊임없이 채우고, 비우고, 채운다. 김선아라는 중심 안에서. | 인터뷰,배우,김선아,시티홀,붉은 달 푸른 밤

행복하세요?네, 행복합니다. 아주 행복합니다. 후에 한 인터뷰에서는 거의 맨날 울었고, 끝나고는 매일이 의미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항상 캐릭터에 굉장히 몰입하는 타입 같은데 이번 에서는 시련 많고 고난을 겪는 역할이길래 힘들어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틀렸네요.그게 제가 인터뷰를 잘못한 것 같은데, 뉘앙스의 차이 같아요. 언제더라? 2011년에 영화 다음에 드라마 때 제 역할이 전부 죽거나 시한부였어요. 영화 에서는 가족을 잃고, 에서는 죽고.일단 죽고 시작하죠.맞아요. 그러니까 되게 밝은 연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 보니그런데 그렇다고 우울하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좀 ‘꿀꿀하다’ 정도지 우울하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현장에 나간다는 게 행복해요.이번 차우경 역을 준비하면서는 상담심리학자를 직접 만나셨다고 하던데요.저희 회사 내부에 심리 상담 선생님이 계세요.심리 상담 선생님이? 좋은데요? 상담 대상은 배우분들인가요?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에요. 선생님이 여기 도대체 왜 계신 거냐, 저도 그랬죠. 다음 작품을 하고 나면 그 선생님을 좀 만나 뵈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이번에 심리상담사 역할을 하게 되어서 만나 뵈었죠. 뵙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이번 역할 때문이 아니더라도 너무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았어요. 저희 직업이, 배우라는 직업이 사실 심리에 가까운 직업이잖아요.그렇죠. 감정을 계속 쓰니까요.그러다 보니까 원래도 관심이 많기는 했는데 이번 역할을 통해 관찰이랄까, 여러 가지를 하고 보니 좀 더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는 무슨 내용인가요?작가님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런 것 같아요.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는 또 다른 아이를 학대하게 될 수 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상담사이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상담하다 보니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죠. 지금 나름 공부하고는 있는데 저도 잘 몰랐던 그런 이야기가 너무 많다 보니까.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다칠 수 있는지, 그렇게 다친 아이가 크면 어떻게 되는지.네. 드라마 보면 시청자들이 굉장히 화를 많이 내실 것 같은데.(웃음) 한 5, 6회쯤 가면 대본 보다가 자꾸 화가 나가지고요.(웃음) 어휴.힘든 스토리잖아요. 시놉시스에 의문의 사건이라고 돼 있는데 그게 절대로 행복한 사건은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쉽지 않은 작품인 거죠. 아까 배우라는 직업은 감정을 많이 쓴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스스로 괴롭혀야 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건 왜일까 궁금했어요.음, 글쎄요사실 이렇게 보시면 (기자가 준비해 온 프로필 목록을 보며) 제가 작품이 많지가 않아요. 저는 작품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닌 것 같아요. 어디 보자, 하나, 둘, 셋영화가 한 열 작품. 드라마는 부터 하나, 둘, 셋일곱, 여덟드라마도 그래봤자 열 편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뭐, 별로 없는 거예요. 되게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쉼 없이 했는데.그랬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 그렇게 많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항상 오지는 않잖아요. 늘 선택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리고 때가 있는 거고, 인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좋은 작품이 왔을 때 해야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배우분들은 그런 경험 많이 하잖아요. 작품이 나한테 왔다가 딴 데 가거나 또는 반대로 오거나. 그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병가지상사라고 해야 하나, 늘 있는 일이죠.맞아요. 그런데 이거 저거 따진 적도 정말 많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크게 따진 적도 없는데, 따진다면 한 가지 정도였던 것 같아요. 