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엠버는 엠버

“화려하지 않은 나도 보여주고 싶어요.”

BYESQUIRE2019.08.22
재킷 보테가 베네타.

재킷 보테가 베네타.

이번에 촬영한 화보가 9월호에 나와요. 9월이 어떤 달인지 알죠?
에프엑스 데뷔 10주년요?
2009년 9월 5일에 데뷔했으니 10주년 기념 화보인 셈인데, 기분이 어때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 것 같아요. 솔직히 ‘굉장히 많은 걸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춘기 때 데뷔했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못 한 게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놓친 것들은 앞으로 채워나가야죠.
14살에 캐스팅됐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로스앤젤레스에 살았는데 어떻게 캐스팅됐어요?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축제가 열려 놀러 갔다가 캐스팅됐어요. 그냥 가만히 무대를 보고 있는데 누가 절 부르더라고요. 진짜 말 그대로 가만히 서 있다가 캐스팅된 거죠.
먼 미래에 누군가 한국 아이돌의 역사를 쓴다면 에프엑스는 반드시 들어가겠죠. 그중에서도 앨범 한 장을 꼽는다면 저는 <4 Walls>를 꼽고 싶어요.
저는 <핑크 테이프>를 꼽을래요. 모든 수록곡을 다 좋아해요. 실험적인 곡이 참 많았어요. 예를 들면 ‘미행(그림자:Shadow)’은 인디 음악을 쓰는 친구들도 ‘팝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진행’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같은 앨범에 있는 ‘Step’은 제가 사랑하는 에프엑스 노래 톱 10 안에 들어요. 안무도 좋고 곡 분위기도 좋아서 연습할 때 정말 즐거웠어요. 비사이드 곡이라 콘서트 때밖에 무대에 올리지 못한 게 아쉬워요. <4 Walls>도 좋았지만, 그 앨범이 뭔가 성숙한 느낌이라면 <핑크 테이프>는 우리가 발전했다는 걸 보여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셔츠 보테가 베네타. 데님 팬츠 푸시버튼.

셔츠 보테가 베네타. 데님 팬츠 푸시버튼.

에프엑스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뭔가요?
너무 많아서 어려우니까 톱 3로 하죠. 일단 ‘Airplane’은 EDM 곡인데 드럼 비트가 나오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아요. 타이틀은 다 빼고 비사이드에 실린 노래로만 그다음으로 꼽자면 ‘Beautiful Stranger’가 재밌어서 좋아요. ‘종이 심장(Paper Heart)’은 가사가 정말 좋아요. 사랑스러운 팝송이죠.
직접 뮤직비디오를 디렉팅한 노래도 있잖아요.
‘All Mine’을 제가 감독했죠. 이제 솔로 활동을 하면서 직접 감독한 뮤직비디오가 더 많아졌어요.
영상이랑 친한가 봐요. 유튜브도 일찍 시작했죠.
유튜브를 시작한 목적은 좀 달라요. 에프엑스로 활동하면서 예능 프로에도 나가고, 인터뷰도 하고, 대중 앞에서 말을 많이 하긴 했죠. 그렇지만 진짜 제 얘기를 많이 하진 못했어요. 제가 직접 나의 일상, 나의 이야기로 팬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저를 너무 오해해요.
남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군요. 어떤 사람으로 보던가요?
엠버는 세다. 무섭다. 중성적이다. 엠버는 남자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 입장도 있잖아요? 전 사실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중성적인 이미지로 보는 것처럼 스포츠를 좋아하고 활동적이기도 하지만 옷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청소하는 것도 좋아해요. ‘나는 연예인이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어요. 디바가 아닌 리얼 미. 진짜 나, 사람다운 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TV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글래머러스한 모습 말고 다른 엠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군요.
지금도 배우는 중이긴 하지만 패션을 알기 전까지는 농구 바지에 셔츠만 입고 다니던 애였거든요. 평생을 그렇게 자랐어요.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나는 언제까지 이런 화려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엠버의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 중에 <왓더파인애플>이라는 코너가 있죠. 너무 귀여워요. 영상에 반복해서 나오는 키어스틴, 에밀리, 마이크는 동네 친구들인가요?
정말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길만 안 막히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에 사니까 동네 친구라고도 할 수 있겠죠? 다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하고 연기도 하고 음악도 하는 다재다능한 친구들이에요. LA도 똑같아요. 한국도 그렇잖아요. 한 다리 건너고 두 다리 건너서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랑 친해지는 식이에요.
프로그램 이름을 <왓더파인애플>로 지은 이유는 뭔가요?
사실 ‘왓 더(what the)’ 다음에는 보통 F로 시작하는 미국 욕이 들어가잖아요. 그 욕 대신 파인애플을 넣은 거죠. 그때 제 머리가 파인애플이랑 비슷했거든요. 제 멘토 같은 친구가 ‘웬 파인애플이니’라는 뜻으로 지어줬어요.
친언니인 재키가 <왓더파인애플>에서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죠. ‘흔한 자매들의 싸움’ 같은 에피소드를 보면 부러워요. 재키한테 “동생이 자랑스러웠던 때를 말해달라”고 하니 재키가 “내 동생이 돈을 받고 인터넷에서 엉덩이를 흔들 때”라고 답하죠. 그런 건 정말 자매끼리만 할 수 있는 말 아닌가요?
우리 언니가 좀 힘들어요. 동생으로서는 힘들어요. 언니 때문에 연예인처럼 살 수가 없어요. 아무리 인기를 많이 얻고 유명해지면 뭐 해요. 집에 가면 언니 방 청소를 해야 하거든요. 자기 방에서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시켜요.(웃음) 사실 언니를 너무 사랑하고 언니가 제 롤모델이기도 해요. 언니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세상을 위해서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저는 항상 안전하게 살아온 반면 언니는 결심이 서면 바로 행동하는 타입이에요. 그런 면이 부럽고 닮고 싶어요.
 
