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의 취하는 인생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박찬일은 오늘도 기꺼이 혼자 서서 마신다. | 박찬일,광화문국밥,오사카,수요미식회,박찬일셰프

신기주(이하 신) 오늘은 책 의 저자 박찬일 작가님, 편집장 저 신기주, 저의 편집장이셨고 이 책의 편집자인 정기영, 그리고 안 끼면 안 되냐고 자꾸 물었던, 아저씨들을 보는 젊은 에디터가 함께합니다.유정수(이하 유) 이번 인터뷰에서는 쓸 수 있는 게 많이 없을 거 같아요.신_ 왜? 왜?유_ 너무 거침없는 분들이라.신_ 선배, 옛날 기억나세요? 때 만나 뵙고 인터뷰했던 거. 아시다시피 인터뷰가 워낙 길어서 많이 쳐냈거든요. 지금은 또 다를 거야. 그때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도 못 해. 술을 많이 먹어서.신_ 그때 술 안 드셨어요. 점심때 했어요.정기영(이하 정) 평소에 술을 많이 드셔서 이제 치매야 치매. 뇌가 3분의 1은 먹었을 거야.(박장대소하는 정과 박)신_ 두 분은 술 자주 드세요?정_ 아니, 거의 안 먹어. 옛날에 주사 부린 거 보고 짜증 나서. 요즘 체력도 떨어져서…. 체력이 있어야 주사를 부리지.정_ 별로 맛이 없어졌어.신_ 거짓말.유_ 거짓말 맞아요. 두 분이서 “어디 가서 한잔하자” 하시면서 계속 술 이야기만 하시던데요.나는 못 마셔. 내일 위내시경 검사가 있어서. 오사카 취재 갔다 와서 위가 완전히 혹사당해가지고. 5일 일정으로 가면 5일 연속 ‘개폭주’를 하거든. 하루에 7차, 8차 가는데 위와 간이 어떻게 되겠습니까?신_ 잠깐만, 하루에 7차, 8차까지 해서 5일 연속이오?몰아서 정식 취재로 간 것만 그렇고. 추가로 더 갔지.유_ 한 입씩만 먹어봐도 되잖아요. 미식에 밝으신 분이, 뭘 그렇게 또.그런데 또 여러 개를 먹지 않으면 그게 의미가 없지. 그래서 장단점이 있는데.정_ 내가 볼 때, 술을 좋아해서 먹는 거야.그렇지, 좋아해서 먹는 거지.신_ 자, 그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책 취재를 위해 얼마나 드신 거예요?5일 동안 하루에 7, 8차 갔으니까 5 곱하기 8, 40곳. 그때 찍어둔 사진이 있어요. 완전 ‘꽐라’ 된.유_ 이 살인적인 스케줄은 누가 짠 거예요?내가 짜는 거지. 하고 싶은 대로.신_ 술이 짜는 것 같아, 술이. 그렇게 해서까지 써야 되는 책이었군요. 온몸을 바쳐서 쓴 책.좋아서 그런 거예요, 좋아서.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내 취재가 불충분한 거야. 그래서 사비로 또 갔어요. 취재비 지원 없이.유_ 자발적으로 드시고 싶어서 가신 거죠?신_ (능청) 아닐 거야, 일하러 가셨던 거야.(일동 박장대소)솔직히 이야기하면 한 번 더 먹고 싶어서 간 거야. 정곡을 찔렸네. 그 핑계로 한 번 더 간 거지.정_ 지금도 오사카 이야기하면 또 먹고 싶지 않아요?먹고 싶지. 침이 줄줄 흐르지.신_ 지금 딱 생각나는 데는 어디예요?뭐 많지. 꼭 책에 나온 집이 아니어도 아무 데나 가서 먹어도 괜찮아. 선술집에 서서 먹는 그 느낌, 아 그거 진짜 묘하거든. 서서 먹으면 허리 아픈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또 안주가 싸고 양도 작은데, 공짜로 주는 법이 없어. 다 돈 주고 먹어야 되니까 나의 자율성이 훨씬 확보되는 거지. 술꾼의 자율성이. 혼자 가서도 최소 예닐곱 가지 안주를 먹어볼 수 있는데, 하루 저녁에 3차까지 가면 딱 좋아. 오메다가 북부의 중심지고 난바가 남부의 중심지인데 거리가 5km예요. 그 좁은 골목에 오사카의 선술집이 다 몰려 있는 거야. 오사카 인구가 200만 명이 넘는데, 거기서 술 먹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바글바글하지. 그래서 사다리 타기를 해서 다른 집으로 계속 장소를 옮겨. 내가 그런 방식으로 매일 한 거죠. 하루에 여덟 개씩 5일, 40개를 가는 거야.신_ 오사카의 술 문화를 아시니까 이런 기획이 들어간 거겠죠?그렇기도 하고, 진작에 오사카의 그런 면에 반했고. 그런데 가도 가도 새로운 곳이 나와서 지금도 계속 보충 취재를 하고 있어요. 개정판에 쓰려고.(웃음)유_ 정 편집장님은 모르셨던 눈치인데요?정_ 저, 기자 정신.신_ 언제부터, 누가 먼저 제안하신 거예요?정_ 박찬일 형이랑 알고 지낸 지는 10년 됐고요. 제가 형 가게에 가면서 알게 됐고, 다음부턴 뭐 술이죠.신_ 술로 이어진 인연으로, 결국 술에 대한 책을 썼네요.정_ 2016년에 제가 타이드 스퀘어라는 회사에 있었는데 거기서 이제 ‘밥집 맛집’이라는 앱을 만들었어요. 그 브랜딩으로 책을 내자 해서 식당에 발매하게 된 책을 내다가 술 하면 오사카인데 오사카 한번 가야 되지 않겠나 해서 시작된 거예요.신_ 해외 취재라 취재비가 좀 들 것 같은데….정_ 들죠. 해룡이 형이라고 있는데, 이 양반이 원래 사진가예요. 그런데 글도 쓰고. 그래서 제가 형이 사진도 찍고 글도 썼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해룡 하면 잘 모르니까. 찬일이 형을 추천했죠. 찬일이 형을 셀럽으로 하자고.난 음식 작가로, 음식 부분을 쓰는 걸로 해서 갔지.정_ 그랬는데 다녀와서 해룡이 형이 배를 째신 거예요.(웃음) “기영아, 나 취재하고 왔는데 글을 못 쓰겠어”. 그래서 1년 뒤에 타이드 스퀘어의 윤민 대표에게 연락이 왔어요. 저는 퇴사한 상태였는데, “취재비 들어간 게 있으니”라고. 그 사람한테 몇천만원짜리 빚을 진 셈인 거죠.정_ 박찬일 셰프님이 이 책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형 쓰시죠” 했어요.신_ 그랬더니 “안 돼”?나는 마음의 빚도 있고 하니까 “쓰자, 해!” 해서 시작이 된 거예요. 마음의 빚은 2할이고 가서 술 먹으려고.(웃음) 나도 술만 먹고 펑크 내려고 했어 솔직히.신_ 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유_ 회사에서 진행비를 두 번 지원한 거예요?정- 먼저 들어간 진행비를 엎어가지고….그냥 말려야 되는데, 그걸 또 엎은 거야. 그 사람도 그럴 수밖에 없지. 그래서 난 더 부담스럽고. 그래서 이 책을 훨씬 더 많이 팔아야 한다는 그 부담 때문에 취재를 정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정_ 맨날 부담이 돼서 술을 더 먹고.(웃음)사실 어지간하게 팔아도 그 돈은 못 갚아. 이런 류의 책도 없거니와 여행서라고 하면 대부분 작가가 그냥 취재하고 돈을 더 주는 경우도 있는데, 취재비를 안 주는 경우가 많대. 어쨌든 우리는 최대한 취재비를 주는 쪽으로 했잖아. 솔직히 취재하면서 부족하게는 안 썼어.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했으니까. 다 먹어봤어 그냥. 시켜서 조금씩 먹고 버리고 그러니까 충실하게 취재가 되는 거지. 그래도 술은 안 버렸어요. 