시간이 안 돼서.물리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요.여러 가지 겹쳐서 촬영하는 걸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했던 것 외에는 크게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그러면서 나이도 한두 살씩 먹고, 그러면 옛날 때처럼 막 날아다니는 액션을 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안 듣고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하고 싶을 때, 뭐가 왔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지금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진짜 너무 감사하게 최근 몇 년 동안 에 이어 올해 까지 좋은 기회가 와서 진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건 결과를 떠나서 진짜 ‘땡큐 베리 머치’인,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죠.나문희 선생님이 늘 계속, 계속하라고 하신다면서요. 사실 뭐든 간에 길을 내는 건 그냥 계속하는 거죠.그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나문희 선생님 말씀의 영향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그런데 선생님은 왜 대뜸 계속하라고 잔소리를.(웃음) 두 분이 작품에서 인연이 있었죠? 에서는 엄마, 때는 남자 친구 엄마.그리고 때는 동네 이모. 그래서 자주 뵙지는 못해도 1년에 한두 번씩 늘 연락을 주셨거든요. 그런데 언젠가 한번 편지를 보내오셨어요. 제가 1, 2년 정도 일 안 하고 있을 때 왜 너 일 안 하냐고. 방송 나오기 전쯤인가 그랬어요. 그때 딱 한 번 손 편지를 써주셨어요. 해야 한다, 계속해야 한다.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그런데 저번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지신 것 같은데.그게 아니라 민망한 이야기라서.(웃음) 그냥선생님께서 제가 하는 활동,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 이런 걸 부러우시다는 듯이 여러 번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라는 거예요, 선생님은. 그 말씀이 사실 얘기하기 쉽지 않잖아요.같은 배우로서 그런 얘기를 해주신다는 게.네.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감사한 거죠. 또 어느 날은 나문희 선생님보다 훨씬 더 선생님이신 김영옥 선생님이 “우리는 그냥 계속하기로 했어” 하시면서 그러니까 계속하라고, 끊임없이 해야 늘고, 그래야 또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나문희 선생님이 며칠 전에도 또 연락을 주셨어요. 배 보내주시면서 먹으라고.나중에 후배한테 그리 해주시면 되겠네요.하려고 하는데 잘···.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과 김선아 씨 나이 차이 정도에, 경험도 있고,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는 그런 거. 지금 20대 배우에게 “계속해야 해” 그러면 이게 무슨 말인가.(웃음)맞아요.(웃음)몸에 좋은 약도 아직은 먹을 때가 아니다, 그런 거죠. 그런데 김선아 씨는 지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아실 거 아니에요.저도 예전에는 선생님이 막 계속하라고 말씀하실 때는 그냥, 아니 적당히 하면 되는데 왜···.(웃음)그렇죠. 적당히 하면 되는데, 왜.(웃음)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저번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 받으셨을 때 말씀하신 소감 듣고 정말 울컥울컥하는 거죠. 아직 이 타이틀을 가지고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그런데 그게 별거 아닐 수 있는데 여자 배우니까 되게 대단한 거잖아요. 사실 남자 배우에게는 큰일이 아니거든요.수적으로도 더 많은 경우이긴 하니까요.그래서 저는 선생님, 선배님들께서 다 진짜 더 잘되셨으면 좋겠어요.작품을 별로 안 하셨다고 했는데 시청자로서 느끼기에는 세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남겼다고 생각해요. 20대 여자를 대표하는 가 있고, 30대 여자를 대표하는 , 40대 여자를 대표하는 와 가 있죠. 배우 스스로에게도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더라고요.너무나 너무나 행복하죠. 진짜 큰 복을 받은 것 같아요. (천장을 한참 올려다봤다.) 한 2, 3년이 후딱 지나간 것 같아요. 가 재작년말도 안 돼.는 이랑 같은 김윤철 감독님이 찍었다고 들었어요. 사람 인연으로 이어지나 봐요.김윤철 감독님과 그게 세 번째 작품이었으니까. 전에도 같이 하신 게 있어요?여기에 (다시 프로필 목록을 짚으며) . 