 
 
톱 아모멘토. 팬츠 푸시버튼. 부츠 앤아더스토리즈.

톱 아모멘토. 팬츠 푸시버튼. 부츠 앤아더스토리즈.

엠버 리우 유튜브 채널의 슈퍼스타 중에는 반려견 ‘잭잭’도 있죠.
잭잭은 제 아들입니다. 언니가 자신의 이름(Jackie)을 따서 지어달라고 해서 잭잭(JackJack)이라 지었어요.
잭잭의 혈통을 가지고 언니랑 싸우는 내용도 있던데요.
저는 잭잭이 치와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언니가 치와와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걸로 한참을 싸웠거든요. 싸우다가 결국 DNA 테스트를 맡기고 그 과정을 유튜브로 찍어서 올렸죠. 결과가 나왔는데, 치와와가 50%, 25%는 포메라니안, 12.5%는 페키니즈, 나머지는 기타 등등 잡다한 혈통이 섞였더라고요. 언니랑은 이러고 놀아요. 사소한 거로 큰 싸움을 만드는 거죠.
유튜브에 등장하는 친구 중에 같이 솔로 작업을 하는 젠 니오(Gen Neo)라는 친구가 눈에 띄더군요.
예전에 에프엑스의 ‘Goodbye Summer’ 등의 노래를 작곡한 팀에 저와 함께 있던 친구예요. 지금은 제 솔로도 같이 작업하고 있죠. 작곡을 시작했을 때는 젠이 제 멘토였다고 할 수 있어요. 젠은 노래도 엄청나게 잘해서 노래하는 방법도 가르쳐줬어요. 친한 친구이기도 해요.
엠버는 정말 한국 아이돌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튜브의 솔직한 모습이며 솔로 활동의 궤적이 다른 아이돌과는 확연히 달라요.
멤버들끼리 약속한 게 있어요.
에프엑스 멤버들끼리요?
네. 나는 내가 가진 개성의 방향에서 베스트가 되고, 크리스탈은 크리스탈이 가진 개성의 방향에서 베스트가 되자! 그렇게 우리 넷이 각자의 개성에서 최고가 되어서 뭉치면 정말 멋질 거다. 서로 비슷해지지 말고, 정해진 롤에 맞추지 말고, 각자 최고가 되어서 합치자.
멋지네요. 곡 작업이나 솔로 활동도 그런 약속의 연장선일 수 있겠네요. 사실 에프엑스의 엠버가 아닌 엠버 리우의 솔로 활동을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이렇게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데 말이죠.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요. 옛날에는 작곡할 때도 곡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시작했어요. 청사진을 그려놓고 노래를 쓰다 보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부담을 느끼면서 노래를 만들면 안 좋은 노래가 나와요. 저는 그래요. 이제는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편하게 만들어요.
 
 
 
재킷,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재킷,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작곡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조금씩 하긴 했는데, 진지하게 시작한 건 2011년쯤이에요.
작곡할 때 가장 편하게 쓰는 악기는 뭐예요?
기타요. 주로 기타로 곡을 쓰는데, 요새는 스마트폰에 간단한 코드 보이싱을 할 수 있는 앱이 있어요. 아니면 멜로디가 떠오를 때 음성 메모로 남겨뒀다가 가사를 써서 나중에 프로듀서에게 불러주면서 ‘조립’을 하죠. 그때부터 프로듀서랑 코드 보이싱을 비롯한 편곡을 시작해요.
솔로 앨범을 쭉 듣다 보니 상업 음악의 교과서처럼 꽉 짜인 ‘Shake That Brass’ 같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Three Million Years’처럼 편한 팝 멜로디의 노래나 ‘Borders’처럼 차분하고 진중한 가사의 노래가 혼재해 있더라고요.
‘Shake That Brass’(2015)가 제 솔로 데뷔곡이 될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사실 (그다음 해에 나온) 싱글 ‘Borders’(2016)를 데뷔곡으로 밀었죠. 신나는 곡보다 잔잔한 미드 템포가 좋아요. 언젠가 한번은 자꾸 미드템포의 노래만 쓰니까 제 작곡 팀이 “엠버야, 너 괜찮니? 노래가 왜 이리 슬퍼”라고 걱정한 적도 있어요.
아까 ‘화려하지 않은 엠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 말이랑도 어울리는 맥락이네요. 에프엑스에서 우리가 봐온 엠버는 ‘Shake That Brass’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만 일상의 엠버에게는 솔로 앨범에서 보여준 ‘Borders’나 ‘Three Million Years’ 같은 모습도 있는 거죠.
물론 에프엑스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인 면에서 많이 배운 것도 있어요. 최고 수준의 프로듀서들 옆에서 곡 작업을 하면서 화음의 라인 만드는 법, 섹션 사용하는 법 등을 배웠죠. 그런데 아무래도 솔로를 하면 개인적인 스토리를 노래에 녹여 넣고 싶어지더라고요.