그러니까 건강이 맛이 갔지.(웃음) 안주를 7개씩 시켰어. 이 집에서는 7개를 꼭 먹어봐야 돼서 7개를 시켜놓고는 조금씩 먹고 ‘실은 나 한국에서 취재 왔는데, 다 못 먹어서 미안하다’ 얘기하면 그 사람도 이해하고 술값을 깎아주기도 하더라고. ‘야, 그거 다 내면 좀 그렇잖니’ 하듯이.유_ 야, 인심 너무 좋다.오사카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그런데 술은 다 마셨어. 그러니까 세 번째 집 정도 가면 생각이 잘 안 나는 거지. 그래서 그 핑계 대고 나중에 또 가는 거야. 그래서 기억을 다시 되살리고. 아, 그러면 기억이 팍팍 살아나더라고.어떤 집은 네 번 간 집도 있는데, 거긴 너무 좋아서.(웃음)유_ 거기가 어디예요?정_ 강추하는 집?별 4개 이상 찍은 집은 대부분 여러 번 간 집이야.정_ 현지인도 모르는 챕터에 있어요.이 책에 있는 곳은 대부분 한국 블로그에 안 잡혀요. 90%는 한 번도 안 나온 집들이에요. 일본에서도 오사카 그러면 술이거든. 술로 최고의 도시인데 왜 우리는 관심이 없었을까. 오사카 맛집 블로그 보면 대부분 이치란 라면, 긴요 라면 뭐 이런 라멘집만 나와. 술집들도 있긴 한데, 보면 별로 좋은 데도 없고. 이 책을 들고 가면 좋은데. 이 책이 무지하게 팔렸고, 팔리고 있는데도 리뷰가 없어. 실제 가서 먹고 오지는 않는 거 같아. 왜 그렇지? 좀 신기해.신_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진짜 많이 가잖아요.오사카가 일등이지. 오사카에 제일 많이 가는데.신_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정_ 저도 술 좋아하는데.신_ 끊으셨다면서요.정_ (무시) 오사카 사람들이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형은 10년 동안 오사카에서 700~800곳을 다녀왔대요.그땐 취재할 생각도 전혀 없었고, 선술집도 별로 다니지 않았어. 그냥 밥집 이런 데 갔지. 이 책을 취재하면서 진짜 오사카의 진미를 안 거야.정_ 기획을 할 즈음 제가 형한테 연락을 했더니 형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오사카에 정말 재밌는 술꾼과 술집이 많다고.오사카는 일본의 다른 도시에 비해 선술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이렇게 선술집이 많은 데가 없어요. 선술집, 그러니까 서서 먹는 집. ‘다찌노미라’라고 하지. 오사카에는 선술집이 왕창 있고, 앉아서 먹는 술집의 비중이 적어. 청담동만 한 지역에 오사카에 사는 200만 인구가 몰려와 술을 먹는 거야. 물론 그 200만 명이 다 오진 않지만, 도시의 술꾼들이 청담동, 압구정만 한 동네에 몰려와 먹는다고 보면 돼. 그러니까 얼마나 좁겠어.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싸니까 빨리 먹고 나가줘야 해. 그래서 90분이라는 시간제한도 있고. 핸드폰도 못 보게 하는 집도 있어. ‘핸드폰 보면서 노닥거리지 말고 빨리 자리 비켜줘’ 이런 거지.(웃음) 그런데 그게 통해. 왜냐면 말도 안 되게 싸니까. ‘오케이, 좋아. 그 조건에 먹을게’ 하는 거지. 비싸게 받으면 누가 좋아하겠어.신_ 책을 보면 직장인,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한테 최적이라고 했어요. 선술집이 많은 이유가 결국 그런 것 때문일까요? 인생은 힘든데 돈은 없고, 술 먹을 장소도 없어서?오사카는 삭막한 도시야. 공원도 변변치 않고, 콘크리트 바닥이고. 더워 죽겠는데 사람들은 복닥거리지. 그러니까 술이라도 안 먹으면 아마 미쳐버릴 거야. 그래서 마시는 것 같아. 사람들이 다 술집에 가 있어.(웃음) 선술집의 주특기가 뭐냐면 커뮤니티가 이뤄진다는 거야. 탁자석은 개별적이라 커뮤니티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렇게 서서 마시면 다 친구가 돼. 대학생처럼 보이는 애가 노인하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그러니까 세대, 성, 이런 것들이 붕괴되는 거야. 술이 유발한 긍정적인 붕괴.신_ 저렴한 술값, 열리는 마음.(웃음)선술집은 사실 몇 석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대략 12석이면 실제로는 스무 명도 들어갈 수 있어. 서 있으면 되거든. 오사카 선술집의 매력이 그거지. 그러니까 술을 싸게 팔 수 있는 거야. 여기에 팬을 거느리는 마스터도 있어요. 개성 강한 사람들. 요리하다 말고 얘기하고, 담배 피우면서 요리하고. 아, 더러워.(웃음) 일본은 깨끗할 거라 생각하는데, 오사카 선술집은 대부분 지저분해.정_ 도쿄를 잘 아는 사람이, 도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래.에도 이노가시라 고로상이 오사카에 출장 간 장면이 나오잖아. 오사카 사람들은 저렇게 막 아무한테나 술을 권하는 걸 이노가시라가 신기해하는 장면. 그것만 봐도 일본에서 오사카 사람들을 특이한 사람으로 대우한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일본 사람은 이럴 거라는 선입견과 반대 지점에 있는 경우가 많은 거지. 일본 오락 프로를 보면 오사카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한가를 한번 체크해보겠다고 해서, 오사카에 가서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하고는 사람들을 ‘빵’ 쏘잖아요. 그럼 할아버지, 아줌마, 어린애들이 다 쓰러져줘요. 그다음에 장난감 칼로 ‘샥’ 이러면 ‘으악’ 하고 쓰러져. 미리 짠 것도 아니고 몰래 카메라로 찍는데, 그만큼 유머 감각 있는 사람들, 여유 있는 사람들, 쾌활한 사람들이 오사카에 있어요.정_ 그게 술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신_ 도시 전체가 다 취해 있어서?얼큰한 거야, 사람들이 그냥 다. 낮술을 아침부터 그렇게 먹는다고. 오전 11시나 정오에 여는 집이 꽤 많아. 그래서 낮술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고.신_ 낮술은 도대체 누가 먹는 거죠?싸니까 가능한 거지. 우리도 시장통에서 보면 아저씨들이 대폿집에서 낮술 먹잖아. 보면 서서 먹어요. 서서 이렇게 한 잔씩 먹고. 그런 게 시골 장터에 가면 있거든. 막걸리 한 잔에 공짜 안주 또는 삶은 계란 한 개. 그런 게 오사카의 선술집이랑 비슷한 거지. 노동 음료로 마시는 거야. 그런데 오사카 사람들은 노동 음료를 마시러 오는 것 같진 않고, 술 취하러 오는 거 같아. ‘아사노미’도 있어요. 아침부터 먹는 아사노미. 그게 진짜 선수다 이거지. ‘논키야’ 같은 데가 아사노미의 성지예요. 아침 8시에 열어요.유_ 아침까지 드시는 분도 있어요?