제게 대본이 딱 들어왔을 때 ‘감독 김윤철’이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혹시 이 감독님 옛날에 연출하셨느냐고 물었더니 맞대요. 그러면 읽겠다, 그렇게 된 거죠. 저 원래 드라마 안 한다고 그랬거든요. 너무 데어서.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사실은 예전에 드라마 감독님들이 너무 무서워서요.(웃음) 지금은 상상을 못 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제 기억 속에 정말 젠틀하신 감독님이 딱 한 분 계셨거든요. 김윤철 감독님. 그런데 그 감독님이라는 거예요. 그러면 나 대본 읽을 수 있겠다, 그래서 읽은 거예요.김윤철 감독님은 김선아 배우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주신 건가요?그렇다고는 하시는데 사실 에 얽힌 저의 캐스팅 얘기가 되게 길어서, 이 비화는 한···.한 3시간은 잡아야?(웃음)그건 아닌데(웃음) 말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사실, 대본을 당시 제 소속사에 줬는데 회사에서 거절을 한 거죠.배우에게 시나리오가 가기 전에 소속사에서 거절한 거네요.저는 아예 모르고 있었어요. 2004년 10월쯤에 대본을 줬는데 저는 한창 촬영을 하고 있었고, 그 촬영이 2005년 1월 말인가에 끝났어요. 그때까지도 저는 대본을 못 받았고요. 결국 기다리다 못한 PD(캐스팅 디렉터)님께서 왜 안 한다고 하는지 물어나 보자고 소속사에 찾아오신 거죠. 그런데 그날 제가 촬영 끝나고 회사에 놀러 간 날이었어요. 건물 안을 걸어가는데 원래는 문이 닫혀 있는 방인데 문이 열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나가다가 들여다봤더니 PD님이 “어머, 김선아 씨! 어머, 이거 이거.”(대본을 막 흔드는 흉내를 내며) 원래 제가 그쪽으로 잘 안 가는 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쪽으로 지나갔고, 그 문도 항상 닫혀 있는 곳인데 PD님이 밥 먹고 냄새 난다고 열어 놓아서 서로 마주친 거죠. 이상한 인연으로 만난 거예요. 그랬다는 걸 한 10년 있다가 서로 알게 됐어요. “네? 그랬다고요? 말도 안 돼!”‘세상에, 그런 거였어?’ 하면서.그러니까요. 그렇게 대본을 받고 그날 저녁에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회사에 전화해서 그냥 이 드라마 하겠다고 그랬어요. 사실 회사에서는 드라마를 할 계획이 없었대요. 왜냐면 까지 영화가 계속 쫙 잘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조금 더 큰 작품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드라마를 한다니까 회사에서는 ‘응? 갑자기?’(웃음) 그렇게 된 거죠.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지금은 물론 우리가 다 본 드라마고 너무 잘 알고 있지만요.모르겠어요. 그때 원작 소설책과 대본을 한 4권 받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냥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물론 ‘어떡하지’ 싶은 건 있었죠. 캐릭터가 작고 통통하고 귀여운 애라고 하니까. 아, 작고 귀엽고 어떡하지? 일단 ‘작고’를 어떡하지?(웃음) 그래서 일단은 배가 나오게 해야겠다. 그렇게 하기로도 안 했는데 혼자서 막.나름의 설정.네, 혼자. 셔츠 작게 입으면 여기 배 뽈록뽈록 나오잖아요. 귀엽지 않을까? 일단 그런 거밖에는 생각이 안 드니까.(웃음) 삼순이는 그렇게 해서 됐죠.기자나 평론가들은 예를 들어 ‘삼순이가 당대 여성들의 심리를 어쨌다’ 등의 이유를 들어 대중이 그 작품을 좋아하는 배경을 설명하지만, 사실 감독님이나 배우분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만들거나 연기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지금은 십수 년 지났으니까, 이제는 내 것도 아니고 사람들 것이 되었으니까, 만들 땐 몰라도 지금은 그때 대중이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나름의 생각이 들 것도 같아요.그런데 삼순이는 시간이 지나도 별 상관이 없는 게 그냥,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됐을 때,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됐을 때, 그 숫자가 주는···. 뭐라 해야 하죠?가슴 한편이 철렁 내려앉는?네, 그런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표현을 굉장히 잘한 친구인 거예요, 삼순이는. 그리고 내가 되게 하고 싶은데 말 못 하는 걸 얘는 꼭 말을 해줘요. 그게 너무 좋았던 거죠. 그런 삼순이가 저도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제 성격이라는 게 있는데, 제가 잘 못하는 걸 삼순이란 친구를 통해 하니까 나도 내가 너무 신나는 거예요.나는 못하는 걸 삼순이는 하니까.그런데 항상 연기하면서 느끼는 게, 공감이 되고 안 되고의 차이로 시청자들한테 가는 건 굉장히···. 