재킷, 데님 팬츠 모두 푸시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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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활동인 에프엑스는 엠버가 배우로 출연해 동료들과 완성한 영화이고 솔로 활동인 엠버 리우는 자연인 엠버가 찍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맞을까요?
맞아요. 좋은 비유네요. 게다가 사람은 변하잖아요. 제가 지금 ‘라차타’(데뷔곡)를 했던 그 예전의 엠버는 아니거든요.
혹시 두 역할 사이에서 갈등은 없나요?
솔로와 그룹은 그냥 달라요. 에프엑스는 편해요. 멤버들도 있고 여러 사람이 무대 위에서 우리를 도와주잖아요. 솔로는 내가 모든 콘텐츠를 짜야 하고, 모든 걸 결정해야 하고, 모든 걸 확인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내가 나의 진실을 볼 수 있어요. 그게 장점이죠.
들어보니 솔로 작품의 프로듀싱 과정은 인디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도 재능 있는 친구가 많아서 다행이에요.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면 제가 프로듀싱도 하고 디렉팅도 하고 그래요. 음악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로 한 친구가 사운드 믹싱도 해주고 편곡도 도와주고 그래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모자를 쓰게 되는 상황이죠. 에프엑스는 단위가 크잖아요. 제 솔로는 콘셉트를 짜고 필요한 게 뭔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부터 우리가 전부 다 해요.
 
 
 
니트 톱,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귀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귀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친구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혹시 유튜브에서 엠버가 남자 아이돌들이랑 동네 친구처럼 노는 장면만 골라 편집한 <엠버 앤드 더 보이즈>라는 편집 영상 봤어요?
봤어요. 누가 편집해서 올렸더라고요.
한 콘서트에서 BTS의 뷔랑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무대에서 뛰노는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BTS 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고요.
뷔랑 그냥 재밌게 논 거예요. 그 순간에 ‘우리는 친구인데 왜 굳이 남들 눈치를 봐야 하나’ 싶었죠. 뷔랑은 BTS 초창기에 한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났어요. 자연스럽게 게임도 같이 하는 친구가 됐죠.
보통 여자 아이돌이 남자 아이돌이랑 친하게 지내면 남돌 팬들이 싫어하는데, “엠버는 괜찮아”라는 댓글에 공감이 가장 많이 달렸어요.
저는 사람을 성별로 안 봐요.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가 아니라 ‘너는 너고 나는 나’라고 생각해요. 쟤는 남자니까 같이 있으면 안 돼. 얘는 여자니까 같이 있으면 안 돼. 그런 건 싫어요.
‘엠버는 가슴이 없다’는 악플에 대한 대답으로 만든 유튜브 영상 <나의 가슴을 찾아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천재적이라고밖에는 말할 수가 없어요. 버즈피드 등의 해외 뉴스 사이트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됐어요.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면 얘기를 해야죠. “네가 다는 그 악플들이 얼마나 웃기는지 내가 보여줄게.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악플을 달지만 난 네 악플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여자는 문신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대체 누가 그랬나요? 여자가 문신하면 안 된다고. 그리고 내 가슴은 여기 있어!
막상 만나면 그렇게 말하지도 못할 거면서 그러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악플 다는 데 쓰는 시간을 다른 데 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해도 노력을 해야 하고 나쁜 사람이 되려고 마음을 먹어도 노력을 해야 해요. 나쁜 사람이 쉽게 되나요? 사람을 속여야 하고 욕도 해야 하고 상처도 줘야 하잖아요. 악플만 해도 그래요. 악플 달려면 회원 가입도 해야 하고 로그인도 해야 하고 자판도 쳐야 하잖아요. 어차피 노력을 할 거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얼마나 좋아요.
멋진 말이네요.
우리 엄마가 해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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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 권지원
  • FREELANCE FEATURES EDITOR | 박세회
  • PHOTOGRAPHER | 레스
  • STYLING | 최지향
  • HAIR | 최선주 AT CHAHONG ARDOR
  • MAKEUP | 현승아 AT CHAHONG ARDOR
  • CONTRIBUTOR | 이기연
  • ART DESIGNER | 김동희
  • WEB DESIGNER | 김유진