아침까지 먹고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 오사카에서 많이 파는 게 뭐냐면 간 해독제를 무지하게 팔아요. ‘알중’들이 찾는 거야. 간 해독제 먹고 또 술 마시고. 내가 가면 알중이야. 거기 일본의 온갖 해독제를 내가 다 먹어봤어. 그래야 다음 날 취재를 하니까.(웃음)유_ 알중이 뭐예요?(그걸 모르냐는 표정의 ‘정’과 ‘박’)알코올중독의 준말. 아무튼 간 해독제를 한 움큼씩 먹어야 해. 우리말로 치면 컨디션. 어떨 때는 다섯 병도 먹어. 한 병에 3000~4000원 해서 비싼데, 그렇게 안 먹으면 다음 날 취재를 못 하니까. 첫째 날은 그래도 괜찮아서 한 병 먹고 잤는데 셋째 날, 넷째 날은 컨디션이 완전 메롱이 돼서 밤에 비타민이랑 잔뜩 먹었지.(웃음) 그리고 다음 날 깨면 어우… 눈이 아침에 돌아가 있는데, 또 낮에는 취재하러 식당에 가잖아. 술 안 먹어야지, 안 먹어야지 하고 카레집에 들어갔는데, 아니 오사카 식당에는 술을 꼭 팔거든. 생맥주 같은 걸 식전주로 마신다고. 그걸 참지 못해서 또 먹는 거야.유_ (웃음)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거기서 이미 세 잔 먹으면, 그때부터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간다’ 그러고선 밤 12시까지 가는 거야. 계속 술 취한 상태로.(웃음) 그렇게 취재를 하니까, 술집의 인상기를 이렇게 스마트폰에 메모를 하는데 다음 날 보면 엄청 오타투성이지. 이거 봐.유_ 이 외계어를 보고 기억이 나세요?내가 무슨 뜻으로 썼는지 기억을 못 해. 그리고 취재 기록이 점점 짧아져. 암호 같은 말도 쓰고. 어떤 집에 가서 취재한 건 이게 전부야.유_ 그래도 나름 한자를 쓰셨네요.그런데 이렇게 쓰고 끝났어.유_ 어, 이 책 믿어도 되는 거 맞아요?(웃음)정_ 아침 8시부터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논키야는, 우리가 밖에서 서성이고 있으면 손님들이 도리어 우리한테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자기들이 자리를 마련해줘. 여기서 같이 먹읍시다 하고.유_ 알중이 알중을 알아보는 거죠. 그런데 술이 그렇게 맛있으세요?신_ 그러게요. 선배, 술이 왜 좋아요?내가 봤을 때 오사카 사람들은 할 게 없어서 술을 마시는 거 같아.(웃음) 도시 전체가 술이라도 먹어야 그 재미로 사는 것 같더라고. 나는 증발을 꿈꾸는 사람인데.신_ 증발요?아무 연락도 없이 사리지는 거. 외국에 가면 ‘와, 여기서 내가 일행하고 떨어져서 그냥 증발해버릴까’, ‘여기서 노가다를 하면서 그냥 살까’ 싶잖아. 그렇게 증발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 타지에 가면 나는 완벽한 타인이거든. 그래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모르고. 여기서 술을 마시면 철저하게 고독해져버리는 거지. 뭐 말할 사람도 없고 일본어도 잘 안되고. 그러다 취해서 말 붙이고 그러면 막 되도 않는 일본어로 떠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타인이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게다가 나는 한국인 관광객이 아무도 오지 않는 술집만 가니까. 나는 거기서 완벽한 고독, 내 속으로 그냥 파고들어가는 걸 즐길 수 있었던 거지. 그런 게 재밌었던 거 같아. 그게 타지에서 맛본 음주의 맛이고. 술을 마시면 사람이 굉장히 감성적으로 변하는데, 내 안의 그런 감정의 변화를 즐기는 거야. ‘여기서 이렇게 내가 감상적으로 변하는군.’ 내가 센티해지는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 자체가 즐거워요. 내 감정이 변해가는 걸 느끼는 게. 그게 재미있어서 혼자 마시는 거야, 타지에서. 사실상 한국에는 선술집이 없고, 술낙길 같은 데 가면 노인 손님들이 오는 선술집이 한 서너 개 있어요. 거기 가면 안주는 공짜고, 소주는 한 잔에 천원이야.유_ 종로3가에 그런 게 있더라고요. 잔술집. 한 잔에 500원.나도 거기 가끔 갔는데, 선술집이 진짜 좋거든. 싸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서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예전에 일본 프렌치 비스트로 선술집, 스탠드 비스트로가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안 오니까 바로 의자를 깔았지.신_ 한국은 좌식 문화라.맞아. 탁자에 앉아야 먹는 거지. 일본도 오사카나 그렇지 선술집이 그렇게 많진 않아요.정_ 저는 책을 같이 만들었지만, 아직도 일본 사람들의 술 먹는 정서를 모르겠어요. 한국 사람들은 약간 억눌려 있는 감정을 술로 많이 푸는 것 같은데, 오사카 사람들은 또 그런 것 같진 않고. 이게 굉장히 친숙한 일상으로, 일상화돼 있다고 해야 하나.‘꽐라’ 되게 먹기도 하지만 그냥 혼자서도 술 먹으러 자주 오는 것 같아. 혼자 먹는 술에 몰두하는 재미를 즐기는 거지. 나도 그런 정서가 있거든. 외롭잖아. 외로울 때 술이 나에게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 사람들도 아마 그런 걸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신_ 우리나라는 외로울 틈이 없는 나라인데….외로운데 외로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거 같아. 그래서 술도 여럿이 모여서 먹잖아. 우린 혼자 마시면 외톨이거나 또는 괴팍한 사람이라 취급하는데. 아니면 알중이거나.(일동 대폭소) 그래서 주변을 의식하게 되고. 오사카 사람들은 그런 거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것 같더라고. 혼자 마시니까 성별, 나이 상관없이 어울리는 거지. 술집에서 즐겁게 서로 대화한 걸로 만족해하는 것 같아.신_ 술을 음미하며, 나와 대화하며 술을 한 잔 마셨을 때 내가 취하고, 두 잔 마셨을 때 내가 더 취하고 이걸 느끼시죠?느끼지. 그걸 그냥 여럿이 마시면 내면을 들여다볼 정신이 없고, 한잔 한잔 마실 때 계측이 안 돼. 그런데 오사카에서는 계측이 돼요. 왜냐하면 순수하게 나란 존재만 있기 때문에. 나의 주취 상태, 내 마음의 상태가 술에 의해서 어떻게 변하는지 굉장히 냉정하게 보이는데, 그게 재밌어. ‘와 이 새끼, 박찬일 이 새끼 봐라. 넉 잔 마시더니 갑자기 엄청 센티해지네. 아, 웃겨라 하하하.’ 속으로 그렇게 느끼면서, 넉 잔 먹고 다섯 잔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런 유치한 것에 대해서 계속 계산하게 돼. 그게 혼자 먹는 재미야. 한국에서는 밖에 나가서 혼자 잘 안 마셔. 혼자 마실 공간이 없어, 한국에는. 혼자서 안주시키면 너무 양이 많고. 혼자 테이블 차지할 수도 없고.신_ 오사카는 기꺼이 혼자 서서 마신다.