머리로 공감하는 거랑 마음으로 하는 거랑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쭉 봤을 때, 그냥 성적으로 쭉 봤을 때, 감독님이 이렇게 하라고 해서 ‘네’ 하고 한 것은 별로였던 것 같고(웃음) 마음이 한 80% 이상 공감이 갔을 때는 성적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사랑받는다는 거죠, 그런 캐릭터만큼은.만약 시청률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캐릭터만큼은 공감을 얻는다든지, 그런 게 분명 있는 것 같아요.공감. 아까 여자 배우 말씀하셨지만, 저는 여자 배우들이 가진 공감의 감성이 더 높은 것 같아요. 구태여 비교하자면 남자들보다요. 특히 드라마는 더 그런 것 같은데, 요즘 공감이 정말 중요한 시대잖아요. 1990년대 드라마 감독님들은 말씀하셨다시피 무서웠죠. 그때는 공감보다 ‘이런 걸 원하니까 이렇게 해라’였어요. 그 시대 모든 대중문화판이 그랬죠.맞아요.지금은 다르죠. 공감이 너무 중요한데 특히 최근에 하신 작품을 돌아보면 는 말할 것도 없고 에서도 공감 지수를 200%까지 끌어올렸잖아요. 공감 지수가···. 복자가?(웃음)저는 공감됐어요, 박복자 씨.그래요?박복자가 무언가 노리고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다가도 순간순간 스스로도 죄책감이나 연민을 내보이는 모습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공감이 되더라고요.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멘붕’이 와서. 어후···. 진짜, 진짜 짠했던 캐릭터 같아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런 캐릭터를 듣도 보도 못해서.듣도 보도 못했죠.처음에 감독님이 그 캐릭터를 하라고 했을 때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저 진짜 그랬어요. 감독님이 “허허허, 그냥 선아 씨가 잘하실 것 같아서” “제가요? 저 그렇게 이상하게 보여요, 감독님? (팔 휘저으며) 나 이런 애 아닌데. 아니, 이상하잖아요, 이 여자” 계속 그랬어요.(웃음) 완전 ‘초멘붕’이었어요.어떤 지점이 그렇게 이상했어요? 드라마 볼 때는 이미 김선아 씨가 그걸 내면에서 다 해석하고 소화해서인지는 몰라도 시청자로서 ‘이상한 여자야’ 하면서도 이해가 되잖아요. ‘저렇게까지?’ 싶으면서도 ‘저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하게 되잖아요.저는 그 삶 자체를 이해 못 했어요. 그 삶 자체를. 왜 그러고 살아야 하는지. 그러니까 제 마인드는 뭐냐면, 왜 남의 눈치 막 보면서 그렇게 나이 든 아저씨한테 가서 저러고차라리 돈이 없어도, 돈 조금 더 없이 더 힘든 일 하더라도,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살겠다, 저는 이 주의예요. 그러니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렇게 사는 거, 나는 그걸 못 하겠더라고요.자연인 김선아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죽었다 깨어나도 저는 그렇게는 못 하는 사람인 거예요. 제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 안 되는 거다 보니까, 그래서 연기 선생님이 저를 이해시키는 데 예를 한 3000가지 든 것 같아요.(웃음) “있잖아,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또 이런 사람도 있고” 그럼 저는 “왜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죠?” 반복해서 물었어요. 그러다 결국 한 번에 팍 이해가 간 게 뭐냐면 백설공주 이야기였어요. 백설공주 이야기를 역으로 왕비 입장에서 해석해본 거죠.왕비 입장에서 보면 다르겠군요.그렇죠. 왕비는 항상 성에 갇혀서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친구는 거울 하나인데 이 거울이 늘 나한테 예쁘다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백설공주가 예쁘다는 거예요. 옛날 옛날에 백설공주가 살았는데 백설공주가 착하고 예뻤대. 그런데 백설공주가 착하다는 이야기는 소문이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이걸 갖고 ‘복자놀이’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정말 어렵게 공부했어요. 아이고, 머리야.(웃음)김선아가 어떤 사람인지 이 순간에 몇 가지 짐작이 되네요. 내 삶은 어떤 것을 원하고, 혹은 그런 삶은 내 삶이 아니다, 그런 기준이 있네요. 분명히.기준은 있다고 생각해요. 좀, 좀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예를 들면, 사람은 다 다르잖아요. 사람은 다 다른데 다르다는 걸 모르고 산 거예요. 그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그런 자신이 나구나, 싶은 거죠? 좋다, 싫다는 아니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어떤 면에서는 괜찮은 것 같고요, 또 어떤 면에서는 좀 피곤할 때도 있고.(웃음) 그런데 음, 모르겠어요. 