우리나라 술집은 최소 두 명이나 돼야 받아주지. 고깃집은 심지어 혼자 가면 안 받아주는 집도 많잖아. 무조건 2인분 이상이어야 하고. 혼자 술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하고, 그렇게 먹지를 않으니까 또. 우리나라는 혼자 먹는 문화 자체가 사람들에게 공유돼 있지 않아서, 혼자 먹는 술의 맛은 확실히 즐겨보기 어려운 거지. 문화적으로 그게 잘 안되니까.신_ 저도 지금 말씀 듣고 보니까, 진짜 정말 저는 술을 마실 생각이 없지만 권력으로 술 마시기를 요구하면 마셨어요. 앞에 계신 누구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술은 편집장이 강요하면 마셨어요. 아니면 여럿이 같이 있는데 친구들끼리 분위기가 돼서 몇 잔 마시는 거지. 내가 술을 마시고 싶어서, 더 정확하게는 나 자신을 위해서 마신 적은…. 남을 위해서 마셨죠. 늘 편집장님을 위해서 마셨어요. 언제나 예외 없이.(웃음)정_ 그런데 기주는 술을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신_ 그 인생의 낙 하나가 저한테는 없는 것 같아요. 술을 즐겨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그래서 요즘 싱글몰트 위스키를 조금 마시거든요. 그 자체의 술맛은 저한테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많이 마시진 못해요. 제가 그렇게 술이 세지도 않고, 그리고 또 근본적인 건 나를 잘 놓지 못해요. 필름 끊기는 걸 즐기는 분도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전. 술을 마시고 취하는 걸 두려워하니까 술을 못 즐기죠. 제가 모셨던 어떤 편집장님은 술 마시는 거에, 취하는 거에 두려움이 없어요.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바로 이 앞에 계신.(웃음)정_ 취하려고 마시니까.유_ 그렇게 만취된 상태면 누가 업고 가요? 그냥 버리고 가요?신_ 내가 업었지.(웃음) 정말 업은 숫자 생각하면 내가 진짜.술 먹었다 하면 대부분 ‘꽐라’ 됐겠지, 정 편집자 성격상. 끝까지 먹으니까. 정_ 사실은 이 책도 처음에는 오사카 맛집을 취재하자고 해서 간 거예요. 그런데 형이 찾아간 곳들을 보니까 술집인 거야.유_ 사심 취재였네요.정_ 형 혼자 따로 취재하러 갔을 때도 리스트를 받아봤더니 술집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중간에 콘셉트를 바꿨어요. “형, 그냥 술집으로 가자” 했더니 그때부터 얼굴이 환해지면서….유_ 지금 처럼요?(일동 박장대소)신_ 안 된다고 했으면 어쩔 뻔했어요.맛집을 했으면 사람들이 더 좋아했을까? 그랬으면 나는 취재가 재미없었을 것 같아. 음식은 먹다 보면 뱉게 되잖아. 그런데 술은 그게 없어. 한계가.정_ 형이 어떤 매체에서 음식을 음식으로 대할 때 가장 좋은 건 음식을 음식으로 대하는 게 아니고 안주로 대했을 때 음식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고 맛도 좋다고 했어요.음식의 맛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술이라고 생각해요, 나는.유_ 주도 같은 거 있으세요?주도? 글쎄 주도라는 말을 들어본 지 너무 오래됐다.유_ 알중분들에게 제가 괜한 질문을 했네요.나는 주도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먹는데, 술로 인해서 생기는 건 뭘 지키지 않기 때문에 좋은 거거든. 우연성, 일탈, 이런 게 술에서 생기는 재미인데, 주도를 지키면서 먹으면 졸라 재미없잖아.유_ 그런 면에서 저도 약간 편집장님과 같은 거 같아요. 저도 저를 잘 안 놓거든요. 그래서 안 취하죠.그럼 재미없어.정_ 저는 뼈대 없는 집안에서 자라서.(웃음)예측하지 못하는 그런 가변성, 이게 술 마시는 맛인데.신_ 우연이 안 생기죠.그렇지. 돌발성, 우연. 누구한테 뭐든 지켜라, 지켜라 하면 재미없지. ••유_ 혹시 글도 술 한잔 걸치고 쓰세요?예전에는 술 먹고 잘 썼는데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서 한 자도 못 써요. 원고 쓸 때는 절대 술 안 마셔. 맨 정신에 써야 겨우 써요.정_ 그게 가능해요? 원고를 그렇게 많이 쓰는데? 술도 맨날 먹으면서.유_ 지난번 ‘클럽 에스콰이어’ 모임에서 어느 독자분이 박찬일 작가님 글은 믿고 본다고 했어요. 그 이유가 박찬일 작가님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글을 쓴다고. 그게 느껴진다고 했거든요.정_ 오, 매우 중요한 포인트예요.유_ 그런데 저는 솔직히 이 책 ‘가라’, 거짓말로 쓰신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일동 박장대소)정_ 아니, 그게 어떻게 ‘솔직히’야.왜 그걸 가라로 써.신_ 어떻게 가라로 써.유_ 그렇게 쓰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오사카 여행책인데 현지인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렇게 백과사전처럼 만들 수 있겠어요. 바쁘시니 이만한 책을 만들 넉넉한 스케줄도 안 될 것 같고.신_ 저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이건 편집자와 작가가 글을 써온 기자라서 이렇게 나오는구나’였어요. 여행 작가라면 취재가 아니라 스토리를 덧댔겠죠. 에세이 같은 거. 감상을 덧댔을 텐데, 이거는 모든 게 다 그냥 팩트, 취재더라고요. 심지어 별점에 코멘트에.유_ 작가님이 바쁘셔서 SNS 글을 참고하셨나 했는데, 맨 마지막에 달린 코멘터리들 보고 아, 다 직접 다녀오셨구나 알았어요.정_ 본인한테 굉장히 엄격해요. 그래서 심지어 평가를 내리지 못할 집이나 안주를 많이 먹어보지 못한 집은 아예 코멘터리도 달지 않고 평가를 안 했어요. 제가 볼 때는 기자 시절에 배운 어떤 결벽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취재를 굉장히 열심히 해.모르면 못 쓰는 거죠. 모르는데 어떻게.정_ 그 정도 하면 됐어, 하는데도 한 번 더 가고.유_ 음식점 취재 갈 때마다 “이거 한 번만 먹어보면 안 돼요?” 물으면 “그냥 쓰실 수 있잖아요. 다른 기자들은 먹지 않아도 잘만 쓰는데” 해요. 음식이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는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못 쓰겠어서 여쭤본 건데. 음식 기사 쓰는 게 제일 어려워요. 맛보지 않으면 못 쓰겠어요. 다들 먹어보지 않고도 쓰신다는데 그게 안 돼서 되게 부러웠거든요.정_ 아까 되게 중요한 얘기하셨는데. 저는 형 책 중에 를 제일 좋아해요. 그 책에 있는 형 글에서 허기가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디에 대한 허기인지는 모르겠어요.그게 결손감 같은 거야. 나는 계속 허기가 차 있고 뭔가 준비돼 있지 않고 충만하지 않은데 술로 그것을 채우는 게 아닌가 싶어.정_ 형 글에는 그런 절박함이 항상 있어요.열등감도 항상 많고, 외톨이. 나는 진짜 아웃사이더였거든. 그런 이야기를 기주 씨와 인터뷰할 때도 한 것 같지만. 어릴 때부터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아. 아주 어렸을 때 뭐 6, 7살 때 내가 아웃사이더로 놀았던 게 아직도 기억나. 나는 절대 큰 그룹에 못 껴. 불편해. 소수의 편에 있는 게 편하지. 늘 그렇게 살아온 게, 손도 왼손잡이잖아. 항상 불리한 소수의 기분. 대세가 아닌 편에 섰던 것 같아.신_ 어머님이 식당을 하셨던 거예요?식당도 했죠. 오래 하시진 않고.정_ 형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어머님이 식당을 하셨던 거와 관련이 있나?뭐 영향을 주긴 했겠지만. 우리 엄마가 다채롭게 요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대충 해서 빨리 먹이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미식가적인 어떠한 훈련이 돼 있지는 않았다고. 오히려 방해를 받았으면 받았지.(웃음) 나는 음식 맛을 지금도 잘 모르겠어, 사실. 냉정하게 따지면 내가 맛있는 게 맛있는 거지, 뭐. 그런데 남들은 내가 까다롭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은 굉장히 편파적이고 감정이 움직이면 음식도 다 맛있게 느껴지고, 그리고 의외로 안 까다로운데 비위가 약간 약하긴 하지. 내가 높은 수준으로 음식을 판별하고 그런 건 몰라. 내가 요리사로서 학습되어서 알 수밖에 없는 것들이 적용되어서 ‘이거는 엉터리야, 이거는 개판이고’ 이렇게 판단하는 게 더 크지. 내가 미각으로 판단하는 건 거의 없는 거 같아.정_ 내가 갖고 있는 학습된 정보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게 중요하긴 하죠.그러니까 제대로 만든다는 건 결국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했느냐에 대한 과정을 판단하는 건데, 그런 부분에서 나는 굉장히 정확하죠. ‘이건 이따구로 요리했으니까 이따구가 됐을 거야’, ‘뭘 빠뜨렸네’, ‘이것 봐라 냉동해뒀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렸어’ 이런 걸 다 알아내거든. 그런 것들이 이제 요리사로서 알고 있는 정보에 내가 개별적인 술꾼에 그런 것들에 투영돼서 정보들이 명확해지는 면은 있지. 내가 미각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진짜. 나의 이 정서가 책에서 맛본 음식점들의 정서하고 굉장히 비슷하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책에 오사카의 선술집을 설명할 때 ‘아니, 어떻게 이 수준의 음식을 이 가격에 내지?’라고 시작하는 거예요. 도저히 이렇게 팔아서 수익을 남길 수가 없는데, 그러니까 동료로서 본 거야. ‘야, 한 잔 더 먹고 가주자.’ 그러다 알중되는 거지.(웃음) 안주 이거 두부랑 삶은 콩만 먹고 가기 너무 미안한 거야. ‘야, 좀 비싼 거 하나 팔아주자, 500엔짜리.’ 비싼데 500엔짜리거든. 그거 하나 시켜서 먹어주고 술도 한 잔 더 먹어줘야지. 그리고 빨리 가자. 90분, 2시간 있지 말고, 그냥 30분 만에 가야 돼. 빨리 먹고. 그래서 취재비는 늘어나고.(웃음)정_ 그런데 형이 그렇게 안주를 하나 더 먹어보고 술을 하나 더 마셔보는 심정을 같이 간 동생들은 모르더라고요.그러니까 어휴, 그 인간들이 어떻게….정_ 형은 동업자의 심정으로 봐서 그렇지.한숨을 푹푹 쉬면서 억지로 노동하는 마스터들이 있어요. 그 마스터들이 정말 피곤하고 지치는구나 싶지. 저거 한 접시에 180엔, 1800원 받고 저걸 5회전, 7회전을 돌려야지 생계비가 나오겠구나. 아, 저 피곤함, 어두운 그림자, 그런 것들이 난 다 보이는 거지. 그게 회전돼서 이게 월세가 얼마쯤 나올 거고 인건비는 거의 자기가 몸빵으로 때우는, 그런 경이로움. 어떤 집의 마스터는 조수 한 명 데리고 하는데, 안주가 한 백 개가 돼. 좌석이 8석쯤 되는데.정_ 센즈.좌석이 8개면 주방은 얼마나 작겠어요. 거기서 메뉴를 80~100개를 하는 거 같아. ‘이거 미친 거 아냐? 제정신이 아니네’ 했는데 음식 맛이 끝내줘. 그때 경이로움을 느끼는 거지. 그래서 그때 다짐했어요. ‘내가 다음에 술집을 하면 메뉴를 100개 하겠다. 이 좁은 곳에서도 100개를 만드는데, 나도 10석짜리 하고 100개 해주마. 한번 해보자. 그러다 나 죽을 거다 아마.’(웃음) 그런데 정말 한번 해봐야 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걔네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 하겠어. 그런데 그 상태를 다 좋게 유지하는 게 대단한 거예요. 그러려면 그 가게에 호기심 있고 용기 있는 손님들이 있어야 돼요. 그걸 먹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버리잖아. 아니면 냉동해두거나. 그런데 그 매장을 보니 냉동을 안 해요. 나오는 대부분이 그냥 냉장 상태인데 그걸 보면 경이로운 거지. 오사카에는 손님들도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골고루 먹어주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 신기한 것에 도전하는 욕망이 있군, 이런 것들. 오사카 사람들은 술집에서 용감해요. 나는 한국에서 술집을 해왔고, 하고 있잖아요. 내가 한국에서 술꾼으로서 술을 먹어봤지만 희한한 메뉴는 늘 없어져요. 오래두고 가지를 못해. 시키면 주문이 안 들어왔다고 없앴다는데, 이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분노가 일어. 저런 메뉴를 누군가는 먹어줘야 되는데. 사람들이 새롭고 낯선 걸 찾기보다 관습, 관행적인 요리를 자꾸 먹잖아.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에게 술집을 갈 기회는 많지 않아요. 시간이 없어. 내 나이 쉰다섯인데 내가 앞으로 가면 어딜 얼마나 가겠어. 내가 오사카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술집이 우리에게 조금 더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다채로움, 변화. 패션도 그렇잖아요. 다 똑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잖아요. 음식도 그런 변화와 새로운 가치관이 요구되는 시기거든. 