이 일은 좀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 일은 어느 선이 정답인지가 없어서, 어디까지가 열심인지가 없어서, 그걸 몰라서 계속 그냥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저는 보면서 저 감정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 걸까 싶었어요.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배유미 작가님 작품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이번에 작가님 작품을 하면서 ‘아, 공부 다시 해야겠다, 큰일 났다’ 반성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정말 진심으로 반성 많이 했어요.큰일 났다? 왜요?이야기가 어려운 것도 있는데 그게 어려운 게 아니라 뭔가 감정적으로극 중에서 코미디로 갔다가 정극으로 갔다가, 물론 그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런 건 늘 해왔으니까 상관없는데 작가님의 글이 어려웠어요. 아, 이번 작품도 굉장히 어렵다. 대본을 정말 계속해서, 종이가 ‘빵꾸’ 날 정도로 봐야 이게 이해가 될라나 할 정도로 계속 보는데도, 와.저는 글 쓰면서 어려울 때가 할 말이 너무 많을 때예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글이 안 써질 때 어려워요. 김선아 씨가 말씀하시는 ‘어렵다’는 것도 이와 비슷한 걸까요?모르겠어요. 어른들의 멜로라니. 저는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는 것 같은데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웃음)어른이 뭔지 모르겠는데 어른의 멜로는 또 뭐냐, 이거죠.어른이나 애나 사실 감성은 다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어른의 멜로가 어려운 건지 그냥 멜로가 어려운 건지, 그냥 감정이 어려운 건지, 사랑 자체가 어려운 건지, 안에서의 흐름에 쉽지 않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어려운 건지 모르겠어요.지금도 연기 공부를 하신다고요.네. 지금 선생님과는 2002년도부터 같이 했어요.연기 선생님이 도움이 되나요? 어때요?저는 뒤늦게 기본 없이 데뷔한 편이라서 배우기 시작한 건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선생님 뵙고 대본 한 줄, 두 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제가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데 이제 오래돼서 무섭게 집어주시더라고요. 제가 딴생각한 걸 집어내시더라고요. 정말 유일하게 한 번, 딱 한 번이었는데 그게 걸렸어요. 그래서 너무 놀라서 이거 딴짓하면 큰일 나겠다(웃음) 진짜 놀랐어요. 그런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 (프로필 목록에서 형광펜 칠해놓은 부분을 가리키며) 이 노란색은 뭐예요?아, 최근 작품에서 빼놓으면 안 되겠다 싶은 것들이었어요. 가령 와 는 어찌 보면 입장이 정반대였죠. 시한부 환자였고, 시한부 환자의 애인이었으니까. 이런 역할을 하다 보면 너무 고통스럽고, 심적인 부담, 힘듦, 영혼의 짐, 상처, 이런 것들이 있지 않아요?맞아요. 정말 밝은 거 하고 싶어요. 저는 같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게요, 한번 꽂히면요, 잘 벗어나지지 않는 것 같아요. 대본을 딱 봤는데 글을 보고 갑자기 그림이 막 그려지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힘들든 안 힘들든 일단 몰입이 되고 나면?몰입이라기보다 이거 하자, 일단 하자, 이런 느낌.연기가 재미없었던 순간이 있었어요?잠깐 있었어요, 잠깐. 그런 날 있잖아요. 왜, 하루가 뭘 했는지 모르게 쓱 지나가는 날.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하는 둥 마는 둥 의욕이 막 안 생기는 그런 때가 딱 한 번 있었어요.그 잠깐을 극복한 건 결국은 또 연기? 아니면 나문희 선생님의 전화? 아니면 시간이 약?모르겠어요. 그때 그냥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한 것 같기는 해요. 기억이 잘 안 나네.어느 인터뷰에서 그런 적이 있었다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흔히 이걸 슬럼프라고 하는 걸 수도 있고 침체일 수도 있는데,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죠. 그런 순간에 거기 매몰돼서 더 땅바닥으로 파고들어가는 성격이 있어요. 그런데 잠깐이지만 오늘 만나본 김선아 배우는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그럴 용기도 없어요. 땅바닥 기어들어갈 용기도 없어, 난.(웃음) 마인드 컨트롤을 아주 오래전부터 많이 하고는 있어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왜냐면 사실 저희 직업이라는 게 많이 혼자 있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혼자 하는 걸 되게 많이 했던 사람이에요. 혼자 음악을 했고, 피아노는 특히 이렇게 작은 방에서 혼자 치니까.