그런데 생각만큼 그렇게, 다른 분야의 변화와 다양성에 비해서 음식은 못 쫓아와주는 것 같아.신_ 한국이 다양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 좀 미숙한 사회죠.나는 똑같은 게 너무 싫은 사람이라 내가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늘 처음인 걸 많이 했거든. 뚜또베네에서 한국 식재료 갖고 이탈리아 요리 한다니까 내 주변에 이탈리아 음식 하는 인간들이 ‘미쳤다’면서 비웃고 그랬어. 그래서 내가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 메뉴들 만들고 그걸 성공했어요. 돼요, 하면 되는데 그런 도전 정신이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싶은 거죠. 요리사나 손님이나 관행적이고 관습적인 걸 벗어나는 그런 게 필요한데. 내 자랑이 아니라, 아니 좀 자랑이야.(웃음) ••신_ 대부분의 음식 필자 또는 평론가는 무언가를 평가하려고만 하죠. 박 선배 글은 그게 아니라 남한테 음식을 내고, 그걸 사게 만들고 하는, 그런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동업자로서의 어떤 고단함 또는 어떤 음식을 요리하고 파는 거에 대한 치열함이 글에서 전해져요. 에 써주시는 칼럼에 늘 그것이 관통되는 주제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늘 좋아하는 거고. 그런데 뜻밖에도 더 재밌는 건 동업자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셰프들이나 요식업자들, 자영업자들도 박 선배 글을 좋아하더라고요.청담동에 있는 유명한 셰프들은 거의 후배인데 나를 무서워한대. 내가 만나서 걔들한테 인상 쓴 적도 없는데, 만나보지도 않은 내가 무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더라고요.신_ 왜 무섭대요?까칠하다, 무섭다, 뭐 그렇게 소문이 나 있대요. 나를 못 본 사람들이 그렇게 묘사했겠지. 나 굉장히 약한 사람이거든, 사실.(일동 박장대소)유_ 에 박준우 기자가 이런 추천사를 썼어요. “이건 술집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이야기다. 박찬일의 글은 사람에게 향한다.”사람이 배제되는 건 테이스팅이잖아요. 이를테면 미각, 일종의 과학 영역이지. 그 영역에 들어가는 것도 개인적인 취향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술집의 공기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 집은 좀 매력이 없어요. 음식을 못하더라도 되게 매력적인 집 있잖아요. 그런 집이 잘하는 집이에요. 우리는 사실 그걸 다 느끼고 있어요. 어디 가면 음식은 별 볼 일 없는데 이상하게 손님 많은 집이 있어요. 공기가 되게 따뜻하게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건 주인이 뿜어내는, 이를테면 묘하게 끌어내는 자장 같은 게 펼쳐지는 거예요. 본인은 몰라요. 그런데 손님들이 알게 모르게 그 자극을 계속 받는 거죠. 주인이 만들고, 또 거기에 손님이 호응하면 그런 가게가 롱런하고 장사가 잘되죠. 술집, 특히 술집이 그래요. 술집은 배를 채운다기보다 뭔가 즐거움을 얻으러 가는 거거든요.신_ 취하러 가는 거지.그래서 훨씬 더 예민한 공간이에요. 그만한 매력이 확실히 있어야 하고. 밥집은 밥 맛있으면 유지할 수 있지만, 술집은 매력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게 인테리어가 아니라 공기로 만들어져요.신_ 셰프에게서 나오는?셰프, 주인, 홀 매니저 누구든. 그런 매력이 없으면 음식점은 괜찮아도 술집은 안 돼요. 욕쟁이 할머니네집도 그런 케이스인 거죠. 주인이 뭔가 재미를 주었다는 거. 지금 욕쟁이 할머니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거기에 그런 공기가 형성됐잖아요. 맛집은 그렇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야죠.정_ 지금은 힘들어서 그 생각을 접었을 수도 있는데. 형이 하고 싶은 일은 손님 한 네다섯 명 정도면 꽉 차는 술집에서 마스터를 하고 싶다, 뭐 이런 얘기를 몇 번 했죠.술안주는 훨씬 단순한 음식을 하고. 양념도 별로 없고 단순한 거. 사람들하고 편하게 나눠 먹기 좋은. 혼자 오는 사람이 좀 많은 곳.유_ 사람을 만나고 싶으신 건가?그렇지도 않아요. 그냥 그런 음식을 팔고 싶어요.신_ 누구한테?그걸 알아주는 사람에게. 언제부터 음식을 좋은 접시에 담고 예쁘게 꾸미고 이런 것들이 허망해지더라고. 이제 그러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냥 술 그 자체, 음식 그 자체에 몰두해서 먹는 재미가 없을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원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사카가 나한테 영향을 더 주기도 했지. 한편으로는 요리는 이제 그만하자, 사 먹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이제 사 먹으러 다니자, 그런 생각도 들어요. 만들어 파는 건 그만할까?정_ 먹고사는 데 구애 안 받을 정도면, 그런 집 만드는 거 어때요? 딱 두 시부터 다섯 시까지만.낮술만 먹는? 그게 우리나라 임대료로는 할 수가 없어요.정_ 그러니까 돈에 구애 안 받아야지.건물 하나 사봐 그럼.(웃음) 거기 가서 하게.신_ 오늘은 실없는 얘기를 하려고 온 인터뷰거든요. 예전에 저한테 말에 질량이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 즐겁다, 그게 또 밥 먹을 때보다 술 먹을 때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좋다, 이런 말씀을 여러 번 하셨어요.공허한 얘기, 헛소리, 그런 게 얼마나 재밌어.신_ 입안에는 맛있는 게 들어 있고 배 속에 좋은 술이 들어 있으니까, 말은 편하게 하는 건데. 선배들 세대 이후의 세대는 점점 실없는 대화를 할 시간이 없고, 그런 시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지금 변하는 세상이 그걸 말해주는 거지. 훨씬 더 꽉 짜인 생활에 빠져 있고. 자기가 주어진 시간을 술 같은 데는 허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술 먹어온 우리가 반성해야 될 거예요. 왜 사람들이, 술자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까에 대해. 그 시간에 헬스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기타를 배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잖아. 