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들 중에는 혼자 피아노 치다가 막 소리 지르고 이런 친구도 있었거든요. 그런 걸 많이 봐서 저러면 안 되겠다웃음) 감정 조율을 잘 못 했을 때 나중에 혼자 감당 못 하면 더 큰일 날 수 있잖아요.배우는 정신 건강 케어가 굉장히 중요한 직업 같아요. 그걸 어떻게든 푼다고 말씀하셨는데 상당수가 술 혹은 연애인데, 역설적으로 그 연애가 쉽게 안 풀릴 때 오히려 멘탈에 나쁜 경우도 있죠. 사랑이나 연애가 연기에 도움이 됩니까?안 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이지?(웃음)필요한 것이다?아무래도 감정적으로 좋을 때는 연기할 때 기분 좋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기는 해요.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영향을 주기도 하잖아요.영향을 주는데, 또 막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라서.연기 선생님이 눈치채셨다는, 잠깐 딴생각한 순간이 그런 영향이었던 건 아닌가요?(웃음)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웃음)여쭤보기가 조심스럽기는 한데, 아까 초반에 이번 역이 상담심리학자라서가 아니라, 어쨌든 회사 내 심리 상담 선생님을 한 번은 뵈려고 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연유인지 물어봐도 될까요?그런데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소속사에 그런 걸 요청했어요. 이루어진 적은 없었지만. 작품이 끝나면 좀 보듬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요청을 했었어요. 밝은 역할이든 밝지 않은 역할이든 3, 4개월 동안 다른 인물로 막 치열하게 살다 왔을 때, 우리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여자 친구, 남자 친구랑 막 놀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사라지고 없어요. 그 공허함과 그 허함을 누군가는 채워줘야 할 것 같은데 그걸 도대체 누가 채워줄 것이냐. 그런 환경을 아는 사람이 소속사 사람들밖에 더 있겠나. 그러니 회사 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회사 선후배가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달라. 그러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말을 항상 해왔거든요.역할에 굉장히 몰입해 있다가 빠져나왔을 때 그 허탈함이 굉장히 큰 거네요.그게 인간인지라, 하다못해 우리가 한 달만 강아지 데리고 있다가 그 강아지가 없어도, 짖는 그 소리만 못 들어도 되게 허할 텐데 여기(촬영장) 사람이 100명 바글바글하다가 없잖아요? 그럼 너무너무 공허하고 뭐가 뻥 뚫리는 것 같아요. 갑자기 자기로 돌아오는 시간, 나로 돌아와야 되고, 내 자리를 찾아야 되고, 원래 내 일상생활로 돌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모든 걸 돌리는 시간이 필요한데, 가장 먼저 내가 노력을 해야겠지만 이걸 같이 도와주는 사람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분명 다른 연기자들에게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역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개선이 필요한 거네요.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요즘도 피아노 치세요?아니요.그래도 실력은 여전하시지 않을까요?아니요.(웃음) 저는 때 손을 다치고 나서 (오른쪽 손목을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기가 아직도 조금 그렇기는 해요. 다치고 나서 다음 해에 피아노를 팔았어요. 충격적이었죠, 저한테는. 울면서 팔았죠. 그런데 계속해서 놔두면 뭐 해.그게 오히려 더 고통스러우신 거군요.네.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팔고 나중에 다시 사자, 그런 마음으로 그랬어요. 자꾸 보면 화나거나 짜증 나니까 차라리 눈에 안 보이는 게 나으니까 팔고(웃음) 지금 열심히 재활 다니고 그래요.죄송해요. 악보 안 보고, 듣고 치는 게 좋았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신 게 기억이 나서.그건 사실 악보를 잘 읽지 못해서.(웃음) 선생님이 곡을 주시면 일단 듣고 나서 치는 게 더 빠르니까.저는 배우 김선아의 연기가 어떤 사람들은 읽고 머리로 하는데, 듣고 느끼고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공감이라는 감정과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전 인터뷰에서 피아노를 듣고 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그게 기억에 남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감사합니다. 감동인데요.다시, 행복하세요?완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