술은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존재인가? 술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최고의 벗이었는데. 왜 후배들은 점점 그것을 뒤로하고, 왜 술은 사람들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는가. 지금 8등 정도 되는 거야, 8등. 옛날에는 단독 1위였거든.신_ 어, 그렇죠.술이 단독 1위였는데. 연애도 술을 못 이겼어요.정_ 친구랑 술 먹으러 가려고 연애 빵꾸 내고 술 먹으러 간 애들도 많아요.술이 너무 좋아서. 알콜중독자한테 ‘야, 너 연애하러 갈래, 술 먹으러 갈래?’ 그땐 알중의 시대였거든. 그런데 이제는 술이 사람들의 순위권에서 5등에서 8등 정도로 밀려난 것 같아. 지금 인생에서 술은 몇 등이에요?유_ 제 순위권에는 없어요.심지어 순위권에 없다는 사람도 있어. 아이, 술이 왜 이렇게 형편없어진 거야? 내 생각에 오사카 사람들 순위에서는 술이 5등 안에는 들어갈 것 같아.정_ 그러니까 이 책에 이런 정서가 있는 거죠. 잃어버린 술꾼들을 찾아서….그렇지. 우리의 잃어버린 선술집 문화. 우리에게 있었다가 없어져버린 문화. 우리에겐 그런 선술집이 있었는데. 공짜 안주 주고 한잔 걸치고 나가는 그런 노동주로서의 술집, 낮술 한잔 먹는 그런 낮술집이 있었는데. 유_ 여행 서적으로 분류되기에는 이 책이 참 백과사전이에요. 여행지에 가져가기도 힘든 책.그럼. 말도 안 되지.유_ 너무 안 되죠. 그런데 이게 또 박찬일 작가님하고 많이 닮았어요.처음에 술집이 아니라 맛집으로 하려고 했어요. 훨씬 많은 대상한테 호소할 수 있고 필드가 더 넓어서 더 많이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버렸지.유_ 가격도 이 정도 크기면 최소 2만3000원 정도 생각했는데 1만8000원?정_ 제정신이 아니라서. 술기운에 정한 거라.(일동 박장대소)절대 돈은 벌 수 없는 책이지. 그런 걸 할 수 있는 정기영이 신기하다고 생각해 나는. 책 만들 때는 냉정해져야 되는데 말야. 단가를 세게 책정하든가 제작비를 조금 들이는 책을 만들든가. 이렇게 판형이 크고 멋있게 낼 줄 몰랐어.유_ 진짜 무거웠어요.무겁지. 1킬로가 넘어요, 이게.정_ 단행본의 전형적인 판형을 벗어나고 싶었고. 디자인도 잡지에 가깝게 하고 싶었어요. 종이도 얇게 하니까 인쇄발도 안 나고, ‘가오’도 안 서고 해서 종이도 두껍게 갔죠.신_ 히야, 이건 주당들만 만들 수 있는 책이군요. 종이, 제작비부터 내용까지 모든 것이.정_ 또 주당들이 보면 좋아할 책이지.신_ 잃어버린 술친구를 찾아서. ••오사카에 가면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콘크리트 숲이고, 그 콘크리트 숲에서 전부 그 에어컨 열기를 길로 쏟아내지 어디로 쏟아내. 걸어 다니기만 해도 미치는 거지. 실내에 가보면 뭐 사람 엄청 복작거리고. 관광객들 미어터지고.유_ 여름에 갔다가 혀를 내둘렀어요. 에어컨 바람도 안 느껴지고.그런데 술집 가면 괜찮아요.(웃음)유_ 책에 작가님이 전하는 여행 팁이 정리된 게 의아하긴 했어요. 전혀 안 친절하실 것 같은데.오사카에서 술 주문하는 법을 누가 가르쳐주겠어. 라멘집 가서 라멘 먹는 건 블로그에 있는데, 술집에서 술 주문하는 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쓴 거예요.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압축해서 보여준 거지.정_ 형이 그동안 책을 몇 권 썼는지 아세요?몰라. 열 권은 넘는 것 같아.정_ 요번 책이 열아홉 번째 책이더라고. 여러 사람이 같이 쓴 건 제외하고, 저자 둘이 같이 쓴 것까지만 카운팅을 했어요.유_ 술은 한잔 두잔 마시면서 자신의 상태를 알아가는 게 매력적이라고 하셨는데, 글은 어떤 매력이 있어서 자꾸 쓰시는 거예요? 에만 외고를 20년 쓰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살아 있는 화석.그게 상당 부분은 생계였거든요. 먹고살려고. 그런데 지금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원죄가 글 쓰는 데 있구나 싶어요. 두 가지 생각을 하는데, 한 가지는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또 한 가지는 숙명처럼 무언가를 써야 그게 해원이 되는구나. 그렇게 발목 잡힌 듯한 느낌. 기본적으론 욕망이지.신_ 저한테서 두 분의 공통점은 술 좋아하시고, 글을 쓰시고, 그놈의 잡지에 몸담으셨고. 그리고 그 세 가지에서 모두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그러니까 못 벗어나는 거지.유_ 퇴사를 해도 잡지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는데. (조심스럽게) 귀신이 구천을 떠돈다고.정_ 귀신이 붙은 거지.(웃음)숙명적인 걸 천형이라고 하는데, 천형이 아닌가 싶어. 그런데 천형을 꼭 나쁘게 묘사하진 않잖아. 쾌감을 주지만 고통스럽거든요, 사실. 그런데 끊임없이 성을 쌓고 있는 거지. 성을 부수지 못해서.정_ 아까 얘기한 허기하고도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아요. 술도 계속 먹고 싶고.허기는 먹을수록, 계속, 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아귀가 그 불교에서 지옥에 간 거잖아. 아귀가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병에 걸리게 된 거지. 전생에 죄가 있으면 아귀로 태어나서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어야 되는 그게 아귀의 죄야. 굶어 죽은 귀신이란 뜻이잖아. 우리도 하는 거 보면 결국 아귀 같아.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러지 않으면 못 견뎌 하는 게 아닌가.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든 거야.신_ 그걸 알아버렸어.그럴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기주 씨도 틀림없이 아귀 죄에 걸린 거야. 천형 같은.유_ 제가 봐도 그러신 것 같아요.(웃음)신_ 그래?지금 세상에 활자 만져서 밥벌이 시원하게 못 해요. 그런데 우리는 왜 활자에 매달려 이러고 있는지. 이건 정말 내가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우리 집사람이 그러는 거예요. 책 취재하고 글 쓰고 머리 쥐어뜯으면서 마감할 시간에 장사하면 돈 번다고, 가게에 집중하라고. 맨날 오사카에 가 있고 어디서 술 먹고 있고 원고 쓴다고 머리 쥐어뜯고 이런 것을 이해 못 했는데 이제는 이해하는 눈치예요. ‘저 인간은 저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군’ 하고 포기를 한 거지. 그렇게 오사카를 수십 차례 드나들 때 한 번도 ‘그만 가지’ 그 말은 안 하더라고. 그냥 간다고 하면 가는 줄 알고. 그런데 내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걸 생각하면 얼마나 화가 나겠어.(웃음) 내가 가게가 하나도 없어요. 다 회사에 소속돼 있지. 집사람이 “바보 아니야?” 해요. 이해를 못 하는 거지. 조그맣게라도 내 가게를 했으면, 지금 솔직히 뭐 내 가게 서너 개는 굴리고 있는 부자가 됐을 거예요. 벤츠 샀겠지. ••정_ 그런데 책을 일 년에 한 권씩 냈더라고요.책 팔면 뭐 얼마나 남는다고. 5쇄, 10쇄 찍어봐야 몇 푼 안 돼요. 찔끔찔끔 나오잖아 또. 집에 100만~200만원 갖다 주고 뭐. 내가 가게를 열심히 했으면 지금 음식 재벌까진 아니라도 상당히 부자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집도 없고, 가게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한 달 벌어 한 달 먹거든. 이게 천형 때문에 그래. 오사카 이 책 내면, 내 수중에 쥘 돈이 얼마가 되겠어요. 예를 들어 10쇄를 찍어봐야 내 수중에 2000만원 정도 되나? 그런데 그 수많은 시간을 취재한다고 길에 뿌리고 다니고, 몸 상하고, 위장 다치고 바보짓이죠. 내가 가게에 몰두했으면 내 삶이 경제적으로 훨씬 나았을 거라고. 그런데 그걸 못 하는 걸 어떡해. 난 영원히 못 할 거예요. 난 나를 알아. 내가 주제 파악 진짜 잘하는 사람이지.유_ 지금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 그렇죠?서울이든 오사카든 술집에 가서 그 첫 잔을 마실 때 있잖아요. 빈속에 술 한 잔 딱 넘어갈 때 죽이잖아. 여름에 맥주나 소주 딱 따라서 ‘쩌르르’ 하고 식도 넘어갈 때 그 쾌감이. 빈속에 술이 들어가면 ‘쩌르르’ 하거든. 아, 이거 안 되겠다. 그만 발언해야겠다.(웃음)유_ 왜요?지금 먹어야 돼 이러면.신_ 알코올 이야긴데, 그럼.정_ 나는 이따 한잔.아, 얘기하지 마, 입에 침 고이잖아. 일단 오사카 책 내서 한은 풀었어요. 진짜 외로운 술, 독고다이 술 진탕 먹었어요. 그런데 이제 한을 풀었으니 다시 안 먹어야 되는데 그게 아니야, 더 먹고 싶어.(일동 박장대소) ••유_ 개정판 제작 중이라고 하셨죠?개정판이라는 미명하에 자꾸 오사카에 가서 자발적으로 보충 취재를 하고. 그다음에 후쿠오카를 한번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거기도 상업 도시로 유명했고, 그런 곳은 당연히 술집이 발달하거든. 도쿄도 해보고 싶은데 도쿄는 권역이 넓어요. 어쨌든 가긴 가야 될 텐데 일단 엄두가 안 나고. 후쿠오카는 도시가 압축돼 있어서 오사카처럼 집중 취재가 가능하거든.유_ 작가님의 위와 간은 어떡하죠? 내일도 위내시경 받아야 한다면서요.이제 덜 마셔야지. 사실 나이가 술 마실 나이는 아니에요. 겁나. 그런데 모르겠어.유_ 자 그럼 마지막 질문, 행복하세요?음…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영원히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 서양인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잖아요. 그 사람들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게 보편적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나는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한국 사람들이 대개 그런 것 같아. 행복이 뭔지 정의를 잘 못 내려. 돈을 벌면 행복해지나? 가족과 더 많이 있으면 행복해지나? 여행을 가면 행복해지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이 뭔지 아무도 몰라서. 나도 한국인이고 그래서 행복지수가 낮은 게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행복이 뭔지 몰라서, 그래서 안 행복한 거예요. 그건 영원히 찾아 헤매야지, 죽을 때까지.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영원히 찾아 헤매는 사람인 것 같아. 혼자 술 마실 때 행복해요. 가족과 있을 때도 행복하고 그렇죠. 딸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이하거나 “아빠” 그럴 때의 행복. 그런데 그건 슬픈 행복이에요. 이상하게 슬퍼요. 밥상을 받았을 때 밥도 슬프고. 나는 타고난 게 외톨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음식 같은 걸 먹을 때도 그 이면의 불행 같은 것, 음식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다른 뒷면을 자꾸 들여다보는 것 같아. 그래서 ‘밥이 슬프다’고 쓰는데, 사람들이 왜 밥이 슬픈지 나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나도 정확하게 답을 못 했는데 밥이 가져다주는 건 되게 슬퍼요. 만족감과 기쁨을 주는 게 아니고 결핍을 떠올리는 것 같아. 이 밥을 먹지 못했을 때 얼마나 슬플까 하고. 밥을 보면서 이미지가 선명해지는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는데, 행복한 순간이 언젠간 끝나겠지 하는 불안이 자꾸 떠올라. 밥 먹을 때 행복하면, 밥을 나누는 사람이 없어지고, 그 밥이 누군가에게나 다 행복하게 주어지지 못한다는 생각. 밥이 없어서 밥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런 게 자꾸 들어오는 거예요. 내가 이상한 사람이지. 나는 전형적인 비관주의자야. 나는 낙관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요.정_ 형은 철저한 비관주의자인 것 같아요.내 얼굴이 그래서 슬픈 얼굴이라네. 시니컬의 대마왕이지.유_ 그런데 웃으면 또 한없이 자상하세요.마음이 약해서 그래요. 제가 마음이 진짜 약하거든요. 바보처럼 마음이 약해요. 결단력도 없고, 마음도 약하고, 후회도 잘하고. 그런 것 같아요. 씁….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가족하고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상한 병이 있어서, 식구들한테 미안해요. 나이가 들면 더 집에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더 떠도는 것 같아. 왜 그러지?정_ 천형이에요, 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